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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Special 세월호의 비극

세월호 실소유주 혐의 유병언 일가 미스터리

종교 지도자·사업가·사진작가, 럭셔리한 사생활

글·구희언 기자 | 사진·현일수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14.06.18 11:02:00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연일 사회면을 달구고 있다. 캐면 캘수록 놀라운 이야기가 나오는 유병언 일가, ‘법 위에 군림’한 그들의 정체는.
세월호 실소유주 혐의 유병언 일가 미스터리

1 1984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유씨 소유의 삼우트레이딩을 찾았다. 2 1991년 사기혐의로 구속돼 대전교도소에 수감되기 전의 유씨.

“저는 ‘회사 대표면 배의 선장이다. 배가 가라앉을 때까지 운명을 같이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배가 가라앉으니까 헤엄 잘 쳐 먼저 빠져나가는 사람 따로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어요.” (‘월간조선’ 1999년 9월호 유병언 인터뷰 중)

세월호 참사 이후 한 달이 흘렀다. 사건을 조사 중인 인천지방검찰청(검사장 최재경)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추정되는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의 비리 수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검찰이 유 전 회장 일가를 저격한 이유는 세월호 참사 배후에 청해진해운의 부실 경영이 있고, 그 배후로 지목된 사람이 유 전 회장이기 때문. 따라서 그가 청해진해운 경영에 간여한 사실이 확인되면 민·형사상 관리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은 현재 자기 명의로 된 재산을 국내에 갖고 있지 않고,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세모그룹 관련 주식도 갖고 있지 않은 상태. 이에 검찰은 청해진해운에서 압수한 급여명세서에 유 전 회장에게 월급과 자문료 명목으로 매달 1천5백만원 정도를 지급했다는 내용이 담겼고, 청해진해운 직원들이 평소 그를 ‘회장님’이라 불러온 점, 청해진해운 내부 비상연락망 최상단에 그가 ‘회장’으로 적시돼 있다는 점에서 청해진해운의 회장이 유 전 회장이라고 판단했다.

유 전 회장은 종교 지도자, 사업가, 사진작가로 변신을 거듭해온 인물이다. 일본 교토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미국인 선교사를 만나 종교에 귀의했다. 1962년 고 권신찬 목사와 선교활동을 시작한 것이 기독교복음침례회(속칭 구원파)의 시초였다. 구원파라는 명칭은 정통 개신교와 구원관이 달라서 붙여진 것이다. 유 전 회장은 대구를 중심으로 전도 활동을 펼치다 권 목사의 눈에 띄어 그의 딸 윤자 씨와 결혼했다. 적지 않은 신도를 거느린 구원파에서 유 전 회장은 뛰어난 친화력과 언변으로 장인보다 더 큰 인기를 얻었다고 한다. 유 전 회장의 측근이었던 정동섭 대한사이비종교피해대책연맹 총재는 최근 국민라디오 ‘조상운의 뉴스바-초대석’ 인터뷰에서 “대학시절 구원파에 포섭돼 유 전 회장의 통역비서 역할을 하는 등 8년 동안 함께 했다. 유 전 회장의 가르침은 기도와 회개가 필요 없다는 것인데, 우리도 기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가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해 도망쳐 나왔다. (유병언이 구원파 교주라는 건) 확신하는 문제가 아니고 역사적인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1970년대 한 종교 방송국 부국장으로 일하던 유 전 회장은 말세론·종말론을 퍼뜨린다는 이유로 이단으로 지목돼 쫓겨났다고 한다.

세월호 실소유주 혐의 유병언 일가 미스터리

3 경기도 안성 금수원 내부. 왼쪽 건물에 유씨의 스튜디오가 있다.

‘사업가 유병언’이 등장한 건 1976년 그가 부도 직전의 삼우상사를 인수해 삼우트레이딩 대표로 취임하면서부터다. 1979년에는 ㈜세모를 설립했다. 세모그룹은 스쿠알렌 등 건강식품, 한강 유람선, 자동차 부품 제조, 조선, 건설업 등 주요 업종 9개 계열사를 거느리며 준재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1987년 32명이 집단 사망한 채로 발견된 오대양 사건에 연루돼 구속 수감됐으나 이듬해 오대양으로부터 자금을 받은 혐의는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구원파 신도들의 헌금을 상습 횡령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돼 징역 4년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했다. 세모그룹은 1997년 부도 처리됐다.



경영 일선 물러났지만 ‘자녀 경영’으로 재산 증식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유 전 회장은 공식 석상에서도 사라졌다. 대외 활동뿐 아니라 사업체에서도 공식 직책을 맡지 않았다. ‘아해’라는 이름으로 사진 작가 활동을 해온 이력만 뒤늦게 알려졌을 뿐이다. 그는 자식과 핵심 측근 8명을 통해 재산을 증식하며 그림자 경영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측근 8명 모두 구원파 신자다.

