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겹쌍둥이 육아, 체력 외에 힘든 건 없어요”

‘파주 겹쌍둥이네 집’ 김기호·탁은경 부부

이슬아 기자

2026. 05. 11

자연임신으로 겹쌍둥이가 태어날 확률은 10만분의 1. 아이도, 행복도 4배인 김기호·탁은경 부부에게
아이 넷 현실 육아 생활에 대해 들었다.

경기 파주시에 사는 김기호(40), 탁은경(37) 씨. 이 부부의 집 앞에는 모든 물건이 둘씩 쌍을 이루고 있다. 두 아이가 나란히 탈 수 있는 쌍둥이 유모차와 어린이용 킥보드, 우산 등이 모두 2개씩 늘어서 있어 범상치 않은 가족 구성을 유추하게 한다. 

김기호·탁은경 부부는 2022년 쌍둥이 남매인 연아, 연우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지난해 또다시 쌍둥이 자매 세미, 세리를 출산했다. 자연임신으로 겹쌍둥이를 출산할 확률은 무려 10만분의 1. 연아에게 자매를 만들어주려 계획한 셋째 임신이 쌍둥이 출산으로 이어지면서 부부는 네 아이의 부모가 됐다.

아이 넷을 기르면 부모 중 어느 한쪽은 전업 육아를 해야 할 것 같지만 놀랍게도 두 사람은 맞벌이 부부다. 세미, 세리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올해 초 은경 씨는 작은 상가를 얻어 결혼 전 운영하던 네일아트 숍을 다시 열었다. 그는 “일반 직장인과는 좀 다를 수 있지만 아이 넷 엄마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다”며 “완벽한 부모여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으면 출산도 육아도 너무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들 부부에게는 든든한 지원군도 있다. 지방 출신이라 ‘부모님 찬스’가 거의 불가능한 대신 연아와 연우 남매가 각자 자신을 닮은 동생들을 “연아 아기” “연우 아기”라고 부르며 살뜰히 돌본다. 김기호·탁은경 부부는 “넷을 오로지 부모가 길러내야 할 것 같지만, 때로는 그 안에서 새로운 관계성과 길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겹쌍둥이라니 신기해요. 셋째와 넷째가 쌍둥이라는 걸 알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김기호(이하 김) ‘진짠가? 이게 맞나? 잘 키울 수 있나?’ 등 수많은 질문이 머리를 스쳤어요(웃음). 솔직히 처음에는 기쁨을 느끼기보다 당황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탁은경(이하 탁) 놀라기도 하고, ‘아 이거 어떡하지?’ 싶기도 하고 고민이 많았죠. 일단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니까요.

쌍둥이라 출산 과정이 마냥 순탄하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탁 연아, 연우를 34주에 조산했어요. 아이들이 호흡곤란을 겪고 인큐베이터에 들어갔죠. 그래서 ‘셋째, 넷째도 작게 태어나면 어떡하지?’ ‘연아, 연우보다는 더 품고 있어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다행히 두 번째 출산은 아이들한테는 문제가 없었는데, 제가 방광 유착이 심해서 아이를 낳고 3주가량 소변줄을 차고 생활했어요.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도 혈뇨가 나와서 다시 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아요.

남편으로서 지켜보는 마음도 편치 않았겠네요.

김 속상하고 안쓰러운데, 첫째와 둘째를 돌봐야 하니 제가 오히려 아내에게 신경을 많이 못 썼어요. 그게 참 미안해요. 사실 아내는 두 번째 출산 때 더 아프고 힘들었는데 말이죠.

아이들 소개 좀 해주세요.

탁 연아와 연우, 세미와 세리 모두 이란성쌍둥이예요. 그래서 생김새도 성격도 정말 달라요. 연아는 완전히 E(외향적) 성향이고 연우는 I(내향적) 성향이에요. 연아가 말괄량이의 표본 같은 스타일이라면, 연우는 신중하고 뭔가 하나를 받아들이면 그걸 꾸준히 하는 성격이죠. 아무래도 연아는 저를 닮은 것 같아요. 남편도 외향적이긴 한데 제가 월등히 그렇거든요(웃음). 

