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시험관아기 시술(IVF)을 받는 난임 부부들이 늘고 있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난임 시술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전국에서 난임으로 시술을 받은 인구는 16만2천3백39명에 달했다.
IVF 건수는 늘었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다. IVF 평균 임신율은 37.2%였지만 분만(출산) 건수는 19%에 그쳤다. 특히 고령 여성(40~49세)은 1인당 평균 8.8회 IVF를 시도했지만 출산율은 9.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산율이 높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산모의 20%에서 유산이 발생하며, 자연 유산의 80% 이상이 임신 12주 이내에 일어났다. 초기(임신 12주 이전) 유산의 가장 흔한 이유는 배아 염색체 이상이다. 특히 38세 이상 여성의 경우 염색체 이상을 동반한 난자로 인해 배아의 핵(염색체, DNA)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그 밖에도 내분비 이상, 면역학적 이상, 스트레스, 임신부의 나이, 부모 중 누군가의 염색체 이상, 엽산 대사 결함 등의 이유로 유산이 된다.
IVF를 해도 임신에 실패하는 이유가 뭘까? 유산의 예방책은 없을까?
백은찬(58) 분당제일여성병원장은 “착상 환경을 개선하지 않은 채 IVF만 계속 시도해선 안 된다. 임신이 안 되거나 유산이 되는 원인을 찾아내는 게 진정한 난임 치료”라고 강조한다. 27년 차 난임 전문의인 백 원장은 2002년 여성종합병원인 분당제일여성병원을 개원한 이래 17년째 운영하고 있다. 분당제일여성병원은 전국 난임 시술 기관 2백65개 중 상위 20곳에 속하며, 연간 IVF는 약 1천5백 건에 달한다.
IVF의 성공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 체외에서 수정된 배아를 자궁 내에 이식까지 하는데 착상에 실패하는 이유는.
(착상에는) 환경이 좋아야 한다. 첫째, 자궁내막에 병변(폴립, 근종, 유착, 염증 등)이 있으면 안 된다. 호르몬 환경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서 혈중 에스트로겐(E2) 농도에 따라 착상률이 달라진다. 난자가 너무 많이 자라서 E2 수치가 높으면(3000pg/ml 이상) 자궁내막이 정상적인 호르몬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착상에 불리해질 수 있다. 면역학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자궁내막에는 면역세포(NK세포 등)와 각종 호르몬(Cytokine)이 존재하는데 이런 면역 체계가 착상과 임신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혈액 내에 자가항체(자가 면역질환에 걸렸을 때, 외부의 이물질이 아닌 자신의 구성 물질에 대해 만드는 항체)가 존재한다면 착상을 방해하거나 유산을 일으킬 수 있다.
위 세 가지 외에 착상 방해 요인이 또 있나.
자궁내막이 수정란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시기(착상 가능 시기. Implantation Window)가 있는데, 배아 이식 시기가 이 기간과 잘 안 맞을 때가 있다. 교과서상으로 자궁내막의 착상 가능 시기는 배란 후 5~7일경인데 사람마다 하루나 이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자궁 수축이 있어도 착상이 안 된다던데.
착상될 무렵에 자궁 수축이 있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서 자궁내막증이 있으면 예민해져서 자궁이 수축될 수 있다. (자궁이 수축되면) 배아를 이식해도 착상 자리에서 미끄러져버린다. (자궁 수축이 있으면) 이완제를 써야 한다. 만약 배아 이식 무렵에 배가 아프다면 자궁 수축을 의심해야 한다.
착상이 잘되려면 배아 퀄리티가 좋아야 한다던데.
그렇다. 배아의 질은 두 파트로 나뉜다. 염색체가 정상인가, (현미경 관찰 시) 모양이 예뻐서 등급이 좋은가로 구분할 수 있다. 분명한 건 배아의 등급이 좋다고 염색체가 정상인 건 아니다. 배아 등급은 일종의 외모다. (IVF에서는) 체외수정을 시키고 3~5일간 배양 인큐베이터에서 관찰을 한다. 좋은 등급은 세포분열 속도가 정상이어야 하고, 모양이 균일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배아 모양이 찌그러지면 안 된다. (배아의) 세포분열 속도가 너무 늦어도 안 되고 너무 빨라도 안 된다.
배아 모양이 안 좋고 등급이 낮으면 착상이 힘든가.
꼭 그렇지는 않다. 낮은 판정을 내린 배아라도 염색체가 정상이면 임신(출산)이 된다. 염색체가 정상인 배아의 40~50%는 착상이 되어서 출산까지 간다.
