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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실력 키우기 A to Z

우리 아이 미래 좌우할 숨은 열쇠

글 | 허운주 자유기고가 사진 | 지호영 기자, REX 제공

입력 2012.05.02 17:47:00

서울시 교육청은 2014년까지 독서·토론·논술 교육의 수업시수를 전체의 30%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입 시험이 수시 중심으로 흘러가면 내신과 논술의 비중이 커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토론과 논술은 금방 실력이 늘지 않기 때문에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큰 그림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
‘책만 읽으면 될 것 같은데…’라는 막연한 생각을 버리고 전략적으로 시작해 보자.
토론 실력 키우기  A to Z


디베이트로 ‘인성+글쓰기’ 두 마리 토끼 잡기
요즘 학부모들 사이에서 토론 수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 토론과 논술이 입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을 뿐 아니라, 논리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서도 토론 실력을 쌓는 것은 필수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동아사이언스에서 운영하는 영재교육원 지니움은 내실 있는 토론 프로그램으로 입소문이 나 있다. 지니움에서는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Public Forum Debate) 형식으로 토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의 원래 명칭은‘논쟁(Controversy)’이었으나 그 형식이 미국 CNN 뉴스 프로그램인 ‘크로스 파이어’를 닮아 CNN 창시자의 이름을 따서 ‘테드 터너 디베이트(Ted Turner Debate)’라고 불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2010년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용 디베이트 형식으로 소개됐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는 주어진 논제에 대해 미리 찬반을 정하지 않는다. 토론 시작 30분 전 동전을 던져 찬반을 정한 뒤 먼저 발언팀과 나중 발언팀이 결정된다. 찬반이 미리 정해지지 않으므로 주제에 대한 충분한 리서치, 비판적 읽기가 선행돼야 한다. 사회자 없이 정확한 규칙에 의해 토론이 진행되는데 무엇보다 퍼블릭 포럼 디베이트의 핵심은 주장한 사람들 간의 교차 질의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허점을 순발력 있게 콕콕 짚어 조목조목 질문해야 하기 때문에 토론 내내 경청하고 메모하는 집중력이 필수다.
“지니움의 시사 이슈 디베이팅의 키워드는 참여의 즐거움·경청·자기표현입니다. 시사 주제를 선정해 주 1회 3시간씩 11주 수업을 진행합니다. 아이들이 디베이트를 하려면 자연스럽게 신문을 읽게 됩니다. 신문 읽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현재를 준비하며 미래를 예측하고 편견 없이 세상을 훑어볼 수 있는 눈이 생기는 것이죠. 학생들에게 세상에 일어난 일을 편향되지 않고 종합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지니움의 서혜영 연구원은 학생들이 디베이트 자료를 준비하려면 글쓰기는 필수이고, 토론 과정에서 경청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인성과 글쓰기 두 가지를 동시에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니움 디베이트 벤치마킹하기

토론 실력 키우기  A to Z

영재교육원 지니움의 토론수업 풍경. 즉석에서 찬반을 나눠 토론, 순발력을 카울 수 있다.



①토론 주제는 현재 이슈가 되는 논제를 정해 2주 전에 알려준다.
②학생들이 개인별로 주제와 관련된 자료들을 찾아 올리고 서로 공유하며 질문을 올리면 담당 교사가 조언을 하거나 필요로 하는 도움을 준다.
③찬반을 모르므로 학생들은 주제에 관해 정확한 용어 정의, 찬성과 반대 입장에 관련된 정보를 모두 찾아서 공부한다.
④교사는 학생들이 신문이나 다른 언론 보도 자료를 중점적으로 찾아볼 수 있게 유도한다.
⑤준비가 부족한 학생들을 위해 디베이트 당일 교사가 미리 준비한 논제 관련 보충 자료를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눠준다.
⑥팀별 30분 동안 기획 회의를 통해, 디베이트에서의 역할을 정하고 쟁점을 찾아 정리한다.
⑦디베이트 시작. 진행 시간은 총 33분이다. 참가 학생 외에 타이머 1명, 전문 심판 1명, 일반 청중(초등학교 3학년 이상 또는 어른)이 참가한다. 심사 기준은 태도(경청과 메모), 팀워크, 디베이트 형식, 디베이트 전략, 스피치, 청중의 판정으로 각 항목별 만점은 5점이다.