“집에서부터 사회성·배려심 배우죠”

쌍둥이 육아에서 가장 신경 써야 할 건 아무래도 ‘공평함’인가요.

탁 생활 모든 부분에 경쟁 심리가 있는 것 같아요. 연아랑 연우는 어릴 때부터 밥을 정말 잘 먹었어요. 자기가 안 먹으면 다른 애가 다 먹어버리니까요. 그래서 밥을 안 먹는다거나 밥 먹이기 힘들다거나 한 적은 없었는데, 요즘에는 좀 크니까 저희가 자기들을 부를 때 누구 이름을 먼저 부르는지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더라고요.

김 그래서 모든 것을 똑같이, 정확히 반으로 나누려고 해요. 특히 과자 같은 거요. 각자 자기 닮은 동생들을 “연아 아기” “연우 아기”라면서 챙기고 못 만지게 하는 데에도 경쟁심이 깔려 있지 않나 싶어요. 그런데 이러다가도 밖에 나가면 또 엄청나게 끈끈해요. 어린이집에서 서로가 안 보이면 찾고 챙겨주고 한다고 하더라고요. 피가 진하긴 한가 봐요(웃음).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요.

탁 세미, 세리 11개월 때까지는 매달 부모 급여 100만 원(인당)이 나오고 가정 보육을 하니까 그래도 생활이 됐는데, 올해(1세)부터는 금액이 50만 원으로 줄고 그마저도 어린이집 비용으로 나가고 있어요. 내년에 세미, 세리가 24개월(2세)이 되면 부모 급여가 끝나니까 숨만 쉬어도 4명 어린이집 비용으로 매달 60만 원씩이 나가죠. 제가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된 데는 이런 경제적인 이유도 컸어요. 여기에 식비며 기저귓값까지, 정말 어마어마하긴 해요.

그런데도 아이 낳는 걸 추천하는 이유가 있나요.

탁 저희처럼 넷까지는 아니어도 외동인 집에 둘째는 꼭 낳으라고 권하고 싶어요. 저희 아이들만 봐도 집에서부터 사회성이나 배려심이 정말 많이 발달하거든요. 싸우면서도 그 안에서 배우고 내면적으로 성숙해질 테니 훨씬 넓은 사람으로 클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 말로 설명하기가 참 어려운데, 그냥 지금처럼 이렇게 아이들이 장난치고 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 이상 행복이 없다고 느껴져요.

생계를 위해 다시 네일아트 숍을 시작한 거면 즐겁기보다 힘들지 않나요.

탁 사실 처음에는 무서웠어요. 겁이 별로 없는 성격인데, 이제는 아이가 넷이고 ‘절대 망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으니 두려웠죠. 그런데 막상 해보니까 좋은 점이 훨씬 많더라고요. 첫 쌍둥이를 낳고 산후우울증이 정말 심했거든요. 쌍둥이 육아는 처음이기도 하고 하루 종일 집에서 아기 우는 소리만 듣고 있자니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밖에서 받은 에너지로 집에서 아이들을 더 예뻐해줄 수도 있고, ‘다시 나오길 잘했다’ 싶어요.

두 사람이 육아는 어떻게 나눠서 하고 있나요.

김 쌍둥이는 기본적으로 ‘독박 육아’가 불가능해요. 무조건 두 사람이 전력으로 달려들어야 하죠. 오전에 어린이집 등원 준비는, 제가 아이들을 씻기면 아내가 이유식이나 준비물을 챙기는 식으로 손발을 딱딱 맞춰서 1시간 반 정도가 걸려요.

탁 저녁에는 제가 퇴근이 더 늦다 보니 남편 혼자 아이들 밥 먹이기, 씻기기, 재우기까지 싹 해놔요. 그래서 남편이 이렇게 피곤한 얼굴인 거예요(웃음).

김 제가 직업군인이라 육아시간(조기퇴근)을 쓸 수 있으니 가능한 것 같아요. 배려를 받고 있는 거죠. 그래서 직장에 있는 동안에는 그만큼 더 노력하려고 해요. 요즘은 아이가 없는 분들도 많고, 누군가는 이런 제도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잖아요.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쌍둥이 부모로서 서로가 생각하는 장점이 있나요.

