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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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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난민 쿠르디의 죽음이 남긴 것

글 · 김지은 자유기고가 | 사진 · REX 로이터 뉴시스AP

2015. 10. 08

지난 9월 2일, 인터넷을 통해 퍼진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인들을 눈물짓게 했다. 터키의 아름다운 휴양지 보드룸 해변으로 숨진 채 떠밀려 온, 사진 속 세 살배기 시리아 어린이 아일란 쿠르디의 죽음은 난민 문제로 고심하던 유럽 사회에 생명의 존엄과 가치를 되묻는 계기가 됐다.

아기 난민 쿠르디의 죽음이 남긴 것

생전의 쿠르디와 형 갈립.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단체(IS)의 위협을 피해 가족과 함께 시리아 북부에서 터키로 탈출해 소형 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로 가려 했지만, 배가 전복돼 엄마, 형과 함께 숨진 쿠르디. 그의 짧은 생에는 또래 아이들이 응당 누려야 할 안락함과 행복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 작은 아이의 삶을 가득 메웠던 전쟁의 공포는 지구 반대편, 우리의 일상까지 날아와 파편처럼 아프게 박혔다. 지금도 그곳 시리아에는 수많은 쿠르디들이 하루하루 죽음의 그림자를 견디며 살고 있다. 최근 UN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난민 생활을 하고 있는 시리아 어린이들은 무려 1백7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에겐 멀고도 생소한 땅 시리아에 내전과 이슬람 무장 세력 IS의 등장, 대규모 난민 사태라는 무시무시한 불행의 씨앗이 날아든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011년 시리아에서 발발한 반정부 시위는 대규모 유혈 사태로 이어졌고, 정부군과 반정부군 사이의 충돌은 미국과 러시아, 이란 등 제3국들의 개입으로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됐다. 2001년 발발한 9 · 11 테러의 배후로 알카에다를 지목한 미국은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고 알카에다의 우두머리 알 자르카위를 사살하기에 이르렀고, 이에 알카에다 세력은 새로운 이슬람 급진주의 세력 IS를 조직한다. 2010년 IS는 주활동 무대를 이라크에서 시리아로 옮기고 반군 세력들과 결탁해 세를 넓혀나갔다. 그러다 최근에는 정부군과 반정부군, IS가 각축을 벌이는 삼각구도로 전쟁의 양상이 변화했고,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시리아 땅에 살고 있던 민간인들이다.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가 20만 명을 넘어섰으며, 폭격으로 도시가 파괴되고 생활 터전이 무너져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죽음의 땅이 됐다. 이 때문에 1천8백만 명의 인구 중 절반 이상이 시리아 땅을 벗어나 난민 신분으로 이웃 국가를 떠돌거나 배 또는 육로를 이용해 유럽으로 향하고 있다.

시리아 인구 절반이 탈출, 난민 수용으로 고민하는 유럽

아기 난민 쿠르디의 죽음이 남긴 것

영국의 한 어린이가 ‘난민에게 방을 제공하겠다’는 문구를 들고 정부의 관심을 요구하는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들이 국경을 넘는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지난 9월 7일, TBS 라디오 ‘열린 아침 고성국입니다’에 출연한 분쟁 지역 전문가 김영미 PD는 “육로를 이용할 경우 국경을 넘을 때마다 브로커들을 만나 돈을 줘야 한다. 그 금액은 1인당 1천~2천 유로(약 1백30만~2백60만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해로도 험난하기는 매한가지다. 지중해를 건너 이들을 유럽으로 데려다주는 브로커 조직만 2백여 개에 달한다. 돈을 주고 배에 탈 수는 있지만 대부분이 구명조끼도 없는 고무보트고, 그것도 규정 인원을 초과해 난민들을 태우는 탓에 배가 뒤집히거나 난파돼 해변에 닿기도 전에 목숨을 잃는 경우가 다반사다. 국제이주기구는 지중해를 건너다 사망한 시리아 난민이 올해만 2천6백 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독일을 비롯한 서유럽의 많은 국가들이 난민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지만, 이들 국가들이 끝없이 유입되는 난민들을 얼마나 수용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난민을 향한 인도주의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늘어나는 한편으론, 극우주의자들의 반이민 정서도 세를 확장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쿠르디의 죽음은 유럽 사회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난민 문제를 조금 더 적극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계기를 마련했다. 전쟁의 고통과 참혹함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우리에게 쿠르디의 죽음은 아이의 죽음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디자인 · 김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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