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딩과 아트 월 등 장식 요소를 모두 배제하고, 마감재와 가구는 밝은 색상으로 선택해 넓고 쾌적해 보이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호연 씨의 얘기다. 그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 가족들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했고, 이후 이 집엔 계속 세입자가 살았다고 한다. 그러다 이호연 씨가 김종우 씨와 결혼하며 부모님으로부터 집을 구입해 다시 입주하게 된 것이다.
“결혼 후 신혼살림을 꾸린 첫 집은 경기도 동탄의 아파트였어요. 신축 아파트여서 공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지만,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남편의 출퇴근이 힘든 게 흠이었죠. 남편이 좀 더 편하게 출퇴근할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고민하던 중, 이 집에 거주하던 세입자 분들의 이사 소식을 접했어요. 문득 여기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교통편 등 인프라가 좋고, 24년 된 구축 아파트이긴 해도 크기가 커서 아이를 키우기 좋을 것 같았거든요. 집은 새로 짓지 않는 이상 구조 자체를 바꿀 수는 없으니 기본 구조도 꼼꼼히 살폈어요. 교통편 등 인프라, 집의 규모와 기본 구조, 가격 등 평소 생각하던 조건을 모두 비교해보고, 이 집을 저희 가족의 두 번째 집으로 최종 선택했죠.”
평소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이호연 씨는 모아두었던 레퍼런스 중 가장 구현하고 싶은 시안들을 추렸다. 이후 마음에 두고 있던 시공 업체 몇 곳을 찾아가 미팅을 진행했고, 그 중 자신의 스타일을 가장 잘 이해하고 가격과 일정 등 부수적인 조건도 맞는 업체를 선정해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
“공간마다 식물을 자유롭게 놓아둘 생각이었어요. 또 우리가 갖고 있는 소품이나 가구 대부분이 내추럴한 것들이라 집의 주조색은 우드앤화이트로 요청 드렸죠. 서재에서 창을 통해 바깥을 바라봤을 때 작은 화원을 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도록 서재 베란다에 화단을 설치해달라는 말씀도 드렸고요. 이런 식으로 제가 원하는 디자인을 설명드리면 실장님이 실생활에 불편함이 없도록 조금씩 변형한 제안을 다시 해주셨는데, 그 덕에 디자인과 편리성 모두 잡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여유로운 현관과 거실
반려견 두 마리를 위한 화장실을 베란다에 두고 거실엔 반려견이 오가는 통로를 만들었다.
중문을 열고 들어와 거실로 향하는 통로. 빈 벽에 히든 수납장을 만들어 두었다(왼쪽). 단차를 둔 바닥과 식물 화분, 고재 느낌의 벤치만으로 여유롭게 꾸민 현관.
“시공 전 저희 집 거실은 구축 아파트의 특성상 천장이 낮았어요. 또 과거 인테리어 트렌드였던 아트 월이 가벽 형태로 설치돼 있어 평수에 비해 좁아 보였죠. 저희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쾌적한 느낌의 거실을 원했기에 일단 몰딩과 아트 월 등 장식 요소를 모두 걷어냈어요. 천장은 단을 없앤 후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높였고요. 바닥은 키우는 강아지 두 마리가 다닐 때 최대한 미끄러지지 않도록 포셀린 타일로 시공했어요. 멜란지 그레이 컬러 포셀린 타일과 화이트 벽지, 여기에 정남향이라 채광이 좋은 우리 집 특성까지 더해지니 거실이 한결 화사하고 여유로워 보이더라고요. 소파 외에 큰 가구를 놓지 않은 것도 공간이 넓어 보이는 데 한몫한 것 같고요.”
선인장 화원이 보이는 서재
서재 창문은 화단의 식물을 바라볼 수 있게끔 크게 만들었다.
화단에는 물 주는 주기가 길고 관리하기 쉬운 선인장을 심었다. 다양한 종류의 선인장을 심은 덕분에 이국적 인테리어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시공을 맡아주신 실장님과 미팅할 때 가장 먼저 말씀드린 곳 중 하나가 베란다 화단이에요. 화단은 반드시 서재 창을 통해 보였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죠. 서재가 단순히 책만 읽는 곳이 아닌, 그린 테라피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했거든요. 그래서 책상도 창밖 화단을 바라볼 수 있도록 길게 설치했어요. 이곳은 멍하게 식물을 바라보고, 책도 읽고, 차도 마실 수 있는 저희 부부의 힐링 스폿이에요.”
이호연 씨가 베란다에 화단을 만들어 식물을 키우기로 결정한 것은 분갈이 등 손이 많이 가는 화분에 비해 유지와 관리가 쉽기 때문. 베란다 화단에 심을 식물로 선인장을 선택한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다.
“아파트는 식물 기르기에 적합한 공간이 아니에요. 식물이 잘 자라려면 통풍, 채광, 물주기 이 세 가지가 잘 이뤄져야 하죠. 하지만 실내에서 이것을 모두 충족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거든요. 저는 늘 집에 식물이 많았으면 하고 바랐지만, 아이가 태어난 뒤엔 관리가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화분보다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는 화단을 생각해낸 거예요. 문제는 화단에 흙이 많아서 한번 물을 주면 오랜 시간 수분을 머금고 있다는 거예요. 그러면 벌레가 쉽게 생길 수밖에 없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자주 물을 주지 않아도 되는 선인장을 선택했답니다.”
호텔식 침실과 공간 활용도가 높은 주방
유니크한 디자인의 테이블과 조명이 이국적인 느낌을 주는 다이닝 룸.
철저히 분리된 주방 공간. 내추럴한 원목을 사용해 편안한 느낌을 낸다.
호텔방을 머릿속에 그리며 시공한 침실.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파우더 룸에 건식 세면대가 놓여 있다.
#구축아파트인테리어 #아파트화단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제공 로멘토디자인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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