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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성조숙증 치료 주사 VS 성장호르몬 주사

이번 여름방학에 시작해볼까?

글·허운주 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REX 제공

2013. 07. 03

딸 키우는 부모들의 걱정거리 중 하나가 성조숙증이다. 너무 일찍 가슴이 발달하고 초경을 시작하면 더는 키가 크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딸을 둔 엄마들은 성호르몬 억제 주사를, 아들을 둔 엄마들은 성장호르몬 주사를 놓고 고민한다. 언제부터 시작할까? 과연 효과가 있을까?

성조숙증 치료 주사 VS 성장호르몬 주사


요즘 실내 수영장에서 강습을 받는 초등학생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대략 7대 3 정도로 여학생이 많은 것. 갑자기 여학생들에게 수영 붐이 분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키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요즘 여자 어린이들의 사춘기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어, 사춘기를 늦추려고 수영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수영장 밖에서 참관하는 엄마들도 아이들 수영 실력보다 몸매에 더 관심이 많다. 수영복 입은 다른 아이들 키는 얼마나 되는지, 가슴이 얼마나 나왔는지에 시선이 쏠리고 은근히 자신의 아이와 비교한다. 마침 4학년 민지 엄마가 고민을 털어놓았다.

수영 실력보다 딸의 몸매에 더 관심
“오늘도 수영 수업 때문에 딸과 아침 먹다가 한참 싸웠어요. 가슴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샤워할 때마다 아이들이 놀리나 봐요. 창피하기도 하고 아이들과 부딪힐 때 가슴 부위를 맞으면 아프대요. 그래서 아이가 수영을 하기 싫어해요.”
옆에서 듣던 다른 엄마가 한 술 더 떠 하소연을 했다.
“그래도 민지는 140cm는 넘죠? 그 정도면 걱정 없겠어요. 우리 딸은 132cm인데 벌써 가슴이 봉긋 올라왔어요.”
이내 여학생 엄마들은 아이의 가슴 발육과 관련한 온갖 얘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누구는 초등 2학년 때부터 가슴 발육이 시작돼 성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고 있다고 하고, 누구는 4학년인데 벌써 생리가 시작돼 성장이 멈출까봐 고민이 크다고 했다. 초등 5학년쯤 되면 벌써 반 여학생 중 절반 정도가 생리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생리가 시작되면 키가 더는 크지 않는다는 게 정설이니까요. 남자아이들이야 중·고등학교 때도 큰다지만 요즘 여자아이들은 빨리 성숙하니까 초등학생 딸을 둔 엄마들 고민이 많아요. 슈퍼 모델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딸의 키가 165cm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민지 엄마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최근 한 조사에서 한국 엄마들이 바라는 자녀의 키는 남자 182cm, 여자 168cm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우리나라 성인 남자 평균키는 174cm, 성인 여자 평균키는 160cm이다. 부모들의 ‘키 눈높이’가 현실보다 8cm가량 높다는 뜻이다. 엄마들이 이처럼 아이 키에 집착하는 건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점점 더 외모가 중시되는 풍토인데, 얼굴은 성형수술을 하면 되고, 뚱뚱하면 다이어트를 하면 되지만, 키는 억지로 키울 수 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키가 ‘1인치(2.54㎝) 커질 때마다 연평균 임금이 7백89달러 올라간다거나, 5㎝ 커질 때마다 자살 위험이 9% 낮아진다는’ 등의 통계도 엄마들의 조바심을 부채질한다.
엄마들이 자녀의 키에 민감해지면서 성조숙증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성조숙증은 일반적으로 여자아이는 8세 이전, 남자아이는 9세 이전에 유방이나 음모가 발달하고 고환이 커지는 등 사춘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박미정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성조숙증 환자가 2004년 1백94명에서 2010년 3천6백86명으로 7년 새 19배 증가했다. 이 중 치료를 받은 아이는 남자(2백31명)보다 여자(8천37명)가 압도적으로 많다고 한다. 여아의 성조숙증 비율이 높은 이유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호르몬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설명했듯이 여자는 유선이 발달하기 시작하고 생리가 시작되는 사춘기에 키가 급성장하다가 성장판이 닫히는 경우가 많아서, 전문가들은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는 것이 최종 키에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실제 나이보다 더 중요해진 뼈 나이

성조숙증 치료 주사 VS 성장호르몬 주사




“4학년인 딸의 키가 152cm예요. 반에서 제일 커요. 하지만 가슴도 불룩해요. 가슴 발육이 시작되면 2년 안에 초경을 해요. 생리가 나오면 성장이 멈춘다는데 키가 160cm도 안 될까봐 걱정이에요.”
이미영 씨는 딸이 지금은 또래보다 크지만 성인이 됐을 때 최종 키는 더 작을 수 있어 불안하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방학 동안 성장 클리닉에서 성호르몬 억제 주사를 맞혀볼 생각이다. 그러나 이미영 씨의 고민은 3학년 혜수 엄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올해 초 가슴에 멍울이 잡혀서 검사를 했더니 뼈 나이가 12세로 나와서 깜짝 놀랐어요. 실제 나이는 10세인데 뼈 나이가 2년 더 빠르다는 거예요. 키도 작고 말라서 이렇게 빨리 가슴이 발달하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혜수 엄마는 검사 후 고민이 많아졌다. 아이 키가 128cm로 또래보다 작은데 2년 안에 생리를 하면 150cm도 안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 결국 혜수 엄마는 아이에게 성호르몬 억제 주사와 성장호르몬 주사를 함께 맞히기로 했다.
여자아이는 초등 3~4학년, 남자아이는 중학교 1~2학년에서 성장 클리닉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여자아이들은 생리를 시작하면서 성장판이 닫히지만, 남자아이들은 중·고교 때까지 열려 있는 경우가 많아 조금 더 기다렸다가 찾아온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성장 치료를 시작해야 하는 최적의 시기가 언제부터인지는 여전히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많다.
일단 성장클리닉을 찾으면 부모의 키에서 알 수 있는 유전적 정보와 현재 아이의 발육 상태 등을 점검해 성인이 됐을 때의 최종 예상 키를 내놓는다. 이때 대부분 여자 155cm, 남자 165cm가 나온다. 그냥 두기엔 아쉽고, 의학적인 도움을 받아 조금만 더 키우면 좋겠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수치다. 결국 많은 부모가 적극적인 치료를 선택한다.