탁 남편 최고의 장점은 참을성인 것 같아요. 아이가 넷이다 보니 원하는 게 각자 다르고, 우는 시간이나 밤에 잠들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른 집의 배 이상이거든요. 그런데도 지금껏 단 한 번도 아이들한테 짜증을 낸 적이 없어요. 진정되고 잠드는 순간까지 한참을 기다려주죠. 남편이지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김 사실 저는 제 육아가 맞는지 아닌지 잘 몰라요(웃음). 검색을 하거나 뭘 많이 참고하지도 않고요. 그냥 흘러가는 대로 하려고 하고, ‘몇 시에 재워야 한다’ ‘몇 시에 밥을 먹여야 한다’ 이런 게 별로 없어서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아내의 장점은 낙천적인 성격인데, 사실 이건 안쓰럽기도 한 면이에요. 보시는 것처럼 아내가 잘 웃고 밝은 편이거든요. 근데 이게 스트레스를 안 받아서가 아니라 내색을 안 하는 성격이라서 그래요. 저는 그래도 티가 나거든요.

탁 요즘은 남편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더 그러는 것 같기는 해요. 저희 집은 제 기분에 따라서 분위기가 왔다 갔다 하거든요. 제가 아프거나 기분이 안 좋으면 남편과 아이들 기분도 다운되더라고요. 그게 아이들 정서 발달 면에서 결코 좋은 게 아니니 더 내색을 안 하려 해요.

“겹쌍둥이, 동네 유명인사예요”

주기적으로 쌍둥이 가족 모임이 있다고요.

탁 쌍둥이 엄마 마음은 같은 쌍둥이 엄마만이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 마음을 알아주고 이 상황을 이해해줄 사람’이 필요한데, 아이가 하나 혹은 둘이어도 쌍둥이를 낳아본 엄마가 아니면 아주 깊은 공감까지는 안 되거든요.

모임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쌍둥이 가족의 장단점은 뭔가요.

탁 사실 단점은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것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것도 지금 세미, 세리처럼 완전히 어린 시기만 지나면 다 극복 가능해요. 좋은 점은 그에 비해 훨씬 많죠. 나중에 친구가 따로 필요 없다는 점이 가장 부러워요. 살다 보면 결국 가족밖에 없다는 걸 체감하게 되잖아요. ‘아이들이 성인이 돼서도 넷이 서로 의지하면서 나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부모로서 참 뿌듯하죠.

김 장점은 앞으로도 계속 발견하게 될 것 같아요. 쌍둥이 가족 모임도 아이들을 기르면서 예상치 못하게 생겨난 인연이잖아요. 아이들 데리고 길을 걷다 보면 신기하니까 먼저 말을 많이 걸어주세요. 그래서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친해지기가 훨씬 쉽죠. 지금도 동네 분들이 저희 가족을 거의 다 아세요. 아이들로 인해 생긴 이러한 변화들이 참 소중하죠. 이런 것들은 사실 저희 계산에 없던 영역이란 말이에요. 아이를 낳아서 기르는 과정에 또 다른 발전적인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알고, 제 시야가 넓어지는 경험을 하게 돼요.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면 좋겠다고 생각하나요.

김 남한테 피해 안 끼치고 밝은 에너지를 주는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어요. 평소에도 기본적인 인성을 갖추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써요. 안 된다고 할 때는 단호하게 하는 편이고요.

탁 아이들에 대한 마음은 정말 복합적이에요. 미안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는 계속 고민스러울 것 같아요. 일단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 제가 힘들다고 아이들의 세상을 좁게 만들지 않는 것이에요. 저희는 아이가 넷이어도 수영장 가고 에버랜드 가고 그래요. 얼마 전에는 동네 이자카야도 다녀왔죠. 겨울에는 비행기도 한번 타보려고요(웃음). 고생스러워도 아이들에게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요.

#저출생극복 #겹쌍둥이 #여성동아

사진 이상윤 사진제공 김기호·탁은경 부부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