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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U

“모르는 어휘 나왔을 땐 사전 먼저 찾아보지 마세요”

누적 1억 뷰 ‘김주혜 국어’ 김주혜 원장

정세영 기자

2026. 04. 06

매 수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고난도 어휘들. 더 이상 ‘무조건 많이 외우면 된다’는 학습 패러다임은
통하지 않는다. 어떤 단어가 나와도 흔들리지 않을 전략적인 국어 공부법이 필요하다.



지문과 문제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올바른 정답을 찾기 위한 필수 요소는 ‘어휘력’이다. 어휘를 모르면 문학 작품은 물론이고 교과서의 개념조차 확실하게 이해하기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모든 과목에서 요구되는 독해력 역시 어휘력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독해력이 부족하면 특히 서술형 문제에서 자기 생각을 표현할 단어를 찾기 어렵고, 이는 저조한 성적으로 이어지게 된다. 어휘는 모든 과목의 토대다. 어휘 공부를 제대로 해놓지 않으면 다른 과목의 결과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김주혜 원장은 ‘김주혜 국어 학원’과 유튜브 채널 ‘김주혜 국어’를 운영하며 국어만 파고든 외길 인생의 노하우를 집대성하고 있다. 국어 및 교육학 정교사 자격증을 보유한 교육 전문가로, 대성학원과 메가스터디 등 대한민국 교육의 최전선에서 10년 넘게 수능 강의를 이어왔다. 어휘 공부의 본질을 파악하고 성적 향상을 위한 명쾌한 해결책을 제시한 그의 강의는 유튜브 채널 개설 1년 6개월 만에 25만 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최근에는 지난 10년간 평가원 기출 문제를 분석한 ‘시험 문해력 잡는 어휘 사전’을 출간하며 화제가 됐다.

김주혜 원장은 “어휘 공부는 사전적 뜻을 외우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각 단어의 쓰임을 이해한 뒤 출제 맥락의 흐름을 파악해야한다는 것. 김 원장을 만나 최근 10개년 기출 데이터 분석 결과 및 출제 빈도가 높은 핵심 어휘, 처음 보는 단어도 뜻을 알 수 있는 유추의 기술 등을 들었다. 

“국어는 집을 팔아도 안 된다”는 틀린 말

국어는 정말 성적을 올리기 어려운 과목일까요.



”국어는 집을 팔아도 안 된다”는 말이 있죠. 그 속에 이미 국어 성적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접근법이 들어 있어요. 집을 팔면 돈이 생깁니다. 돈으로 국어 성적을 올리려고 하니 당연히 안 되는 거죠. 국어 성적은 ‘집을 짓는 심정’으로 기초부터 차근차근 쌓아 올려야 해요. 시간과 노력을 들이면 국어 점수는 충분히 향상됩니다.

국어 점수가 저조한 학생들에겐 어느 정도의 공부 시간이 필요할까요.

평균 6개월이요. 제가 10년 이상 국어 수업을 하며 통계를 내어본 수치예요. 이 6개월은 가장 평범하게 학원도 다니고 적당히 내신 공부도 한 친구들을 기준으로 한 시간이에요. 모든 과목의 성적이 1등급이고 국어만 3등급인 경우에는 한 달 만에 국어 1등급이 나오기도 해요. 공부 습관과 국어 기초 체력이 많이 부족한 케이스는 1년도 넘게 걸리고요. 개인 편차가 조금씩 있지만 결국 국어 성적은 오릅니다. 

국어 성적 향상의 핵심은 무엇인가요. 

어휘력이요. 어휘는 시험에서 내비게이션과 같은 역할을 해요. 까다로운 주제의 비문학에서도 핵심 어휘 하나만 알면 글의 전체적인 흐름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는 것처럼요. 어휘력을 높이기 위해선 ‘지식과 습관’이라는 2가지 기둥을 동시에 세워야 합니다. 먼저 지식은 어휘력 쌓기부터 시작해야 해요. 고등학교에서는 1, 2학년 학생들에게 한자를 6급까지 외우게 해요. 이때 한자를 암기하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이 한자가 어느 단어에 사용되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즉, 한자를 기반으로 어휘를 확장하는 과정을 거치는 거죠. 내가 배운 한자가 어떤 단어를 만들고, 그 단어들을 시험에서 어떻게 사용할 수 있는지까지 함께 학습해야 합니다.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할까요.

