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왔다! 장보리’ 당당한 인기 주역 비단이, 김지영

“지는요, 연기할 때 젤로 행복하구먼요”

글·김지영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MBC SBS 제공

2014. 09. 15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와 나이답지 않은 감성 연기로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한다. 아역 배우 김지영이 안방극장의 섭외 1순위로 떠오른 이유다.

‘왔다! 장보리’ 당당한 인기 주역 비단이, 김지영
아역 배우 김지영(9)은 화면으로 볼 때보다 실제 모습이 훨씬 깜찍하고 예뻤다. 지영이는 예쁘다는 칭찬에 “감사합니다”라고 깍듯이 인사했다.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 구사하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아닌 서울 말씨였다.

“처음엔 연기 선생님에게 전라도 사투리를 이틀 정도 배웠는데, ‘보리 엄마’(오연서)와 할머니(황영희)도 사투리를 쓰시니까 사투리가 귀에 쏙쏙 들어오면서 입에 붙더라고요. 이제는 집에서도 사투리가 튀어나와요(웃음).”

다섯 살 때부터 CF 따라 하며 연예인 꿈꿔

‘왔다! 장보리’ 당당한 인기 주역 비단이, 김지영

1 2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에서는 전라도 사투리를 능청스럽게 구사하는 도비단을 열연 중이다. 3 SBS 주말드라마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이지아의 딸로 출연한 김지영(오른쪽).

한동안 10% 중반대를 유지하던 ‘왔다! 장보리’ 시청률은 지영이가 등장하면서 조금씩 상승해 현재는 30%를 넘어섰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가운데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셈. 극 중에서 연민정(이유리)의 친딸이자 장보리의 양딸인 도비단 역을 맡은 지영이는 당찬 언행과 감칠맛 나는 사투리 연기로 출연진은 물론 시청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극 중 도비단은 다섯 살짜리 유치원생이다. 하지만 엄마 보리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재화(김지훈)에게 “울 어매랑 싸우고 화가 안 풀어지면 자장면 비벼주면 돼야. 나가 천천히 다 가르쳐줄랑께”라고 일러줄 정도로 속이 깊다. 보리가 아이 딸린 미혼모라는 이유로 결혼을 반대하는 이재화의 부모에게는 “엄마가 결혼하믄 지는 안 따라갈 거니께 걱정하지 말랑께요”라고 말해 보는 이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초등학생이 유치원생을 연기하는 소감을 묻자 어른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원래 제가 나이에 비해 키도 작고 얼굴도 어려 보이잖아요. 마냥 어리광피우는 유치원생 역이라면 기분 나쁠 수도 있는데 비단이는 어린데도 엄마를 생각하는 착한 아이라서 연기하기가 좋아요. 실제로 저도 엄마 말을 잘 듣는 편이에요(웃음). 촬영하느라 예민해져 있을 때는 가끔 말을 안 듣지만요.”

지영이는 SBS 월화드라마 ‘유혹’에도 출연 중이다. 지난해 방송한 SBS 주말극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이후 출연 제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를 집필한 김수현 작가는 지영이에 대해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생활을 하는 것이다. 타고난 연기자다”라고 평가했다.

지영이의 ‘타고난’ 연기력은 다섯 살 때부터 빛을 발했다. 어머니 권은혜(35) 씨에 따르면 지영이는 그때부터 CF 장면을 똑같이 따라 하며 TV에 나오고 싶어했다. 걸 그룹의 춤과 노래를 흉내 내는 것도 좋아했다. 왜 따라 했냐고 물었더니 지영이는 “TV에 나오는 사람들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며 “화장품 광고 모델이 되게 예쁘고 근사해 보여 따라 했다”고 말했다.

작은딸의 소망을 외면할 수 없던 권씨는 2010년 지영이를 연기 학원에 보냈고, 지영이는 6개월 뒤부터 오디션을 볼 때마다 배역을 따냈다. 데뷔작은 2011년 화제를 모은 영화 ‘도가니’. 이 작품에서 공유의 딸로 잠깐 나온 후 그해 영화 ‘오늘’에선 송혜교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고, 이듬해 한중 합작 영화 ‘미스터 고’, SBS 드라마 ‘내 인생의 단비’와 OCN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 시즌2’에 출연했다. 어린 나이에 다양한 작품을 경험한 지영이는 연기하는 재미에 점점 더 빠져들었지만 권씨는 “지영이를 쫓아다니는 게 힘에 부쳤다”고 털어놨다.

“인천에 살다 보니 촬영장을 오가는 게 만만치 않았어요. 몸도 힘들고 큰딸에게 신경을 못 써주는 게 미안해서 중간에 그만두자고도 했는데 지영이가 계속하겠다고 했어요. 큰딸도 동생이 TV에 나오는 걸 반기고요. 아이들이 좋아하니 더는 말릴 수가 없었죠.”

연예인이 선망의 대상이 되면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연기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아역 배우의 오디션 경쟁도 날로 치열해지는 추세다. 권씨는 “요즘은 아역 배우를 뽑는 오디션의 경쟁률이 보통 1000:1”이라며 “1천명 중에서 가장 잘해야 뽑힐 수 있으니 아이가 심적으로 많이 부담스러울 텐데도 힘들다는 내색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영이도 도비단 못지않게 야무지고 속 깊은 딸이라고 한다. 권씨는 “지영이가 마음 쓰는 게 어른 뺨치는 수준”이라고 했다.

