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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인생 사용설명서 열네 번째 | 가슴 뛰는 선물

“가족과 함께하는 캠핑의 참맛”

아버지와 캠핑하며 인생 배운 김현수 씨

글 | 구희언 기자 사진 | 박종혁 프리랜서

입력 2012.12.17 17:42:00

캠프장에서 집도 뚝딱 만들고 요리도 척척 하는 아버지를 ‘슈퍼맨’이라고 믿던 소년은 어느덧 어린 시절 배운 캠핑으로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어른이 됐다. 캠퍼 김현수 씨 이야기다.
“가족과 함께하는 캠핑의 참맛”


김현수(37) 씨의 어린 시절, 여름휴가 때 다른 집과 달리 마땅히 즐길거리가 없던 집안 분위기를 바꿔보자며 어머니는 동네 가게에서 캠핑 장비를 사서 아버지의 등을 떠밀었다. 김현수 씨의 첫 ‘캠핑’의 추억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차도 없어서 텐트며 코펠 등 장비를 이고 지고 버스를 두세 번씩 갈아타면서 캠프장에 갔어요. 좁은 텐트 안 찬 바닥에 몸을 뉘어도 그저 좋았어요. 1년에 한 번 가는 캠핑이었는데 매번 여름휴가가 끝나면 다음 여름 방학이 오기만을 기다렸죠.”
그때까지 무뚝뚝한 부산 남자인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는 “공부하니?” “예” “밥 먹었냐?” “예”가 전부였다. 그러나 김씨는 캠핑을 하며 아버지를 이해하고 존경하게 됐다고 했다.
“캠프장에서 아버지는 못하는 게 없었어요. 텐트랑 플라이도 뚝딱 치고, 버너로 요리도 하고, 한번은 물에 빠진 사람도 구하셨어요. 그야말로 슈퍼맨이었죠.”
그렇게 캠핑의 재미를 느낀 김씨. 지금은 아버지가 물려준 카메라를 들고 캠프장을 누비는 자타 공인 ‘캠핑 마니아’가 됐다. 그가 운영 중인 ‘김대리의 캠핑이야기(blog.naver.com/inspike)’는 캠핑하면서 느낀 점과 노하우를 모은 사이트다. 이외에도 캠핑밴드를 결성해 김씨는 캠프장에서 공연도 하고, 캠핑 에세이 ‘캠핑, 내 아버지의 선물’도 펴냈다.
“인터넷에서 캠핑 후기를 검색하면 ‘이번에 산 장비가 어떻다, 뭘 먹었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에요. 처음에는 저도 그렇게 썼는데 재미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디 가서 뭘 써봤다’는 말 대신 캠프장에서의 좋았던 느낌과 떠오른 생각을 적었더니 마니아층이 생겼죠. 그렇게 4년 동안 쓴 글을 모아 책으로 냈어요. 사람들이 제 글을 읽고 캠핑을 하고 싶어진다면 성공이죠. 아직 미혼이지만 캠핑이야말로 가족 레저 활동으로 최고라고 생각하거든요.”
김씨의 필름 카메라 ‘코비카 35BC ’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이다. 김씨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한 달 치 월급을 털어서 산 그 카메라로 집에서든 캠프장에서든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와 동생 사진을 찍어주셨다. 원래는 ‘버너’를 물려받고 싶었는데 하도 이웃에게 빌려주다보니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고. 유품을 정리하던 어머니는 카메라 말고도 녹슨 칼을 그에게 전해줬다. 아버지가 늘 쓰던 칼이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준 최고의 선물
“어머니는 칼을 갈아서 쓰라고 하셨는데, 그러지 못하겠더라고요. 칼을 처음 받고 냄새를 맡아봤는데, 아버지의 체취가 남아 있더라고요. 차마 쓰지 못하고 녹슨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요.”
김씨에게 평생의 취미를 선물해준 아버지. 훗날 아버지가 될 김씨도 자식에게 어떤 것을 물려주고 싶은지 물었다.
“딱 ‘어떤 물건’이라 정의하고 싶지 않아요. 꼭 물려주고 싶은 게 있다면 ‘지혜’랄까요. 예를 들어 캠프장에서 아무것도 없는데 불을 밝히고 싶다, 그런데 맥주 캔과 파라핀만 있다. 그러면 초를 만들면 되거든요. 그런 융통성과 어디 던져놔도 살 수 있는 생활력을 물려주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지금 좋은 아빠가 되는 연습 중이라고 할 수 있죠(웃음). 뭔가 하라고 돈을 대주는 부모도 좋겠지만, 아이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용기와 뚝심을 심어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캠핑은 최고의 교육 방식인 셈이죠.”
그의 책에는 여러 빛깔의 캠핑 이야기가 담겨 있어 옴니버스 단편집을 읽는 느낌이다. 김씨는 “대부분 내 이야기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각색한 것”이라고 했다. 책을 읽다 보면 당장 저렴한 텐트라도 하나 사서 자연으로 훌훌 떠나고 싶어진다. 그는 “비싼 장비가 즐거운 캠핑을 보장하는 건 아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코펠이 없으면 집에 있는 식기를 쓰고, 매트가 없으면 이불을 가져가면 된다”고 조언했다.
요즘도 한 달에 한두 번 ‘나 홀로 캠핑’이나 ‘단체 캠핑’을 떠난다는 김씨. 캠핑은 그의 인생을 바꿔놨다. 블로그 닉네임처럼 ‘김대리’ ‘김과장’으로 살며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던 회사를 떠나 좀 더 자유롭게 스케줄을 짤 수 있는 재무관리사로 직업을 바꿨다. 모두 캠핑을 위해서다. 여행작가라는 새로운 직업도 갖게 됐다.
“캠핑하면서 사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을 사랑하게 됐어요. 왜 사람들이 굳이 외국을 가려고 할까, 유명한 관광지만 찾으려고 할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저 이렇게 자리를 펴고 자연에 몸을 맡기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사람들에게 행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를 확실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됐다는 게 가장 긍정적인 변화가 아닐까요.”

“가족과 함께하는 캠핑의 참맛”

1 캠핑 갈 때 그가 빼놓지 않고 챙기는 기타와 낚시대. 2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필름 카메라. 국내 최초의 광학기기 회사였던 대한광학이 1976년 생산한 1호 카메라다.



참고도서 | 캠핑, 내 아버지의 선물(시공사)

여성동아 2012년 12월 5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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