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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column

싱글 대디의 ‘아모르 파티’

이성배 아나운서

입력 2021.12.14 10:30:01

- 마지막 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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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사람들은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지조차 모른 채 앞만 보고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은 모두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많이 듣는데 그럴 때면 ‘대체 행복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꼬리를 문다. 최근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니 헌이가 기다렸다는 듯 내게 물었다.

헌이 : 아빠 행복이 뭐예요? 나는 “행복하다”라고 말하면, 그 느낌이 뭔지 알 거 같은데 정확하게 행복이 뭔지를 잘 모르겠어요.

헌이의 갑작스럽고 철학적인 질문에 당황했다. 요즘 들어 헌이의 질문에 답을 잘 해주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이번에도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오랫동안 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내 ‘나의 행복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빠졌다. 헌이가 가끔 내게 쳐주는 피아노 녹음 파일을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할 때, 그리고 헌이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을 상상하는 그 순간이 아닐까 싶었다. 결국 나의 행복은 나의 하나뿐인 아들, 헌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나는 얼마나 헌이에게 감정 표현을 많이 했을까. 요즘 아이들은 예전보다 사춘기를 빨리 겪는다는데 이제 곧 헌이에게도 그 시기가 올 것이다. 그럼 난 헌이를 어떻게 대할까. 혼을 내서 가르쳐야 할지, 그냥 무작정 잘해줘야 할지 선뜻 적절한 양육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아이가 커갈수록 나는 길을 잃는 것만 같아서 두려워졌다.

그동안 헌이가 한부모가정의 자녀임에도 비슷한 상황의 아이들과는 달리 상처 받지 않고, 단단하게 커갈 힘이 생겼다고 믿었다. 하지만 최근 만난 상담 선생님께 “헌이는 이미 가슴속에 다양한 상처를 안고 있을 것이고, 그런 자신을 이겨내기 위해 남들보다 훨씬 겸손하고 어른스러운 척하며 살아왔을 것”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상담 선생님은 “헌이가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도우려면 아빠가 헌이의 마음속 깊은 곳의 상처를 어루만져주고, 더 많은 격려와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고 했다. 덧붙여 “만약 아빠가 다시 가정을 이룰 계획이라면 헌이에게 특히 더 열린 마음을 갖고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조금이나마 길을 찾은 느낌이었다.



칼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많이 고민했다. 무엇보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삶을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싱글 대디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혼자 육아하는 나의 일상을 공유하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원고를 마무리할 때가 되니 시원섭섭하기만 하다. 칼럼을 마치며 싱글 대디로서 그들에게 도움을 줬는지, 어떤 의미가 되었는지 뒤돌아보게 됐다. 헌이를 양육하며 가졌던 고민들을 나누고, 싱글 대디로서 자녀에게 어떤 방식으로 공감했는지, 어떤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싱글 대디들이 칼럼을 읽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나 또한 이번 칼럼을 계기로 ‘메이저’보다는 ‘마이너’의 삶을 사는 사람들을 더 돌아보고, 그들을 돕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며 행동하고자 한다.

얼마 전, 가깝게 지내는 회사 선배로부터 그림 한 점을 선물 받았다. 아버지와 아들이 걸어가던 중 비가 내리자 아버지가 묵묵히 우산으로 아들을 가려주며 함께 걷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그림을 보니 몇 년 전, 헌이와 함께 해변을 걷고 있을 때 누나가 우리 모습을 찍어준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싱글 대디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사진 속에서, 헌이를 혼자 키워야 하는 앞날이 보이는 듯해 속상했던 기억이 난다.

유명 트로트 가수의 노래 제목인 ‘Amor Fati(아모르 파티)’는 ‘네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노래가 흘러나올 때면 제목의 의미가 항상 나를 누르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지난 1년간 칼럼을 쓰며 배운 점이 있다면 이 시대에 ‘마이너’의 삶을 살고 있는 싱글 대디들이 단순하게 자신의 운명을 수동적으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각자 적극적으로 자녀와 소통하며 능동적인 관계를 구축해 나가야만 서로 함께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시대의 싱글 대디들에게 지난 칼럼의 내용들이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싱글 대디’ 아놔리의 육아 라이프

이성배 아나운서는 2008년 MBC에 입사해 ‘섹션TV 연예통신’ ‘생방송 오늘 아침’ 등에서 리포터와 MC로 활약했다. 8년 전 이혼 후 홀로 아들을 키우는 싱글 대디. ‘아놔리(아나운서 리)’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걸 좋아하는 그가 자신만의 특별한 육아 경험을 담은 칼럼을 여성동아에 연재한다.




사진제공 이성배



여성동아 2021년 12월 6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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