유 전 회장은 슬하에 2남(대균, 혁기) 2녀(섬나, 상나)를 뒀다. 현재 이들 중 사법 처리 대상인 인물은 그와 장남 대균(44), 차남 혁기(42), 장녀 섬나(48) 씨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수차례 개인전을 열고 국내의 사실주의 조각을 이끌어나갈 선두 주자로 손꼽힌 조각가이기도 한 대균 씨. 그는 핵심 계열사들의 대주주이자 세모그룹으로부터 매달 1천만원씩을 받은 정황이 포착돼 수사선상에 놓였으며 현재 전국에 ‘A급 지명수배’가 내려져 있다. 그는 서울 강남에서 고급 레스토랑 몽테크리스토와 수입 초콜릿 브랜드 드보브에갈레 매장 등을 운영했다. 취미는 명품 시계와 조각상 수집. 서울 서초구 염곡동의 작업실에 주로 머무른 것으로 알려진 그의 행방은 현재 묘연하다. 검찰은 대균 씨의 작품 활동이 비자금 은닉 통로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 중이다. 기자가 몽테크리스토를 5월 초에 찾았을 당시 여전히 영업 중이었다. 내부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 흉상 외에도 정·재계 거물들의 조각상이 전시돼 있었다. 마찬가지로 대균 씨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동의 레스토랑 라이온 SAZA는 LP판으로 채워진 양 벽면과 고풍스러운 가구, 조각상이 가득한 화려한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큼직한 사자 조각상과 사진이 걸려 있는 허름한 입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얼마 전 종영한 jtbc 드라마 ‘밀회’의 촬영 장소로도 등장한 곳이었다. 이곳은 동네에서 소보로 빵으로도 유명했는데, 식당 종업원은 “구원파나 유대균 씨와는 관계가 없다”며 관련설을 부인했다. 청담동 드보브에갈레 매장도 여전히 운영 중이었는데, 매니저에게 신분을 밝히고 관련 이야기를 꺼내자 “유대균 씨나 구원파 관련해서는 잘 모른다”며 황급히 기자를 내보내고는 문을 잠갔다.

세월호 실소유주 혐의 유병언 일가 미스터리

4 5 장남 유대균 씨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몽테크리스토 내부에는 다양한 조각상과 골동품이 전시돼 있다.



세월호 실소유주 혐의 유병언 일가 미스터리

6 유병언은 ‘아해’라는 이름의 사진작가로 활동해왔다. 사진은 금수원 내부. 7 장남 유대균 씨가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레스토랑 라이온 SAZA, 8 장남 유대균 씨가 운영하는 드보브에갈레.

검찰이 가장 주목한 건 유 전 회장의 실질적인 후계자로 손꼽히는 혁기 씨. 그는 유씨 일가의 지주회사 아이원아이홀딩스의 대주주이자 주요 계열사인 문진미디어 대표도 겸하고 있다. 아버지를 대신해 설교자로 나서기도 하는 등 경영뿐 아니라 종교에서도 모든 걸 물려받은 인물이다. 그는 현지에서 미국 뉴욕 주 변호사로 활동한 재미교포 2세 남모 씨와 결혼해 영주권을 획득했다.

장녀 섬나 씨는 디자인 회사 모래알디자인 대표를, 차녀 상나 씨는 건강식품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섬나 씨의 모래알디자인은 대균 씨의 몽테크리스토 옆에 위치해 있었는데, 소위 말하는 유령회사였다. 엘리베이터에는 회사명이 표시돼 있었지만 찾아가 보니 간판도 없이 고가구로만 가득한 레스토랑 옆 공간이었다.

장남을 제외한 세 사람은 해외 체류 중으로, 일가 모두 검찰 소환에 불응했다. 미국 영주권자인 혁기 씨는 멕시코와 프랑스로의 도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이들 중 유 전 회장과 대균 씨는 아직 국내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유 전 회장은 어디에 숨은 걸까. 검찰은 구원파 본산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 유 전 회장이 있는 것으로 보고 강제 구인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이에 구원파 신도 수천 명이 정문을 막아서고 출입을 통제하며 강력히 반발했으나, 5월 21일 농성을 자진 해산하고 검찰에 협조했다. 검찰은 유 전 회장과 대균 씨의 밀항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전국 주요 밀항 통로의 감시를 강화했다. 유 전 회장이 금수원이 아닌 다른 곳에 은신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전국 영농법인과 계열사 소재지를 수색 중이다.

검찰은 유씨 일가의 재산을 몰수해 세월호 참사 배상 책임을 묻기로 하고, 이들의 경영 비리를 포함해 은닉된 재산을 찾는 데에도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 19일 “가족이나 제3자 앞으로 숨겨놓은 재산까지 찾아내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을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씨 일가가 은닉한 재산은 차명 재산을 포함하면 최대 5천억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검찰은 유씨 일가의 대규모 부동산을 확인하기 위해 압수 수색을 진행해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대균 씨 소유의 서울 서초구 염곡동 땅 3필지와 건물, 청담동 건물과 테헤란로 고급 음식점 등 부동산 8점에 대해 국세청의 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대구 대명동 대균 씨 소유의 땅도 압류했다. 이렇게 압류된 부동산 9점의 가격은 2백억원대로 추산된다. 유 전 회장은 이외에도 영농조합을 내세워 경북 청송, 전남 보성, 제주 서귀포 등에 수천 만㎡의 농장을 차명 소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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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2014년 6월 6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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