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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학교의 왕따 방지책

글·사진 | 김숭운(미국 통신원)

입력 2012.01.31 17:20:00

미국 학교의 왕따 방지책


최근 한국의 언론 보도를 보면 왕따나 학교 폭력 문제가 도를 넘은 것 같다. 물론 학생들 스스로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런 행위를 중단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이다. 아직 올바른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이런 윤리적인 선택을 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들에게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바로 어른들의 책임이다.
미국도 한국과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다양한 문화와 출신 배경, 심지어는 인종적으로 소규모 집단을 형성하기 쉬운 미국 학교에서의 왕따 발생 가능성은 어느 나라보다 크다. 심리학을 전공한 학교 상담교사들의 모임인 NASP의 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1994~99년 학교 폭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건으로 2백53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금품 갈취나 계급화보다는 학생들 사이의 폭력(bullying) 사건의 비중이 더 크다. 여기서 폭력이란 육체적 학대뿐 아니라 언어적 혹은 정신적 학대, 사이버상에서의 학대를 모두 포함한다. 전체 학생의 15~30%가 왕따 사건의 가해자이거나 피해자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미국 학교에서는 수시로 폭력 및 왕따 방지 교육을 실시한다. 왕따 피해자에 관한 영화를 상영하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수업 시간에 토론을 실시한다. 학생들 가운데 왕따의 피해자와 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분쟁 중재자(peer mediator)’ 교육에 참여시킴으로써 아이들의 부정적인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리고 있다.

적극적인 왕따 및 폭력 방지 교육과 대책 성과 드러나고 있어
1999년 조지아 주에서 최초로 법제화된 이후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는 ‘모든 학생의 권위를 위한 법(Dignity for All Student Act)’과 ‘왕따방지법(The Anti-Bullying Bill of Rights)’이 시행되고 있다. 이 법안은 인종이나 성별, 성적 취향, 종교, 장애, 체중 등을 이유로 학교에서 발생하는 모든 차별이나 폭력 및 괴롭힘을 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왕따에는 집단적인 괴롭힘은 물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은밀히 행해지는 개인적인 관계도 모두 포함한다.
이 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모든 학교는 교내에 왕따 사건을 신고하는 핫라인 전화번호 알림판을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또한 학교에서는 의무적으로 전 학생을 대상으로 일정 시간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우선적으로 최대한 피해자 지원 서비스도 제공해야 한다. 피해자 이외의 학생들이 익명으로 제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보고된 왕따 사건에 대해서는 사건의 은폐를 막기 위해 학교가 아닌 제3의 기관이 조사를 하고, 사실로 밝혀질 경우 가해자에게는 강제 전학이나 접근 금지 명령 등을 내리도록 하고 있다. 피해자에게는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안전한 학교로 전학을 주선한다. 왕따 가운데서도 죄질이 심각한 집단 괴롭힘의 경우, 다수의 가해자들을 거리가 상당히 먼 여러 학교로 분산시켜 조직적인 만남을 방지한다.
경찰국에서는 대부분의 폭행 사건이 귀가 시간에 이뤄지는 점을 감안, 그 시간대에 학교 정문 앞에 경찰차와 경찰관을 배치한다. 물론 교외에서 벌어지는 폭행 사건에 대해 경찰이 즉각 대응할 수 있고 형사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 교외에서 벌어진 폭행에 대해서는 학칙이 아닌 교육위원회의 처벌 규정에 따라 정학이나 퇴학을 시킬 수 있다. 다른 대책으로는 중학교 과정부터 과목별·능력별 수업을 진행함으로써 학생들의 조직화를 막고 있다. 또한 전체 교사들을 대상으로 수시로 왕따 발생 인지법, 대처법 등을 교육한다. 이런 미국의 교육계와 사회의 노력이 학교 내 왕따 문제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학교와 사회가 왕따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접근할 때만 그 효과가 학생들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미국 학교의 왕따 방지책

1 미국에서는 학교 폭력을 뿌리 뽑기 위해 폭력 행위를 방관하는 사람도 처벌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2 학교 폭력 예방을 위한 팻말. 3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폭력 예방’을 주제로 그린 포스터.



김숭운씨는…
뉴욕시 공립 고등학교 교사로, 28년째 뉴욕에 살고 있다. 원래 공학을 전공한 우주공학 연구원이었으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좋아서 전직했다. ‘미국에서도 고3은 힘들다’와 ‘미국교사를 보면 미국교육이 보인다’ 두 권의 책을 썼다.

여성동아 2012년 2월 5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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