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무겁게 가라앉았던 상반기 연예계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준 두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아무 노래 챌린지’의 래퍼 지코와 ‘1일 1깡’(하루에 한 번 ‘깡’ 뮤직비디오를 본다는 의미)의 가수 비다. 지난 1월 13일 ‘아무 노래’를 발표한 지코는 독특한 홍보 전략을 펼쳤다. SNS에 마마무 화사, 청하 등 동료 연예인과 ‘아무 노래’에 맞춰 춤추는 짧은 영상을 #아무노래챌린지란 해시태그로 업로드하기 시작한 것. 이 챌린지는 가수 이효리의 자발적 참여로 이슈가 된 후 연예인은 물론 10~20대 사이 도전 열풍이 불었다. 지코는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각종 음원 사이트 장기간 1위를 비롯해 음악 방송 1위를 휩쓸었다.
지코가 아이디어의 승리였다면, 비는 ‘강제 소환’ 됐다. 2017년 발매한 미니 앨범 ‘마이 라이프 애(MY LIFE 愛)’의 타이틀곡 ‘깡’이 인기 역주행 중이다. 사실 처음 대중이 ‘깡’에 대해 가진 관심은 조롱에 가까웠다. 허세 가득한 가사와 지금 트렌드에 맞지 않는 과한 안무, 자기애 넘치는 ‘레인(Rain)’ 모자 등이 놀림거리가 됐다. 한 여고생이 비의 춤을 따라 하는 동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된 커버 영상 열풍은 다양한 영상 보는 맛에 ‘1일 1깡’을 넘어 ‘식후깡’ ‘새벽깡’ 등 ‘1일 n깡’을 가능케 했다. 이에 대해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비는 “그 춤이 별로였던 거죠”라며 인정하는 동시에 “나는 아직 목마르다. 더 놀아주시기 바란다”는 쿨한 반응을 보여 대중의 조롱을 호감으로 반전시켰다.
요즘 비는 ‘깡’ 가사처럼 ‘화려한 조명이 감싼’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과자 ‘새우깡’과 데님 브랜드 ‘리바이스’ 모델에 발탁되는가 하면 힙합 레이블 ‘하이어뮤직’과 함께한 ‘깡 오피셜 리믹스’는 6월 5일 발매 직후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다. 프로듀서로 합류한 Mnet ‘아이랜드(I-LAND)’ 출연과 이효리·유재석과 결성한 그룹 ‘싹쓰리’ 활동, ‘워크맨’ 제작사인 스튜디오 룰루랄라와 신규 유튜브 채널 개설까지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엄밀히 말하면 밈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유행은 아니다. 과거에도 존재했다. 다만 이번에 밈이란 이름을 제대로 알렸달까. 지코, 비 이전에도 ‘탑골 지드래곤’ 가수 양준일, 배우 김영철의 ‘사딸라’(드라마 ‘야인시대’ 대사), 김응수의 ‘묻고 더불로 가’(영화 ‘타짜’ 대사)가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외에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외도를 저지른 이태오(박해준)의 명대사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2PM의 2015년 곡 ‘우리집’ 등이 최근 온라인을 달군 밈의 사례다. 특히 박해준의 일명 ‘사빠죄아’는 “게임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음식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등 숱한 패러디를 낳고 있다.
현재 밈 문화는 화력을 키우며 진화하고 있다. 콘텐츠를 복제하고 소비하는 단순한 차원에서 나아가 해석을 더해 재가공하는 식이다. 이 같은 밈의 진화와 흥행은 콘텐츠 소비자인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10~30대인 이들은 텍스트든 동영상이든 길면 부담스러워한다. 긴 텍스트가 있는 게시물을 보면 스크롤바를 쭉쭉 내려버리고 동영상의 지루한 부분은 스킵해버린다. 때문에 이들을 사로잡으려면 무조건 웃기는 수밖에 없는데, 웃음의 기준 또한 높다. 기업이 마케팅 차원에서 미는 억지스러운 콘텐츠나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영상에 자비란 없다.
대신 MZ세대는 한번 웃기다고 생각한 콘텐츠에 대해선 집요하게 파고드는 면이 있다. 적재적소에 밈을 퍼 나르고 패러디나 분석 영상을 재생산해낸다. 과거 콘텐츠를 재발견해 새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때, 요즘 큰 인기를 누리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Tok)’을 사용하면 손쉽게 영상을 완성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영상을 본 다른 유저가 바로 따라 하는 영상을 제작해 다시 게재하거나 SNS에 공유하는 것도 가능해 그만큼 파급력도 커진다.
