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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재테크 SOS

반 토막난 펀드 팔아야 할까, 묻어둬야 할까

글·오진영‘자유기고가’

2008. 10. 10

미국발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국내 주식시장이 요동치면서 수많은 펀드 투자자가 원금이 반토막난 펀드 문제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세 써야 할 돈이라면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 파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국내 주가지수가 1800 선을 넘어 한창 상승세를 타고 있던 지난해 하반기, 쌈지돈 2천만원을 털어 펀드 상품에 투자했던 주부 김영은씨(42)는 지금 남몰래 가슴을 치고 있다. 주가가 떨어질 때도 “조금만 지나면 원금은 회복되겠지”라는 마음으로 기다렸는데 미국발 금융위기가 우리나라를 강타하면서 원금의 절반 가까운 8백만원이 허공으로 날아갔기 때문이다.
김씨의 경우처럼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는 개인 투자자에게 전문가들은 “장기간 묻어둘 수 있는 돈이라면 잊어버리고, 머지않아 필요한 돈이라면 더 늦기 전에 환매 여부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삼성증권 김현 과장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사이에 쓸 돈이라면 지금부터 주가가 오를 때마다 조금씩 환매해 현금화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원금 회복에 집착하기보다 손실 폭을 줄이는 것이 현명하다는 뜻이다. 세계 증시가 회복세로 돌아서더라도 지난해 주가가 가장 높았을 때 투자한 사람이 원금을 찾으려면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씨티은행 김지형 광화문지점장도 “절반 이상 잃었다면 그냥 묻어두는 것이 나을 수 있다. 하지만 30% 안쪽으로 손실을 봤다면 지금이라도 환매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실이 30% 이내라면 환매 신중히 검토해야
펀드 환매를 결정했다면 자신에게 최대한 유리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주식 비중이 50%가 넘는 국내 주식·주식혼합형 펀드의 경우 오후 3시 이전에 환매를 신청하면 그날 종가를 적용해 찾을 돈의 액수가 결정된다. 이 시간이 넘어가면 다음 날 주가가 반영된다. 요즘처럼 하루 사이에 주가 등락폭이 클 때는 지수가 많이 오른 날 3시 이전에 환매하는 것이 유리하다. 주식 비중이 50%가 안 되는 채권혼합형 펀드는 어차피 다음날 종가가 반영되기 때문에 큰 상관이 없다. 돈은 환매 신청 후 영업일 기준으로 4~5일째 되는 날 나온다.
해외주식형 펀드의 경우는 좀 더 주의가 필요하다. 대체로 4~5일 뒤의 주가까지 반영해 영업일 기준 7~9일 이후 돈이 나오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세계 증시에 악재가 잇따르고 주가의 등락이 심할 때는 당장 주가가 올랐다고 해도 4~5일 후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우므로, 시장이 조금이라도 안정될 때까지 기다린 뒤 환매하는 게 좋다.
세금 문제도 잘 따져봐야 한다. 펀드 환매 전 미리 해지조회를 하면 세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따져볼 수 있다. 매매차익이 없으면 주식거래 부분은 비과세지만 1년에 한 번씩 나오는 배당금에 대해서는 15.4%의 세금이 붙는다. 전체적으로는 손해를 봤다고 해도 배당금과 채권 이자, 환차익 등에 대해서는 세금을 물어야 한다. 금융소득이 연 4천만원 이상인 경우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돼 높은 세율이 적용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자신이 과세 대상인지 여부는 은행·증권사 등 펀드를 구입한 곳에 물어보면 확인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 금융시장이 침체돼 있지만 이 시기를 잘 활용하면 재테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재한 국민은행 평촌PB센터장은 적립식 펀드에 장기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나 임의식 펀드 가입자의 경우, 국내 주가가 현저히 저평가돼 있는 지금이 우량주를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기회이므로 추가 예치를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권했다. 증시가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이런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지만, 주가가 반등할 때 수익을 내려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삼성증권 김현 과장도 “적립식 펀드의 경우 주가가 낮을 때 더 많이 사두는 것이 언젠가는 찾아올 주가 상승기에 목돈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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