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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interview

“미세먼지 줄이기, 시민의 관심과 실천에서 시작됩니다”

서울시 김의승 기후환경본부장

EDITOR 조윤

2019. 10. 23

우리는 미세먼지의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 제공자이기도 하다. ‘미세먼지 시즌제’를 앞두고 시민들의 자발적 실천 의식이 강조되는 이유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날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등이 실시되고 있지만 사후적, 단기적 조치라는 한계에 따라 서울시는 미세먼지가 가장 심한 기간인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평상시보다 강력한 조치를 실시하는 ‘미세먼지 시즌제’를 대안으로 내놨다. 시즌제 도입을 준비 중인 서울시 김의승 기후환경본부장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는 정책 따로, 시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라며 시민들의 관심과 실천을 시즌제의 성공 열쇠로 꼽았다. 시즌제의 준비 현황과 서울시의 미세먼지 대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12월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미세먼지 시즌제’ 추진 상황은 어떤가요. 

시즌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올 2월부터 정부가 시행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미세먼지 특별법)’에 근거를 마련해야 해요. 현재 더불어민주당 신창현·강병원 의원이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죠. 지난 3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환경부에 시즌제를 제안했을 때 정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고, 최근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에서도 ‘계절 관리제’라는 이름으로 시즌제와 유사한 내용의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와 시즌제는 무리 없이 시행될 걸로 보입니다. 개정안이 통과되려면 무엇보다 시즌제 필요성에 대한 시민들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를 위한 공론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시즌제가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서울연구원에서 올해 5백50가구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초미세먼지 10㎍을 줄이는 데 가구당 약 13만원을 세금으로 부담할 용의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예전보다 미세먼지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수용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거예요. 오히려 더욱 획기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고요. 시즌제의 예상 효과는 배출원별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난방·발전 부문은 미세먼지 최대 배출원인데,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시내 총 91만 대의 10년 이상 노후 보일러를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하면 7만3000대의 노후 경유차를 조기 폐차한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서울 시내 전체 차량의 10%를 차지하는 5등급 노후 경유 차량은 미세먼지 배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니 운행을 완전히 제한하면 자동차로 인해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절반이 없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겠죠. 

지난 9월 21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는 시민 1천 명이 모인 가운데 ‘미세먼지 시즌제 시민 대토론회’가 열렸습니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대한 시민들의 열의를 지켜보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한때는 왜 미세먼지의 발원지인 중국을 강력하게 제재하지 않느냐는 등 미세먼지 발생의 국외 요인에 집중한 시민들의 요구가 많았지만 이제는 자발적으로 줄일 수 있는 국내 요인에 우선 집중해야 한다는 시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듯합니다. 서울에는 대형 발전소 등은 없기 때문에 토론회에서는 수송 부문에 대한 운행 제한 관련 논의가 많았어요. 난방·발전 부문이 최대 오염원이지만 추운 계절에 이를 줄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에 불편하더라도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죠. 2017년에도 광화문광장에서 미세먼지 시민 토론회를 했는데 그때 나온 의견 중 실제로 정책이 된 것이 미세먼지가 심한 날 대중교통 무료 이용이에요. 특별법이 제정되기 전이라 제재 조치를 할 법적 근거가 없어 어드밴티지를 주는 형태로 대중교통 이용을 독려한 거죠. 당시엔 비판 여론도 있었지만 그 정책이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 같은 지금의 핵심 정책이 나오는 데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시는 승용차 마일리지와 에코마일리지 제도 등을 통해 시민들이 미세먼지 줄이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서울시는 승용차 마일리지와 에코마일리지 제도 등을 통해 시민들이 미세먼지 줄이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올 4월 발표한 ‘미세먼지 10대 그물망 대책’ 등 그간의 서울시 정책은 얼마나 성과가 있었나요. 

지난해 서울시가 최초로 실시한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정책은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점차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어요. 초기엔 항의 전화가 빗발쳐 급히 콜센터까지 만들었는데 지금은 내 차가 해당되는지, 폐차 지원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문의가 더 많아요. 올 3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을 때는 차량 운행 제한과 더불어 도로 청소를 강화해 평소 8시간 하던 것을 15시간까지 늘려 약 2톤의 미세먼지를 제거했습니다. 승용차 26만 대가 10km/h를 주행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미세먼지 양이죠. 지난해 10월부터 실시한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보급 사업은 시행 3개월 만에 2만 대를 보급해 목표치를 조기 달성했고요. 이후 올 3월 국회에서 통과시킨 8개 미세먼지 법령에 대기관리권역 내의 신축 건물에 친환경 콘덴싱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되는 걸로 이어졌죠. 덕분에 올해는 정부의 추경 예산을 받아 보급 목표를 지난해보다 많은 5만 대로 잡았습니다. 



시즌제 이외에 서울시가 준비 중인 미세먼지 대응책이 있나요. 

중국의 경우 1000여 개의 미세먼지 간이측정기를 베이징 전역에 설치했어요. 공식 측정소만큼의 성능은 못 되지만 숫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촘촘한 미세먼지 측정망을 통해 배출원 등을 파악하고 이를 관리하는 데 의미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죠. 이게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기술인데 우리나라의 IoT 기술이 세계적 수준이지 않습니까. 서울시도 이를 활용한 간이측정기 2800개를 2022년까지 서울 전역에 설치할 계획입니다. 이제 내가 사는 동네 곳곳의 미세먼지까지 분석이 되는 거죠. 지금까지 보건환경연구원, 서울기술연구원, 서울연구원 등 세 곳에서 개별적으로 하던 미세먼지 연구를 통합하기 위해 올 5월에는 미세먼지연구소도 설립했습니다. 간이측정기를 통한 결과 등을 토대로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밝히고 추적관리·저감기술 개발 등의 역할을 할 겁니다. 

미세먼지 줄이기에 동참하면 경제적 혜택을 얻을 수 있는 정책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승용차 요일제’는 운전자가 주중 하루를 정해 차량에 전자 태그를 붙이고 차량 운행을 자제하는 시민운동이었는데 실효성 논란이 있었어요. 내년부턴 교통료 할인 등의 요일제 혜택을 폐지하는 대신, 전년도에 비해 감축한 주행거리만큼 포인트를 지급하는 ‘승용차마일리지제’로 전환하려 합니다. 최대 7만 포인트가 지급돼 자동차세 납부나 문화상품권 구입 등에 활용하실 수 있으니 요일제 가입자는 마일리지제로 갈아타시길 권합니다. 또 가정·학교·기업 등에서 전기·수도·가스·난방료 등을 절약한 실적에 따라 포인트를 지급하는 ‘에코마일리지’도 시즌제 기간에는 추가 혜택을 더 드리려 하니 많이 가입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노후 경유차 운행과 공회전 등을 근절하기 위해 매연 가득한 도로에서 일하는 ‘친환경 기동반’ 등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활동하는 서울시 공무원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위대한 시민이 위대한 도시를 만든다”라는 박원순 시장의 말처럼 미세먼지 줄이기는 시민들의 관심과 실천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걸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시민은 미세먼지의 피해자이기도 하지만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 제공자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시즌제의 성공은 무엇보다 시민들의 실천에 달렸습니다. 행정 일선에서 미처 못 봤던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언제든 좋은 의견을 제시해 주시면 최선을 다해 고민하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김도균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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