집에서 하는 디베이트
가정에서 쉽고 재미있게 토론할 수 있는 방법은 3분 모래시계를 놓고, 자녀와 대화를 하는 것이다. 주제는 독서, 일상생활, TV 뉴스 내용 등 다양하다. 아이들은 3분 동안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고, 또한 경청하고 반박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운다. 자녀들과 이슈가 되는 주제를 스크랩해놓거나 함께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생활습관이나 간단한 일상적 문제들을 주제로 토론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서 연구원은 부모가 자녀와 대화를 나눌 때도 모래시계를 사용해 정해진 시간 안에 발언을 하고, 자녀가 말할 때는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토론의 기본을 익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정에서 토론을 하고 나서 아이가 스스로 잘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부모가 앞서서 조언을 하지 말고 기다리는 것이죠. 만약 하고픈 말이 있다면 한 번 더 입장을 바꿔 다시 대화를 나눠보세요.”
서 연구원은 토론은 주입하거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깨치는 과정이라며 집에서도 아이와 함께 이런 토론 과정을 실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TIP

디베이트 잘하는 요령
A. 자료를 충분히 읽고 이해하기
B. 열심히 경청하고 메모하기
C. 자신이 주장한 것을 놓고 조목조목 반박해보기

디베이트가 필요한 아이
A. 앉아서 선생님이 불러주는 내용을 받아 적기만 하는 수동적인 아이
B. 의사 표현을 제대로 못하고 우물쭈물하거나 의견이 반박당하면 당황해 쩔쩔매는 아이
C. 팀 활동에서 소외되고 팀원들과 융화되기 어려운 아이

디베이트를 배우면 좋은 점
A. 제시된 주제와 관련된 자료를 찾고 읽는 과정에서 올바른 정보를 선택할 수 있는 안목과 다양한 분야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얻으며, 비판적 읽기 훈련이 된다.
B. 토론을 하면 학생들이 수업의 주체가 되므로 공부 효과가 배가된다.
C. 토론 과정에서 찬반 중 한 입장을 골라 그에 걸맞은 근거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안을 입체적으로 이해하게 되며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정돈해 말할 수 있게 된다.
D. 사고가 편향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


독서 토론 논술 ‘삼위일체’

토론 실력 키우기  A to Z


독서·토론·논술은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 독서는 토론 주제를 제공하고 토론은 독서 내용과 경험·생각을 연관 지어주며 이 과정을 정리한 것이 논술이기 때문이다.
한우리독서토론논술연구소 이언정 책임연구원은 “독서와 토론을 함께하면 책의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고 더불어 말하기, 글쓰기 능력도 키울 수 있다”며 연관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책을 꼼꼼히 읽으면 줄거리, 등장인물 성격, 갈등 상황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책 속 등장인물의 말과 생각 판단 행동 등은 토론 주제로 활용된다. 결국 제대로 된 책읽기는 토론 실력을 끌어올리게 된다. 등장인물의 판단이나 행동이 잘 표현된 책이나 역사적 사실이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나는 역사책 또는 위인전이 토론하기 좋다. 환경 문제나 전쟁 등 시사 이슈가 담긴 책도 토론 주제를 뽑는 데 적합하다.

