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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WHY

국세청의 결혼 축의금

editor 정희순

2017. 02. 20

#tax #wedding #poor #cost

정부가 혼인을 장려하겠다며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올해부터 3년 내에 결혼하면 최대 1백만원까지 세금을 감면해주겠다는 것. 정부가 발표한 ‘혼인세액공제’에 따르면, 총급여 7천만원 이하 근로자 혹은 종합소득 금액 5천5백만원 이하의 종합소득자가 결혼하면 1인당 50만원의 세금을 돌려받는다. 이 같은 제도는 재혼 부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싱글들의 손에 직접 돈을 쥐여주며 ‘결혼하라’고 슬며시 제안하는 셈이다.

정부는 ‘만혼’과 ‘비혼’을 해소하겠다며 이 같은 정책을 내놨다. 만혼과 비혼은 저출산과 국내 생산 가능 인구 감소를 야기한 주범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런 회유책이 실제 결혼 적령기를 맞은 이들에게 얼마나 달콤한 유혹으로 들릴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분석이 많다. 오는 4월 결혼을 앞둔 30대 직장인 남성 A씨는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얼마인데 고작 1백만원으로 결혼을 결정하겠느냐. 결혼식을 치르는 비용만도 3천만원 이상이 예상된다”며 어이없어했다. 순수 결혼 비용만을 따졌을 때도, 1백만원이라는 ‘미끼’는 터무니없는 떡밥이라는 얘기다.

세법 개정안의 허점이 비단 ‘적은 액수’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과거 결혼과 연애, 출산을 포기했다던 3포 세대는 지속적인 경기 불황으로 인해 취업과 내 집 마련, 인간관계 등까지 포기하는 N포 세대로 전락한 지 오래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청년층의 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국내 취업자 1인당 연평균 노동시간이 회원국 평균보다 347시간 많다는 결과가 나왔다. 연애 자체도 힘들뿐더러 운 좋게 취업과 연애, 결혼의 관문을 넘었다 하더라도 행복한 가정생활을 유지하기는 버거운 환경인 셈이다.  

‘돈 없어서 결혼 못 해요’라는 말에 ‘결혼하면 1백만원 깎아줄게’라는 피드백이 돌아왔다니 참 답답하다. 차라리 ‘치킨을 사면 치킨 무는 공짜’라는 말이 더 솔깃하게 느껴진다.



사진 지호영 기자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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