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밥 먹을 때 보이는 태욱이의 손놀림은 포크를 쓰는 데도 불구하고 뭔가 어설프다. 바쁘다는 핑계로 ‘차차 나아지겠지’라며 넘겼던 게 미안해졌다. 50원짜리 동전 하나로 동네 전자오락실에서 두 시간이나 손가락을 놀리기도 했던 내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태욱이도 자연스레 나아질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것. 아이에게 신경을 더 쓰지 못했던 것에 반성하는 의미로 이 달에는 지금껏 해온 ‘몸 쓰는’ 놀이에서 벗어나 얌전히 앉아 소근육을 이용하는 ‘손 쓰는’ 놀이를 해보기로 했다.
손바닥 모양 만들기 “손바닥을 그려보자~”
먼저 털실로 손바닥 모양을 만들어보는 놀이를 했다. 스케치북에 손을 대고 크레파스로 손을 따라 모양을 그렸다. 태욱이, 태연이 손도 그려보고 내 손으로도 해봤다. 태욱이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인지 어렵지 않게 그림을 완성했다. “자, 이제 손바닥 그림을 따라서 털실로 손 모양을 만들어 보자.” 처음 해보는 놀이라서인지 아이들 표정이 어리둥절하다. 그림을 따라 조심조심 털실을 붙이며 내가 먼저 시범을 보였다. “이번엔 태욱이가 해볼래?” 긴장한 표정의 태욱이가 이리저리 손가락을 놀려 털실을 그림 위에 놓아보려는데, 뜻대로 잘 되지 않았다. 손바닥 그림이 작아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좀더 큰 손바닥을 그려줬다. 태욱이가 다시 털실을 잡고 도전에 나셨다. 아까보다는 좀 나은 듯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털실 때문에 속이 상한 모양이다. “아잉~ 힘들어요!” 내가 아이의 손을 잡고 도와가며 겨우겨우 털실 손바닥을 완성했다. 손바닥 모양 만들기는 소근육 발달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손바닥 그림 말고도 발바닥 등 여러 가지 모양으로 그림을 그려서 응용해도 된다. 익숙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사각형, 삼각형 같은 쉬운 모양부터 시작하는 것도 방법. 아이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아이들이 좋아하는 색깔의 털실을 준비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 준·비·재·료 스케치북, 크레파스, 털실 1m
■ 만·들·기
1 스케치북에 손바닥 모양의 그림을 그린다.
2 털실로 그림을 따라손바닥 모양을 만든다.
별 만들기 “우와~ 별이다!”
‘별 만들기’는 코르크로 된 커다란 메모판에 별 모양으로 고정핀을 박은 뒤 핀과 핀을 털실로 연결해 별 모양을 만드는 놀이다. “아빠가 뭘 만드는지 잘 봐~.” 별 모양을 머릿속에 떠올려보면서 코르크판에 고정핀을 박았다. 다 박고 나서도 아이들은 아직 이게 무슨 그림이 될지 짐작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번에는 아예 내가 먼저 시범을 보이기로 했다. 털실의 한쪽 끝은 고정핀 하나에 단단히 묶어두고 차례차례 다음 고정핀으로 털실을 옮겼다. 이때 고정핀마다 털실을 한두 번쯤 감아서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털실이 점점 모습을 드러내는 걸 보면서 아이들 표정이 밝아졌다. “이야~ 별이다, 별!” “우와~ 아빠가 별을 만들었어.” 이제는 태욱이 차례. 태욱이가 털실을 잡고 고정핀에 감기 시작했는데, 자꾸 털실이 고정핀에서 빠져나오니 표정이 심각해졌다. 내가 옆에서 잡아주면서 힘들게 별 만들기 완성! 절반은 내 도움을 받았지만 그래도 “태욱이가 별을 만들었네, 정말 예쁘다” 하는 칭찬으로 용기를 줬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털실을 감을수록 점점 모양이 생기는 ‘별 만들기’놀이는 손의 소근육 발달을 돕고 상상력을 자극시킨다고 한다. 별 외에 여러 가지 다른 모양을 만들어도 좋은데, 고정핀은 머리 부분이 큰 것으로 골라야 털실이 빠져나오지 않는다.
