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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산초등학교 고전 읽기 프로젝트 보고서

성적과 인성이 쑥쑥~

글 | 백경선 자유기고가 사진 | 조영철 기자

입력 2011.12.06 17:02:00

많은 부모들이 고전 읽기의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쉽게 도전하진 못한다. 자녀가 초등학생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고전에 대한 부담감과 아이의 읽기 능력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서울 동산초등학교 송재환 교사는 부담감을 버리고 아이들의 읽기 능력을 믿으라고 조언한다. 그에게서 고전 읽기의 중요성과 아이에게 제대로 고전을 읽히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서울 동산초등학교 고전 읽기 프로젝트 보고서

동산초 6학년 1반 학생들은 고전을 읽기 시작한 후 성적은 물론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고 자존감도 높아졌다.



“요즘 아이들은 다독 경쟁을 합니다. 우리 학교에서도 다독상을 주는데, 저학년은 일 년에 3백 권 이상, 고학년이라도 1백 권 이상을 읽어야 다독상에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수준입니다. 정말 무섭게 책을 읽습니다.”
서울 동산초등학교 송재환 교사(40) 는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보다 무슨 책을 읽었느냐가 중요하다”며 독서를 위한 독서 행태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송 교사는 ‘나쁜 책보다 더 나쁜 도적은 없다’는 이탈리아 격언을 강조하면서 “아이가 읽는 책 한 권 한 권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가 추천하는 책은 바로 고전. 동산초등학교에서 전 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고전 읽기 프로젝트’를 기획한 것도 바로 그다. 동산초등학교에서는 올해부터 한 달에 한 권씩 고전을 선정해 매일 아침 정해진 분량을 읽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고전 읽기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선뜻 아이에게 권하지는 못한다. 지난해 그가 처음 고전 읽기를 제안했을 때 꺼리는 학부모들도 많았다고 한다. 어른이 읽기에도 어려운 고전을 초등학생이 읽고 이해할 수 있을지, 억지로 읽혔다가 독서에 대한 거부감만 생기는 것은 아닐지 걱정했다고.
그는 부모들부터 고전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기우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전이 어렵다는 것은 막연한 편견이라는 것.
“막상 고전을 읽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어렵지도 고리타분하지도 않습니다. 고전은 쉽진 않지만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이죠. 조선시대에는 서당의 어린 학동들과 원로대신들이 ‘대학’‘소학’‘논어’를 함께 읽으면서 공부했어요. 읽고 이해하는 깊이가 다를 뿐입니다. 편견을 버리고 아이들의 능력을 믿어야 합니다.”
그에게 왜 고전이냐고 물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좋은 어휘가 담긴 책을 읽는 것이 중요한데 고전에는 좋은 어휘가 가득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또 무엇보다 “고전은 다른 모든 책들의 근본이자 본질이 되는 텍스트로서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선진국 명문 학교에서는 고전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정합니다. 설립 초기에는 삼류 대학에 불과했는데 현재 하버드대보다 더 많은 노벨상 수상자(85명)를 배출하며 명문으로 자리 잡은 미국 시카고대와,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비롯해 수많은 이공계 인재와 정치 지도자들을 배출한 중국의 명문 칭화대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 두 대학은 고전 1백 권을 읽어야 졸업할 수 있죠.”

