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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김명희 기자의 스타건강학

성병숙 건강관리 노하우 & 마음 다스리기

글·김명희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 ■ 헤어 & 메이크업·박수영 뷰티 프리즘 ■ 장소협찬·쉼 플러스 아카데미(02-538-9399)

입력 2008.03.21 16:15:00

경제적인 어려움과 친정부모의 잇단 투병으로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연극배우 성병숙. 그가 건강관리 노하우와 시련을 극복하고 마음의 평안을 되찾기까지의 과정을 들려주었다.
성병숙 건강관리 노하우 & 마음 다스리기

성병숙 건강관리 노하우 & 마음 다스리기

지난 2월 초, 서울 강남의 한 댄스 아카데미는 회사 장기자랑 대회에 나가기 위해, 다이어트를 위해, 색다른 취미에 도전하기 위해 춤을 배우려는 직장인들과 주부들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 가운데 성병숙(53)의 춤 솜씨는 단연 돋보였다. 그 자신은 “아직 허점이 많다”고 쑥스러워했지만 그가 한 발짝씩 스텝을 뗄 때마다 여기저기서 “저 정도 하려면 얼마나 해야 할까” 하는 부러움 섞인 탄성이 쏟아졌다. 그가 춤과 인연을 맺은 건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연극 ‘엘리펀트 맨’ 공연을 할 때 왈츠를 추는 장면이 있었어요. 흉내만 내느니 아예 춤을 정식으로 배우는 게 낫겠다 싶어 왈츠를 배웠죠. 그러고는 블루스, 탱고, 룸바를 차례로 익혔고요. 그 당시만 해도 춤에 대한 인식이 별로 좋지 않아 춤을 배운다고 하면 사람들이 ‘춤바람 났다’며 색안경을 끼고 봤지만 저는 춤을 배우는 시간 동안 참 행복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기본 동작도 익히기 전에 빨리 스텝을 배우려고 안달한다는데 저는 기본부터 차근차근 배웠죠. 연습하는 과정조차 황홀했거든요.”