■ 준·비·재·료 코르크판, 고정핀, 털실
■ 만·들·기
1 코르크판에 고정핀을 꽂아 별 모양을 만든다.
2 고정핀에 털실을 걸어가며 별을 완성한다.
털실 그림 만들기 “듬성듬성, 바느질도 제법인걸~”
다음은 ‘털실 그림 만들기’ 차례. 도화지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모양을 만든 뒤 대바늘에 털실을 꿰서 바느질하듯 구멍에 털실을 넣었다 빼 모양을 만드는 놀이로, 세심한 손놀림을 하다보면 집중력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유아놀이전문가 현득규 선생이 알려준 놀이에는 사람 모양을 만들도록 돼 있지만, 태욱이에게는 어려울 것 같아 다른 모양으로 바꿨다. “태욱이는 무슨 그림이 좋아?” “물고기!” 태욱이는 처음 크레파스로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을 무렵에도 물고기를 무척 많이 그렸다. 엄마 물고기, 아빠 물고기, 아이 물고기 등 스케치북 전체를 물고기로 도배한 적도 많다. “태연이는 뭐 할래?” “난 토끼!” 내가 송곳을 이용해 도화지에 물고기와 토끼 모양으로 구멍을 뚫어주고 끝이 뭉툭한 대바늘에 털실을 꿰어 쥐어줬다. “구멍에다가 이 바늘을 넣는 거야. 한쪽으로 넣으면 반대쪽으로 나와야 돼.” 나의 시범을 보고 난 태욱이가 바느질을 시작했다. 가끔 엉뚱한 방향으로 넣거나 구멍을 건너뛰려고 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성공적이다. “아빠, 이것도 액자에 걸어주세요. 알았죠?” 완성된 털실 물고기 그림은 거실 벽에 걸려 있는 태욱이의 명작 ‘무지개 색깔 물고기’ 그림과 함께 보물이 됐다.
■ 준·비·재·료 도화지, 송곳, 대바늘, 털실
■ 만·들·기
1 도화지에 구멍을 뚫어 모양을 만든다.
2 대바늘에 털실을 꿰어 구멍을 따라 바느질하듯 연결해 모양을 완성한다.
털실 물감 놀이 “알록달록 물감을 뿌려봐~”
마지막으로는 도화지 위에 물감을 뿌린 뒤 털실로 그림을 그리는 ‘털실 물감 놀이’를 했다. 놀이 시작부터 아이들은 처음 본 물감이 신기한 듯 눈을 떼지 못하며 신이 났다. 도화지에 여러 가지 색깔의 물감을 뿌린 뒤 태욱이와 함께 털실의 양쪽 끝을 잡고 도화지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니 형체를 알 수 없는 그림들이 그려졌다. 도대체 그림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아이들의 상상력은 무한한지 태욱이가 그 안에서 여러 가지 그림을 발견한다. “이건 비행기고, 저건 나비네~.” 태욱이와 태연이가 상상력을 펼치며 그림을 해석하는 것으로 이날 놀이는 끝났다. 물론 비공식적인 아이들의 털실 놀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온갖 색깔의 털실을 풀어헤쳐 온몸에 휘감고 머리에 가발처럼 뒤집어쓰고, 깔깔대며 집 안을 뛰어다녔다. “얘들아, 오늘의 주제는 그게 아니고…. 털실을 말이지….”
■ 준·비·재·료 스케치북, 물감, 털실 30cm
■ 만·들·기
1 스케치북에 여러 색깔의 물감을 뿌린다.
2 아빠와 아이가 털실의 양 끝을 맞잡고 도화지 위를 휘저으며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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