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고3이 치르는 2027학년도 대입 시험부터 지역의사제가 도입된다. 지역의사제는 의대를 졸업한 뒤 최소 10년간 특정 지역에서 의무 근무를 하는 조건으로 의대생을 뽑는 제도다. 정부가 지역·필수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내놓은 대안으로, ‘의사 없는 병원’이라는 최악의 지역의료 공백을 막기 위한 복안이다. 이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의사제가 의료 인력 불균형 해결 및 지역의료의 질 향상에 도움은 되겠지만, 지방 유학 등 의대 입시를 위한 샛길로 변질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필수과 지역 의사, 5년만 복무해도 인정
보건복지부가 1월 27일 ‘지역의사제 연동·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시행규칙 입법예고안을 발표했다. 오는 6월 28일 법 시행을 앞두고 선발 지역과 의무복무 기준, 지원 등 세부 사항을 촘촘히 엮은 운영안을 마련한 것이다. 운영안은 지역 연고 학생을 선발해 전액 지원하되 ‘평생 정착’을 전제로 설계됐다. 수련 지역과 전공 선택에 따라 의무복무 기간이 5년에서 10년까지 달라지며, 지역 필수 의료에 정착하면 부담이 줄고 이탈하면 제재가 강화된다는 게 골자다.2027학년도 의과대학 증원 수는 총 490명이다. 이후 2028학년도부터 2년간 613명, 2030학년도부터 2년간 813명을 확대한다. 2027년부터 2031년까지 연평균 668명이 늘어나는 규모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32곳의 의대는 총정원의 최소 10% 이상을 지역의사선발전형으로 뽑아야 한다.
지역의사제에 영향을 받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번 설계에 대체로 긍정적인 분위기다. 종로학원이 중고등학생과 학부모 975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3%가 “지역의사제가 시행되면 의대에 지원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지역의사제 도입에 따른 입시 영향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53.8%로 부정 평가를 웃돌았다. 이는 지역의사제 도입이 곧 의대 진학의 기회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소장은 “지역 학생에게는 의대 입학에 유리한 전용 트랙이 하나 더 생기고, 수도권 학생들은 근접 지역인 경기·인천 권역의 선발에 메리트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2027학년도 신입생 선발부터 지역의사선발전형을 도입하는 의대·의학전문대학원은 총 32곳이다. 이는 전국 40곳의 의대·의학전문대학원 가운데 서울 소재 의대 8곳을 제외한 수치로 경기·인천, 대전·충남, 부산·울산·경남, 전북 등 9개 광역권과 44개 중진료권으로 나눴다. 단, 경기 지역은 의정부, 이천, 남양주, 포천이 해당하며 인천 지역은 서북권(서구·강화), 중부권(중구·동구·미추홀구·옹진)만 포함됐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선발과 배치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단순히 시군 단위가 아닌, 의료 취약지가 하나라도 포함된 중진료권 전체를 대상지로 묶었다”고 말했다.