대체로 공부 습관이 없는 친구들을 2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어요. 모든 걸 앉아서 하거나, 의자에 아예 앉아 있지를 못하는 경우로요. 첫 번째 유형은 공부, 핸드폰, 식사 등 모든 걸 앉아서 해결해요.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뇌는 정보의 중요도를 구분하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앉아 있는 게 습관이 된 친구들에게는 공부할 때만 앉고, 쉬는 시간에는 일어나는 연습을 시켜야 합니다. 앉아 있지 못하는 학생들은 앉아서 집중하는 시간을 체크하여 1분, 2분씩 늘려가야 하고요.

김주혜 원장은 유튜브 채널 ‘김주혜 국어’를 운영하며 어휘 공부의 본질을 파악하는 방법 및 성적 향상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김주혜 원장은 유튜브 채널 ‘김주혜 국어’를 운영하며 어휘 공부의 본질을 파악하는 방법 및 성적 향상을 위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어휘는 반의어 대립쌍을 주축으로 학습해야”

수능 10개년 필수 어휘를 분석하셨다고요. 출제 유형의 공통점은 무엇인가요.

반의어 대립쌍을 주축으로 한 문제가 출제되고 있다는 거요. 반의 관계가 있는 하나의 어휘를 찾으면 그 뒤의 내용까지 예측하며 읽을 수 있는 거죠. 예를 들어 앞부분에 일원적이 나오면 뒷부분에 다원적이, 앞에 절대적이 나오면 뒷부분에 상대적이 언급되는 방식으로요. 그래서 어휘 공부도 단어 하나가 아닌, 항상 대조되는 의미를 지닌 반의어 쌍으로 학습해야 합니다. 저는 이 대립쌍을 ‘필수 학습 도구어’라고 불러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는 모의고사 유형을 따라가고, 모의고사는 수능의 흐름을 이어가요. 결국 수능에 자주 나오는 필수 학습 도구어가 모든 시험에 나오고 있는 거죠. 

수능 출제 빈도가 높은 필수 학습 도구어를 뽑아주신다면요.

‘고유’와 ‘보편’이요. 문학, 비문학, 문법에까지 등장하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이들 단어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해요. 고유의 ‘고’는 고체를 뜻하는 굳을 고(固)를 씁니다. 이는 단단하게 굳어서 변하지 않는 나만의 성질을 뜻하죠. 수능에 ‘고유 주파수를 조절한다’라는 선지가 나온 적이 있어요. 이때 고유의 의미를 정확하게 안 친구들은 선지가 틀렸다는 걸 빠르게 찾았을 거예요. 고유한 것은 바뀌지 않으니까 고유 주파수를 조절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잖아요. 이에 반해 대립쌍인 ‘보편’은 널리 퍼져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것을 뜻합니다. 고유는 나만의 변하지 않는 것, 보편은 우리 모두에게 퍼져 있는 것이라고 머릿속에 확실히 범위를 정해놓으면 정답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가장 헷갈리는 어휘는 무엇인가요.

‘객관’과 ‘주관’이요. 어디까지가 객관이고 주관인지 그 기준을 헷갈려 하거든요. 이 대립쌍 역시 한자에서부터 접근해야 해요. 객관의 ‘객’은 손님 객(客)입니다. 쉽게 말해 손님의 시선을 객관이라고 부르죠. 그럼 누가 손님일까요? 누구나 다 해당합니다. 객관은 누가 봐도 동의할 수 있는 것을 지칭해요. 어떤 이가 보아도 확인할 수 있는 인물의 행동 등을 일컫죠. 반면 주관의 ‘주’는 주인 주(主)입니다. 모든 사람은 다 자기 생각의 주인이에요. 다시 말해 주관은 각자가 주인이 되는 관점을 말합니다. ‘내가 보았을 때 그는 매우 착해 보였다’는 나만의 생각인 주관적 서술입니다. ‘착하다’라는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따라서 1인칭 시점은 ‘나’의 시선으로만 바라보고 서술하니 주관적일 수밖에 없겠죠. 이렇게 객관과 주관은 정답, 오답을 가르는 핵심 어휘로 출제되고 있어요.

학생들이 꼭 알고 시험장에 들어갔으면 하는 어휘가 있다면요.