성병숙 건강관리 노하우 & 마음 다스리기

Beauty & Health Secret _ “노년에 건강 나빠 고생하는 부모님 본 뒤 더 열심히 운동해요”
사실 춤은 고단한 삶을 살아온 그에게 안식과도 같았다. 고려대 임학과 출신인 그는 대학 재학시절부터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 77년 TBC에 성우로 입사해 만화 ‘뽀빠이’의 올리브 역으로 이름을 알렸고 일년에 한두 편씩 꾸준히 연극무대에도 섰다. 딸 하나를 얻고 첫 결혼에 실패했지만 92년 재혼한 그는 한동안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는 그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개인 사업을 하던 남편이 1백억원가량 부도를 맞게 됐고 그로 인해 평생 공무원으로 재직하며 일군 전 재산을 담보로 사위 보증을 섰던 친정아버지는 그 충격으로 중풍에 걸려 쓰러졌다. 그와 서류상으로 이혼하고 미국으로 떠난 남편은 그 뒤 영영 연락이 끊겼고 그 빚은 고스란히 그에게 떠넘겨졌다.
“제 삶은 IMF 전과 후로 나뉘어요. 아버지 병구완하면서 남편 부도 문제를 수습하느라 세무서, 경찰청, 검찰청, 변호사 사무실 등 안 다녀본 데가 없죠. 그전에는 사람들 만나는 걸 좋아했는데 그런 일이 생긴 뒤로는 사람들 앞에 나서기가 겁이 나더군요. 괜히 제 이야기가 도마에 오르는 것 같아 한동안 집과 일터만 오갔는데, 그러다 보니 주눅이 들더라고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98년 파트너 선생님과 한 달 동안 연습해서 성우협회 연말 파티 때 영화 ‘타이타닉’ 주제가에 맞춰 룸바를 선보였죠. 다들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웃음). 성우 선후배들 만나면 지금도 그 얘기를 해요. 그 뒤 3년 동안은 그 힘으로 버텼죠.”
그가 말하는 춤의 장점은 다이어트와 자세 교정에 좋다는 것이다. 성우로 연예계에 데뷔해 연극무대로 활동 영역을 넓힌 그는 최근 ‘친정엄마’ ‘꿈꿔서 미안해’ ‘밤으로의 긴 여로’ 등에서 노역을 자주 맡았던 탓에 자세가 구부정해졌는데 춤 덕분에 다시 허리를 꼿꼿하게 펼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춤을 추면 나올 데 나오고 들어갈 덴 들어가서 저절로 예쁜 몸매를 갖게 돼요. 하루 두 시간씩 열심히 춤을 춰서 일년 동안 30kg 감량한 사람도 봤어요.”
서울 혜화동 대학로 근처에 사는 그는 매일 오전 두 번씩 북악 스카이웨이를 산책한다고 한다. 처음엔 혼자서, 두 번째는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친정어머니와 함께.
“혼자 걸을 땐 한 시간이면 충분한데 어머니와 함께 걸을 땐 두 시간 가까이 걸려요. 그래도 어머니가 외출하는 걸 좋아하시기 때문에 아주 추운 날을 제외하고는 어머니를 모시고 걸어요.”
그는 또 20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빠뜨리지 않고 수영을 해왔다고 한다. 한 번에 무리하지 않고 50m 레인을 5회 정도 반복해서 헤엄친다는 것. 그가 감기 같은 잔병치레를 하지 않는 이유는 이 수영 덕분이라고.
“20년 전 수영을 시작하면서 어머니한테 같이 하자고 했는데 한사코 싫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저와 함께 수영을 시작했더라면 어머니 건강도 그렇게 나빠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하면 아쉬움이 커요. 사실 아버지는 술을 많이 드셨고 어머니는 운동을 싫어하셨어요. 두 분 모두 노년에 건강이 나빠진 게 다 그런 탓이 아닌가 싶어요.”

Lifestyle _“알츠하이머 앓는 어머니, 연기자로 첫발 내디딘 딸이 삶의 버팀목이에요”
성병숙 건강관리 노하우 & 마음 다스리기

룸바, 탱고, 왈츠까지 못추는 춤이 없다는 성병숙. 그는 춤을 통해 잇단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고 말한다.


