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는 저소득층을 위한 다양한 장학제도와 교육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부모의 낮은 교육열과 무관심 때문에 제대로 활용되지 않고 있다.
사실 독일은 ‘교육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무상교육을 하고 있고, 생활보호 대상자나 실업자 자녀가 학교에서 성적이 나빠 낙제할 위기에 처하면 시청이나 구청에 과외 비용을 신청할 수 있다. 영어, 수학은 물론 음악, 체육, 미술 등 거의 모든 과목의 과외가 가능하다. 정부는 또한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수학여행비와 급식비, 심지어 책가방이나 필기구 구입 비용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 독일에선 이런 시스템을 ‘교육 패킷’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엔 교육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독일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회 저소득층은 전체 해당자의 5%에 불과하다. 최근 언론 매체들은 왜 이런 훌륭한 제도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지를 집중 분석한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는데,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 것은 독일의 관료주의다. 수급자들이 해당 관청에 가서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한 뒤 서류 심사와 학교장 추천 등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너무나도 복잡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 자녀의 대학 진학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부모의 낮은 교육열과 무관심도 문제
2012년 만하임 유럽사회연구센터에서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부모가 고학력자인 가정의 자녀는 1백 명 중 81명이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대학입학자격시험인 아비투어(Abitur)를 치러 그중 71명이 대학에 진학한다. 반면 부모의 학력이 낮거나 저소득층 가정의 자녀는 1백 명 중 45명이 아비투어에 응시해 그중 24명만이 대학의 문턱을 밟는다고 한다. 또한 저소득층 부모는 자녀에게 대학 진학보다 직업 교육을 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대학에 합격해도 자퇴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로선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독일에선 높은 교육열이 문제가 아니라 너무 낮은 것이 문제다. 최근의 한 신문 기사는 ‘독일 부모들은 자신을 희생해서 자녀가 성공하도록 지원하기보다는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높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독일의 대학은 입학보다 졸업이 더 어렵다. 대학을 졸업하는 저소득층 자녀는 24명보다 훨씬 더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물론 대학 진학과 졸업이 인생의 성공을 결정짓는 만능 열쇠는 아니다. 하지만 학력이 높아질수록 소득이 높아지는 건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 사회가 부유층과 빈곤층으로 나눠지고 계층 간 이동 기회가 점점 줄어든다면 언제가는 계층 간의 불화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독일의 교육계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문제다.
김지숙 씨는…
쾰른대 독문학·교육학 박사 수료. 2002년부터 베를린에서 거주하며 방송 프리랜서와 코디네이터로도 활동한다. 세 아이 엄마로 아이들을 밝고 건강하게 키우는 것이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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