배아를 잘 얻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난자가 중요하다.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나이도 중요하지만 식생활, 라이프스타일, 운동 습관 등이 더 중요하다.
또 IVF를 한다면 배란 유도 방법도 매우 중요하다. 난소에서 난자를 키우는 호르몬이 FSH(난포자극호르몬)인데 과배란 주사 주성분이 바로 FSH이다. (IVF에서) 과배란 주사를 너무 많이 투여하는 것보다는 개인에 맞게 적절한 용량을 투여하는 것이 좋다. 나이와 난소 상태 등의 평균치가 있지만 교과서와 다르게 반응이 나올 때가 많다. 난임 전문의 입장에서는 난자 개수가 많으면 좋지만, 난자를 적절한 수로 키워내야 질 좋은 난자로 임신율을 올릴 수 있다.
배아 결함은 난자와 정자 어느 쪽에 원인이 있나.
주로 난자인 것 같다. 하지만 정자의 핵(염색체, DNA)에 문제가 있으면 난자가 아무리 건강해도 배아에 문제가 생긴다. 정자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는 수가 많아 웬만하면 건강한 정자(모양, 활동성 등)를 골라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뇨기과 의사들은 기형 정자가 많으면 영양제(항산화제)를 먹고 좀 지난 뒤에 IVF를 하라고 권한다.
결국 난자 탓이라는 얘기인데.
고령 여성의 난자는 아무래도 미토콘드리아와 효소 등에서 문제가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분열 발전소로 일종의 연료 탱크인데 노화 난자는 에너지가 떨어져서 세포분열 대사가 잘 안 된다. 수정 후부터는 100% 난자 몫이다. 난자가 부실하면 힘들다. 난자는 성숙되는 과정에서 염색체 수와 구조에 이상이 생길 확률이 높다.
나이가 많으면 질 좋은 난자를 얻기 힘든가.
201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의대에서 43세 여성의 임신 성공률이 37세보다 10배나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43세 여성은 하나의 정상적인 배아를 만들어내는 데 평균 44개의 난자가 필요하다면, 37세 여성의 경우는 4.4개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산율이 40세 이상은 30%, 45세 40~50%에 달하는 이유다. 늦게 결혼하는 추세다 보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경험상 IVF를 해보면 난소 기능 저하(AMH 0~1)라고 해도 38세 이하라면 큰 걱정 안 해도 되더라.
40대가 유산율이 높은 이유가 뭔가.
유산 이유의 절반은 염색체 이상이다. 과배란 주사로 난자를 여러 개 키워도 다 좋을 순 없다. 자궁 내 이식 후 착상이 되었는데 유산을 했다면 근본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배아(염색체 이상이 있는)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 몸은 심각한 기형이거나 염색체 이상일 때 자연적으로 유산시키는 방어벽(Natural Selection)이 있다.
배아가 염색체 이상이 아닌데도 유산이 되는 경우는.
자궁 환경의 문제, 즉 자궁 기형(중격자궁, 쌍각자궁)이거나 감염(균)에 의한 것일 수 있지만 80% 이상이 면역학적 요인에 의한 유산이다. (유산이 되면) 자가항체검사도 하고 NK세포 수치 등도 따져봐야 한다. NK세포와 유산의 연관성에 대해 의사마다 의견 차이가 있지만, 경험상 NK세포가 반복 착상 실패와 유산에 연관성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NK세포가 12% 이상이면 면역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자가항체가 많아도 면역글로불린 처방을 권한다.
건강한 배아를 착상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3회 이상 유산을 겪었다면 이식 전 배아 검사를 권한다. PGT 시험관 시술은 이식 전에 배아 염색체(수와 구조)를 검사해 정상 배아만을 이식할 수 있다.
이식 전에 배아 세포를 떼서 연구소로 보내는 건가.
그렇다. (수정된 지) 3일째 배아 혹은 5일째 배아에서 일부 세포를 떼어 연구소로 보내면 24시간 후에 결과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3일째 배아에서 검사했다면 결과를 기다렸다가 바로 신선배아 이식을 할 수 있다. 5일째 배아에서 검사한다면, 배아를 냉동해놓고 결과를 참고해 냉동배아 이식을 한다.
수정된 지 3일, 5일째 배아에서 세포를 떼어내는데 배아에 데미지가 없나.
