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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law 이재만 변호사의 여성 로스쿨

굿 값도 환불이 되나요?

2017. 02. 17

무속인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굿을 했으나 효험을 보지 못했을 경우,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Q  2년 전 무속인 A씨에게 신년 운세를 보러갔다가 남편 사업이 어려워질 거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용하다고 소문난 무속인이었고, 집안의 소소한 내력까지 속속들이 알아맞히는 바람에 믿지 않을 수 없어 1천만원을 들여 액운을 쫓는 굿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집터에 살이 꼈다, 조상의 묫자리를 잘못 썼다고 말하며 굿을 하기를 종용했고, 그가 가져간 굿과 부적 비용이 3천만원이 넘습니다. 올 초 다른 무속인을 찾아갔더니, A씨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더군요. 속았다는 생각이 드는데 A씨에게 사기죄가 적용될지, 또 이미 굿값으로 지불한 돈은 돌려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요.

 A  효험이 없는 굿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속인에게 사기죄가 성립되지는 않습니다. 사기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을 속여서(기망) 착오를 일으키게 하고 재산상 이익을 취해야 합니다. 그러나 굿을 비롯한 무속은 근본 원리나 성격이 과학적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정신적인 세계를 전제로 하여 성립된 민간신앙으로, 법원은 사람들이 무속을 실행하는 건 반드시 어떤 결과의 달성을 요구하기보다는 그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 또는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속인이 “굿을 하면 액운을 쫓을 수 있다”고 하였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속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무속 행위를 한 이상, 효험이 없었다손 치더라도 무속인이 굿의 요청자를 기망한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해 9월, ‘굿을 하면 3개월 내에 아이가 생긴다’ ‘공황장애 증상이 나을 것이다’라고 거짓말을 해 피해자에게서 약 1년 6개월 동안 총 9회에 걸쳐 약 2억6천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에 대해 이와 같은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무속인이 “굿을 하지 않으면 불행이 닥친다”고 말하며 굿을 적극 권유한 경우, 굿값 명목으로 받은 돈이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형성된 금액에 비추어 지나치게 과다한 경우, 별다른 근거도 없이 “기도가 모자라 더 필요하다”는 식으로 피해자에게 말하여 굿값을 추가로 받은 경우, 굿을 지나치게 자주 실시한 경우, 돈을 받았으면서도 실제로 굿을 실행하지 않은 경우 등으로, 만일 이러한 사정이 인정된다면 법원은 해당 무속인이 종교 행위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무속 행위를 가장하여 피해자로부터 돈을 편취하였다고 보고 사기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고등법원은 “굿을 하지 않으면 불행이 닥칠 것이다”라고 적극 권유해 약 2년 5개월 동안 굿값으로 17억원을 받아간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에게 사기죄를 인정하고 징역 2년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질문자로부터 3천만원이 넘는 돈을 받아간 무속인 역시 위의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되어 사기죄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형사 고소와 아울러 피해 금액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청구 등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재만
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리틀 로스쿨〉 〈주니어 로스쿨〉 〈진심은 길을 잃지 않는다〉의 저자. ‘아는 법이 힘’이라고 믿고 강연, 방송, 칼럼을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

기획 여성동아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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