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아 전문가이자 부모 심리 상담가인 이보연 교수를 만나 외동아이 양육에 대한 부모들의 고민을 함께 짚어봤다. 이보연 교수는 숙명여자대학교 영유아교육전공 초빙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으며 한국아동심리재활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또한 ‘깨알육아연구소’ 소장으로서 육아 현장에서 마주하는 부모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해소해주고 있다. 최근 출간한 신간 ‘외동아이는 거리두기 육아가 필요합니다’에서는 외동아이를 둘러싼 편견을 짚고,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양육 원칙을 제시한다. 아동심리 상담가인 이보연 소장에게 외동아이를 사회성 풍부한 아이로 키우는 방법을 들었다.
외동아이 육아의 포인트는 ‘거리두기’
외동아이 육아를 ‘거리두기 육아’로 표현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외동아이는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독점하게 됩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부모가 선택해서 외동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우리가 선택한 만큼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압박도 커요. 그러다 보면 아이의 성장 과정 전반에 부모의 과도한 개입이 이루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개입은 아이를 자립적인 성인으로 키우기보다는, 부모에게 의존하는 아이로 만들 수 있어요. 육아의 본질은 아이가 한 명의 성인으로 독립해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에, 부모에게는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합니다.
요즘 외동아이 부모들에게서 보이는 양육 방식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과보호보다는 오히려 ‘성취 압박’이 두드러집니다. 특히나 요즘은 이전보다 외동아이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옆집 외동아이’와 비교해 우리 아이를 잘 키워야 한다는 심리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말했을 때, 형제자매가 있는 가정보다 외동아이 부모가 “그래도 학교는 가야지”라고 말할 확률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보호보다는 성취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압박이 이동한 셈이죠.
과도한 예의와 양보를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고요.
SNS나 맘카페를 통해 아이에 대한 평가가 빠르게 공유되는 시대잖아요. “외동이라서 사회성이 부족하다” “훈육이 덜 됐다”는 말을 더 쉽게 듣게 됩니다. 이런 선입견을 접하다 보니 지나치게 예의범절을 강조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러나 무엇이든 과유불급입니다. 예의범절에 대한 압박이 오히려 아이를 위축시키거나 반항적으로 만들 수 있어요. 이 역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제로 외동아이는 이타심이나 사회성이 부족한가요.
다양한 연구 결과를 살펴봤을 때 이타심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사회성은 유치원과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까지는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보다 외동아이들이 다소 부족한 경향이 있어요. 흥미로운 점은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 되면 이 격차가 거의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경험을 통해 사회성 격차도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는 의미죠.
어떻게 하면 빨리 사회성을 키워줄 수 있을까요.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이 사회성이 발달하는 이유는 ‘같이 산다’는 데 있습니다. 한마디로 갈등이 생겨도 도망갈 곳이 없어요. 반드시 언젠가는 갈등을 해소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관계 조율과 문제해결능력이 길러집니다. 단순히 인사를 잘 시키거나 사람을 많이 만나게 한다고 사회성이 자라지는 않아요. 함께 규칙을 정하고 협력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관계에서 사회성은 자랍니다. 이런 또래 관계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죠.

부모의 사랑과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자라는 외동아이는 적절한 ‘거리두기 육아’를 통해 단단한 사회인으로 성장한다.
시기별 사회성 기르는 팁
6개월에서 돌 사이, 사회성과 관련된 뇌 발달이 급격히 이뤄진다고요.이 시기에는 거울신경세포가 폭발적으로 발달합니다. 거울신경세포는 특정 움직임을 수행할 때 다른 개체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모방하는 데 관여하는 세포입니다. 돌 미만의 아이는 옆에 있는 부모의 행동을 모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부모가 타인을 향해 어떤 행동을 보여주느냐가 중요한 때입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났을 때 부모가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고 짧은 대화를 하면, 아이는 타인을 ‘안전한 존재’로 인식합니다. 이런 경험이 사회성의 토대가 됩니다.
부모가 내향적인 성향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노력이 필요합니다. 모든 사람과 친해질 필요는 없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려는 태도는 중요해요. 다행히 대부분의 어른은 아이에게 친절합니다. 그때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같은 짧은 반응만으로도 충분해요. 아이가 ‘세상은 나를 환영하는 곳’이라고 느끼는 것이 사회성 발달의 출발점입니다.
돌 이후에는 어떤 양육이 필요할까요.