내 아이, 토론 잘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1. 칭찬하고 또 칭찬하라
아이들의 발표에 대한 불안감은 자신감 부족에서 비롯된다. 학교에서 발표하다가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창피를 당하거나, 부모와의 대화 중간에 꾸중을 듣거나,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 등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아이가 말하는 도중에 말을 끊거나,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시끄러워, 조용히 해” “얼른 들어가서 공부나 해” 등의 부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 것도 필수. 이해가 안 되거나 답답하더라도 중간에 끼어들지 말고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되 얘기가 끝난 후 칭찬이나 선물, 포옹 등으로 피드백을 해준다.
2. 나이와 관심에 맞는 책을 골라줘라
아이가 자신의 생각, 의견에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사고력, 논리력을 키울 수 있는 독서 교육도 필요하다. 이때 기승전결이 뚜렷한 책을 골라 아이가 읽을 수 있게 해 논리적인 사고 과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불어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상징적인 의미가 담긴 책을 읽게 한 뒤 책에 대해 부모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3. 큰 소리로 낭독하게 하라
아이가 아무리 똑똑하고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아이들에게는 책을 소리 내어 읽도록 지도하는 것이 좋다. 이때 무조건 읽기보다는 엄마가 미리 쉬어 읽어야 하는 부분을 표시해주면 올바른 호흡법을 익히고 편안하게 말하는 습관을 기를 수 있다. 큰 소리로 말하다 보면 면접이나 토론, 발표 등에 있어서도 강한 자신감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4. 엄마가 먼저 읽어라
말의 핵심을 짚는 능력과 논리적으로 말하는 능력을 자연스레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엄마는 아이가 단답형으로 말할 경우, 인내심을 갖고 앞뒤의 원인과 결과가 나오도록 묻고 아이의 두서없는 말들은 정리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이 중간에 귀찮다고 윽박지르거나 그것도 모르냐고 야단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5. 가족 토론을 펼쳐라
일상적인 대화처럼 진행하되 아이의 생각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는 토론장을 만드는 것. 토론의 주제는 시험이나 공부와 연관된 것보다는 음식 이야기, 만화 영화 등 아이가 호감을 갖고 있는 분야가 적합하다.
6. 책과 드라마 속 이야기 논리적으로 추리하기
아이와 함께 도서관이나 서점을 방문해 책을 읽고, 아이가 관심 있어 하거나 감동받은 책을 바탕으로 생각과 의견을 설명하게 함으로써 아이의 흥미를 자극하고 표현력까지 기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객관적으로 말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좋은데 “내 생각에는” 이라든가 “내가”로 시작되는 주관적인 말하기부터 시작해 점차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아이가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볼 때 다음 줄거리를 말하게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은 반드시 원인과 결과를 정확하게 갖춰 말하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아이가 좋아하는 동화책의 이야기를 바꿔 이야기해보는 것도 아이의 상상력과 사고력, 그리고 순발력과 재치 있는 말하기를 하는 데 도움이 된다.
7. 가족 3분 스피치 대회 열어라
아이를 위한 3분 스피치와 오감만족 스피치를 통해 말하기 실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 3분 스피치는 말하기의 효율성을 높이는 훈련으로, 말하기의 내용보다 말하기의 구성과 조직이 더 중요하므로 3분간 말할 내용을 원고에 적어오는 것을 금지하는 게 원칙이다. 오감만족 스피치는 5분 동안 특정 전문 분야에 대한 발표를 한 뒤에 들은 사람이 다시 재정리해 요약 발표 하는 형식으로, 복잡한 주제를 자신의 말로 풀어 남을 이해시키는 작업을 통해 말하기의 설명력을 높일 수 있다. 재정리해 발표하는 사람은 듣기 훈련이 되는 장점도 있다.
8. 동영상으로 촬영하라
자신이 발표할 때의 목소리나 태도를 직접 확인하는 것은 말하기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누구나 가정에 하나쯤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나 카메라, MP3로 손쉽게 동영상 촬영이나 음성 녹음을 한 후, 아이와 함께 확인하면서 부정확한 발음이나 습관적으로 반복되는 어휘, 잘못된 자세를 고쳐주면 되는 것. 아이가 자신의 모습이나 목소리를 직접 눈으로 보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되고 재미있는 놀이로 인식할 수 있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지니움 토론수업 1년, 초등학교 5학년 김찬영 군 “발표력 좋아지고 경청하는 습관 갖게 돼”

토론 실력 키우기  A to Z
“아이 성격이 내성적이라 토론 수업이 맞을까 걱정했는데….”
학부모 최수정 씨의 숨겨진 꼬리말은 무엇일까. 최씨는 아이를 잘 키운답시고 이 학원 저 학원 마구 보내는 엄마는 아니었다. 하지만 동네에 사는 한 학부모가 디베이트에 대해 공부한 후 이웃집 아이들을 모아놓고 함께 훈련을 시키는 모습을 보고 관심이 생겼다.
“토론대회를 나간다거나 스펙을 쌓으려는 것은 아니고요. 아이가 수업받는 창의 사고력 프로그램에 포함돼 있어서 접하게 됐어요.”
최씨의 외아들 김찬영(12·용인 구성초 5학년) 군은 어릴 때부터 과학에 관심이 많았고 현재는 영재학급에서 수업을 받는 모범생이다.
엄마는 아이의 관심사를 지켜보면서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다. 남들 다 다닌다는 영어·수학 학원을 보내는 대신 미술과 피아노 수업을 꾸준히 받게 했다. 지난해부터 지니움 수업을 받으면서 디베이트를 접한 김군의 만족도는 매우 높다고.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다 보니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게 즐거웠나 봐요. 게다가 즉흥적으로 말을 쏟아내지 않고 미리 자료를 준비해서 연습을 하니까 발표력도 좋아진 것 같아요.”
최씨는 디베이트 수업은 과학자가 가설을 증명하는 것처럼 자기의 논리를 성처럼 쌓아가는 작업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아이들은 때로는 논리에 자신만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해 결론을 도출해낸다고. 최씨는 학부모 참여 수업에서 승부욕이 강한 또래 남자 아이들끼리 디베이트를 하는 데도 경청을 통해 예의를 배우고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것 같아 보여 좋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라고는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메모하고, 알아서 필기할 만큼 성숙하지는 않죠. 그런데 디베이트를 하다 보니 저절로 그런 능력이 커지는 것 같았어요. 거창하게 자기주도적 학습까지는 아닐지라도 말하기가 글쓰기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 디베이트 훈련의 장점입니다.”


도움말 | 서혜영 연구원(지니움) 오서경 팀장·이언정 책임연구원(한우리독서토론논술연구소)

여성동아 2012년 5월 5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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