거의 없다. (수정된 지) 3일째 배아의 8개 세포 중에 태아가 되는 세포는 2개다. 여기서 1개를 떼니까 세포 손상이 거의 없다. 5일째 배아에서는 1백 개 중에 10개 정도 뗀다.
이식 전 유전 검사에도 여러 가지가 있던데, PGT 시험관 시술 용어가 너무 어렵다.
착상 전 유전 진단법으로 예전에는 PGD, PGS라는 용어를 썼지만 최근에는 PGT 시험관 아기 시술로 통일하고 세분화했다. 유전 질환 대물림을 막기 위해서는 PGT-M(구 PGD)을 하고, 부부 중 한쪽이 염색체 이상(전좌, 역위 등)이 있으면 PGT-SR을 한다. 부부가 염색체 이상은 없지만 반복 유산일 경우에는 PGT-A(구 PGS)를 하면 된다.
부부 중 한쪽이 염색체 이상(전좌, 역위 등)이면 유산이 잘되나.
3회 이상 유산을 한 경우를 대상으로 검사를 하면 부부 중 한쪽이 염색체 이상인 경우가 6% 정도다. 최근에 개발된 PGT-SR 시험관 시술에 의해 충분히 정상적 염색체를 가진 아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부부가 정상인데 유산이 3회 이상 되었다고 PGT-A 시험관 시술을 권하는 것은 과잉 아닌가.
(PGT-A를 권하는) 기준이 있다. 40세 이상이면서 착상 실패를 수차례 겪거나 3회 이상 반복 유산일 때 권한다. 또 유산으로 소파수술을 하면서 태아세포를 검사했는데 두 번 정도 기형이 나왔을 때 이를 권한다. 38세 이하는 PGT-A까지 할 필요는 없다. 물론 유산이 계속 반복된다면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해보라고 한다. PGT-A는 임신을 도와주는 난임 치료의 일환이어야지 너도 나도 하게 해선 안 된다.
40대 고령이거나 난소 기능 저하가 심한 여성은 PGT-A를 해봐야 불합격 배아가 많아서 이식할 만한 배아가 몇 개 없지 않나.
모자이시즘(Mosaicism·한 개체에 둘 이상의 유전자형이 섞이는 현상)일 경우 무조건 ‘이식 불가’ 판정을 내린다고 들었다.
최근 달라졌다. 포배기 배아일 경우 1백 개 중에서 10개를 떼서 보낸다. 각각 보낸 세포에서 80%가 정상이면 정상 배아로 판독한다. (정상 세포) 검사를 시행한 전체 세포 중에서 비정상 세포가 20~40%일 때는 모자이시즘을 동반한 정상으로 판단하지만 이식할지 안 할지는 주치의와 상의해서 당사자가 선택해야 한다. 사실 20~40%를 모자이시즘을 동반한 배아를 이식했을 때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모자이시즘이라도 세포분열을 하면서 비정상 세포는 죽고 정상 세포만 분열이 된다.
최근 해외 토픽에서 70대 여성이 난자 공여로 IVF 출산에 성공한 것을 보았다. 가능한 일인가.
성경에 사라(아브라함의 아내)가 70세에 임신했다고 적혀 있긴 해도 70대 출산은 좀 그렇고 60대까지는 가능하다고 본다. 작년 환자 중에 58세 산모가 있었다. 난자 공여를 받아서 올해 초에 쌍둥이를 분만했다.
폐경 이후 자궁인데 생명 잉태가 가능한가.
자궁은 초경 이후 나이에 관계없이 호르몬에 반응한다. 단, 자궁 내 질환이 없어야 한다. 산부인과에서는 40세 이상부터 출산 위험군으로 분류한다. 그 이전 나이에 비해 조산, 산후 출혈, 임신중독증 등 합병증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가장 임신이 잘되는 시기가 20대 후반에서 35세까지다. 가급적 이때 임신을 시도하면 좋다.
경험상 생식학적 환갑을 몇 살로 보나.
