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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kids #education

“똑똑한 뇌는 0~12세에 만들어집니다”

서울대 김붕년 교수의 두뇌 계발 교육법

EDITOR 김건희

2019. 04. 08

국내 최고 권위의 뇌 과학자로 평가받는 김붕년 서울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0세부터 만 12세까지 시기별 두뇌 발달을 강조하며 그것이 아이의 평생 정신 건강과 행복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김 교수가 제시하는 행복하고 똑똑한 아이로 키우는 로드맵.

세계 어느 나라보다 교육열이 높은 대한민국 부모들은 아이의 신체와 두뇌 발달에 민감하다. 또래보다 말문이 늦게 트이면 불안해하고, 구구단과 알파벳을 일찍 익혀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다. 최근 출간된 육아서 ‘나보다 똑똑하게 키우고 싶어요’의 저자이자 국내 최고 권위의 뇌 과학자로 평가받는 김붕년(51) 서울대학교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육아를 잘하기 위해서는 두뇌 발달 과정을 잘 알아야 한다”며 “두뇌는 인지, 신체, 정서 등 사람의 모든 감각과 신경을 관장하는 기관으로, 아이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신체 장기와 달리 뇌에 있는 생각, 행동, 감정과 관련된 유전자는 환경이라는 후천적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했다. 

“병원이나 강연장에서 만난 부모들에게 0세부터 만 12세까지는 자녀의 두뇌를 유심히 관찰하라고 일러줍니다. 애착, 자기 조절, 공감처럼 살면서 필요한 능력들이 모두 뇌를 통해 계발되거든요. 이 능력들은 그 시기에 집중적으로 길러집니다. 인간의 뇌는 유전자와 환경의 합작품이라고 하잖아요. 그러니 똑똑한 머리를 타고났는지 따지기보다 자녀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데 집중하기를 바랍니다.” 

김 교수는 “자녀를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며 상대적인 잣대로 평가해서는 안 되며, 아이들이 시기별로 발달하는 두뇌 영역을 파악해 적절한 자극이나 환경을 만들어주면 아이를 똑똑하고 행복하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엄마들은 시기별로 자녀에게 어떤 자극을 주는 것이 좋을까. 다음은 김 교수가 일러준 구체적인 해법.

0~만 3세
강한 애착 형성, 두뇌 발달의 시작

생후 3년은 아이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다. 아이의 뇌가 급격히 발달하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시기에 두뇌 발달의 첫 번째 핵심 기능인 ‘애착’이 완성된다. 애착은 부모와 아이 사이에 형성되는 정서적 유대 관계를 뜻한다. 김 교수는 충분한 스킨십과 적절한 놀이 등이 아이에게 강한 애착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아이와 눈을 맞추고 부드럽게 말을 걸어주는 것은 애착을 높이는 기본적인 방법이죠. 간지럼 태우기, 베이비 마사지해주기, 손가락·발가락 헤아리기 등 다양한 스킨십을 통한 신체놀이를 곁들이면 좋아요. 단순히 놀아주는 것이 아니라 엄마도 아이와 함께 재밌게 즐기게 되면 그 효과가 몇 배로 커질 거예요.” 



애착 형성에 좋은 방법은 아이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 생후 12개월까지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보듬는 태도가 애착 형성에 도움이 된다.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 있으면 마음껏 가지고 놀도록 하고, 밖에서 노는 것을 좋아하면 놀이터에서 놀거나 산책하러 나가는 등 아이가 원하는 것에 그대로 호응해준다. 

생후 18개월이 넘어가면 아이에게 다양한 욕구가 생긴다. 이때는 아이의 욕구를 존중하고 격려해주는 것이 핵심. 소꿉놀이, 유치원 놀이, 병원 놀이 등 역할놀이가 엄마와 아이가 애착을 탄탄하게 쌓아가기에 좋은 놀이다. 

아이가 말을 못 하는 생후 24개월까지는 표정, 손짓, 눈빛 등 비언어를 활용해 소통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옹알이를 할 때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치거나, 아이가 밥을 먹을 때 다양한 표정으로 리액션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도 좋은 자극이 된다. 아이가 밝은 표정을 짓고 있으면 “좋아? 행복한 표정이네!”라고 말을 걸어주고, 슬픈 표정을 하고 있으면 “속상한 일이 있어? 슬퍼 보여!”라고 말을 걸어주면 아이가 표정에 대한 감정을 한결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엄마와 아이 간의 강한 애착을 통해 아이의 근본적인 성향을 파악하는 시기가 0세부터 만 3세까지”라며 “이 시기에 자녀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면 이후부터 육아가 훨씬 수월해진다”고 말했다.

만 4~7세
자기 조절 능력으로 두뇌 ‘볼륨 업’

