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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저속 노화, 체중 감량은 근육에 달렸어요”

유혜미 성형외과 전문의

전혜빈 기자

2025. 12. 19

중년기 다이어트는 청년기 때와 분명히 다르다. 아무리 굶어도 늘어난 뱃살은 줄어들지 않고, 한 끼만 굶어도 푹 꺼진 얼굴에 탈모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중년 다이어트의 핵심을 짚어봤다.



혈기 왕성한 20대 땐 무작정 굶어도 살이 빠졌지만, 중년기에는 살이 빠지기는커녕 자칫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있다. 다이어트는 ‘가속’하고 노화는 ‘저속’으로 진행하는 법을 유혜미 BIO성형외과 원장에게 물었다. 유 원장은 베스트셀러 ‘저속노화 다이어트의 정석’ 저자로 효과적인 다이어트법을 연구해 이를 환자들에게 제안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두 달 만에 11kg을 감량한 후 이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있는 다이어터다. 유 원장은 “30대에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하면서 불규칙한 생활 패턴으로 살이 쪘다”며 “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 잠을 깊게 자고 단백질 셰이크 등으로 식단을 지키니 건강하게 살이 빠졌다”고 말했다. 

중년 다이어트, 핵심은 기초대사량

중년기와 청년기의 다이어트에서 가장 다른 점은 뭔가요.

20대에는 무작정 굶고 운동만 열심히 해도 살이 잘 빠졌죠. 하지만 나이가 들면 ‘기초대사량’이 급격히 줄어요. 몸이 지방을 태우는 속도도, 근육이 붙는 속도도 느려지는 거죠. 그래서 똑같이 다이어트해도 살이 덜 빠지는 거예요. 소위 말하는 ‘나잇살’이 잘 빠지지 않는 몸이 됩니다.

기초대사량을 회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가장 중요한 것은 ‘유산소 운동’입니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몸이 지방을 태우는 모드로 진입해 살이 잘 빠집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식단’입니다. 효소나 선식 등 다이어트 식품보다는 단백질 셰이크를 드세요. 단백질과 비정제 탄수화물 위주로 포만감이 오래 유지되는 식단을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에서 “걷기 운동은 못 걷는 노인이 해야 운동이다”라고 하셨어요. 걷기 운동은 다이어트에 효과가 없는 건가요.

걸을 수 있는 사람에게 ‘걷기’는 일상생활이잖아요. 평소 하던 것보다 한 단계 위의 운동을 해야 살이 빠져요. 약효가 나타나려면 일정 용량이 필요하듯, 운동도 그 ‘용량’을 채워야 합니다. 살을 빼려면 심장을 빨리 뛰게 하는 운동이 필요해요. 사람의 최대 심박수는 220에서 본인의 나이를 뺀 값입니다. 최대 심박수의 60~70% 정도에 이를 정도로 운동해야 효과적인 다이어트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에 적절한 식단은 무엇인가요.

만약 몸무게가 60kg이라면 하루 최소 60g의 단백질을 드셔야 해요. 이 양을 아침, 점심, 저녁 세 번으로 나눠 드시면 됩니다. 단백질 20g을 섭취하려면 하루 달걀 3개, 닭가슴살 100g을 먹어야 합니다. 특히나 아침에는 가능한 한 단백질 위주로 식사할 것을 권합니다. 탄수화물은 최대한 피해주세요. 왜냐하면 아침같이 오랫동안 공복인 상태에서 탄수화물을 먹으면 혈당이 높아지기 쉽거든요. 아침에 혈당 스파이크가 오면 하루 종일 배가 고파요. 다만 점심과 저녁에 고구마, 호박, 오트밀 등 비정제 탄수화물을 단백질과 함께 드시는 것은 추천합니다.

채소 위주의 식단을 권하지 않으시는 건가요.

인문계 입시 공부로 치자면 단백질과 비정제 탄수화물이 ‘국영수’ 교과목에 해당하고요. 채소는 예체능 계열의 활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채소도 필요하지만, 채소만 먹으면 근육이 빠지거든요. 그래서 중년기 다이어트 식단의 핵심은 단백질과 비정제 탄수화물입니다.

원장님의 아침 식단은 어떻게 되나요.

저는 단백질 파우더를 섭취합니다. 그리고 방탄커피 한 잔을 곁들입니다. 방탄커피는 아메리카노에 기버터(정제버터)와 MCT오일(탄소가 6~12개인 지방산으로 이루어진 기름)을 넣은 거예요. 버터가 포만감을 주고 MCT오일이 몸을 케토시스로 바꿔줍니다. 케토시스는 몸의 주 에너지원이 지방이 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한마디로 살이 잘 빠지는 모드로 몸이 전환되는 것이죠.

다이어트 시 물을 마시는 것도 중요하다고요.