성조숙증 치료 주사 VS 성장호르몬 주사


성조숙증 치료하니 키가 안 커 걱정
성호르몬 분비를 억제하는 성조숙증 치료제 주사는 원래 만 9세 이전 성조숙증 진단을 받은 여자아이들이 맞는다. 하지만 생리를 늦추기 위해 만 9세가 지난 여자아이들도 비보험으로 맞을 수 있다. 보험이 적용되면 1회 15만~20만원, 적용되지 않으면 30만원 정도가 든다.
성조숙증이 아니더라도 생리와 가슴 발육을 지연시키려고 성조숙증 치료제를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주사는 성호르몬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성장을 지연시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여학생의 경우 성호르몬 억제 주사와 함께 성장호르몬 주사도 함께 맞힌다. 권아름(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두 주사를 함께 맞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성조숙증 치료 주사를 맞으면 이전보다 키가 잘 크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사춘기 발달을 늦춰주고 초경 시기를 늦춰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아이가 더 오래, 더 많이 클 수 있죠. 성조숙증 치료제와 성장호르몬 주사를 함께 투여하는 경우는 성조숙증 치료에도 불구하고 최종 키가 작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또는 성조숙증 치료 시에 성장 속도가 기대치에 못 미쳐 목표하는 최종 성인 키에 도달하지 못할 때입니다. 두 치료제의 작용 기전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같이 투여한다고 해서 부작용이 더 많이 발생하지는 않습니다.”

성조숙증 치료 주사 VS 성장호르몬 주사


성조숙증 치료제는 생리 주기인 28일마다 1회, 성장호르몬 주사는 매일 밤 맞는다. 그래서 키 크는 주사를 맞는 아이들 배는 시커멓다. 보통 2년간 매일 주사를 맞기 때문이다. 2년 동안 딸에게 키 크는 주사를 맞혔다는 K씨. 만족도는 어떨까.
“가슴 발육이 시작됐을 때 시작했어요. 일단 가슴 멍울이 사라졌고, 키가 1년에 7cm 정도 자랐어요. 만족해요. 하지만 나중에 클 키가 미리 큰다는 이야기도 있고, 2년은 맞아야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 부작용이 있다는 소문 때문에 늘 불안한 건 사실이에요.”

시기 놓치면 효과 기대하기 어려워
키가 작지 않은 편인데도 더 키우려고 성장클리닉을 찾는다거나 옆집 아이가 성장 호르몬을 맞고 키가 많이 컸다는 얘기에 우리 아이도 크게 하려고 성장클리닉을 찾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성장호르몬 주사가 키 작은 아이를 위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성장호르몬 분비가 부족한 아이들에게는 효과가 있지만 호르몬 수치가 정상인데도 키가 작은 아이들에게는 별 효과가 없다고 한다.
권 교수는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판이 충분히 열려 있을 때 효과가 있고, 투여 시작 나이나 기간에 따라서도 효과가 다르다고 말했다. 또한 진단 및 투여 목적에 따라 용량이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에 따라 적절한 용량을 투여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한 주사 치료는 안 된다는 뜻이다. 사람은 일생 동안 생후부터 2세까지 38㎝가량, 사춘기 동안 25~30㎝ 가량 등 두 차례 크게 자란다. 남학생은 만 16~17세 때, 여학생은 만 14세를 전후해 성장판이 닫히므로 그 전에 치료를 받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성장호르몬 주사 가격은 웬만한 월급쟁이 연봉만큼 비싸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략 한 달에 1백만~1백50만원의 비용이 든다. 게다가 아이의 몸무게에 따라 주사액 양이 달라지므로 아이가 자랄수록 비용이 늘어난다. 2년 치료에 3천만원 가까운 비용이 드는데 대개는 2~4년 정도 꾸준히 주사를 맞힌다.
김은영 고은가정의학과 원장은 “아이 키가 조금 작다고 해서 억지로 호르몬을 투여하는 것보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하는 기본에 충실한 것이 키를 키우는 가장 안전하고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민건 바른정형외과 원장도 “성장호르몬 주사의 부작용으로 척추측만증이나 고관절 탈구, 일시적인 당뇨병, 부종, 두통, 구토 등이 생길 수 있다”며 “부작용에 대한 검사도 꼼꼼히 받은 후에 주사 치료를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성조숙증 치료 주사 VS 성장호르몬 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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