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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아빠 김정민 제2 전성기 꿈꾸다

드라마·예능 종횡무진!

글 정혜연 기자 사진 지호영 기자, 아이웨딩 네트웍스 제공

입력 2010.02.17 14:31:00

90년대 가요계를 주름 잡던 로커 김정민. 2006년 재일교포 3세 타니 루미코씨와 결혼한 후로는 장르를 넘나들며 더욱 폭넓게 활동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는 데 이어 드라마 ‘민들레 가족’에도 캐스팅된 것. 그는 “부양할 가족이 생기고 나니 확실히 책임감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아이 아빠 김정민  제2 전성기 꿈꾸다


애절한 눈빛으로 ‘슬픈 언약식’을 부르던 가수 김정민(42). 발표하는 곡들마다 큰 인기를 얻으며 90년대를 주름 잡던 그를 이제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외모는 결혼 전과 다를 바 없지만 입담은 확실히 늘어 한마디씩 던질 때마다 큰 웃음을 준다.
최근 그는 드라마 ‘민들레 가족’에 캐스팅돼 ‘커피 프린스 1호점’ 이후 3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근황을 묻자 그는 “오랜만에 하는 드라마 출연이라 즐겁다”고 말했다.
“두 여자를 지켜주는 멋진 훈남 캐릭터로 나와요. 한 여자는 남자를 너무 좋아해서 언제 사고를 칠지 모르는 철없는 엄마고, 한 여자는 어릴 적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인데 결혼생활이 순탄치 않아 보살펴주는 거죠. 연기하는 건 즐거운데 계속 촬영현장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해서 체력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2006년 열한 살 연하인 재일교포 3세 타니 루미코씨(31)와 결혼한 그는 지난해 예능 프로그램‘자기야’에 부인과 고정출연하기도 했다. 그의 아내는 일본에서 아이돌 그룹에 소속돼 한동안 활동한 경험이 있는 전직 가수. 단아한 외모에 논리 정연한 말솜씨가 매력적이다. 방송 출연하는 아내의 모습을 본 그의 소감은 어땠을까.
“다른 것보다 ‘우리 와이프 머리 참 좋네’ 하는 생각은 들더라고요. 장인이 한국인이지만 한국어를 전혀 못하셔서 아내는 한국어를 모르고 컸어요. 처음 만났을 때도 대화가 안 됐죠. 그런데 지금 4년도 채 안 돼서 완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대단한 것 같아요. 아내 자랑이 아니라 진짜 그래요(웃음).”

만남에서 혼인신고까지 두 달 반, 결혼까지 넉 달 걸려
김정민은 지난 2006년 자신이 진행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 고정출연해 가까워진 가수 박혜경의 소개로 아내를 처음 만났다. 그는 그날의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친하게 지내던 차태현의 결혼식에 참석한 날이었다고.
“식장에 앉아서 박수를 치는데 왠지 서글퍼지더라고요. ‘태현이는 결혼하는데 나는 지금 뭐 하는 거지?’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혜경이한테 전화를 걸어 ‘오늘 당장 소개팅시켜줘’라고 떼를 썼죠. 마침 제 아내가 혜경이 집에 머물고 있었는데 데리고 나왔더라고요.”
그는 약속장소에서 서너 시간 기다린 끝에 아내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아내는 마트에나 갈 법한 편한 차림으로 나와서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는 “외형상으로 봤을 때 첫눈에 반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두 아이 아빠 김정민  제2 전성기 꿈꾸다


하지만 몇 시간 지나면서 그는 아내에게 점점 호감을 갖게 됐다. 자신을 연예인이 아닌 한 남자로 보는 순수한 눈빛의 아내가 점점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고. 김정민은 그날 아내가 “한국의 시골을 구경하고 싶다”고 말한 것을 기억했다가 바로 다음 날 함께 강원도로 향했다. 제대로 구경시켜주리라는 마음에 2박3일간의 일정도 직접 짰다.
“아내는 하루 일정으로 따라나선 건데 제가 호텔 방을 잡으니까 많이 놀랐대요. 소개해준 혜경이한테 전화를 걸어 ‘이 남자 괜찮은 사람 맞아?’라고 물었다더라고요(웃음). 전 정말 순수하게 관광을 시켜주려는 마음이었어요. 오해하실 것 같은데 3일 동안 아무 일도 없었고요. 사실 아내는 그런 부분에서 더 믿음이 갔다고 했죠.”
서울에 돌아와서 그는 아내와 결혼할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는 원래 이상형도 ‘외국 여자’였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는 자신을 아무래도 연예인으로 대하기 때문에 차라리 자신을 전혀 모르는 외국 여자가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신기하게도 꿈을 이뤘다. 운명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아이 아빠 김정민  제2 전성기 꿈꾸다


