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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With specialist | 양쌤의 아이 맘 클리닉

왕따로 전학 가고 싶어하는 아이, 어떡하면 좋을까

글·양소영 | 사진·REX 제공

2013. 11. 06

부모들은 모순되게도 아이의 학교생활에 많은 관심을 갖지만 ‘마음의 병’인 학교 폭력에 대해서는 대체로 무관심하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체 학생의 2%가 폭력 피해의 경험이 있다고 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피해자나 가해자가 돼 있을지도 모르는 아이, 폭력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법.

CASE

왕따로 전학 가고 싶어하는 아이, 어떡하면 좋을까


“초등학교 2학년 때 아이가 따돌림을 당하고 맞기도 해서 전학을 했는데 4학년이 된 지금 다시 전학을 가고 싶다고 하네요. 다른 학교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대요. 아침에 일어나면 한숨부터 쉬고, 학교 가는 것을 너무 힘들어해요. 하교 후 부쩍 우울감이 심해지고 숙제도 혼자서는 전혀 하지 않고 학교와 관련된 일에 대해 흥미를 완전히 잃은 것 같아요. 밥도 잘 못 먹고, 잠도 잘 못 자는 것 같아요. 반 친구들 몇몇이 이유 없이 아이에게 침을 뱉고 때리고 밀치는 일이 있었대요.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면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파요.”

우리 아이가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거나 왕따를 당할 리가 없어요.
9월 중순 교육부가 발표한 2013년 1차 온라인 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중 2%인 2만1천 명의 학생이 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는 초등학생이 1만여 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성별로는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3천여 명 더 많았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거나 반대로 왕따를 당할 리가 없다고 믿는다. 초등학생들은 내가 학교 폭력을 행하고 있는지, 이게 학교 폭력에 해당하는지 등에 대해 정확한 개념이 부족하다. 자신이 하는 행동은 모두 옳고, 다른 사람은 나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도 있다. 따라서 학교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선 아이들에게 어떤 것이 올바른 행동인지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 폭력은 상대의 처지에서 생각해야 한다. 폭력이란 신체에 고통을 줄 수 있는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장난으로 주먹을 휘두르는 행동, 친구를 넘어뜨리기 위해 밀치는 행동, 친구가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옷을 잡아당기는 행동, 일부러 큰 소리를 지르며 놀라게 하는 행동 등도 폭력이다. 실수로 하는 행동,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 모르고 하는 행동, 길이 좁거나 미처 보지 못해 지나가다가 부딪히는 행동, 물건을 잡아당기다가 실수로 친구를 치는 행동, 친구가 싫어하는 것을 알지 못하고 하는 행동 등은 폭력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었을 때는 진심으로 사과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따돌림이나 폭력을 경험하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피해를 당하는 아이들은 대체로 자주 지각을 한다. 다른 학생보다 빨리 혹은 아주 늦게 학교에서 나간다. 학교 성적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전과 달리 수업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수학여행 및 체육대회 등 학교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 무단결석을 한다. 작은 일에도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한다.
가해를 경험한 아이들은 대체로 부모와 대화가 적고 반항하거나 화를 잘 낸다. 반에서 특정한 아이들하고만 논다. 사주지 않은 고가의 물건을 가지고 다니며 친구가 빌려준 것이라고 한다. 친구 관계를 중요시하며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귀가 시간이 늦거나 불규칙하다. 감추는 게 많아진다. 친구들이 자신에 대해 말하는 걸 두려워한다. 집에서 주는 용돈보다 씀씀이가 크다.
아이가 이런 행동을 할 때는 눈치채지 않게 조심스럽게 살펴봐야 한다. 가해를 하는 아이를 공개적으로 야단치거나 피해 학생을 직접적으로 보호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피해를 당한 아이와 친한 친구에게 피해 사실을 물어봐서도 안 된다. 학교 폭력의 상당 부분은 가까운 친구들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사실 확인을 위해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을 한자리에 불러놓고 직접 확인하는 것도 좋지 않다. 피해 학생은 공포 때문에 사실 그대로를 말하지 못할 수 있다. 피해 학생에게는 학부모나 교사가 신뢰를 심어줘야 한다. 피해를 경험한 아이를 보호하고 폭력을 참고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면, 아이들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따돌림당하거나 폭력적인 마음이 생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왕따로 전학 가고 싶어하는 아이, 어떡하면 좋을까




사람은 자신이 모욕당하고 존중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거나 무시당한다고 생각될 때 강한 분노를 경험한다. 이러한 느낌을 받으면 남에게 보복하려는 충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자신을 모욕한 사람을 공격해야만 상처 받은 자신의 자아가 온전하게 복구되기도 한다. 신체적으로 구속된 느낌을 받을 때도 분노를 경험하는데, 이는 아주 어린 영·유아기의 아이들에게서도 나타난다. ‘질풍노도의 시기’라 할 수 있는 청소년기나 감수성이 민감한 아동의 경우에는 언어적인 구속으로, 어른들의 경우에는 강한 규칙이나 규제에 분노를 일으키기도 한다.