만 4세부터 7세까지는 스스로 욕구를 통제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자기 조절 능력’이 완성되는 시기다. 김 교수는 자기 조절 능력을 “욕구를 자제하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하는 능력이자 자기 욕심과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사람은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뇌가 자극을 받아 자기 조절 능력이 커진다. 많이 움직이는 아이가 자기 조절도 잘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 시기에는 가족과 함께 일주일에 3~5회 축구나 수영 등 운동을 하거나 신체놀이를 하는 것이 아이의 자기 조절 능력을 길러주는 데 도움이 된다. 김 교수는 “따로 시간을 내지 않더라도 어른들이 하는 집 안 청소나 장보기, 빨래 널기, 걸레질하기, 강아지 산책시키기 등에 아이를 동참시키는 것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기질적으로 자기 조절이 힘든 아이라면 주변 환경을 정리해줄 필요가 있다. 충동 조절이 힘든 아이에겐 충동에 반대되는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아이가 인스턴트 음식인 햄버거를 먹고 싶어할 때 “채소 샐러드를 한 접시 먹으면 햄버거를 먹을 수 있어”라고 말하면 충동 조절을 도울 수 있다. 이처럼 아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도록 유도할 땐 놀이나 게임 요소를 가미하면 효과적이다. 아이가 정리를 싫어할 때 “누가 먼저 블록을 자기 집으로 보내줄까”라는 말과 함께 아이와 ‘정리하기 시합’을 하면 아이의 자기 조절 능력을 이끌어낼 수 있다. 아이가 하기 싫어하는 일을 잘해냈을 땐 칭찬을 잊지 않는다. 단, “잘했어” “대단해” 등 감정적인 칭찬보다는 “혼자서도 깨끗하게 양치질 잘하네!” “반찬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잘 먹네!”처럼 아이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짚어 칭찬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내적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작은 성공부터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포인트. 김 교수는 “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정도의 작은 목표를 세워 이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게 하면 자기 조절 능력이 향상된다”고 했다.

만 8~12세
‘공감 대화법’으로 평생 두뇌 완성

공감 능력이 급격히 발달하는 시기는 만 8세에서 12세까지다. 아이가 대화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는 것은 물론 상대의 감정을 이해하게 하는 것이다. 상대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상대가 어떤 상태이고 어떤 기분인지를 파악하는 공감 능력은 가족, 친구, 이웃, 동료와 원만한 관계를 맺기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다. 김 교수는 “대화를 통해 스스로 공감 능력을 키운 아이는 상대의 감정을 인식해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게 되고 앞으로 닥칠 수많은 관계와 갈등을 슬기롭게 극복하게 된다”며 “이때 엄마의 역할은 그 감정을 타인에게 건강하게 표현하며 소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 예로 아이가 친구와 싸운 뒤 화를 낸다면, “왜 화가 났는지 얘기해볼래?”라고 물어보고 “그랬구나! 서운했구나!” 등의 표현으로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또 “왜 싸웠어?” 

“누가 먼저 때린 거야?” 같은 취조형의 질문으로 남을 탓하거나 죄책감을 심어주기보다는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됐어? 그 친구와 싸우고 나니 기분이 어때?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물어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추슬러 해결책을 찾아볼 기회를 주는 것이 좋다. 아이가 짜증을 내며 이야기할 땐 “화를 내면서 말하면 잘 알아들을 수 없어.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차분히 말로 하는 게 더 좋아”라고 알려주고, 아이가 짜증을 멈추고 말을 하면 변화된 태도를 칭찬해야 한다. 화를 내며 말할 때와 좋은 말로 표현할 때 상대가 보이는 반응의 차이를 분명하게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또 다른 방법은 문화·예술·체육 교육이다. 팀 체육 활동은 경쟁과 협동, 팀원 간 의사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다. 연극은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협동하는 과정을 익히게 해준다. 미술은 조용하고 내향적인 아이에게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가 돼준다. 

김 교수는 “이성적 판단보다 감정적 행동이 앞서는 11~12세 청소년기 아이에겐 문·예·체 활동이 무엇보다 효과적인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작동한다”며 “다만 문·예·체 교육은 재미있게, 꾸준히 진행해야 효과가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김붕년 교수의 tip
우리 아이 공부 지능에 대한 오해와 진실

지능지수(IQ) 검사는 영재 판별에 꼭 필요한가. 

IQ 검사는 학교에서 받는 학습에 꼭 필요한 언어, 수리, 공간 이해, 정보처리 등의 인지 능력을 평가한다. 그런데 요즘 부모들은 아이가 얼마나 머리가 좋은가를 알기 위해 IQ 검사를 받는 것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IQ 검사를 개발한 본래 목적은 영재를 선별하거나 아이들의 지적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평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적 발달 장애가 있거나 특수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선별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IQ 검사는 학습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가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특정 영역에서 뛰어난지를 평가하거나 아이의 성공 예측 가능성을 살피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IQ가 높으면 학교생활에 유리할까. 

일반적으로 IQ 검사로 예측할 수 있는 것은 학습 예상 성취도의 50% 정도일 뿐, 공부를 얼마나 잘할지 정확히 예측하지는 못한다. IQ 검사 결과만으로 아이의 전반적인 학습 성취도를 예측할 수는 없다. 

IQ 검사를 통해 아이의 적성이나 진로 파악이 가능할까. 

IQ 검사로는 아이의 강점과 약점 일부분을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이를 통해 아이의 적성과 진로를 예측하기는 힘들다. 

IQ는 일정하게 유지되나. 


두뇌 발달 연구가들의 연구를 종합해보면 초등학교 입학 전 측정한 IQ는 여러 요소의 영향을 받아 바뀔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 때 측정한 IQ는 변할 가능성이 낮다. 지능을 변화시키는 요소로는 본인의 꾸준한 학습 노력과 가족·학교의 교육적 지지 등이 있다. 또한 아이가 지능이 발달할 수 있다고 믿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가 학습 효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IQ가 높으면 공부를 잘하나. 

두뇌 회전이 빠르고 인지 능력이 뛰어나야 꼭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지능 외에 성격, 창의성, 도덕성, 인내심, 목표 지향성, 몰입 능력 등 다양한 요인이 학습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위대한 인물 중에도 학교 수업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이들이 많다.

기획 김지영 기자 사진 김도균 동아일보 사진DB파트 뉴시스 뉴스1 디자인 김영화
사진제공 롯데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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