돌이 지나면 또래에 관심이 생깁니다. 다만 두 돌 미만의 아이끼리만 방치하는 것은 주의해야 해요. 이때 아이들은 상대에 관심은 있지만 신체 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머리를 당기거나 할퀴거나 꾹꾹 눌러보는 행위를 할 수 있거든요. 부모들이 손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며 중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또래 아이들의 행동을 따라 하는 ‘모방 행동’도 보이는데, 이 또한 사회성이 길러지고 있다는 좋은 신호입니다. 이런 신호를 관찰하면서 돌봐주는 것이 필요하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의 집단생활은 어떻게 도와야 할까요.
이 시기 영유아들은 주위 지속력이 짧고 주위 전환은 아주 잘 됩니다. 갈등이 생겨도 누군가가 같이 노래하게 하거나 율동하게 하면 또 금세 친해져요. 가장 피해야 할 행동은 갈등이 생길 때 아이를 즉각 다른 집단으로 옮기는 것입니다. 약간의 불편함이 있더라도 관계를 유지하며 해결해볼 기회를 주세요.
아이들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면 어떻게 개입해야 할까요.
갈등에 개입할 때 중요한 것은 아이들을 피해자와 가해자로 나누지 않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욕구가 충돌했다고 이해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너는 이걸 하고 싶었구나” “너는 또 이런 사정이 있었구나”처럼 양쪽의 욕구를 모두 인정하면, 아이도 감정이 가라앉고 지켜보던 상대 부모 역시 자신의 아이만 혼내는 것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후 아이들의 충돌 욕구를 해결할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양보나 타협을 어려워하는 아이에게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외출 전에는 간식이나 작은 장난감을 여분으로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나누기 싫어할 때 “왜 안 줘?”라고 몰아붙이기보다는 아이 것 외에 부모가 준비해온 것을 꺼내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죠. 그리고 아이가 직접 건네게 한 뒤 그 행동 자체를 충분히 칭찬해주세요.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마다 지적하면 오히려 ‘나는 이기적인 아이야’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할 수 있어요. 그보다는 먼저 나눌 기회를 주시는 것이 더 좋습니다.
또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요.
지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린이집은 물론 ‘생일 파티’ 같은 사적인 모임에도 가능한 한 늦지 않게 아이를 보내주세요. 영유아기의 발달 특성상 또래 집단이 이미 진행 중인 놀이에 중간부터 끼어드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기존에 놀고 있던 아이들이 새로 온 친구를 위해 놀이의 흐름을 다시 만들어줘야 하는데, 아직 그럴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아동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성이기도 합니다. 만약 불가피하게 늦었다면, 아이가 놀이에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도록 어른이 한 번 더 다리를 놓아주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부모는 실행자가 아닌 ‘조력자’
외동아이일수록 소아비만이 될 확률도 높다고요.외동아이는 주 양육자인 어른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놀이 역시 비교적 정적인 활동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을 읽거나 실내에서 놀고, 보호자가 지쳤을 때는 태블릿이나 TV를 보여주는 식이죠. 반면 형제자매가 있는 또래 집단에서는 몸을 움직이며 노는 활동의 비중이 훨씬 높습니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외동아이 가정은 식사에서 지방과 당분 섭취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향도 나타납니다. 이런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소아비만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따라서 외동아이일수록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하고, 다소 위험해 보이더라도 신체 능력을 활용하는 놀이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야외 활동을 통해 운동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외동아이 부모가 육아에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면요.
외동아이는 부모의 정서 상태에 훨씬 민감합니다. 예를 들어 부부싸움이 벌어졌을 때, 형제자매가 있는 가정에서는 아이들끼리 그 상황을 이야기하며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완화되기도 합니다. 반면 외동아이는 부모의 감정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기 때문에 정서적 영향이 더 직접 전달됩니다. 외동일수록 부모의 스트레스가 아이에게 전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인식하고, 부모 스스로 자신의 정서를 돌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거리두기’ 육아를 실천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부모가 자신의 불안을 다스리는 법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자립을 위해 한발 물러서 지켜봐야 한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부모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마주하면 순간적으로 불안이 치밀어오르죠. 그럴 때일수록 사랑이 고슴도치의 가시처럼 아이를 찌를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자신의 불안을 먼저 가라앉히고, 호흡과 맥박이 안정된 상태에서 훈육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거리두기’가 어려운 외동아이 부모들에게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외동아이는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에 비해 성취동기가 높고, 부모와의 관계도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사랑과 기대를 받으며 자라기 때문에 자신감도 넘치고, 부모와의 밀착감 역시 큽니다. 다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관심의 중심이 부모에서 또래 집단으로 이동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부모의 욕구와 아이의 욕구는 점차 분리되어야 하며, 부모는 아이 삶의 계획자이자 실행자가 아니라 곁에서 돕는 ‘조력자’라는 점을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외동아이 #저출생대책 #여성동아
사진 박해윤 기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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