서른 후반이던 그가 결혼을 하겠다고 하자 부모는 “왜? 하려고?” 라며 얼떨떨한 반응을 보였다. 오랫동안 아들에게 결혼을 권했으나 생각이 없다고만 하는 통에 일찌감치 포기하고 있었기 때문.
“어머님은 ‘한다고만 하면 누구라도 좋다’며 기뻐하셨어요. 그런데 제가 ‘외국여자예요’라고 했더니 당황해하시더라고요. 일본인이라고 했더니 마음을 놓으셨어요. 말도 통하지 않는 금발의 외국인을 상상하셨던 모양이에요(웃음). 저희 집은 괜찮았는데 아내의 집에서는 썩 내켜하지 않아하셨어요. 연예인 사위를 보리란 생각을 못하신 거죠.”
일본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했던 장인은 연예계 생활을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연예인을 사위로 들이고 싶지 않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정민을 직접 본 장인은 그에게 마음을 열었다. 장인과 대화하기 위해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했다는 예비 사위를 기특해하며 결혼을 승낙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만난 지 두 달 반 만에 아내의 비자 문제로 혼인신고를 했고, 한 달 후 결혼식을 올렸다. 결혼까지 걸린 시간이 너무 빨라 이들을 둘러싸고 소문이 무성했다.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인이 ‘정민이 여자 잘 만났다. 와이프네 집이 엄청나다며?’ 라고 말하더라고요. 제가 장가를 잘 간 건 맞아요. 제 아내가 워낙 살림을 잘하고 현명한 여자니까요. 그런데 소문대로는 아니에요. 제가 신혼집이며 살림까지 다 마련해서 데려온 거라니까요(웃음).”

살림·육아 잘하고 시부모에게 잘하는 아내
김정민은 결혼 2년 만에 두 아들의 아빠가 됐다. 2007년 6월 첫아이를, 이듬해 7월 둘째를 출산한 것. 결혼 전 2세 계획을 한 것인지 궁금했다.
“둘이서 ‘아이는 빨리 낳자’고 입을 모으긴 했어요. 혼인신고를 하고 나서 같이 지내다가 신혼여행을 간 날 뭔가 이상해서 자가진단을 했더니 양성반응이 나왔어요. 굉장히 기뻤죠. 그런데 아내는 한국에 제대로 적응하기도 전에 아이를 가져 힘들어하더라고요.”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시부모와 함께 살며 태교를 해야 했던 그의 아내는 외로움을 느껴 우울증에 걸렸다고 한다. 김정민은 아내를 위해 일이 끝나면 무조건 집으로 직행해 함께 시간을 보냈다. 신경을 많이 쓴 덕분에 아내는 무사히 아이를 낳을 수 있었다고.
첫 출산 당시 그의 아내는 29시간 동안 진통을 겪었다. 줄곧 아내 곁을 지킨 그는 산고를 겪는 아내만큼이나 힘들었다고. 덕분에 아이가 나올 때는 기쁨이 몇 곱절이나 컸다고 회상했다.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 같았죠. 탯줄도 직접 잘랐는데 잘 안 잘려서 ‘아, 이래서 생명의 끈이라고 하는구나’ 싶더라고요. 그때 책임감도 확 느껴졌어요. 그 전까지는 몸만 30대 후반이지 생각이나 평소 생활은 20대 초반과 다를 바 없었거든요. 분만실에서 철들어서 나온 거죠(웃음).”
첫째 태양이는 아빠를 쏙 닮아 벌써부터 꽃미남이 될 조짐이 보인다. 둘째 도윤이도 엄마를 닮아 미남형인데 샤프한 이미지를 풍긴다. 그는 “태양이는 여우 같고, 도윤이는 곰 같다”며 두 아들의 성향을 재미있게 설명했다. 첫째는 애교도 많고 예쁜 짓도 많이 하는 반면 도윤이는 터프한 것 같다고 한다.
두 아들이 아빠 엄마와 같이 가수가 되고 싶어 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지 물었다. 그는 “할 수 있는 한 지원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두 아이 아빠 김정민  제2 전성기 꿈꾸다


