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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싫어하는 아이가 책벌레 된 비결’

독서의 즐거움 깨친 박현지양 엄마 윤주미씨 공개

기획·송화선 기자 / 글·이자화‘자유기고가’ / 사진·지호영 기자

입력 2008.01.12 13:37:00

책읽기를 싫어해 또래보다 독서 능력이 한참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던 박현지양은 체계적인 독서 지도를 받은 뒤 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 아이로 변했다. 현지양과 함께 독서 지도를 받은 엄마 윤주미씨를 만나 아이에게 책 읽는 재미를 길러주는 독서지도법에 대해 들었다.
‘책읽기 싫어하는 아이가 책벌레 된 비결’

박현지양(9)은 요즘 책 읽는 게 즐겁다. 엄마가 잔소리하기 전에 알아서 책을 읽을 뿐 아니라, 재미있는 부분이 나오면 동생에게 얘기해주기도 한다. 엄마 윤주미씨(40)는 불과 두세 달 전까지만 해도 책을 거의 읽지 않던 아이가 독서에 재미를 붙인 것이 무척 반갑다고 말했다.
“원래는 만화책 말고는 책을 전혀 안 읽는 아이였어요. 억지로 동화책을 읽힌 다음 내용을 물어보면 전혀 모를 때도 많았죠. 그런데 요즘은 자기가 먼저 책을 사달라고 조르고 읽는 책의 종류도 동화책·과학책·상식책 등으로 다양해졌어요(웃음).”
현지양이 달라진 건 최근 EBS 다큐 프로그램 ‘교육실험 프로젝트, 똑똑한 책읽기’를 통해 10주 동안 독서교육을 받은 뒤부터. 책읽기가 아이의 학습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시된 교육 실험 대상으로 선정된 현지양은 독서교육 전문가로부터 책읽기 지도를 받았다.
“처음 4주 동안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30분씩 책을 읽게 했어요. 5주째부터 독서지도사가 아이를 만나 지도를 해줬죠. 그런데 짧은 시간 안에 현지가 달라지더군요. 사실 저도 예전에 아이에게 책 읽는 습관을 길러주려고 독서 지도 프로그램을 이수하고 직접 아이를 지도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아무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깜짝 놀랐어요.”
윤씨는 당시 독서 지도 교육을 받으며 ‘자녀에게 책을 많이 읽어주는 게 독서교육의 첫걸음’이라는 말에 늘 책을 읽어줬고, ‘책을 읽힌 뒤엔 줄거리와 감상 등을 적는 독서 노트를 쓰게 하라’고 해서 그것도 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지양은 여전히 책을 싫어했다고.
“알고 보니 독서교육은 아이에게 무조건 책을 읽게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아이가 책을 싫어하면 그 이유가 뭔지를 알아내고 이해하는 게 첫걸음이죠. 그런데 저는 현지에게 좋은 책을 사주고 어떻게든 읽게 하려고 애를 쓰다가 읽지 않으면 ‘너는 왜 만화책만 읽니’ ‘동생은 책을 많이 읽는데 너는 뭐하는 거니’ 하고 꾸중만 했거든요. 그게 아이를 점점 더 책과 멀어지게 만든 원인이었죠.”
윤씨는 ‘올바른 독서교육은 아이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다’는 독서지도사들의 조언을 듣고 현지양과 참을성 있게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 안에 지금껏 눈치채지 못했던 스트레스가 쌓여 있음을 깨달았다고.
“현지는 돌이 되기 전에 큰 수술을 받고 한 달 넘게 입원한 적이 있어요. 그때 떨어진 체력을 금세 회복하지 못해 퇴원한 뒤에도 자주 잔병을 앓았고요. 그런데 그렇게 한참 몸이 아플 때 연년생으로 동생이 태어났죠. 그 무렵 현지는 부모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은 게 힘들었는지 이유 없이 짜증을 내고 심통을 부리곤 했어요. 그 뒤엔 제가 직장생활을 시작해 다섯 살 때부터 여덟 살 때까지 집을 떠나 할머니 댁에서 자랐죠. 저는 현지가 어린 나이에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낸 건 알고 있었지만, 그 상처가 저절로 치유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얘기를 해보니 그때의 기억들이 지금까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로 남아 있더군요.”

