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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남자가 궁금하다

‘선덕여왕’ 빛낸 ‘칠숙’ 안길강 카리스마 뒤 실제 모습 공개

10년 동안 연봉 1천만원, 아내와 칠숙은 고난 끝에 찾아온 귀한 선물”

글 문다영 사진 지호영 기자 MBC 제공

입력 2009.12.22 10:36:00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제 손으로 죽이고, 주군 미실마저 보낸 후 난을 일으켜 장렬한 최후를 맞이한 남자, 칠숙. 이를 연기하며 배우인생 최고의 순간을 맞고 있는 안길강은 칠숙이 브라운관에서 툭 튀어나온 것처럼 우직하고 웃음기 없는 모습 그대로였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이름 석자를 확실하게 각인시킨 그를 만났다.
‘선덕여왕’ 빛낸 ‘칠숙’ 안길강 카리스마 뒤 실제 모습 공개


안길강(43)은 아직 칠숙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여운도 길었다. 특히 시청자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소화와의 사랑은 그에게도 많은 미련을 남겼다. 사실 쫓는 자였던 칠숙과 쫓기는 자였던 소화가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는 극중에서 전혀 언급이 없었다. 이에 대해 안길강도 “출연 배우들도 여러 추측을 내놓곤 했다”며 웃는다.
“작가들이 ‘회의를 해도 결론이 나지 않아서 결국 뺐다’고 하시더라고요. 독고영재 선배는 ‘분명 둘이 같이 살았을 거야’라고 말씀하시는데 전 보이지 않는 견제 상태가 유지됐을 거라 생각해요. 신라로 돌아온 후 서로를 회상하는 장면이 있었다면 ‘시청자들이 서로의 시각과 생각을 더 정확히 알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아요. 지독하게 쫓아다녔던 칠숙이 소화를 죽이지 않은 건 글쎄… 사막에 빠진 소화를 구한 후 인공호흡을 하면서 여자로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요(웃음). 물론, 시청자들이 더 좋은 스토리를 상상해주셨을 수도 있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많았던 만큼 칠숙에 빠져 살았다는 그는 촬영 때도 스태프 및 출연진과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칠숙이란 캐릭터가 과묵한 성격이었던 탓이다. 오죽하면 고현정으로부터 “다들 날 좋아하는데 왜 오빠만 날 안 좋아하냐”는 핀잔을 들었을까. 안길강은 “키 큰 여자는 싫다고 맞받아쳤지만 내 연기만 생각하느라 참 이기적이었던 것 같다”며 “모두와 좀 더 어울리고 재밌게 지냈어야 하는데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힘든 점이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기억은 사막에서의 촬영이다. 모래에 파묻힌 장면을 찍을 땐 ‘이러다 죽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제가 너무 쉽게 생각한 거죠. 보통 해수욕장에서 모래에 파묻히면 벌떡 일어날 수 있잖아요. 그 정도로 생각했는데 막상 엎드린 채로 머리까지 묻히고 나니까 모래압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숨 쉬기 답답해지고 급기야 콧 속에 모래가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데 ‘액션’소리가 안 나는 거예요. 너무 힘든 상황에서 드디어 액션소리가 들리고, ‘살았다’싶어서 일어나려는데 못 일어나겠더라고요. 나중에 보니 옷이 다 찢어져 있을 정도였어요. 그 장면을 세번이나 찍었으니…. 또 보통 사막은 덥다 생각하는데 밤이 되면 살이 찢어지는 것 같은 추위도 견디기 힘들었어요. 아! 소화도 너무 무거웠다(웃음).”

“드라마 끝나야 칠숙이 죽었다는 사실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선덕여왕’ 빛낸 ‘칠숙’ 안길강 카리스마 뒤 실제 모습 공개