“제가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저희 부모님께서 극구 반대하셨거든요. 기술 배워서 취직할 생각을 하라며…(웃음).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어요. 몰래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기타를 사고 음악 공부를 했죠. 우리 아이들도 아빠 엄마 영향을 받아서 아마도 음악을 하고 싶어 할 것 같은데 잘해보라고 할 생각이에요.”
아들만 둘이라 딸 욕심이 날 법도 했다. 그는 “아내가 딸을 갖고 싶어 하는데 또 아들이 나올까봐 걱정이다”며 웃었다. 연년생을 키우는데 한 명 더 낳아 기르는 게 좋을지 나쁠지 잘 모르겠다고. 그는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지는 않지만 생기면 낳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부모님과 도보로 20분 거리에 살고 있다. 그래서 분가는 했지만 마주할 일이 많은 편. 고부 갈등에 대해 묻자 그는 “우리 집과 상관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한국 생활 4년째에 접어드는 아내는 그가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준 시어머니와 각별하게 지낸다고.
“아내가 처음에는 어색해했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두세 번은 찾아갈 정도로 잘해요. 하루는 아내가 ‘오빠, 나는 참 괜찮은 며느리인 것 같아’라고 하더라고요. 왜냐고 물었더니 한국에 사는 일본인 친구들은 시댁에 안 간대요. 거기다 ‘자기야’에 출연하면서 친해진 연예인 친구들도 시어머니와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렇대요(웃음). 주변에서 제게 진짜 결혼 잘했다고 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드라마·예능 종횡무진하지만 가수로 다시 성공할 날 꿈꿔
김정민은 군 제대를 한 직후인 92년에 가수로 데뷔했다. 김민우와 친분이 있어 함께 있던 중 한 제작자의 눈에 띄어 음반을 내게 됐다고. 원래는 기타리스트였는데 그의 외모를 보고 성공 가능성을 점친 제작자의 권유로 가수가 된 것.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그도 설 자리를 잃어갔다. 때마침 들어온 것이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김정민 역할. 연기 경험이 없던 그는 몇 차례 제의를 거절했다. 하지만 세 번째 요청은 끝내 거절하지 못해 승낙했고, 결과적으로 연기자로서 성공적인 데뷔 신고식을 치렀다. 이후 그는 전직 형사 출신 선술집 사장(히트), 사랑하는 여인을 버리고 떠난 남자(커피프린스 1호점), 눈치 없이 순진한 커플 사이에 끼어들어 훼방을 놓는 운전기사(코끼리)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냈다. 그는 현재 드라마 이외에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 케이블 TV ‘친절한 미선씨’에도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다.
“계속해서 일이 들어온다는 건 감사한 일이죠.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거부감 없이 좋아해주시고, 예능에서는 또 한마디 할 때마다 웃어주시니 행복할 따름이에요. 가수·연기자·패널·DJ 등 다양한 일을 하는데, 불러주시는 자리에서 누를 끼치지 않도록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그는 아빠가 되고 나서 책임감이 생긴 덕분인지 일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친구들은 결혼 전 술 마시고 노느라 밤이 새는 줄도 모르던 그가 가정에 헌신하는 모습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한다고 한다.
이제는 완전히 현실적인 남편이 돼버렸지만 그에게도 꿈은 있다. 자신이 공들여 만든 7집 앨범이 사랑을 받았으면 하는 것. 아이돌 가수의 독무대가 된 가요계에서 자신이 설 자리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전성기만큼은 아니더라도 자신의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업은 가수잖아요. 아무래도 고향에서 떠나온 느낌이 들죠. 세상이 많이 바뀌고, 가요계도 변했기 때문에 현실을 직시하고 있지만 그래도 또 한번 좋은 날이 왔으면 합니다(웃음).”

여성동아 2010년 2월 5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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