국어 평균 95점, 교사도 놀랐다

서울 동산초등학교 고전 읽기 프로젝트 보고서


그는 동산초등학교 학생들의 사례를 보더라도 고전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동산 고전 읽기 프로젝트’의 효과는 놀라울 정도라는 것. 무엇보다 아이들의 성적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고 그는 말한다. 지난 6월 실시한 전국사립초등학교평가에서 그가 담임을 맡고 있는 6학년 1반 학생들의 국어 평균 점수가 95점이었다. 15년 교사 생활을 하면서 이런 평균 점수는 처음이란다. 이뿐만이 아니다.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향상되다 보니 영어와 수학 실력도 함께 향상됐다.
성적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인성도 좋아졌다. 욕을 잘하는 아이가 있었는데 ‘논어’를 읽으면서부터는 함부로 행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말끝마다 짜증을 내며 반항하던 아이가 ‘소인은 남의 탓을 하고 군자는 자기 탓을 한다’는 ‘논어’ 구절까지 인용하면서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학부모도 있다. 아이들은 책을 통해 스스로 옳고 그름을 터득해가는 것이다. 그는 특히 인문이나 철학 서적, 자서전 같은 경우 아이들의 인성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글쓰기 실력이 향상된 것은 물론이다. 단 몇 줄도 쓰기 힘들어 하던 아이가 조금씩 글의 양을 늘려가고 있고, 생각 없이 아무렇게나 쓰던 아이가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지적 자존감도 높아졌다. 아이들은 고전을 읽는다는 것 그 자체를 뿌듯해한다고. 올해 전국고전읽기백일장대회에서 각각 초등부 금상과 은상을 받은 그의 반 학생 권현재군과 정현수양도 “처음에는 고전 읽는 것이 부담스럽고 싫었지만 생각보다 쉽게 잘 읽힌다”며 “이제는 고전 읽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했다.
모든 게 송재환 교사의 ‘작전’ 덕분이다. 그는 고전 읽기는 사전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도 고전에 대해 부담감과 거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전 읽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고전은 어렵고 재미없다’는 편견을 없애야 한다는 것.
“아이에게 ‘고전은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책’이라거나 ‘고전 한 권을 읽으면 다른 책 1백 권 이상을 읽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줌으로써 자신이 대단한 책을 읽고 있다는 생각을 심어줘야 합니다. 스스로 얼마나 가치 있는 책을 읽고 있는지 알고 나면 도전할 수 있는 힘이 생기고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생깁니다.”

조금씩, 천천히, 3번, 함께

서울 동산초등학교 고전 읽기 프로젝트 보고서


그는 “고전은 부모와 아이에게 모두 낯설고 부담스러운 만큼 읽기 방법도 일반 책과는 달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무엇보다 조금씩, 천천히 읽히는 게 중요하다. 문학을 제외하고는 하루 10쪽을 넘지 않게 한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주입하면 금방 질려버리고, 너무 빨리 읽히려고 하면 내용은 이해하지 못한 채 글자만 읽다 끝난다. 처음에는 아이가 지겨워하더라도 천천히 정독하는 습관을 길러줘야 한다.
정독 훈련의 하나로 그는 대화 독서법을 추천했다. 아이와 함께 책 1쪽을 5분간 읽고 그 내용에 대한 생각과 느낌을 나눠보라는 것이다. 특히 ‘소학’이나 ‘논어’ 등을 읽힐 때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고전은 적어도 3번은 읽어야 한다. 처음에는 모르는 어휘가 있으면 사전도 찾아보면서 줄거리와 내용을 중심으로 정독하고, 두 번째는 일주일 뒤에 내용을 분석하며 비판적으로 읽고, 마지막 세 번째는 책에 나온 내용을 삶에 적용하며 읽는 것이다.
부모는 TV를 보면서 아이에게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면 반발만 커진다. 부모가 먼저 TV를 끄고, 같은 책을 두 권 사서 아이와 함께 읽는 정성이 필요하다.
“많은 부모들이 고전 읽기의 방법을 묻는데, 방법을 묻기보단 일단 함께 고전을 읽어보는 것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가족 독서 시간을 정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가족 독서 시간은 일주일에 2~3번, 하루 30분이면 충분하며, 일과를 모두 마치고 여유가 생기는 저녁 9시쯤이 적당하다고 한다. 그는 “독서 시간으로 30분을 제시했지만, 아이의 집중력, 독서력, 나이에 따라 시간을 융통성 있게 조절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저학년은 10분, 고학년은 20분에서 시작해 조금씩 늘려 나가라고 권한다.
책을 읽은 후에는 서로 읽은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의 사고력이 상승하고 말하기와 듣기 실력도 좋아질 수 있다고. 덤으로 가족 간의 유대감도 돈독해진다고 한다.
책의 특성에 맞는 독후 활동을 병행하면 아이들의 흥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오만과 편견’을 읽은 후 영화를 보여주며 비교해보거나, ‘백범일지’를 읽은 후에는 김구 선생의 기념관에 다녀오는 것이다.