‘구체’와 ‘관념’이요. 출제 빈도가 높지만 학생들 대부분이 두 단어의 뜻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거든요. 단어에 대해 애매한 느낌만 가지고 있는 거죠. 구체란 시각, 청각, 촉각 등의 감각을 통해 확인할 수 있거나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뜻해요. 반대로 관념은 감정, 생각, 사상과 같이 존재는 하지만 직접 설명하기 어려운 표현이죠. 그래서 시인들은 이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을 구체화하여 전달합니다. 김영랑 시인이 쓴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한 구절인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에서는, 모란이 지고 나면 나의 시간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1’이라는 작은 숫자를 통해 구체화합니다. 또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라는 구절에는 똑같은 시간을 360이라는 큰 숫자로 구체화해 섭섭함의 크기를 전달하죠. 이렇게 어휘를 학습한다는 건 단순히 사전에 있는 뜻을 보는 것만이 아니에요. 어떤 방식으로 쓰이는지 쓰임새까지 파악해야 합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땐 사전을 찾아봐야 할까요.

사전을 찾아보기 전에 우선 어떤 의미의 한자일지, 어느 단어와 비슷할지 유추해보는 게 좋아요.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반드시 마주하는 단어가 ‘속세’입니다. 이는 고전문학에서 자연과 대비되는 부와 명예 등을 일컫죠. 이후 ‘속객’ ‘탈속적’ 등의 단어를 보면 “이 ‘속’ 자가 무슨 속 자지? 어느 단어에 있었던 ‘속’ 자였지?” 하며 알고 있는 한자 어휘를 기반으로 뜻을 유추해보는 거예요. 학생들이 알고 있는 대부분의 ‘속’ 자가 세속의 속(俗)뿐이기에 ‘세속’이라는 단어를 쉽게 떠올릴 거예요. 그럼 ‘속객’은 속세에서 온 손님, ‘탈속적’은 속세를 벗어남이라고 어휘를 확장해가며 공부해야 합니다.

국어가 모든 과목의 성적에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국어가 전체 성적을 견인하는 건 사실이에요. 보통 국어 성적이 오르면 다른 과목의 성적도 따라 오르거든요. 국어 공부를 하며 쌓은 어휘력은 과학, 영어, 수학 등 모든 과목에 응용할 수 있어요. 과학에서 원자와 분자가 각각 근원 원(原)과 나눌 분(分)을 쓴다는 걸 알면, 분자는 나눌 수 있고 원자는 근원적인 존재라 더 이상 나눌 수 없다는 걸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요. 영어에서도 to 부정사가 아닐 부(不)에 정할 정(定)을 써서, 역할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은 말이라는 걸 깨달았다면 무턱대고 해당 원칙을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수학에서도 정수가 정돈할 정(整)을 써서, 수를 나누었을 때 나머지 없이 몫만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수라는 걸 알면 그 의미가 머리에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있죠. 

모든 과목의 어휘를 한 글자씩 따져가며 공부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나요.

맞아요. 그래서 성적 올리기가 어렵고 좋은 대학 가기가 힘든 거예요. 어휘력을 높여서 성적을 올리고 대학을 잘 간 친구들은 이 힘든 과정을 이겨낸 학생들입니다. 보통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들은 아는 것과 느낌만 아는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고 넘겨버려요. 하지만 성적이 오르는 친구들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 느낌만 아는 것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확인합니다. 그러니 질문이 많을 수밖에 없죠. 자기가 알고 있는 게 맞는지 확인해야 하니까요. “이렇게 해석하는 게 맞나요?”라며 자신의 이해를 점검하고 질문하는 행동이 어휘를 잘 쌓아서 성적을 올리는 친구들의 공통점인 것 같아요.

꾸준히 독서를 해온 학생들의 어휘력은 따라잡기 어려울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건강을 위하는 길에는 장기적인 운동과 식단도 있고, 단기적인 치료도 있잖아요. 독서와 어휘 공부도 이 둘의 관계와 같습니다. 독서를 통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어휘력을 늘릴 수도 있지만, 공부를 통해서도 단기적으로 어휘력을 향상할 수 있어요. 그러니 어릴 때 책을 많이 읽지 않았다며 포기하지 말고, 시험에 나오는 어휘들을 먼저 학습하길 바라요. 어휘는 짧게는 시험을 위한 도구이자, 길게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도구예요. 태어날 때부터 이 도구를 다 가진 사람은 없어요. 고등학교 때도 얼마든지 습득할 수 있죠.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어휘라는 도구가 없기 때문에 국어 성적이 저조한 거예요. 부족한 도구는 마련하면 됩니다. 앞서 언급한 공부 방법을 중심으로 기출 어휘를 분석해놓은 책과 교재 등을 적극 활용하길 바라요. 

#언어공부 #국어공부 #어휘력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출처 유튜브 ‘김주혜 국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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