44세 즈음이다. 하지만 IVF 덕분에 40대 중·후반에도 질 좋은 난자를 채취해서 임신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 40대 임신율을 25%로 보는 건 정상 난자를 만날 확률이 그만큼 낮아서다. 건강한 난자 1개가 배란이 되거나 채취가 된다면 얼마든지 도전해볼 만하다. 난자를 1개씩 채취해서 수정 후 냉동해뒀다가 배아를 모아 이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진 조영철 기자 디자인 김영화
IVF 건수는 늘었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다. IVF 평균 임신율은 37.2%였지만 분만(출산) 건수는 19%에 그쳤다. 특히 고령 여성(40~49세)은 1인당 평균 8.8회 IVF를 시도했지만 출산율은 9.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산율이 높기 때문이다. 통계적으로 산모의 20%에서 유산이 발생하며, 자연 유산의 80% 이상이 임신 12주 이내에 일어났다. 초기(임신 12주 이전) 유산의 가장 흔한 이유는 배아 염색체 이상이다. 특히 38세 이상 여성의 경우 염색체 이상을 동반한 난자로 인해 배아의 핵(염색체, DNA)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 그 밖에도 내분비 이상, 면역학적 이상, 스트레스, 임신부의 나이, 부모 중 누군가의 염색체 이상, 엽산 대사 결함 등의 이유로 유산이 된다.
IVF를 해도 임신에 실패하는 이유가 뭘까? 유산의 예방책은 없을까?
백은찬(58) 분당제일여성병원장은 “착상 환경을 개선하지 않은 채 IVF만 계속 시도해선 안 된다. 임신이 안 되거나 유산이 되는 원인을 찾아내는 게 진정한 난임 치료”라고 강조한다. 27년 차 난임 전문의인 백 원장은 2002년 여성종합병원인 분당제일여성병원을 개원한 이래 17년째 운영하고 있다. 분당제일여성병원은 전국 난임 시술 기관 2백65개 중 상위 20곳에 속하며, 연간 IVF는 약 1천5백 건에 달한다.
백은찬 분당제일여성병원 원장이 IVF시술을 하고 있다. 분당제일여성병원은 연간 1천5백 건의 IVF시술을 하고 있다.
(착상에는) 환경이 좋아야 한다. 첫째, 자궁내막에 병변(폴립, 근종, 유착, 염증 등)이 있으면 안 된다. 호르몬 환경도 중요하다. 예를 들어서 혈중 에스트로겐(E2) 농도에 따라 착상률이 달라진다. 난자가 너무 많이 자라서 E2 수치가 높으면(3000pg/ml 이상) 자궁내막이 정상적인 호르몬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착상에 불리해질 수 있다. 면역학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자궁내막에는 면역세포(NK세포 등)와 각종 호르몬(Cytokine)이 존재하는데 이런 면역 체계가 착상과 임신 유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혈액 내에 자가항체(자가 면역질환에 걸렸을 때, 외부의 이물질이 아닌 자신의 구성 물질에 대해 만드는 항체)가 존재한다면 착상을 방해하거나 유산을 일으킬 수 있다.
위 세 가지 외에 착상 방해 요인이 또 있나.
자궁내막이 수정란을 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시기(착상 가능 시기. Implantation Window)가 있는데, 배아 이식 시기가 이 기간과 잘 안 맞을 때가 있다. 교과서상으로 자궁내막의 착상 가능 시기는 배란 후 5~7일경인데 사람마다 하루나 이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자궁 수축이 있어도 착상이 안 된다던데.
착상될 무렵에 자궁 수축이 있으면 안 된다. 예를 들어서 자궁내막증이 있으면 예민해져서 자궁이 수축될 수 있다. (자궁이 수축되면) 배아를 이식해도 착상 자리에서 미끄러져버린다. (자궁 수축이 있으면) 이완제를 써야 한다. 만약 배아 이식 무렵에 배가 아프다면 자궁 수축을 의심해야 한다.
착상이 잘되려면 배아 퀄리티가 좋아야 한다던데.
그렇다. 배아의 질은 두 파트로 나뉜다. 염색체가 정상인가, (현미경 관찰 시) 모양이 예뻐서 등급이 좋은가로 구분할 수 있다. 분명한 건 배아의 등급이 좋다고 염색체가 정상인 건 아니다. 배아 등급은 일종의 외모다. (IVF에서는) 체외수정을 시키고 3~5일간 배양 인큐베이터에서 관찰을 한다. 좋은 등급은 세포분열 속도가 정상이어야 하고, 모양이 균일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배아 모양이 찌그러지면 안 된다. (배아의) 세포분열 속도가 너무 늦어도 안 되고 너무 빨라도 안 된다.
배아 모양이 안 좋고 등급이 낮으면 착상이 힘든가.
꼭 그렇지는 않다. 낮은 판정을 내린 배아라도 염색체가 정상이면 임신(출산)이 된다. 염색체가 정상인 배아의 40~50%는 착상이 되어서 출산까지 간다.
