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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빈센트 반 고흐의 초상

고흐의 고독과 소외감 생생히 담은

2008. 09. 04

빈센트 반 고흐의 초상

로트레크, 빈센트 반 고흐의 초상, 1887, 마분지에 파스텔, 54×45cm, 암스테르담 국립 반 고흐 미술관


로트레크는 초상화도 잘 그렸습니다. 그가 그린 초상화는 모델을 빼닮았을뿐 아니라 모델의 성격과 내면까지 잘 드러낸 걸로 유명합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초상’도 그런 그림의 하나이지요.
해바라기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반 고흐가 마치 해바라기처럼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골똘히 쳐다보는 시선이 그가 얼마나 생각이 많은 사람인가를 잘 드러내주고 있네요. 테이블에는 반 고흐가 좋아하던 술 압상트가 한 잔 놓여 있습니다. 술잔이 아직 비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아 반 고흐는 이 술을 조용히 음미하며 마시려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주위의 분위기도 고즈넉하고 시간도 느릿느릿 흘러가네요.
반 고흐가 자화상을 많이 그렸고 다른 화가들도 반 고흐의 얼굴을 여러 점 그렸지만 로트레크의 이 그림만이 반 고흐의 얼굴을 바로 옆에서 보고 그린 유일한 그림입니다. 그런 까닭에 정면을 그린 그림에서는 보기 힘든 반 고흐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눈썹이 축 처져 있다든지 코가 살짝 꺾인 매부리코라든지 하는 사실을 알 수 있지요.
로트레크는 이 그림을 그리며 반 고흐의 심리에 많이 동화된 듯합니다. 반 고흐가 느끼는 외로움과 쓸쓸함, 세상과의 거리감 등이 그림에 명료히 나타나 있습니다. 장애인으로서 다른 사람들로부터 곧잘 소외를 당하곤 했던 로트레크 자신의 경험이 당시 몰이해로 고생하던 반 고흐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이유가 됐을 겁니다.
“외롭고 힘들어도 괴로워하지 말아요, 당신은 누구보다 뛰어난 창조의 능력을 갖고 있고 그것으로 세상을 기쁘게 할 수 있잖아요”라고 로트레크가 반 고흐에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에 공감할 수 있었기에 로트레크는 훌륭한 초상화를 그릴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예술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업적을 남기게 하는 중요한 힘이 됩니다.

한 가지 더~ 초상화가들은 주로 앞에서 본 모델의 얼굴이나 살짝 옆에서 본 모델의 얼굴을 그립니다. 완전히 옆에서 본 모델의 얼굴을 그리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전에는 완전히 옆에서 본 얼굴을 많이 그렸습니다. 그리기가 좀 더 쉬웠고 모델의 골상이 지닌 특징이 잘 표현됐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완전히 옆에서 보고 그린 초상화를 영어로 프로파일(프로필, profile)이라고 부릅니다.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쓰는 칼럼니스트. 신문기자와 미술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매주 화요일 EBS 미술 프로그램 ‘TV 갤러리’에 출연해 명화의 감상 포인트와 미술사적 배경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최근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풍속화에 대해 소개한 ‘정겨운 풍속화는 무엇을 말해줄까’를 펴냈으며 ‘창의력과 미술’에 관한 책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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