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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COOKING STORY

숲 속 요리 이야기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올바른 음식 먹기

글·사진 | 이기진 동아일보 사회부 기자(한중양식조리기능사) 사진 |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입력 2012.10.16 16:01:00

숲 속 요리 이야기


가을이다. 산에 오르면 ‘투두둑~투두둑’ 햇밤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다람쥐 겨울나기가 될 도토리도 눈에 띈다. 냄새는 고약하지만 바람이 지나간 도심 거리에는 은행 알도 수북하다. 숲에 갔다가 재수 좋으면 능이도 손에 쥘 수 있다. 땅 속에서는 더덕과 도라지가 진한 향을 간직한 채 미식가를 유혹한다.
지표면을 기준으로 하늘과 땅, 땅 속…. 그야말로 임산물의 계절이다. 정약용의 둘째 아들 정학유는 한글 노래 ‘농가월령가’에서 ‘묵은 산채 삶아내니 육미와 바꿀 쏘냐. 귀 밝히는 약술이며 부스럼 삭는 생밤이라…’고 했다. 묵은 산채를 고기와도 비할 데 없는 귀중한 걸로 여겼다. 생밤도 그랬다. 수확의 계절인 가을에는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추석이 있다. 소중한 차례상인지라 오르는 음식 또한 귀한 것들이다. 임산물이다.
갈수록 인기 끌고 있는 사찰 음식이 바다에서 나온 것일 리 없다. 영양제와 사료 등을 먹여 억지로 키운 고기일 리 역시 없다. 산 속 재료다. 사찰 음식 대가 선재 스님도 그래서 산 음식을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올바른 음식”이라 했다.
임산물이 자연식으로 인식되면서 이를 이용해 만든 음식은 생명 유지는 물론 건강을 더해주는 음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신까지 맑게 해주는 영혼의 음식이다. 그래서 선식이요, 약선이라 했다. 한여름 잃었던 입맛이 돌아오는 계절, 합성조미료와 인공감미료, 즉석식품과 패스트푸드, 기름에 튀기고 볶고, 달고 톡 쏘는 탄산에 찌든 가족과 자녀를 위해 자연 재료를 이용한 요리로 가을을 맞이해보자.

표고버섯수제비
명절 때 인기 있는 선물 중 하나가 버섯이다. ‘숲에서 나는 고기’ 버섯은 가을이 제철이다. 그리스와 로마인들은 버섯을 ‘신의 식품’이라고 했다. 중국인들은 불로장수의 영약으로 여겼다. 표고버섯은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D 함량이 높아 누구에게나 좋다. 말렸다가 사용하면 영양이 높아지고 감칠맛이 더해진다.
근래에는 국내산 가격의 절반에 불과한 중국산·북한산이 많은 게 유감이지만 산림청이나 산림조합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www.sanrim.com)에서는 믿고 구입할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09년 수도권 주부를 대상으로 표고버섯 소비 패턴을 조사한 결과 76%가 볶음과 찌개용으로만 버섯을 사용했다. 그만큼 다른 요리법을 모른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은 효능과 효과가 좋은데도 버섯을 싫어한다.
이럴 땐 표고버섯수제비는 어떨까. 먹을 사람에 맞춰 요리하는 지혜를 발휘해보자. 표고버섯수제비는 가루를 사용한다. 표고가루가 없다면 마른 표고는 빻아서, 생표고는 약간의 물을 넣고 블렌더로 갈아서 밀가루와 함께 반죽하면 된다. 국물 뒷맛까지 버섯 향이 입안에 가득하다.

숲 속 요리 이야기


준비재료
표고버섯가루 30g, 밀가루 2컵, 소금 ½작은술, 물 1컵, 대파 ½대, 고추·감자·양파 1개씩, 다시마멸치국물 적당량, 소금·다진 마늘·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표고버섯가루에 밀가루, 소금, 물을 넣고 반죽해 30분 정도 실온에 둔다.
2 대파와 고추는 어슷썰고, 감자는 한입 크기, 양파는 1cm 두께로 썬다.
3 다시마멸치국물이 끓기 시작하면 감자, 양파, 고추를 넣고 수제비를 한입 크기로 떼어 넣는다.
4 수제비가 익으면 소금, 후춧가루, 다진 마늘, 대파를 넣어 한소끔 끓여 낸다.