“아이가 가끔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해서 저를 감동시켜요. 최근 제가 몸살이 나서 며칠 병원에 다녔어요. 그게 마음에 걸렸는지 촬영하면서도 자꾸 걱정하고 신경을 쓰는 거예요. ‘엄마, 나 혼자 세트장에 들어가서 알아서 다 할 테니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쉬고 있어’라고 하면서요. 그렇게 저를 챙겨줄 때마다 고맙고 대견하죠. 힘들어도 투정 부리지 않고 늘 잘하려고 하는 게 안쓰럽기도 하고요.”

‘왔다! 장보리’ 당당한 인기 주역 비단이, 김지영
두 드라마 촬영 스케줄을 소화하기가 만만치 않아 학교생활을 등한시할 줄 알았는데 실상은 달랐다. 촬영이 아침 일찍 시작돼 등교하기 힘들 때가 많지만 “1~2교시 수업만 하고 조퇴하는 한이 있더라도 웬만하면 촬영장보다 학교에 먼저 간다”는 것. 지영이는 “학교에 가면 연기할 때처럼 수업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데 간혹 졸 때도 있다”며 “선생님한테 혼나지는 않았지만 죄송했다”고 고백했다. 또 학교보다 촬영장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 서먹한 교우 관계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학교에 자주 안 가서 친구를 많이 못 사귀었어요. 그래도 제 나름대로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했더니 친한 친구가 한두 명 생겼어요(웃음).”

출석률은 낮아도 학교 성적은 늘 상위권이다. 권씨는 “지영이가 학교 진도를 따라가려고 문제집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촬영장에서도 틈틈이 푼다”고 귀띔했다. 이를 듣던 지영이는 “연기와 공부를 같이 하려면 힘들긴 한데 욕심이 많아서 공부도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책을 좋아해서 그런지 국어와 사회 과목을 특히 좋아해요. 다른 아이들은 과학을 좋아하는데 저는 그 과목을 왜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

뛰어난 대사 암기력은 독서 습관 덕분

지영이는 암기력도 천부적이다. ‘왔다! 장보리’에서 주인공 못지않게 많은 대사를 거뜬히 소화하는 것도 그 덕분이다.

“저는 대본을 받으면 한번 읽고 나서 연기를 해본 다음에 기억이 잘 안 나는 부분을 머릿속으로 그려요. 아니면 안 외워지는 단어를 수차례 반복해서 되뇌고요. 그럼 대사가 잘 외워지더라고요. 대사량이 엄청 많을 때는 대사가 잘 안 외워져서 속상한데, 저녁에는 잘 안 외워지던 대사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면 속사포처럼 술술 나와요. 한번은 제가 영화 오디션을 보려고 한 장면을 써서 밤에 외우려고 했는데 안 외워지더라고요. ‘내일이 오디션인데 어떡하지?’ 하며 잠들었는데 다음 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그것부터 외워봤더니 대사가 막 튀어나오는 거예요(웃음).”

지영이의 어머니 권씨는 암기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독서를 권하며 “아이가 말을 빨리 배운 것도 독서 덕분”이라고 했다. 지영이는 “책을 워낙 좋아해서 시간이 나면 앉은 자리에서 몇 권씩 읽는다. 촬영장에 갈 때도 가방에 두세 권을 챙겨넣는다”고 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제가 책을 좋아했대요.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시리즈 책이 있는데 그중 한 권은 통째로 외웠어요. 언니는 책을 마음으로 읽었지만, 저는 책을 대본처럼 느낌을 살려가면서 소리 내 읽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러면 제가 진짜 책 속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지영이에겐 책만큼 좋아하는 게 또 있다. 바로 걸 그룹. 지영이는 “남자 가수보다 여자 가수를 좋아한다”며 소녀시대와 걸스데이, f(x) 등 여러 걸 그룹의 이름을 떠올렸다. 춤 솜씨도 수준급이라는 이 아이. 머지않아 걸 그룹으로 데뷔하는 건 아닐까.

“전에는 아이돌 가수를 워낙 좋아해서 가수를 꿈꾸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노래에는 소질이 없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연기가 가장 잘 맞고 연기할 때 가장 행복해요. 제 롤 모델이 배우 하지원 언니예요. 예전에 한번 본 적이 있는데 성격이 좋고 연기를 정말 잘해서 존경하게 됐어요. ‘시크릿 가든’이라는 드라마에서 어떤 때는 멋지게, 어떤 때는 슬픈 느낌이 들게 연기하시는 모습을 인상 깊게 봤어요. 드라마 ‘기황후’ 때는 하지원 언니가 출연하는 신을 너무 집중하면서 봐서 눈이 빠지는 줄 알았어요. 언니가 정말 좋아요. 언니랑 작품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요(웃음).”

지영이는 추석날 대보름달이 뜨면 어떤 소원을 빌고 싶을까. 처음에는 “비밀”이라더니 이내 소망을 말한다. “더 열심히 해서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아홉 살 지영이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의 기준이 궁금했다. 아이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답을 내놨다.

“성격도 좋고 어떤 배역이든 다 잘하는 배우, 싹싹하고 예의 바른 배우요.”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고 했던가. 가까이서 지켜본 지영이는 될성부른 나무였다.

‘왔다! 장보리’ 당당한 인기 주역 비단이, 김지영
의상&장소협찬·박술녀한복

헤어·이은설

메이크업·오현미(샵 바이라)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