‘책읽기 싫어하는 아이가 책벌레 된 비결’

책읽는 재미를 깨친 뒤 스스로 위인전·과학책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있는 박현지양.


“아이가 책 싫어하는 이유 찾아내 해결해주는 게 올바른 독서교육의 첫 걸음”
현지양은 엄마로부터 ‘동생보다도 책을 안 읽는다’는 꾸중을 듣는 것에 대해 크게 상처를 받았고, 책을 읽은 뒤 내용을 물어보거나 독서 노트를 쓰게 하는 것에도 부담을 느꼈다고 한다.
“현지는 자기가 동생보다 못할까봐, 책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독서 노트를 잘 못 쓸까봐 책 읽는 것 자체를 거부한 거더라고요. 엄마로서 아이에게 늘 관심을 기울인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마음조차 몰랐다는 게 정말 미안하더군요.”
현지양은 엄마와 대화를 나누며 상처를 털어내고, 독서지도사로부터 ‘틀려도 괜찮아’ ‘넌 할 수 있어’라는 격려를 받으며 부쩍 자신감이 커졌다고 한다. 표정이 밝아지고, 말수가 늘었으며, 책 읽는 재미도 터득하기 시작했다고. 학교 성적은 중위권이면서도 학습능력검사에서 ‘독서 능력이 유치원생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책읽기를 싫어하던 현지양은 이제 스스로 명작 동화나 위인전을 찾아 읽을 만큼 달라졌다고 한다.
5주째 독서에 대한 자신감을 기른 현지양은 이후 ‘자기 주도적 책읽기’ ‘친구와 대화하며 책읽기’ 등 독서방법을 배우고, 북 페스티벌에 참가하며 책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책을 읽는 것은 공부가 아니라 자연스럽고 즐거운 체험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됐다고.
“독서지도사와 함께 얘기를 나누면서 현지는 책읽기가 다른 사람과 비교해 잘하고 못하는,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됐고,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 건지도 알게 된 거죠.”
윤씨도 독서지도사로부터 “교과 위주에서 벗어나 다양한 교양 영역의 책을 읽게 하는 게 중요하고, 부모도 자녀와 함께 책 읽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등 다양한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저도 많이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주위에서 좋다고 하는 책을 전집으로 사주고 아이에게 읽으라고 강요하곤 했는데, 이젠 현지가 원하는 책을 스스로 고를 수 있게 함께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요. 책을 읽은 뒤 독서 노트를 쓰라고 하지도 않고요. 아이가 싫어하는 걸 억지로 시키면 오히려 책 읽는 데 방해가 된다는 걸 알게 됐거든요.”
책을 읽어주는 방식도 바꿨다. 윤씨는 예전에는 현지양이 읽으려 하지 않는 과학책이나 위인전 등을 어떻게든 읽히려는 마음에 아이를 옆에 앉혀둔 채 혼자 줄줄 읽어 내려가곤 했는데 요즘엔 아이가 읽고 싶어하는 책을 들고 오면 같이 한 줄씩 번갈아 읽는 방식으로 책을 읽어준다고.
“그렇게 하니 아이가 스스로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더라고요. 예전에는 옆에 앉아 있을 뿐 책을 읽는 건 저 혼자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은 분명히 둘이 함께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현지양은 학교 성적도 올랐다고 한다. 특히 국어와 과학 점수가 높아져 학교 생활에도 한층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현지가 책 읽는 걸 보면서 독서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많은 책을 읽게 하는 게 아니라 책을 좋아하는 마음가짐을 길러주는 거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게 만화책이든 동화책이든 책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읽으면 다른 책도 점점 많이 찾아 읽게 되는 것 같아요.”
윤씨는 “요즘 현지는 학교 갈 때마다 책을 1~2권씩 들고 가 틈틈이 읽을 정도로 책읽기를 좋아한다. 다시 독서능력 검사를 한다면 이제 충분히 또래 수준이 돼 있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여성동아 2008년 1월 5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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