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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명문대 합격생의 공부 노하우 4

미국 프린스턴대 합격한 김수현

홈스쿨링으로 중학교 마치고 유학 준비~

기획·송화선 기자 / 글·오진영‘자유기고가’ / 사진·성종윤‘프리랜서’

2008. 05. 14

최근 미국 프린스턴대에 장학생으로 합격한 김수현양은 호기심과 창의력을 가로막는 학교 교육이 싫어 중학교를 홈스쿨링으로 마친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대원외국어고 진학 뒤에도 학원 수강을 하지 않고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해 아이비리그에 합격한 수현양을 만났다.

미국 프린스턴대 합격한 김수현

지난 2월 대원외고를 졸업한 김수현양(18)은 최근 미국 명문 프린스턴대에 장학생으로 합격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그는 “집안 형편상 장학금을 받아야만 유학을 갈 수 있었는데, 꿈을 이루게 돼 정말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사실 수현양은 지난해 말 미국 대학에 입학원서를 보내며 합격을 확신할 수 없었다고 한다. 미국 대학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아니면 학부 장학금을 잘 주지 않는 걸 알면서도 ‘장학금 신청자’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3월 말 여러 대학으로부터 ‘당신은 장학금을 신청했으므로 뽑을 수 없다’는 편지가 날아들기 시작했다.
“마음 한편에 ‘안되려나 보다’ 하는 마음이 생길 즈음 프린스턴대에서 합격 소식이 온 거예요. 학비 일부를 장학금으로 지급하는 조건이지만, 나머지는 아르바이트를 통해 충당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 오는 9월이면 프린스턴대에 입학해 분자생물학을 공부할 수 있는 거죠. 열심히 공부해서 염색체 돌연변이처럼 현대의학이 고치지 못하는 유전병을 정복하는 과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씩씩하게 포부를 밝히는 그의 모습에서 남다른 자신감과 당당함이 느껴졌다.
수현양은 자기 주관이 확실한 스타일. 중학교 1학년을 마친 뒤 “학생의 호기심을 가로막는 학교가 답답하다”고 생각해 자퇴했을 만큼 의지도 굳다. 1학년 동안 치른 네 번의 시험에서 모두 전교 1등을 차지한 그가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했을 때 모든 선생님이 깜짝 놀랐지만, 교장 선생님은 그를 이해하고 홈스쿨링을 해보라고 권했다고 한다.
“저는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 걸 배우면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곤 했어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정해진 교과 과정을 넘어가는 질문을 하기 어렵잖아요. 반복 학습과 암기 위주의 공부가 제 탐구심을 꺾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죠.”
수현양이 마음을 정하고 학교를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히자 부모는 전폭적인 믿음과 지지를 보내줬다고 한다. 그가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온 가족이 경기도 파주로 이사했을 정도라고. 정보통신부 공무원인 아버지는 출·퇴근 시간만 두 시간 넘게 걸리는 데도 불구하고 기꺼이 어려움을 감수했다.
“그때부터 EBS 교육방송과 온라인 학습사이트 에듀넷을 이용해 하고 싶은 공부를 마음껏 했어요. 궁금한 게 생기면 인터넷 사이트에 질문을 올리거나 혼자 박물관·전시회를 찾아다녔고요. 하지만 무계획적으로 지내다 보면 나태해질까봐 하루 생활을 분 단위로 기록하고, 매일 저녁 다음 날 계획을 세웠습니다.”

스스로 계획 세우고 실천하는 홈스쿨링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 노하우 익혀
수현양은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던 그 시절이 무척 행복했다고 한다. 하지만 친구들과 어울리는 학교 생활도 하고 싶어 중학교 과정을 마친 뒤 고등학교에는 진학하기로 했다고. 학교를 쉬는 동안 학원 역시 전혀 다니지 않은 그는 혼자 익힌 영어 실력으로 대원외국어고 영어능력우수자 전형에 당당히 합격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다섯 달 정도 영어학원에 다닌 적이 있어요. 그런데 수업을 듣다 보니 혼자 책을 보며 공부하는 게 더 빠르겠다 싶더라고요. 엄마와 함께 서점에 가서 ‘해리포터’ 원서를 사오면서부터 혼자 영어공부를 시작했죠.”