연극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그의 삶의 초점은 대부분 어머니에게 맞춰져 있다. IMF 당시 남편의 부도와 이혼, 아버지가 중풍으로 쓰러지는 시련을 겪으면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았던 건 든든한 성 같은 어머니가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빚 독촉에 시달리며 절망에 빠져 있던 어느 날 어머니가 제 손을 꼭 잡고는 ‘병숙아, 우리 둘이 합을 합하면 못 해낼 일이 어디 있겠니’라며 격려해주셨어요. 어머니의 그 말이 그 어떤 위로보다 큰 힘이 됐죠.”
어머니 덕분에 가까스로 절망의 끝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또 다른 시련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2005년 어머니가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데 이어 8년간 중풍으로 투병하던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난 것.
“어느 날 어머니가 외출을 했다가 택시를 타고 돌아오시는데 집이 기억이 안나 그냥 내렸다고 하시더라고요. 느낌이 좋지 않아 바로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았더니 알츠하이머라고 하더군요. 그 얘기를 듣고 주차장까지 어떻게 걸어갔는지 생각이 안 나요. 차 안에서 30분 동안 대성통곡을 했죠. 그러고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분노도 원망도 다 부질없는 짓이라는 걸 이미 깨달았으니까요. 그래도 한 가지 감사한 건 알츠하이머는 주위 사람들은 힘들어도 그 병을 앓는 당사자는 행복하다고 하더군요. 저는 그거면 돼요.”
그의 어머니는 더없이 ‘예쁜 환자’라고 한다. 사소한 일에 심술을 내다가도 조금만 잘해주면 어린아이처럼 금방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두 시간 동안 이쪽 옷장에 있던 옷을 저쪽 옷장으로 옮기고 또 화장도 예쁘게 하시고…. 우리 어머니한테 효녀 되기는 참 쉬워요. 예쁜 옷 사다 드리면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에도 감동하고 조금만 잘해드려도 ‘네가 최고야’라고 말씀해주시니까요.”
어머니가 병마와 씨름하는 동안 그에게는 또 다른 든든한 버팀목이 생겼다. 바로 딸 서송희(25)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캐나다에서 귀국,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한 딸은 지난해 ‘궁s’를 통해 연기자로 데뷔했다. 그는 딸이 가시밭길 같은 연기자의 길을 가겠다고 했을 때 반대했지만 매니저도 운전기사도 없이 하루 두세 시간씩 잠을 자면서 드라마 촬영을 무난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며 딸이 좋아하는 일을 하도록 허락했다고 한다. 하지만 딸에게는 ‘2세 연기자의 후광’은 아예 기대하지 말라고 못을 박았다고.
“송희가 ‘궁s’ 촬영을 할 때 아무에게도 제 딸이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마침 같은 시기 저도 드라마 ‘문희’에 출연하고 있었기에 모니터링도 못해줬고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게 송희에게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사람의 평이나 도움보다 본인 스스로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하느냐가 중요하니까요.”
사실 사춘기 시절 딸은 가족과 세상에 대한 원망에 가득 차 누군가 말을 거는 것조차 못 견뎌할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성병숙은 딸에게 화를 내거나 자신의 판단을 강요하려 들지 않았다. 그저 딸이 스스로 이겨낼 때까지 기다렸다고. 그리고 지난해 연극 ‘친정엄마’를 공연하면서 모녀는 그간 마음에 쌓였던 앙금을 모두 털어냈다고 한다. ‘친정엄마’는 어머니의 딸에 대한 끈끈한 사랑을 다룬 연극으로, 극중 엄마는 임종을 눈앞에 두고도 “아직은 안갈라네. 내 딸에게 해줄 것이 아직 많네” 하며 자기 몸을 돌보지 않고 딸 생각만 한다.
“송희가 어머니를 모시고 연극을 보러 왔어요. 무대에 서면서 ‘우리 어머니가 날 보고 울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어머니는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송희가 눈이 빨개져서 ‘엄마 그동안 잘못했어요. 앞으로 내가 잘할게요’라며 말을 잇지 못하더라고요.”

Mind Control _“열심히 활동하는 선배들 보며 나이 드는 게 가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요즘 성병숙은 배우로서는 최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세 편의 연극에 출연해 모두 흥행에 성공했고 특히 ‘꿈꿔서 미안해’로 ‘올해의 배우상’까지 수상했다. 또 ‘문희’를 통해 탤런트로도 데뷔한 것. 뒤늦게 전성기를 맞은 만큼 나이 드는 것이 두렵고 아쉬울 법한데 그는 오히려 “감사하다”고 말한다.
“여운계 김수미 나문희 고두심 같은 선배들이 열심히 길을 닦아놓으셨잖아요. 나이가 들어도 건강만 뒷받침된다면 다이아몬드처럼 희소가치가 있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지난날을 돌아보면 “힘들었지만 그래도 잘해냈다”고 자부한다는 성병숙. 그의 작은 바람은 어머니 건강이 호전되고 딸이 연기자로서 자리 잡는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여건이 된다면 그동안 뒤로 미뤄 두기만 했던 여자로서의 자신의 삶도 가꾸고 싶다고.
“연극무대에서는 자리를 잡았지만 탤런트로서는 아직 걸음마를 배우는 어린아이 같은 처지죠. 무대든 브라운관에서든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성에 대해선 무조건 마음을 닫아둔 건 아니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지난날의 경험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일만큼은 조심할수록 좋다는 걸 절실하게 깨달았거든요.”

여성동아 2008년 3월 53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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