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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xology

지금 당신의 성기를 관찰해보세요

박혜성 원장

2020. 02. 06

‘성학자’ 박혜성 원장의 여성 건강과 성





경기도 동두천시 해성산부인과 원장, 여성성의학회 이사, (사)행복한 성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유튜브 ‘산부인과tv’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잘 몰랐던 사랑의 기술’ ‘굿바이 섹스리스’ 등이 있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환자를 만난 지 29년째다. 처음 10년간은 산부인과 관련 모든 진료를 다 했다. 질염·방광염·골반염 등의 질환을 보고, 분만도 돕고, 자궁근종 제거와 자궁 적출, 자궁외임신·난소의 물혹 제거 등 온갖 수술을 다 했다. 그 후 요실금수술과 이쁜이수술, 소음순수술, 양귀비수술도 하고 지방흡입술도 하고…. 그러다 ‘Sexology’라는 성학을 공부하게 되었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성학을 공부하면서 여성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녀의 남자, 그녀의 삶이 보이기 시작했다. 여성 환자만 진료하는데 그녀의 남자도 함께 보인다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녀의 상태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녀의 남자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여성이 진료실에 걸어 들어오면 그녀의 과거와 현재, 그녀의 가정이 함께 들어오는 것이 느껴진다. 

여성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여성으로서 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정말로 사랑을 받지 못해서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충분히 사랑받고 있는데도 스스로 못 느끼거나 성적 자존감이 낮아 그것을 느낄 여유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어떤 이유든 그녀가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해 나에게 찾아온다. 



여자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 산부인과 의사는 그녀에게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 여성 스스로 해결하거나, 해결하려고 노력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여성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을 알아야 한다. 자신을 관찰하고, 사람들에게 자기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 객관적으로 알아야 한다. 특히 자신의 남자에게 자기가 어떤 존재인지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자신의 건강관리를 위해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도 하고, 적당한 몸무게를 유지하면서 자신을 가장 쾌적한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몸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에 귀 기울여야 한다. 밥은 잘 먹고 있는지, 소화는 잘되는지, 대변이나 소변은 잘 보는지, 혈압이나 당뇨는 없는지, 눈이 떨리지는 않는지, 기억력은 괜찮은지, 밤에 잠은 잘 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성욕이나 성관계의 질은 좋은지 확인해야 한다. 나의 몸에서 계속 이상신호를 보내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남녀 관계를 좋게 하고 싶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성적 건강과 성적 자존감이다. 나의 성적 건강이 좋은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남성들은 매일 소변을 보면서 자신의 음경을 만지고, 적어도 1주일에 1~2번의 자위행위를 하면서 음경과 음낭 등 자신의 성기를 보게 된다. 그런데 여성들은 자신의 성기를 제대로 들여다보는 경우가 평생 한 번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의 성기를 보거나 만질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샤워할 때 씻으면서 만질 수는 있겠지만, 씻기 위해서지 정성 들여 만지거나 어떤 부위인지 알고 만지는 것은 아니다. 

여성이 자신의 성기를 만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성에 대해 터부시하거나 불편하거나 혹은 익숙지 않거나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장난감처럼 혹은 좋아하는 인형처럼 매일 손에서 놓지 않았거나, 남성처럼 하루에도 10번씩 만진다면 훨씬 자신의 성기에 익숙할 텐데 여자들은 평생 한 번도 자신의 성기를 안 보았던 터라 여성의 성기와 더불어서 남성의 성기도 징그럽고 더럽다고 느끼게 된다. 그런 거부감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주 만지고 보는 것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신의 얼굴을 관리하기 위해 매일 스킨, 로션을 바르고 마사지도 하고 에센스 같은 영양제도 바른다. 자신의 얼굴을 위해 공을 들이고 돈을 투자한다. 필요하다면 쌍꺼풀 수술도 하고, 코를 높이고, 필러를 넣거나 보톡스를 맞고, 레이저 시술을 받는다. 이렇게 얼굴에는 온갖 투자를 하고 노력하는데 정작 여성으로서 사랑을 받기 위해 가장 중요한 기관인 자신의 성기에 대해서는 본 적도 없고 만져본 적도 없어서 아예 하나도 모른다. 그리고 사랑을 받고 싶다고 생각하거나 말을 한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여성의 성 문화를 바꾸는 첫 번째 제안으로 여성들에게 매일 거울로 자신의 얼굴을 살펴보듯이 자신의 성기를 매일 보거나 만져보기를 권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자신의 얼굴에 종기가 났는지, 여드름이나 물집이 있는지, 부종이 있는지, 상처가 있는지 금방 알 수 있는 것처럼 자신의 성기에 관심이 가고 애정이 생길 것이다. 

얼굴에 쏟는 에너지의 ¹/10을 자신의 성기에 투자하자.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샤워할 때나 뒷물할 때 자신의 성기를 들여다보고 만지며 무엇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염증은 없는지, 부은 데는 없는지 살피고 관리하자. 질 안에 손가락을 넣어 냉이 이상하지는 않은지, 냄새는 안 나는지, 냉이 너무 많지 않은지, 질이 너무 건조하지는 않은지 확인해보자. 즉, 스스로 자신의 질과 성기 상태를 파악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매일 이를 닦고 세수를 하듯이 질과 외음부를 관리하자. 

이렇게 체크하다 이상이 발견되면 산부인과에 찾아가면 된다. 이렇게 하면 외음부염, 질염, 자궁경부염, 골반염, 요도염, 방광염, 신우신염 등 모든 염증의 원인을 미리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게 된다. 조기에 발견해 빨리 치료할 수 있게 된다. 

더 나아가 성기의 감각을 체크해보자. 어디가 얼마만큼 예민한지 만져서 확인해본다. 이때 자위를 해보면 여성 사정과 오르가슴을 덤으로 알게 된다. 특히 소음순, 대음순, 회음부, 음핵, 요도, 그리고 지스폿을 자극하면 만지는 부위마다 느끼는 감도가 다르다. 이것을 파악하면 자신의 성감대를 알 수 있다. 가장 예민한 음핵과 지스폿을 잘 계발하면 자위행위 말고 남성과 하는 성행위에서도 쉽게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 있다. 

여성이 자신의 성기에 익숙해지면 성에 대한 터부는 없어지고, 성이 더 이상 더럽고 거부감이 있고 동물적이지 않은 자연스럽고 건강한 일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성은 그렇게 건강하고 자연스러워야 한다. 여성이 자신의 성기를 매일 보고 만지면 그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그것이 성교육의 시작이고, 성 문화를 바꾸는 출발선이 될 것이다.


기획 최호열 기자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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