배아를 잘 얻기 위해서는 1차적으로 난자가 중요하다.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나이도 중요하지만 식생활, 라이프스타일, 운동 습관 등이 더 중요하다.
또 IVF를 한다면 배란 유도 방법도 매우 중요하다. 난소에서 난자를 키우는 호르몬이 FSH(난포자극호르몬)인데 과배란 주사 주성분이 바로 FSH이다. (IVF에서) 과배란 주사를 너무 많이 투여하는 것보다는 개인에 맞게 적절한 용량을 투여하는 것이 좋다. 나이와 난소 상태 등의 평균치가 있지만 교과서와 다르게 반응이 나올 때가 많다. 난임 전문의 입장에서는 난자 개수가 많으면 좋지만, 난자를 적절한 수로 키워내야 질 좋은 난자로 임신율을 올릴 수 있다.
배아 결함은 난자와 정자 어느 쪽에 원인이 있나.
주로 난자인 것 같다. 하지만 정자의 핵(염색체, DNA)에 문제가 있으면 난자가 아무리 건강해도 배아에 문제가 생긴다. 정자를 크게 걱정하지 않는 이유는 수가 많아 웬만하면 건강한 정자(모양, 활동성 등)를 골라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비뇨기과 의사들은 기형 정자가 많으면 영양제(항산화제)를 먹고 좀 지난 뒤에 IVF를 하라고 권한다.
결국 난자 탓이라는 얘기인데.
고령 여성의 난자는 아무래도 미토콘드리아와 효소 등에서 문제가 있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분열 발전소로 일종의 연료 탱크인데 노화 난자는 에너지가 떨어져서 세포분열 대사가 잘 안 된다. 수정 후부터는 100% 난자 몫이다. 난자가 부실하면 힘들다. 난자는 성숙되는 과정에서 염색체 수와 구조에 이상이 생길 확률이 높다.
나이가 많으면 질 좋은 난자를 얻기 힘든가.
2015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의대에서 43세 여성의 임신 성공률이 37세보다 10배나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43세 여성은 하나의 정상적인 배아를 만들어내는 데 평균 44개의 난자가 필요하다면, 37세 여성의 경우는 4.4개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산율이 40세 이상은 30%, 45세 40~50%에 달하는 이유다. 늦게 결혼하는 추세다 보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경험상 IVF를 해보면 난소 기능 저하(AMH 0~1)라고 해도 38세 이하라면 큰 걱정 안 해도 되더라.
40대가 유산율이 높은 이유가 뭔가.
유산 이유의 절반은 염색체 이상이다. 과배란 주사로 난자를 여러 개 키워도 다 좋을 순 없다. 자궁 내 이식 후 착상이 되었는데 유산을 했다면 근본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배아(염색체 이상이 있는)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 몸은 심각한 기형이거나 염색체 이상일 때 자연적으로 유산시키는 방어벽(Natural Selection)이 있다.
배아가 염색체 이상이 아닌데도 유산이 되는 경우는.
자궁 환경의 문제, 즉 자궁 기형(중격자궁, 쌍각자궁)이거나 감염(균)에 의한 것일 수 있지만 80% 이상이 면역학적 요인에 의한 유산이다. (유산이 되면) 자가항체검사도 하고 NK세포 수치 등도 따져봐야 한다. NK세포와 유산의 연관성에 대해 의사마다 의견 차이가 있지만, 경험상 NK세포가 반복 착상 실패와 유산에 연관성이 있었다. 일반적으로 NK세포가 12% 이상이면 면역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자가항체가 많아도 면역글로불린 처방을 권한다.
건강한 배아를 착상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3회 이상 유산을 겪었다면 이식 전 배아 검사를 권한다. PGT 시험관 시술은 이식 전에 배아 염색체(수와 구조)를 검사해 정상 배아만을 이식할 수 있다.
이식 전에 배아 세포를 떼서 연구소로 보내는 건가.
그렇다. (수정된 지) 3일째 배아 혹은 5일째 배아에서 일부 세포를 떼어 연구소로 보내면 24시간 후에 결과가 나온다. 일반적으로 3일째 배아에서 검사했다면 결과를 기다렸다가 바로 신선배아 이식을 할 수 있다. 5일째 배아에서 검사한다면, 배아를 냉동해놓고 결과를 참고해 냉동배아 이식을 한다.
수정된 지 3일, 5일째 배아에서 세포를 떼어내는데 배아에 데미지가 없나.