지역의사제에 ‘지방 유학’ 저울질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월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인력 양성규모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학생들의 반응도 극명하게 갈렸다. 서울의 한 사립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김이슬(19) 양은 “이미 지역인재전형과 농어촌특별전형 등 비수도권 학생들을 위한 입시 혜택이 있는데, 여기에 지역의사제까지 추가된다고 하니 억울한 마음이 든다”며 “서울 학생들의 의대 진학이 더욱 불리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전북 군산의 모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김민섭(19) 군은 “지역의사제로 인해 지방 학생들의 의대 진학 문이 넓어진 건 사실”이라며 “이번 제도로 공부 동기 부여를 얻은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
입시 커뮤니티도 술렁이고 있다. 한 의대 진학 온라인 카페에는 “의대 진학의 기회가 거주지로 갈리는 것이 정당하냐”는 글이 올라왔다. “남양주 이사를 위해 월세를 알아보는 중이다” “의대 진학을 위해 ‘탈서울’ 계획 중”이라는 게시물에는 수많은 공감 수를 기록했다. 이처럼 많은 이가 지역 이주를 검토하는 이유는 ‘의무복무 10년’이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운영안에 따르면 의무복무의 기준은 ‘10년’이다. 다만 수련 기간을 차등 산입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만약 의대 졸업 후 복무 지역 내 수련병원에서 필수과목을 전공하면 수련 기간(인턴·레지던트) 전부를 의무복무로 인정받는다. 전문의 취득 후 5~6년만 추가 근무를 하면 의무복무를 종료할 수 있는데, 이 같은 조건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의대 지망생 자녀를 둔 김민정 씨는 “의대 커리큘럼 6년과 의무복무 10년을 모두 수행하면 40대 초반”이라며 “이후 수도권으로 이사해 개원하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의대 입시 광풍 조짐이 보이자 정부는 같은 광역권 내 중학교를 나와야 인근 의대의 지역의사선발전형에 지원할 수 있도록 요건을 강화했다. 기존 지역의사제 시행령안은 비수도권 중학교 졸업자라면 지역의사선발전형에 지원이 가능했다. 이에 수도권과 대도시 중학생 학부모를 중심으로 지방 유학 움직임과 편법 지원 논란이 확산하자 정부는 2월 27일 관계 부처 협의와 의견 수렴을 통해 수정안을 내놨다. 지원 자격을 의대 소재지와 인접 지역을 포함한 ‘광역권’ 내 중학교 졸업자로 제한한 것이다. 중학교 졸업 요건 적용 시기도 기존 2033학년도에서 2027학년도로 앞당겼다. 예를 들어 대전·충남에 있는 의대에 지원하려면 중학교를 대전·세종·충남·충북에서 졸업해야 한다. 고등학교도 충남 내 정해진 의료 권역 또는 대전·세종·충남·충북 소재여야 한다. 정성민 다원교육 입시연구소장은 “단순히 의대 입학을 위해 이사를 선택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남성은 군 복무 기간까지 더해지면 40세에 가까운 나이가 돼서야 지역을 벗어날 수 있다. 이에 정 소장은 “의대라는 단기 목표가 아닌, 인생 전체를 놓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인프라와 교육 환경을 포기하는 만큼, 학생 인생을 건 장기적인 선택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N수생 열풍··· 요동치는 입시 판도
의대 정원 증원 수가 확정되자 입시 업계는 2027학년도 의대 합격선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의대 모집 인원이 일시적으로 1509명 늘었을 때 의대 수시전형의 최저 합격선이 4.65등급까지 떨어진 바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모집 인원이 증가한 올해 의대 합격선은 지난해보다 최소 0.2~0.3등급 이상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역 입시 관계자는 “일부 지역의 대학은 내신 4.7등급도 합격할 수 있다고 본다”며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늘렸을 당시 합격선이 의대 0.3등급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지역 의대 인접 지역 졸업생들이 수능에 재도전할 가능성도 높다. 지난해 정부가 의대 정원 증원을 발표했을 때 2025년 치러진 수능에 N수생이 16만 명 이상 몰렸었다. 이는 2004년 이후 최대 수치로 올해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의대 진학을 원하는 지방 대학생으로서는 수능을 다시 치러볼 동기가 생긴 셈이다. 임 대표는 “특히 SKY 공대 재학생 중 최상위권 내신을 보유하고 있는 학생들이 올해 수능에 재도전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2027학년도는 9등급제 내신과 현행 통합 수능이 시행되는 마지막 해이기 때문이다. 현행 내신 9등급제에서는 상위 4%가 1등급을 받지만 5등급제에선 10%까지 1등급을 받는다. 2028학년도부터는 상위 4%인 N수생과 10% 이내의 고3 수험생이 같은 1등급으로 묶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상위권의 변별력이 낮아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2027학년도 수능을 치르는 N수생이 많아지면 현재 고3 학생들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진학사가 2025학년도와 2026학년도 수능을 모두 치른 3만8292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N수생의 국어·수학·탐구 영역 평균 백분위가 68.6에서 75.5로 6 정도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연철 소장은 “의대 정원이 증가한 2027학년도 수능에 응시하는 N수생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성적 상승 폭이나 분포 구조가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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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게티이미지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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