원전 그대로의 ‘온전한 책’으로 읽어야
“고전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원전 그대로의 ‘온전한 책’으로 읽어야 합니다. 초등 눈높이로 나온 책이나 만화로 된 고전은 되도록 피해야죠. 어설프게 내용을 요약하고 쉽게 바꾼 책으론 온전한 고전의 효과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령 2시간짜리 영화를 30분 정도로 편집해서 보면 제대로 된 감동을 느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더군다나 내용을 이미 알고 있다는 생각에 나중에 온전한 책을 읽지 않게 될 수도 있으므로 처음부터 제대로 읽어야 하죠.”
고전 읽기는 아이가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분야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되, 처음부터 인문이나 철학 분야를 시도하는 것보다 문학 분야부터 접근하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야기책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문학 분야에서도 호흡이 긴 작품보다는 ‘마지막 잎새’‘소나기’와 같은 단편부터 시작하라고 한다.

아이에게 무슨 책을 읽힐까 쉽게 판단이 안 될 때는 집 책장에 답이 있다. 부모 자신이 읽고 감동을 받았거나 좋은 책이어서 버리지 못한 것이라면 그것이 곧 고전이다. 아이에게 그 책부터 읽게 하라는 것. 물론 아이의 수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책도 있겠지만 먼저 읽은 부모가 엄선해서 권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이가 고전에 재미를 붙이기까지 부모가 관심을 갖고 격려해주라”고 강조한다.
송 교사는 초등학교 때부터 고전 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을 ‘초등 고전 읽기 혁명’(글담출판사)이란 책에 담아냈다. 이 책에서 그는 고전의 중요성과 고전 읽기의 방법을 소개했다.
초등 고전 읽기, ‘어떻게’ 할까?

서울 동산초등학교 고전 읽기 프로젝트 보고서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아이들이 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지 깨달아야 꾸준히 독서할 수 있다. ‘논어’를 읽은 사람과 읽지 않은 사람은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든지, 셰익스피어는 영국 사람들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위대한 작가라는 식으로 작품의 가치나 작가의 위대함을 적극 어필한다.
암탉이 알을 품듯 20일 동안 책을 품게 하라 고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빨리 읽는 것보다 오랜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읽는 것이 좋다. 암탉이 달걀을 부화하기 위해 20일 동안 알을 품듯이, 한 책을 20일 정도 품으며 읽게 해야 한다.
아이의 독서를 확인하기 위해 질문하지 마라 아이가 제대로 읽고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아이에게 꼬치꼬치 묻다 보면 아이는 고전 읽기가 숙제처럼 느껴져 싫어질 수 있다. 질문하는 대신 아이에게 책 내용에 대해 질문을 만들어보라고 하는 것이 좋다. 부모에게 질문한다는 생각에 신이 나서 질문을 만들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의 이해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부모 혹은 친구와 함께 읽어라 고전은 혼자 읽기 어렵다. 아이들에게 책만 쥐여주고 읽으라고 하는 것은 자전거를 사주면서 처음부터 달려보라고 하는 것과 같다. 고전의 맛을 알고 방법을 터득할 때까지 부모가 함께 읽거나 친구들끼리 고전 읽기 그룹을 만들어 함께 읽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산만한 아이는 소리 내어 읽게 하라 음독을 하면 집중력이 좋아진다. 저학년 아이들에게도 음독을 적극 추천한다. 다만 이때는 ‘소학’이나 ‘명심보감’처럼 호흡이 짧은 책을 선택해야 한다.
한 구절 공책을 만들게 하라 고전을 읽다가 좋은 구절을 만나면 그냥 지나치지 말고 반드시 밑줄을 긋고 그것을 공책에 옮겨 적게 한다. 이때 독서록처럼 장황하게 쓸 필요는 없다. 날짜와 발췌한 책의 이름, 그 구절이 좋은 이유 정도를 간단히 남기게 한다. 주의할 점은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바로 메모해야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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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동아 2011년 12월 5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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