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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혁신학교 늘고 자사고는 축소, 교육 공공성 강화될 듯

진보 교육감 시대

글·진혜린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14. 07. 02

6·4 선거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우리 아이들의 교육 환경에 큰 지각 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진보 교육감들이 공동으로 선포했던 공약을 중심으로 교육계 변화의 방향을 짚어봤다.

혁신학교 늘고 자사고는 축소, 교육 공공성 강화될 듯
6·4 교육감 선거를 통해 전국 17개 시·도 중 대전·대구·울산·경북을 제외한 13개 선거구에서 진보 성향 교육감이 탄생했다. 이로써 올해 7월부터 본격적인 ‘진보 교육감 시대’가 열리게 된다.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대세를 이루던 교육계에서 진보 교육감이 압승을 거둔 데는 세월호 참사가 몰고 온 여파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이른바 ‘앵그리 맘(대디)’으로 불리는 학부모들이 규율이 강조되는 기존의 보수적 교육방식에 변화를 열망했기 때문이라는 것.

이 같은 학부모들의 바람에 힘입어 당선된 진보 교육감들은 무상 교육, 무상 급식 등 보편적 교육 복지를 전면 확대해 부모의 경제력과 관계없이 아이들이 끼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고교선택제를 개편해 고교 평준화를 추진하는 한편, 자사고를 축소하는 대신 혁신학교를 확대 보편화하고 유아교육의 공교육화를 시도해 교육 환경에서 공공성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7월부터 실행될 대표적인 교육제도의 변화를 살펴본다.

대폭 늘어나는 혁신학교

혁신학교는 2009년 김상곤 전 경기도 교육감을 주축으로 처음 도입된 자율적 학교 형태다. 보통 학급당 25명에서 30명 남짓으로 학년당 5학급 이내의 작은 학교 운영을 통해 교사와 학생들의 토론 및 현장학습 등의 맞춤형 교육을 진행해왔다. 현재 서울, 경기, 광주, 전북, 전남, 강원 등 6개 지역에서 5백78개교가 운영 중이다. 시험 또는 상장을 폐지하거나, 학급 임원을 두지 않는 등 각 학교마다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입시 위주의 교육’을 강제하지 않는 것이 특징. 일부 혁신학교는 핀란드의 교육 관계자들이 연수를 올 정도로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학교로 발돋움했다. 기존의 공교육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컸던 학부모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 혁신학교 주변 부동산 시세가 들썩이기도 했다. 한편으로 교육방식은 선구적이지만 학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기도 하면서 문용린 전 서울시교육감이 폐지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혁신학교 확대’를 공동 공약으로 내세웠던 전국의 진보 교육감들은 각각 인수위를 통해 이를 위한 방안을 내놓았다. 기존 67개교의 혁신학교를 운영해왔던 서울시는 2백 개교로, 2백82개교를 운영해온 경기도는 1천 곳으로, 전남은 1백 곳을 추가할 계획이다. 광주는 혁신교육지구를 지정하고, 전북 또한 이를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혁신학교가 운영되지 않았던 부산은 30개교, 인천은 40개교를 설립 운영할 계획을 내놓았으며 그 밖에 세종, 충남, 충북, 경남, 제주 또한 신설을 검토하고 있다.

혁신학교 늘고 자사고는 축소, 교육 공공성 강화될 듯

(왼쪽부터)조희연(서울), 김병우(충북), 장휘국(광주), 민병희(강원), 이청연(인천) 교육감은 6월 12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아이들을 위한 학교, 따뜻한 학교, 안전한 학교 등 교육개혁 6대 중점 과제를 발표했다.

자사고 사라지나?

자율형사립고(자사고)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정책에 따라 도입, 5년째 운영되고 있다. 자사고는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다양화하기 위해 교육과정, 교원 인사, 학생 선발 등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사립학교 모델로, 기존 일반고가 자사고 전환 신청을 하면 교육청이 지정해 운영돼왔다. 하지만 교육과정 자율권은 국·영·수 수업 시수 확대로 이어졌고, 선발 자유권은 내신 상위권 학생 선발로 이어지면서 입시 경쟁을 부추긴다는 시선을 받아왔다.

자사고 비율이 가장 높은 서울시의 조희연 교육감은 선거운동 당시 “자사고를 전면 폐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으나 논란이 일자 “엄격한 평가를 통해 일반고를 황폐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자사고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평가를 통해 기준에 미달하는 자사고는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고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사립형 혁신학교’로 지정해 운영한다는 방침을 내놓아, 조희연 교육감과 뜻을 같이하는 진보 교육감이 포진된 지역의 37개(전국 총 49개교) 자사고가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재지정을 앞둔 전국 25개교의 평가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6월 말까지 자체평가보고서 검증을 끝내고, 심의를 거쳐 8월 중순까지 자사고 재지정과 취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 밖에 24개교의 재지정 절차는 2015~2018년 이뤄진다.

고교 평준화 확대

혁신학교 늘고 자사고는 축소, 교육 공공성 강화될 듯

이번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된 것은 성적과 규율이 강조되는 기존의 교육 방식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진보 교육감들은 고교 평준화 확대를 위해 일반고 배정 방식에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학생들이 일반고를 선택할 때 상위권 학생들이 일부 학교에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균형배정제’를 도입한다는 방안.

2009년 도입된 현 서울의 고교선택제는 1단계에서 서울 전역 고교 중 2곳에 지원할 수 있고, 2단계에서는 거주지 학군 내에서 고교 2곳을 고를 수 있다. 1, 2단계 추첨에서 떨어진 학생들은 인접 학군끼리 묶은 19개 공동 학군 소속 학교에 지원 없이 배정돼왔다.

조희연 교육감이 추진하고 있는 ‘균형배정제’는 1, 2지망을 나눠 학생들이 특정 고교를 지원하는 현행 방식은 그대로 유지하되 추첨 과정에서 성적별로 근거리 학교에 균형 배정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세부적인 사안은 인수위를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미 2015학년도 신입생 모집 계획이 지난 4월에 발표된 상황이라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더라도 2016학년도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공립 유치원 늘린다

현재 전국의 유치원 중 사립유치원은 70~80% 정도에 해당하며 공립유치원에 비해 교육비가 5배 이상 높다. 이에 진보 교육감들은 선거운동 당시 공립유치원 확충,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 유아교육 공교육화를 위한 법 개정 추진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경우 유치원 8백68곳 중 19.8%에 불과한 공립유치원 비율을 높이기 위해 2018년까지 공립유치원 50곳을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하지만 예산 부족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 있는 상황. 조 교육감은 재정이 열악한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시교육청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공영 사립유치원’을 도입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사립유치원의 학비 차인 월 20만원가량은, 시교육청이 10만원을 부담하고 나머지 10만원가량은 사립유치원이 경영 합리화 등 자구책을 통해 마련하도록 해 같은 수준으로 조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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