사실 2007년 첫 사극인 ‘왕과 나’ 촬영 후 정해진 틀 안에서 언행을 해야 하는 사극 특유의 연기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안길강은 “사극은 절대 안 하겠다”고 선언까지 했다고. 하지만 ‘일지매’, ‘선덕여왕’까지 그가 출연한 총 4편의 드라마 중 3편이 내리 사극이다. 이유인즉 ‘일지매’는 그를 방송 데뷔시켜준 이용석 PD의 작품이었고, ‘선덕여왕’은 스토리에 매료됐기 때문. 안길강은 “‘일지매’는 신의를 지키겠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퓨전사극 속 코믹 캐릭터라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며 “‘선덕여왕’은 하루 만에 8부 분량 대본을 읽고 캐릭터에 앞서 내용이 너무 재밌어서 ‘하고 싶다’고 전화를 했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토록 매력적으로 다가온 작품에서 8개월여 만에 하차한 기분은 어떨까. 그는 벌써 추억에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아쉽고 담담해요. 아직은 죽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선덕여왕’이 완전히 끝나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범한 학생이던 안길강은 일반 대학에 진학한 후에야 호기심에 들어간 연극동아리에서 꿈을 발견했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아들이 배우로 살기를 바라지 않았다. 그나마 어머니는 이해해줬지만 아버지는 장남이자 장손인 그가 평범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길 바랐다.
“아침 일찍 양복 입고 출근해 정시에 퇴근하는 삶을 살길 바라셨죠. 그래서 한동안 힘들었어요. 새벽에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제 방문이 벌컥 열려요. 그 소리에 고개를 돌리면 너무도 많은 말을 담은 아버지의 눈이 보였어요. 그 눈을 바라보는 게 힘들어서 결국 20대 중반에 독립을 하기도 했죠. 하지만 지금은 인정해주세요. 아버지 세대에도 너무 유명한 ‘선덕여왕’ 덕분이죠(웃음).”

대학 연극동아리에서 발견한 배우의 꿈, 스크린 데뷔작에서 몽땅 편집 당하는 아픔 겪어

‘선덕여왕’ 빛낸 ‘칠숙’ 안길강 카리스마 뒤 실제 모습 공개


처음엔 연극무대에 섰다.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에 욕심내지 않는 ‘연극장이’였다. 그러다 선배의 소개로 97년 영화 ‘3인조’에 출연하며 배우 신고식을 치렀다. 연극만 해오던 그의 떨리는 첫 발이었지만 더없이 아픈 기억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라이브인 연극과 형식 자체가 다르기도 했지만 편집과정에서 안길강이 연기했던 캐릭터 자체를 들어낸 것. 그는 “내가 못해서구나”란 자책감에 한동안 영화를 찍지 못했다고. 슬럼프에 빠진 그를 스크린에 복귀시키고 용기를 준 건 다름 아닌 류승완 감독이었다. 그는 안길강에게 단편영화 ‘다찌마와리’ 출연 제의를 했고, 다시 한 번 뛰어든 안길강은 이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짝패’ 등 류승완 감독의 영화 전편에 출연하며 각별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까지 총 30편의 영화에 출연한 안길강. 그중 가장 아쉬움이 남는 작품은 뭘까. 그는 올해의 모습을 그렸던 2002년 작품 ‘2009 로스트메모리즈’를 꼽는다.
“그 영화를 찍을 때서야 연극 연기가 아닌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것에 감이 오기 시작했어요. 그것도 영화를 찍는 도중에 깨달았죠. 그래서 그 영화를 보면 초반에 연기했던 부분은 뻑뻑하고, 후반에 들어서야 좀 자연스러워져요. 그래서 더욱 후회가 되고, 만약 기회가 온다면 꼭 다시 찍어보고 싶은 작품이에요. 그때 감독님에게도 ‘정말 미안하다’고 거듭 말했어요. 지금 정도만 연기를 알았어도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어설픈 악역을 맡아 웃음을 자아내는 안길강은 “코믹 연기가 가장 편하고 멜로는 자신 없다”고 말한다. 일례로 ‘선덕여왕’에서 그윽한 눈으로 소화를 바라보는 장면을 촬영하며 5번의 NG를 냈다고. “늘 쓱! 삭! 하며 날카로운 눈빛을 하던 칠숙이 갑자기 ‘스윽’ 바라보는 게 어색했다”고 진땀 뺐던 기억을 떠올렸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연봉 1백만원 안팎을 받으며 10여 년을 살았던 때를 떠올린 안길강은 “당시 남대문 시장 막일꾼 등 온갖 아르바이트를 다 해봤다”며 “요즘도 가끔 아르바이트를 하러 간다”고 고백했다. 돈이 아니라 애정 때문에 하는 아르바이트다.
“연극하는 후배들을 만나기 위해 일을 하러 가요. 그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일터거든요. 보통 회사원들이 퇴근하는 저녁 7시 이후부터 다음날 새벽 6시까지 환풍구 청소를 하는데 후배들이 떼어 온 환풍구를 닦으면서 얘기를 나눠요. 얼굴도 보고, 일당 7만원도 챙기고요. 쏠쏠해요(웃음).”
안길강은 만 40세이던 2006년, 늦깎이 결혼식을 올렸다. 친구 소개로 만나 10년 만에 부부의 연을 맺은 것. 처음에는 아는 오빠 동생 사이였을 뿐 결혼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세월의 정이 지인을 연인으로 만들었고, 결혼의 결정적 계기는 아버지였다.
“아버지가 결혼을 재촉하셨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둘째 동생 아이 돌잔치에 아내를 데려갔죠. ‘아들이 어딘가 이상한가’하는 걱정까지 하셨던 아버지는 깜짝 놀라서 저와 아내에게 재차 정말 결혼할 사이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여자친구를 소개하고 나니 집안에서 재촉하기 시작했고, 마침 아이도 갖게 돼서 임신 5개월째에 결혼하게 됐어요. 임신 중이라 신혼여행도 못 가고, 강원도 정동진에서 2박3일을 보내고 왔어요. 대신 나이 먹어서 좋은 곳 마음껏 다니자고 약속했죠. 아직 신혼여행을 못 갔네요.”
세 살 연하의 아내 김은주씨에게 안길강은 늘 고마운 마음뿐이다. 그래서인지 자기 입으로 “애교 없다!”고 말하는 그가 들려준 아내와의 일화는 참 로맨틱하다. 결혼할 때는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너에게는 평생 지겠다”는 다짐을 했고, 올해 아내 생일에는 촬영에 나서기 전 카드와 선물을 침대 머리맡에 두고 와 감동시키기도 했다. 얼마 전 편지에는 “당신은 모르는 분야의 일을 하는 나를 이해해 주고 말없이 따라줘서 고마워. 당신을 만나 연수를 낳고 일도 잘돼서 다 고맙다. 늘, 늘 지금처럼만 지내자”고 고백했다. 덧붙여 안길강은 “TV출연도 결혼을 계기로 했다”며 “처갓집에서 ‘사위가 배우라는데 도통 나오질 않는다’고 하시기에 결혼 직전 ‘무적의 낙하산 요원’에 출연했고, 그 덕에 결혼식에 에릭·한지민 등이 총출동했다”고 미소를 짓는다.

