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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interior

식집사 부부의 힐링 하우스

백민정 프리랜서 기자

2022. 07. 07

온통 파랗지 않아도 시원해 보이는 집이 있다. 눈에 걸리는 것 없이 탁 트인 공간, 푸른 식물과 나뭇결이 그대로 살아 있는 내추럴한 원목이 공존하는 곳. 식물을 사랑하는 김종우 · 이호연 부부의 162㎡ 아파트에서 여름 인테리어의 해답을 찾길 바란다.

몰딩과 아트 월 등 장식 요소를 모두 배제하고, 마감재와 가구는 밝은 색상으로 선택해 넓고 쾌적해 보이는 공간을 만들었다.

몰딩과 아트 월 등 장식 요소를 모두 배제하고, 마감재와 가구는 밝은 색상으로 선택해 넓고 쾌적해 보이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 집은 저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어요. 초등학교부터 대학 입학할 때까지 청소년 시절을 온전히 이곳에서 보냈거든요. 어릴 적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집에서 제가 낳은 아이도 자란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네요.”

이호연 씨의 얘기다. 그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가족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했고, 이후 이 집엔 계속 세입자가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 이호연 씨가 김종우 씨와 결혼하며 부모님으로부터 집을 구입해 다시 입주하게 된 것이다.

“결혼 후 신혼살림을 꾸린 첫 집은 경기도 동탄의 아파트였어요. 신축 아파트여서 공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지만,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남편의 출퇴근이 힘든 게 흠이었죠. 남편이 좀 더 편하게 출퇴근할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고민하던 중, 이 집에 거주하던 세입자 분들의 이사 소식을 접했어요. 문득 여기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교통편 등 인프라가 좋고, 24년 된 구축 아파트이긴 해도 크기가 커서 아이를 키우기 좋을 것 같았거든요. 집은 새로 짓지 않는 이상 구조 자체를 바꿀 수는 없으니 기본 구조도 꼼꼼히 살폈어요. 교통편 등 인프라, 집의 규모와 기본 구조, 가격 등 평소 생각하던 조건을 모두 비교해보고, 이 집을 저희 가족의 두 번째 집으로 최종 선택했죠.”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이호연 씨는 모아두었던 레퍼런스 중 가장 구현하고 싶은 시안들을 추렸다. 이후 마음에 두고 있던 시공 업체 몇 곳을 찾아가 미팅을 진행했고, 그 중 자신의 스타일을 가장 잘 이해하고 가격과 일정 등 부수적인 조건도 맞는 업체를 선정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공간마다 식물을 자유롭게 놓아둘 생각이었어요. 또 우리가 갖고 있는 소품이나 가구 대부분이 내추럴한 것들이라 집의 주조색은 우드앤화이트로 요청 드렸죠. 서재에서 창을 통해 바깥을 바라봤을 때 작은 화원을 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서재 베란다에 화단을 설치해달라는 말씀도 드렸고요. 이런 식으로 제가 원하는 디자인을 설명드리면 실장님이 실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조금씩 변형한 제안을 다시 해주셨는데, 그 덕에 디자인과 편리성 모두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유로운 현관과 거실

반려견 두 마리를 위한 화장실을 베란다에 두고 거실엔 반려견이 오가는 통로를 만들었다.

반려견 두 마리를 위한 화장실을 베란다에 두고 거실엔 반려견이 오가는 통로를 만들었다.

“신축 아파트와 구축 아파트의 가장 큰 차이는 수납공간인 것 같아요. 요즘 짓는 아파트는 팬트리, 전실, 드레스 룸, 붙박이장 등 수납공간을 정말 잘 만들잖아요. 이전 집에서 다양한 수납공간에 매우 만족했던 터라 이번 시공에서도 신발장, 붙박이장 등을 여유 있게 제작하려고 노력했어요.”

중문을 열고 들어와 거실로 향하는 통로. 빈 벽에 히든 수납장을 만들어 두었다(왼쪽). 단차를 둔 바닥과 식물 화분, 고재 느낌의 벤치만으로 여유롭게 꾸민 현관.

중문을 열고 들어와 거실로 향하는 통로. 빈 벽에 히든 수납장을 만들어 두었다(왼쪽). 단차를 둔 바닥과 식물 화분, 고재 느낌의 벤치만으로 여유롭게 꾸민 현관.

김종우 · 이호연 부부의 노력과 그에 따른 결과물은 현관에서부터 빛을 발한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보이는 것은 단차를 둔 바닥과 식물 화분, 그리고 고재 느낌의 벤치뿐이다. 개방감 있는 현관은 집의 첫인상을 쾌적하게 만들어준다. 여유로운 현관을 지나 코너를 돌면 양쪽으로 넓은 신발장이 나타난다. 원래는 실내 공간이었지만 중문 위치를 옮겨 현관을 넓히고 신발 수납공간을 마련한 것. 불필요한 곳을 영리하게 사용한 덕에 현관은 여유로워졌고, 수납공간은 넉넉해졌다.

“시공 전 저희 집 거실은 구축 아파트의 특성상 천장이 낮았어요. 또 과거 인테리어 트렌드였던 아트 월이 가벽 형태로 설치돼 있어 평수에 비해 좁아 보였죠. 저희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쾌적한 느낌의 거실을 원했기에 일단 몰딩과 아트 월 등 장식 요소를 모두 걷어냈어요. 천장은 단을 없앤 후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높였고요. 바닥은 키우는 강아지 두 마리가 다닐 때 최대한 미끄러지지 않도록 포셀린 타일로 시공했어요. 멜란지 그레이 컬러 포셀린 타일과 화이트 벽지, 여기에 정남향이라 채광이 좋은 우리 집 특성까지 더해지니 거실이 한결 화사하고 여유로워 보이더라고요. 소파 외에 큰 가구를 놓지 않은 것도 공간이 넓어 보이는 데 한몫한 것 같고요.”