‘댓글놀이’ 또한 밈 흥행의 중요한 요소이다. 유튜브에서 비의 ‘깡’ 공식 뮤직비디오 영상은 6월 10일 기준 1천4백21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댓글은 14만 개를 돌파했다. “사실 뮤비는 별 관심 없고 댓글 구경하러 온 분들만 엄지를 슬며시 들어주세요”란 댓글엔 ‘좋아요’ 4만2천 개, 답글이 2백18개 달렸다. 비의 ‘깡 신드롬’에 불을 지핀 ‘시무 20조’(비가 하지 않았으면 하는 20가지 행동)도 한 누리꾼이 유튜브에 장난스럽게 댓글을 달면서 탄생했다.
반면 일부는 “자신들도 놀리면서 ‘내로남불’ 아니냐” “유머를 다큐로 받아들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저 세상 드립력’과 선 넘은 조롱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비슷한 논란이 계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건전한 밈 문화로 나아가기 위해선 예의와 배려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을 위한 ‘#덕분에챌린지’ 같은 착한 밈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획 정혜연 기자 사진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버거킹 광고화면 캡처
지코가 아이디어의 승리였다면, 비는 ‘강제 소환’ 됐다. 2017년 발매한 미니 앨범 ‘마이 라이프 애(MY LIFE 愛)’의 타이틀곡 ‘깡’이 인기 역주행 중이다. 사실 처음 대중이 ‘깡’에 대해 가진 관심은 조롱에 가까웠다. 허세 가득한 가사와 지금 트렌드에 맞지 않는 과한 안무, 자기애 넘치는 ‘레인(Rain)’ 모자 등이 놀림거리가 됐다. 한 여고생이 비의 춤을 따라 하는 동영상을 올리면서 시작된 커버 영상 열풍은 다양한 영상 보는 맛에 ‘1일 1깡’을 넘어 ‘식후깡’ ‘새벽깡’ 등 ‘1일 n깡’을 가능케 했다. 이에 대해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 출연한 비는 “그 춤이 별로였던 거죠”라며 인정하는 동시에 “나는 아직 목마르다. 더 놀아주시기 바란다”는 쿨한 반응을 보여 대중의 조롱을 호감으로 반전시켰다.
요즘 비는 ‘깡’ 가사처럼 ‘화려한 조명이 감싼’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과자 ‘새우깡’과 데님 브랜드 ‘리바이스’ 모델에 발탁되는가 하면 힙합 레이블 ‘하이어뮤직’과 함께한 ‘깡 오피셜 리믹스’는 6월 5일 발매 직후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정상에 올랐다. 프로듀서로 합류한 Mnet ‘아이랜드(I-LAND)’ 출연과 이효리·유재석과 결성한 그룹 ‘싹쓰리’ 활동, ‘워크맨’ 제작사인 스튜디오 룰루랄라와 신규 유튜브 채널 개설까지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커버 영상, 댓글놀이 열풍… 밈 주도하는 MZ세대
지코와 비 두 사람의 인기 바탕에는 ‘밈(Meme)’ 문화의 유행이 맞물려 있다. 다소 생소한 단어인 밈은 1976년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그리스어 ‘모방(Mimeme)’과 영어 ‘유전자(Gene)’를 합친 것이다. 유전자가 복제 기능을 통해 세대 간에 전파되듯이 문화가 전달되기 위해서는 자기 복제적 형태를 띤 밈을 필요로 한다. 즉, 밈이란 온라인상에서 공유되는 파급력을 가진 재미있는 짤(사진이나 그림), 영상, 유행어, 트렌드들을 통칭하는 의미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웃긴 장면을 짤로 만들어 적절한 상황에 사용하는 행위도, 여러 형태의 각종 챌린지도 밈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그 의미와 장르가 광범위하다.엄밀히 말하면 밈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유행은 아니다. 과거에도 존재했다. 다만 이번에 밈이란 이름을 제대로 알렸달까. 지코, 비 이전에도 ‘탑골 지드래곤’ 가수 양준일, 배우 김영철의 ‘사딸라’(드라마 ‘야인시대’ 대사), 김응수의 ‘묻고 더불로 가’(영화 ‘타짜’ 대사)가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외에도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외도를 저지른 이태오(박해준)의 명대사 “사랑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2PM의 2015년 곡 ‘우리집’ 등이 최근 온라인을 달군 밈의 사례다. 특히 박해준의 일명 ‘사빠죄아’는 “게임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음식에 빠진 게 죄는 아니잖아” 등 숱한 패러디를 낳고 있다.
