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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김명희 기자의 알파맘 도전기

아이 자존감 높이기 프로젝트에 돌입하다

입력 2009.06.09 17:23:00

아이 자존감 높이기 프로젝트에 돌입하다


#1지난달 인터뷰를 위해 만난 10남매의 엄마가 그러더군요. 아이들이 하고 싶어 하는 건 가능하면 다 하도록 내버려둔다는 그 엄마는 “‘안 돼’ 라는 말만 듣고 자란 아이가 과연 커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요.

#2그러던 차에 EBS ‘아이의 사생활-자아존중감’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됐습니다. 아이들이 목표했던 것을 혼자 힘으로 이뤄냈을 때 성취감이 쌓여 자아존중감도 높아진다는 내용을 실험으로 풀어낸 다큐멘터리입니다. 똑같이 어려운 과제를 받았을 때 자존감이 낮은 아이는 지레 포기하는 반면, 자존감이 높은 아이는 해낼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자세를 갖고 문제 해결에 임하더군요.


“안 돼. 그만. 하지 마.”
제가 평소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입니다. 과자에 대해 말할 땐 과자가 얼마나 몸에 나쁜지 과장을 덧붙여 설명해 겁을 준 뒤 절대 먹지 못하게 하는 식입니다. 이 때문에 아들 태욱이(7)는 또래에 비해 말을 잘 듣는 편이지만, 소심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앞서 두 가지 일을 겪으면서 뜨끔했습니다. 아이가 소심한 게 부모의 양육 태도와 관련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된 거죠.
남편과 상의 끝에 아이 자존감 높이기 프로젝트에 돌입했습니다. ‘태욱이의 날’을 정해 그날은 태욱이가 우리 집 대장 노릇을 하는 것입니다. 밥도, 반찬도, 간식도 태욱이가 원하는 걸로 먹고 어디를 갈지, 무엇을 할지도 모두 아이가 정하는 것입니다. 아이는 ‘태욱이의 날’을 앞두고 며칠 전부터 무엇을 할지 골똘히 생각하는 눈치였습니다.
드디어 그날이 왔고, 아들은 아침 메뉴로 치킨을 골랐습니다. “안 된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고 아이가 치킨가게에 전화를 걸도록 했습니다. 다행히 일요일 오전 8시에 문을 여는 치킨가게는 없더군요. 아들이 치킨 대신 선택한 메뉴는 소시지 부침. 평소 같으면 그것도 ‘안 된다’ 했겠지만, 약속은 약속이니 원하는 대로 해주었습니다.

아이가 원하는 일 맘껏 하게 해 성취감 높이고 숨겨진 욕망도 확인
아침식사 후에는 어린이대공원 나들이를 갔습니다. 사실 동물원은 저희 부부가 좋아하는 나들이 코스는 아닙니다. 매번 아이들이 새로운 볼거리를 통해 색다른 경험을 했으면 하는 게 저희 욕심이거든요. 하지만 동물원에 도착한 아이는 발걸음부터 달랐습니다. 팔과 다리에 힘을 잔뜩 주고 앞장서서 마치 진짜 대장처럼 걷더군요. 아이가 이처럼 즐거워한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북극곰, 점박이 물개에 대해 동생과 아빠, 엄마에게 부지런히 설명해주고, 자신의 설명에 별로 귀를 기울이지 않던 아빠에게는 동물원을 한 바퀴 더 돌며 공부하라는 벌칙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동물원을 둘러본 다음엔 대공원 잔디 마당에 자리를 잡고 앉아 아빠와 씨름도 하고 달리기 시합도 했습니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는 아빠를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아이의 설명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멋진 금메달을 만들어 “오늘 수고한 대가로 주는 선물”이라며 아빠, 엄마 목에 걸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동물원에서 본 아나콘다와 개구리 그림을 그리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무사히 ‘태욱이의 날’이 지나갔습니다. 물론 아이는 하루 종일 한 번도 사달라고 한 적이 없는 이상한 음료수 등이 먹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오늘 딱 하루”라는 단서를 달고 사주었습니다. 불량식품의 맛에 길들여지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보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아이의 욕망을 확인한 것이 더 큰 성과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도 나름대로 판단과 배려를 할 줄 안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앞으론 한두 달에 한 번 정도 ‘태욱이의 날’을 계속 만들 생각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좀 더 체계적인 계획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뭔가를 깨쳐갈 수 있도록 유도할 생각입니다.

여성동아 2009년 6월 5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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