피해를 경험한 학생의 경우 친구가 때리면 복수하는 대신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그러지 말라”고 분명히 말해주는 것이 현명한 대처 방법이다. 너무 억울하고 화가 나면 다른 어떤 생각도 안 나고, 아무것도 할 수가 없게 된다. 당연히 화해는 꿈도 못 꾼다. 그럴 때는 일단 자신의 마음을 풀어야 한다. 주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본다. 사이가 괜찮다면 엄마가 좋다. 어려워하지 않고 편하게 말할 수 있다면 선생님도 좋고, 언니나 형 같은 듬직한 친구도 좋은 상대다. 무슨 이야기든 편안하게 할 수 있는 상대를 찾아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기 심정이 어떤지 하고 싶은 말을 뭐든 쏟아낸다. 눈물이 나면 마음껏 운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도 함께 이야기한다. 이때 듣는 사람은 ‘너한테도 잘못이 있겠지’ 하는 식으로 상대방 편을 들어서는 안 된다. 말하는 사람의 처지에서 그 사람이 화가 나고 속상한 마음을 그대로 인정해주어야 한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내가 얼마나 속상하고 화가 났는지 알아만 주어도 화가 나고 억울한 마음이 많이 누그러진다. 내 마음이 받아들여지면 절대로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상대방의 처지가 헤아려지면서, 또 어떤 경우에는 당시의 흥분이 가라앉으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가해를 경험한 아이의 경우 “내가 머리끝까지 화가 났는데, 남이 어떻게 될지를 먼저 생각할 수는 없었다고요”라고 말하기도 한다. 자기도 모르게 폭력을 썼다면, 이렇게 변명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맞다. 자신의 감정에 빠진 순간, 남을 돌아본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때는 일단 내 마음을 가라앉히는 과정이 필요하다. 꼭 누구를 위해서라기보다는 화가 나 고통스러운 마음을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생각해도 좋다. 화가 치밀어 오르면, 주먹질을 하거나 욕을 하기 전에 그냥 말로 표현하는 것이다. “정말 짜증 난다.” 이렇게 말만 해도 마음이 가라앉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자신이 폭력적인 성향이 강하다면 문제를 좀 더 근본적으로 고쳐야 한다. 이럴 때 평소 하고 싶었던 운동을 해보자. 태권도나 검도는 싸우고 싶은 마음을 풀어준다. 테니스나 탁구 같은 운동도 좋다.
폭력적인 성향은 남뿐만 아니라 자신도 해치는 무익한 것이므로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방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마음이 불편해지면, 이제 용기를 낼 때다. 친구한테 다가가서 먼저 말을 걸라.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좋지만, 꼭 그래야만 하는 건 아니다. 남자아이들은 사과하기를 더 어려워할 수 있다. “이따 학원 갈 때 같이 갈래?” “내일모레 내 생일인데 올래?”라고 말해보는 것도 좋다. 친구가 사과를 받아주면 문제는 거의 다 해결된 셈이다. 서로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면, 싸웠던 이야기를 차근차근 다시 한다. “너 어저께 왜 그랬냐, 어제 이래이래서 내가 속이 많이 상했어.” 이렇게 차분히 말하면, 서로 감정이 누그러진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방을 이해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밑바닥에 남아 있던 감정의 찌꺼기까지 완전히 없앨 수 있다.

따돌림과 폭력을 경험하는 아이에게 부모는 어떻게 해주어야 하나요?
아이가 직·간접적인 폭력을 매일 경험했다면 보복의 두려움에 무기력해져 적절한 대처를 하기 어렵다. 이때 부모가 따뜻하게 안아주며 아이의 고통을 미리 알고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가 적극적인 문제 해결 의지를 보여주고, 평상시 부모와 자녀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거나 자녀의 친구들을 알고 있는 경우라면 사실을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한다. 자녀의 등하굣길에 동행하거나 주변 친구나 그 부모들과 관계를 형성해야 세력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교사에게는 자녀의 피해 사실을 알려 교실 내에서 다시는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입을 요청해야 한다. 이때 교사가 적절하게 개입할 수 있도록 대처 방법에 대한 주의 사항과 대처 기술 등을 공유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 가족과 공유하는 시간을 계획하고 아이가 관심을 가지는 활동을 지원하고 함께 여가 활동이나 여행을 함으로써 가족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확인한다. 이때 부모는 아이와 놀아준다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재밌게 같이 논다는 생각의 변화가 필요하다.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가족이 자신의 지지자라는 믿음을 갖게 되면, 아이는 마음속 갈등을 가족에게 드러내고 함께 해결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왕따로 전학 가고 싶어하는 아이, 어떡하면 좋을까


양소영 선생님은…
아동·청소년 상담 전문가. ‘청개구리 초등 심리학’저자.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마음을 들여다보도록 도와주면 어른이든 아이든 스스로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믿는다. 이메일 healery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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