현재 밈 문화는 화력을 키우며 진화하고 있다. 콘텐츠를 복제하고 소비하는 단순한 차원에서 나아가 해석을 더해 재가공하는 식이다. 이 같은 밈의 진화와 흥행은 콘텐츠 소비자인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의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현재 10~30대인 이들은 텍스트든 동영상이든 길면 부담스러워한다. 긴 텍스트가 있는 게시물을 보면 스크롤바를 쭉쭉 내려버리고 동영상의 지루한 부분은 스킵해버린다. 때문에 이들을 사로잡으려면 무조건 웃기는 수밖에 없는데, 웃음의 기준 또한 높다. 기업이 마케팅 차원에서 미는 억지스러운 콘텐츠나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 영상에 자비란 없다.
대신 MZ세대는 한번 웃기다고 생각한 콘텐츠에 대해선 집요하게 파고드는 면이 있다. 적재적소에 밈을 퍼 나르고 패러디나 분석 영상을 재생산해낸다. 과거 콘텐츠를 재발견해 새 의미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영향력을 확인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때, 요즘 큰 인기를 누리는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Tok)’을 사용하면 손쉽게 영상을 완성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그 영상을 본 다른 유저가 바로 따라 하는 영상을 제작해 다시 게재하거나 SNS에 공유하는 것도 가능해 그만큼 파급력도 커진다.
‘댓글놀이’ 또한 밈 흥행의 중요한 요소이다. 유튜브에서 비의 ‘깡’ 공식 뮤직비디오 영상은 6월 10일 기준 1천4백21만 조회 수를 기록했다. 댓글은 14만 개를 돌파했다. “사실 뮤비는 별 관심 없고 댓글 구경하러 온 분들만 엄지를 슬며시 들어주세요”란 댓글엔 ‘좋아요’ 4만2천 개, 답글이 2백18개 달렸다. 비의 ‘깡 신드롬’에 불을 지핀 ‘시무 20조’(비가 하지 않았으면 하는 20가지 행동)도 한 누리꾼이 유튜브에 장난스럽게 댓글을 달면서 탄생했다.
‘저 세상 드립력’ vs 선 넘은 조롱
밈은 나름의 유통 기한이 있다. 포스트 비의 자리를 차지할 이가 곧 나올 것이다. 대중은 늘 더 새로운 밈, 더 강력한 밈을 찾는다. 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강력한 웃음 한 방에 대한 욕심이 댓글놀이를 악플과 조롱의 장으로 변질시키기도 한다. 비의 ‘깡’ 뮤직비디오에 통계청이 선 넘은 댓글을 달았을 때도 항의가 빗발쳤다. 당시 통계청 유튜브 담당자는 “통계청에서 ‘깡’ 조사 나왔습니다. 2020년 5월 1일 오전 10시 기준 뮤직비디오 조회 수 6,859,592회. 39.831UBD입니다”라고 댓글을 달았는데, 여기서 ‘UBD’는 지난해 비가 주연한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의 흥행 참패를 조롱하는 신조어를 뜻한다. 영화 관객 수 17만 2천2백12명을 ‘1UBD’로 삼고 1백만 관객이 관람한 영화를 6UBD로 표현하는 식이다. 댓글을 본 일부 ‘깡러’(비의 ‘깡’을 즐기는 사람)들은 공공 기관의 사려 깊지 못한 처신과 비의 인기에 무임승차하려는 얌체스러움을 지적했다.반면 일부는 “자신들도 놀리면서 ‘내로남불’ 아니냐” “유머를 다큐로 받아들인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저 세상 드립력’과 선 넘은 조롱의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에 비슷한 논란이 계속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건전한 밈 문화로 나아가기 위해선 예의와 배려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코로나19로 고생하는 의료진을 위한 ‘#덕분에챌린지’ 같은 착한 밈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획 정혜연 기자 사진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버거킹 광고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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