나물밥전
추석이나 설 차례상에 항상 오르는 게 삼색 나물이다. 숙주, 도라지, 고사리, 참나물…. 색을 맞추기 위해 지역에 따라서는 피마자, 곤드레, 시금치, 콩나물을 올리기도 한다. 삼색 나물에는 선인들의 오묘한 뜻이 담겨 있다. 초록의 시금치는 잎으로서 자식을, 나무 색의 고사리는 줄기로서 부모를, 흰색 도라지는 뿌리로서 조상을 뜻한다고 한다. 따라서 차례상은 대대손손 한자리에 모여 화합한다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나물에는 식이섬유와 미네랄이 풍부하다. 나물에는 찬밥도 좋고, 따뜻한 밥도 좋다. 차례를 마치면 으레 나물이 남는데, 귀성길에 주섬주섬 싸주시는 시어머니, 친정어머니 정성을 외면할 수 없어 냉장고에 넣어뒀다가 처치 곤란할 때가 많다. 하지만 정학유가 그러지 않았는가, ‘묵은 산채 삶아내니 육미와 바꿀 쏘냐’라고. 남은 나물 송송 썰어 밥과 골고루 섞은 뒤 지글지글 지져보자. 아이들도 좋아하는 나물밥전이 된다. 송송 썬 나물에 당면과 돼지고기 볶아 소를 만들어 만두피로 감싸 찌면 웰빙 나물만두가 된다. 서울의 특급 호텔 주방장들도 권하는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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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나물 반찬 200g, 밥 400g, 소금·올리브오일 약간씩, 달걀 2개
만들기
1 나물 반찬은 1cm 길이로 송송 썰어 밥과 소금, 달걀을 넣고 버무린다.
2 달군 팬에 올리브오일 두르고 준비된 재료를 한 숟가락씩 납작하게 팬에 올려 노릇하게 굽는다.
TIP 나물 반찬이 없을 경우 건나물을 뜨거운 물에 불리거나 삶은 뒤 들기름에 볶아 양념해 사용한다. 나물밥전의 형태가 흐트러지면 밀가루를 약간 첨가한다.

밤잣호두 트리오 라테
‘라테’는 이탈리어로 우유다. 커피와 섞으면 ‘카페라테’가 된다. 밤, 잣, 호두와 섞으면 밤잣호두 트리오 라테가 탄생하는 셈이다. 이는 잣과 호두를 곱게 갈아 꿀에 재웠다가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는 선조들의 음료인 봉수탕에서 착안했다.
봉수탕은 조선 숙종 때 실학자 홍만선이 쓴 ‘산림경제’에서 ‘독이 없고 먹으면 머리털이 검어지고 강장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봉황처럼 오래 살 수 있는 음료’라 해서 임금이 즐겨 마셨다고 한다. 한방에서도 빈혈에 효과적이고 폐에 좋다고 한다.
밤, 호두, 잣 등 견과류의 효용성은 말이 필요 없다. 또 쉽게 구할 수 있는 임산물이다. 호두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연어보다 3배 정도 많이 들어 있다. 잣도 비타민 B가 풍부하고 땅콩에 비해 철분이 많다.
3가지 견과류가 우유와 만나면 부러울 게 없다. 불과 10분만 투자하면 가족의 건강을 챙길 수 있다. 특히 머리를 쓰는 수험생이 있는 부모라면 더욱 권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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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밤 10개, 잣 30개, 호두 5개, 꿀 2큰술, 우유 적당량
만들기
1 밤은 쪄서 찻숟가락으로 속을 긁어낸다.
2 잣은 고깔을 떼고 마른 천으로 표면을 닦는다. 호두는 속껍질을 벗긴다.
3 믹서에 삶은 밤과 손질한 잣, 호두, 꿀, 우유를 넣고 곱게 간다.
TIP 호두 껍질은 뜨거운 물에 5분쯤 담가둔 뒤 이쑤시개를 이용하면 쉽게 벗겨진다.

● 임산물 구입처
국산 견과류와 나물·버섯 종류는 산림조합 푸른장터(www.sanrim.com)나 e숲으로 직거래장터(www.esupro.co.kr) 등에서 택배로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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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2012년 10월 5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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