‘선덕여왕’ 빛낸 ‘칠숙’ 안길강 카리스마 뒤 실제 모습 공개


뒤늦게 꾸린 가정에서 아내, 딸과 행복 느껴
아내와는 한 번 싸워본 적도 없다. 마찰이 생길 것 같으면 둘 중 하나가 자리를 피하기 때문인데 그마저도 얼마 전에 처음 겪었다.
“저는 새벽 4시에 잠이 드는데 딸 연수는 아침 9시면 깨요. 그때마다 아내가 소리를 질러 충돌이 있었어요. 처음엔 둘째를 임신해서 예민한가보다 했는데 같은 상황이 자꾸 반복되면서 내가 늦게까지 자는 것에 대해 불만 있구나, 연수랑 놀아주라고 그러는가보다 싶어 물었어요. 아내는 그런 적 없다고 했지만, 분위기가 안 좋아지기에 먼저 자리를 피했어요. 나중에 전화해서 서로 ‘아까 왜 그랬어. 미안해. 나는 이런 생각이었어’라면서 풀었어요.”
안길강의 또 하나의 행복은 바로 딸 연수. 결혼 당시 “딸이라면 절대 나를 닮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던 그에게 ‘누굴 닮았냐’고 묻자 “나를 똑 닮았다”며 웃는다. 초음파 사진에서도 자신을 빼닮은 딸을 보고 걱정이 앞섰던 그는 ‘운동을 시켜야 하나’싶은 생각이 더하고 더해져 딸이 태어나기도 전에 종목은 골프, 몇 살에 어떤 훈련을 시키겠다는 커리큘럼까지 짜놨을 정도였다고. 하지만 낳고 보니 너무 예뻐 “운동시킬 생각은 없다”고 말하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선덕여왕’촬영 때문에 떨어져 있는 동안 딸 연수가 엄마를 더 따르게 돼 서운하다는 안길강은 쉬는 동안 아이와 많이 놀아주며 점수를 따 둘 생각이라고 한다. 내년에는 영화를 찍고 싶다고 말하는 안길강은 누구보다 강직하게 자신을 키워온 배우이자, 누구보다 가슴 따뜻한 가장이었다.

여성동아 2009년 12월 5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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