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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review

이건희는 어떻게 반도체 세상을 예견했을까

오홍석 기자

2022. 10. 22



이건희 반도체 전쟁
허문명 지음, 동아일보사 2만6000원.

치열한 경주를 앞둔 경주마들 중 어떤 말을 골라잡을 것인가. 국가와 기업이 육성할 산업을 결정하는 과정은 경마에서 말을 고르는 것과 자주 비견되곤 한다. 때때로 철저한 분석이 무의미하게, 승승장구하던 말이 경주 도중 고꾸라지기도 하고 의외의 주자가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기도 한다. 호암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반도체 산업’이라는 말을 골라냈다. 그리고 한국을 반도체 강국으로, 삼성을 일류 기업으로 키워냈다.

두 사람은 어떻게 반도체 산업을 선택할 수 있었을까. 궁금증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이건희 반도체 전쟁’을 펴볼 만하다. 10월 18일 발매된 이 책은 호암과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 산업에 주목하게 된 계기와 본격적인 육성 과정에서 발휘된 리더십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1부 ‘호암과 이건희가 초대한 반도체 세상’에서는 한국인들은 물론 삼성 직원들조차 반도체의 ‘반’ 자도 모르던 시절, 부자간인 두 인물이 어떻게 반도체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를 소개한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적자)’가 아닌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를 추구한 호암과 이건희 회장, 세상을 선도하기 위해 단기적인 손익보다 반도체가 변화시킬 세상과 비전에 집중한 두 사람의 모습이 담겨 있다.



2부는 이윤우, 진대제, 임형규, 황장규, 권오현 등 삼성의 전임 최고경영자(CEO)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들은 삼성이 일류 기업이 되기 이전에 입사해 삼성의 성공 신화를 함께해왔다. 이건희 회장과 일하고 대화한 이들은 이 회장을 어떻게 평가할까. 이 회장과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이들의 증언이 책 속에 생생하게 들어 있다.

전작 ‘경제사상가 이건희’에 이어 이번 책을 펴낸 허문명 동아일보 기자는 문과 출신의 비전공자이지만 기술과 반도체를 취재하고 공부해 어려울 수 있는 반도체 이야기를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었다.

1974년 한국반도체 인수부터 1983년 호암의 최첨단 메모리 반도체(VLSI) 진출 선언, 1993년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그리고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삼성이 반도체 산업을 시작하며 ‘세 번 망할 뻔한 위기’를 극복하고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난 40년의 역사가 이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겼다. 두꺼운 커버의 양장본은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 꼭 2년이 되는 10월 25일 출간된다. 가격은 3만 원.

#이건희반도체전쟁 #이건희 #반도체 #여성동아

사진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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