미국 프린스턴대 합격한 김수현

중학교 시절 홈스쿨링을 하며 자유롭게 생활하다 대원외고를 거쳐 미국 프린스턴대에 합격한 김수현양.


마침 ‘해리포터’ 번역본을 재밌게 읽고 난 뒤라 그 책이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처음에는 “단어도 잘 모르는 아이가 무슨 원서냐”며 말리던 어머니는 마지못해 원서와 카세트테이프 세트를 사줬다고.
“처음에는 물론 책을 전혀 못 읽었죠. 대신 책 내용을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듣고 또 들었어요.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성우 한 명이 등장인물별로 목소리를 다르게 내는 게 재미있어서 전혀 지루하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스무 번쯤 듣다 보니 어렴풋이 단어의 뜻이 짐작되기 시작하더군요. 이미 우리말로 된 책을 읽어서 내용을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수현양은 이후에도 이렇게 소리에 먼저 익숙해진 뒤 책을 읽는 방식으로 영어 소설을 녹음한 테이프를 듣고 원서를 읽으며 공부했다고 한다. 그런데 외국어고 입학 뒤 그는 자신의 영어 실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다. 원어민 교사가 질문하는 내용을 다 알아들으면서도 대답 한마디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늘 듣고 읽는 방식으로 공부하다 보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 수현양은 말하기 실력을 높이기 위해 교내 영어토론 클럽에 가입했다고 한다.
“처음엔 정말 힘들었죠. 클럽에 간 첫날 모든 회원이 지켜보는 앞에서 1분 동안 아무 말도 못한 채 식은땀만 흘리며 서 있었던 게 아직도 기억나요. 오죽하면 한 선배가 ‘다른 동아리에 가는 게 어떠냐’고 했다니까요.”
수현양은 그날 이후 영어로 조리 있게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매일 혼자 거울을 보고 말하기 연습을 했다고 한다. 입에 펜을 문 채 소리 내 책을 읽으며 발음 교정도 했다. 물론 평소처럼 영자신문과 잡지, 각종 원서를 읽는 것도 쉬지 않았다. 그런 노력 덕분에 수현양은 2학년 때부터 국내 영어토론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기 시작했고, 영국 웨일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고등학생 토론대회에서 ‘BEST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외국어로서의 영어)’상을 받을 만큼 뛰어난 토론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수현양의 SAT 성적은 2400점 만점에 2360점. 고등학교 때 미국 대학 학점을 미리 받는 AP 과목도 다섯 과목 수강해 모두 만점을 받았다.
수현양은 수학 실력도 뛰어나다. 수학 학술지 ‘한국학교수학회 논문집’에 고등학생으로는 최초로 수학 논문을 실었을 정도. 그는 “논문 주제는 ‘삼각형의 결정조건과 합동조건에 대한 연구’였는데, 이 논문이 내가 프린스턴대에 합격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생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학생회 환경부장과 영자신문부 국제부장을 맡아 활동한 것. 그 덕에 그는 대원외고에서 가장 영예로운 상 가운데 하나인 ‘지인용상’(이사장상)과 장학금을 받았다.
“지인용상 수상자는 선생님들이 학생의 성적과 인성, 리더십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후보자를 선정한 뒤 아이들이 투표를 해 결정해요. 그 과정을 거쳐 제가 상을 받은 게 참 자랑스러웠어요.”
수현양은 자신이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고도 외국어고와 프린스턴대에 합격하고, 영예로운 상도 받을 수 있었던 건 어릴 때부터 뚜렷한 목표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 노력해온 덕분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학에 가서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공부하려고 해요. 특히 생물 분야에 집중해 유전병을 꼭 정복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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