선인장 화원이 보이는 서재

서재 창문은 화단의 식물을 바라볼 수 있게끔 크게 만들었다.

서재 창문은 화단의 식물을 바라볼 수 있게끔 크게 만들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스트레스 해소책으로 꽃꽂이를 시작했어요. 꽃을 만지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힐링이 되더라고요. 꽃이 좋아지면서 식물에도 관심이 생겨 오랜 시간 취미로 꽃꽂이, 홈 가드닝을 이어오다 몇 년 전에는 식물 카페를 운영하기도 했죠. 지금은 출산한 지 얼마 안 돼 카페는 운영하지 않고 있지만, 식물에 대한 애정은 변함없어요. 그래서 집에 꼭 만들고 싶었던 것이 바로 화단이에요.”

화단에는 물 주는 주기가 길고 관리하기 쉬운 선인장을 심었다. 다양한 종류의 선인장을 심은 덕분에 이국적 인테리어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화단에는 물 주는 주기가 길고 관리하기 쉬운 선인장을 심었다. 다양한 종류의 선인장을 심은 덕분에 이국적 인테리어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김종우 · 이호연 부부 집에서 가장 눈이 가는 곳은 서재다. 서재에 들어섰을 때 창문을 통해 보이는 선인장 화단이 무척 아름답기 때문.

“시공을 맡아주신 실장님과 미팅할 때 가장 먼저 말씀드린 곳 중 하나가 베란다 화단이에요. 화단은 반드시 서재 창을 통해 보였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죠. 서재가 단순히 책만 읽는 곳이 아닌, 그린 테라피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했거든요. 그래서 책상도 창밖 화단을 바라볼 수 있도록 길게 설치했어요. 이곳은 멍하게 식물을 바라보고, 책도 읽고, 차도 마실 수 있는 저희 부부의 힐링 스폿이에요.”

이호연 씨가 베란다에 화단을 만들어 식물을 키우기로 결정한 것은 분갈이 등 손이 많이 가는 화분에 비해 유지와 관리가 쉽기 때문. 베란다 화단에 심을 식물로 선인장을 선택한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다.

“아파트는 식물 기르기에 적합한 공간이 아니에요. 식물이 잘 자라려면 통풍, 채광, 물주기 이 세 가지가 잘 이뤄져야 하죠. 하지만 실내에서 이것을 모두 충족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저는 늘 집에 식물이 많았으면 하고 바랐지만, 아이가 태어난 뒤엔 관리가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화분보다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는 화단을 생각해낸 거예요. 문제는 화단에 흙이 많아서 한번 물을 주면 오랜 시간 수분을 머금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 벌레가 쉽게 생길 수밖에 없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자주 물을 주지 않아도 되는 선인장을 선택했답니다.”

호텔식 침실과 공간 활용도가 높은 주방

유니크한 디자인의 테이블과 조명이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다이닝 룸.

유니크한 디자인의 테이블과 조명이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다이닝 룸.

“침실은 호텔방처럼 꾸미고 싶었어요. 침실에 들어서면 마치 ‘호캉스’를 온 듯한 느낌을 받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TV를 설치하고, 욕실에는 넉넉한 크기의 조적식 욕조를 시공했죠. 부부 욕실이 집 크기에 비해 좀 좁은 편이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면대 위치를 파우더 룸으로 옮겼어요. 침실과 욕실 사이 파우더 룸에 건식 세면대를 설치하고, 욕실은 샤워 공간으로만 이용하기로 했죠. 그랬더니 동선이 편해진 것은 물론, 욕실을 한결 널찍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됐어요.”

철저히 분리된 주방 공간. 내추럴한 원목을 사용해 편안한 느낌을 낸다.

철저히 분리된 주방 공간. 내추럴한 원목을 사용해 편안한 느낌을 낸다.

김종우 · 이호연 부부 집 주방은 조리 공간과 다이닝 룸으로 명확하게 구별된다. 철거할 수 없는 기둥이 있어 고민하다가 다이닝 룸과 조리 공간을 완전히 분리한 것. 그 덕에 다이닝 룸은 아늑해졌고, 조리 공간은 분위기와 성격이 더욱 명확해졌다. 거실에서 복잡한 주방의 살림살이들이 보이지 않는 것도 큰 장점이다.

호텔방을 머릿속에 그리며 시공한 침실.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파우더 룸에 건식 세면대가 놓여 있다.

호텔방을 머릿속에 그리며 시공한 침실.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파우더 룸에 건식 세면대가 놓여 있다.

김종우 · 이호연 부부 아파트는 유럽의 어느 집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여러 종류의 선인장으로 채워진 화단, 격자무늬 창문 등의 요소들에 더해 이호연 씨가 애정을 갖고 하나씩 마련한 해외 곳곳의 소품과 가구들 때문. 따뜻하고 아늑한 집,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힐링이 되는 편안한 집을 꾸미고 싶다는 그의 바람대로 이들 부부의 아파트는 보는 것만으로도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이다. 아직 백일이 되지 않은 예쁜 아기와 두 마리의 웰시 코기, 그리고 이들 부부가 아늑한 집에서 매일 편안한 날을 보내길 바란다.

#구축아파트인테리어 #아파트화단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제공 로멘토디자인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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