거의 없다. (수정된 지) 3일째 배아의 8개 세포 중에 태아가 되는 세포는 2개다. 여기서 1개를 떼니까 세포 손상이 거의 없다. 5일째 배아에서는 1백 개 중에 10개 정도 뗀다.
이식 전 유전 검사에도 여러 가지가 있던데, PGT 시험관 시술 용어가 너무 어렵다.
착상 전 유전 진단법으로 예전에는 PGD, PGS라는 용어를 썼지만 최근에는 PGT 시험관 아기 시술로 통일하고 세분화했다. 유전 질환 대물림을 막기 위해서는 PGT-M(구 PGD)을 하고, 부부 중 한쪽이 염색체 이상(전좌, 역위 등)이 있으면 PGT-SR을 한다. 부부가 염색체 이상은 없지만 반복 유산일 경우에는 PGT-A(구 PGS)를 하면 된다.
부부 중 한쪽이 염색체 이상(전좌, 역위 등)이면 유산이 잘되나.
3회 이상 유산을 한 경우를 대상으로 검사를 하면 부부 중 한쪽이 염색체 이상인 경우가 6% 정도다. 최근에 개발된 PGT-SR 시험관 시술에 의해 충분히 정상적 염색체를 가진 아기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부부가 정상인데 유산이 3회 이상 되었다고 PGT-A 시험관 시술을 권하는 것은 과잉 아닌가.
(PGT-A를 권하는) 기준이 있다. 40세 이상이면서 착상 실패를 수차례 겪거나 3회 이상 반복 유산일 때 권한다. 또 유산으로 소파수술을 하면서 태아세포를 검사했는데 두 번 정도 기형이 나왔을 때 이를 권한다. 38세 이하는 PGT-A까지 할 필요는 없다. 물론 유산이 계속 반복된다면 심리적 안정감을 위해 해보라고 한다. PGT-A는 임신을 도와주는 난임 치료의 일환이어야지 너도 나도 하게 해선 안 된다.
40대 고령이거나 난소 기능 저하가 심한 여성은 PGT-A를 해봐야 불합격 배아가 많아서 이식할 만한 배아가 몇 개 없지 않나.
모자이시즘(Mosaicism·한 개체에 둘 이상의 유전자형이 섞이는 현상)일 경우 무조건 ‘이식 불가’ 판정을 내린다고 들었다.
최근 달라졌다. 포배기 배아일 경우 1백 개 중에서 10개를 떼서 보낸다. 각각 보낸 세포에서 80%가 정상이면 정상 배아로 판독한다. (정상 세포) 검사를 시행한 전체 세포 중에서 비정상 세포가 20~40%일 때는 모자이시즘을 동반한 정상으로 판단하지만 이식할지 안 할지는 주치의와 상의해서 당사자가 선택해야 한다. 사실 20~40%를 모자이시즘을 동반한 배아를 이식했을 때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모자이시즘이라도 세포분열을 하면서 비정상 세포는 죽고 정상 세포만 분열이 된다.
최근 해외 토픽에서 70대 여성이 난자 공여로 IVF 출산에 성공한 것을 보았다. 가능한 일인가.
성경에 사라(아브라함의 아내)가 70세에 임신했다고 적혀 있긴 해도 70대 출산은 좀 그렇고 60대까지는 가능하다고 본다. 작년 환자 중에 58세 산모가 있었다. 난자 공여를 받아서 올해 초에 쌍둥이를 분만했다.
폐경 이후 자궁인데 생명 잉태가 가능한가.
자궁은 초경 이후 나이에 관계없이 호르몬에 반응한다. 단, 자궁 내 질환이 없어야 한다. 산부인과에서는 40세 이상부터 출산 위험군으로 분류한다. 그 이전 나이에 비해 조산, 산후 출혈, 임신중독증 등 합병증에 걸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가장 임신이 잘되는 시기가 20대 후반에서 35세까지다. 가급적 이때 임신을 시도하면 좋다.
경험상 생식학적 환갑을 몇 살로 보나.
44세 즈음이다. 하지만 IVF 덕분에 40대 중·후반에도 질 좋은 난자를 채취해서 임신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 40대 임신율을 25%로 보는 건 정상 난자를 만날 확률이 그만큼 낮아서다. 건강한 난자 1개가 배란이 되거나 채취가 된다면 얼마든지 도전해볼 만하다. 난자를 1개씩 채취해서 수정 후 냉동해뒀다가 배아를 모아 이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사진 조영철 기자 디자인 김영화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