혈액 속에 물이 많아야 심장 펌핑이 잘되고 혈액순환이 잘 이루어집니다. 물을 잘 마시면 대사가 원활해지고 살이 수월하게 빠지는 상태가 되는 것이죠. 여기서 전하고 싶은 팁은, 따뜻한 물보다 찬물을 드시라는 겁니다. 몸이 차가워지면 체온을 올려주는 보일링 이펙트가 작용합니다. 몸이 스스로를 데우기 위해 칼로리를 소모하고, 곧 지방이 빠지게 됩니다.

탈모, 얼굴 꺼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이 충분한 식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탈모, 얼굴 꺼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이 충분한 식단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얼굴 꺼짐, 탈모에 맞서는 법

중년기 다이어트에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얼굴 꺼짐’인 것 같아요.

얼굴 꺼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근육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나 굶는 다이어트를 하면서 근육을 유지하지 못하면 눈 밑, 옆 볼, 관자놀이, 팔자주름 부위 볼륨이 사라지는데요. 관자놀이와 턱은 씹는 근육입니다. 고기 같은 음식을 계속 씹어줘야 관자놀이와 턱의 근육이 발달하고 지렛대 역할을 하면서 얼굴 전체를 끌어올려요. 눈둘레근과 옆 볼에 있는 근육도 자주 웃는 연습을 하면 발달하죠. 무엇보다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꾸준히 유지해서 몸 전체의 근육 소실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얼굴 꺼짐 때문에 필러를 고려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이때 좋은 필러를 고르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제일 예쁜 얼굴은 가만히 있을 때는 평평함이 유지되다가 웃거나 다른 표정을 지었을 때 자연스러운 볼륨이 올라오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요. 필러를 잘 활용하는 법은 가만히 있을 때 파인 부분을 자연스럽게 메워주는 것입니다. 사실 요즘 필러의 재료는 다 비슷해서요. 무엇보다 필러를 넣는 의사 선생님의 기술이 가장 중요합니다. 좋은 손기술을 가진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시술받는 것이 효과적이죠.

필러 말고 추천하는 시술이 또 있나요.

너무 얇은 피부에 필러를 넣으면 내용물이 비치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레디어스나 스컬트라 등 콜라겐 부스터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피부 자체를 도톰하고 탄력 있게 해주는 시술인데요. 요즘은 피부 밑에 인공물을 채워서 볼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피부 자체를 재생하는 시술이 더 인기가 많습니다.

탈모 역시 중년 다이어트에 동반되는 현상이죠.

살을 빼면 콜라겐도 빠집니다. 머리카락은 하나의 매트리스 구조인데, 콜라겐이 줄면 지지력이 약해져 탈모가 발생합니다. 이때 콜라겐과 함께 비타민 C, 비오틴 등 영양제를 섭취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비타민 C는 콜라겐 합성을 8배나 높이거든요. 

외모는 ‘멋 부림’보다 ‘수련’에 가깝다고 하셨죠. 그만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일까요.

네, 맞아요. 저는 ‘내일 어떤 얼굴이나 몸매를 가질까’보다는 ‘이 얼굴로, 이 몸으로 100세까지 어떻게 살아갈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시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소림사에서 수련하듯 오랜 시간 다듬고 쌓아가는 과정이죠. 그래서 규칙적인 생활, 균형 잡힌 식단, 충분한 숙면, 그리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습관이 기본이에요. 그렇게 노력해도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면, 그때는 의학적인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위고비나 마운자로 등 비만 치료제를 활용하면 식단, 운동이 필요 없나요.

위고비나 마운자로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근 감소입니다. 장기간 사용 시 어깨와 팔 근육이 너무 빠져서 물건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힘든 분들도 있어요.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맞으면서도 단백질을 아침, 점심, 저녁으로 나눠 잘 챙겨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비정제 탄수화물도 적당량 잘 드시면서 숙면을 취해 면역력을 지켜내야 합니다. 다이어트에 지름길은 없습니다.

운동, 식단이 중요한 건 아는데 실천이 어려운 것 같아요.

특히 중년에 들어서면 자기 몸을 가꿀 시간이 없거든요. 저 같은 워킹맘들은 자녀도 돌봐야 하고 일도 해야 하죠. 그렇지만 저는 엄마들이 조금 더 이기적으로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을 돌보는 만큼 자신을 돌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아이가 남긴 음식 드시지 마시고요. 꼭 예쁜 그릇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담아 드세요. 식사를 챙기는 것이 어렵다면 단백질 셰이크나 음료, 방탄커피 분말 등으로 건강한 식단을 꼭 짜서 드시길 바랍니다.

당장 독자들이 실천할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이 있다면요.

혈당 측정기를 사서 몸에 달아보세요. 그럼 자기가 먹는 모든 음식의 ‘점수’가 보이거든요. ‘이 음식이 내 혈당을 이만큼 올렸구나’ ‘이 음식은 혈당을 안정시키는구나’를 알게 됩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노화와 다이어트의 적을 알면 이를 피할 수 있으니까요. 아침에 과일을 갈아 먹거나 요구르트를 드시기보다는 단백질 위주의 식단을 실천하는 게 얼마나 저속 노화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지 알게 될 것입니다. 

#중년다이어트 #얼굴꺼짐 #탈모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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