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춘년인 지난해 5월, 힙합그룹 지누션의 멤버 지누(36)와 결혼해 황금돼지해인 올가을 2세를 출산하는 김준희(31). 90년 대 중반 인기를 모은 그룹 뮤 출신으로 10여 년간 연기자, 리포터 등으로 활약해온 그가 요즘은 사업가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성복 전문 인터넷 쇼핑몰 에바주니를 운영하며 월 매출 10억원을 올리는 ‘대박 사장님’이 된 것.
“‘영원히(ever) 준희와 함께 하자’는 뜻으로 ‘에바주니’라고 지었어요. 처음에는 25평짜리 사무실에서 직원 6명과 시작했는데 3개월 만에 규모가 두 배로, 지금은 세 배 정도로 커졌죠. 부업으로 생각하고 시작한 사업인데 이렇게 잘될 줄은 몰랐어요. 처음에는 자리도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주문이 들어와 겁이 날 정도였어요.”
5년간 오프라인 매장 운영하며 실패 경험, 대중의 기호 읽는 법 배워
지난해 6월 문을 연 에바주니는 오픈한 지 하루 만에 서버가 다운될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고객 주문이 쏟아지면서, 월세 보증금 5백만원을 비롯해 총 투자비 9천만원을 들여 시작한 사업은 이제 직원 20여 명을 거느린 법인기업이 됐다. 개인 사업자에서 법인 기업체로 변신한 지금 실제 수익은 얼마나 될까.
“월 매출이 10억원에 이르지만 임대료, 인건비, 의류 제작 및 구입비 등을 제외하면 실제 마진율은 8~10%예요. 인터넷 쇼핑몰의 가격 경쟁이 치열해 마진은 크지 않죠. 가격이 낮아야 경쟁력 있기 때문에 박리다매로 수익을 올리는데 주력하는 편이에요.”
사업 이야기를 하는 동안 ‘물 만난 고기’처럼 신이 난 김준희는 인터넷 의류쇼핑몰을 운영하게 된 게 ‘자신의 운명’ 같다고 말한다.
“어머니가 강남에서 20년 넘게 수입의류 전문점을 운영하셨어요. 어릴 때부터 옷에 관심이 많았죠. 연예인으로 활동하면서도 언젠가는 직접 의류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에바주니의 매출이 처음부터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 데는 오픈 당시 첫 아이템으로 내놓은 비치 스커트의 인기가 한몫했다. 그가 직접 디자인한 비치 스커트는 처음엔 실용성이 없다는 이유로 디자이너들의 반대에 부딪혔다고 한다.
“사각거리는 아사 소재를 쭈끌쭈글하게 구김을 줘서 발목까지 길게 내려뜨린 디자인의 스커트예요. 해변가에서 수영복 위에 랩스커트처럼 입을 수 있고 바람이 잘 통하는 소재인 만큼 한여름에 입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아이디어를 냈죠. 디자이너들이 반대했지만 제 감각을 믿고 밀고 나갔는데 결과는 물량을 대기가 벅찰 정도로 메가히트를 쳤죠.”
이 외에도 그는 브이넥 민소매 셔츠, 롱스타일 후드 티 등 대박 아이템을 만들었는데 그가 만드는 옷의 특징은 ‘디자인이 단순하고 고급 소재를 사용한다’는 것.
“브이넥 민소매 셔츠의 경우 면 소재를 양면으로 사용해 착용감을 높였어요. 이 점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냈죠. 또 후드 티는 면과 레이온을 섞어 셔츠 길이를 엉덩이까지 덮어주도록 했죠. 요즘 유행인 롱스타일을 후드 티에도 적용해 인기를 얻은 것 같아요.”
김준희의 이런 유행 감각은 5년간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체득한 것이다. 그는 지난 2002년부터 서울 압구정동에서 ‘더 샵’이란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김준희가 에바주니로 단번에 성공을 거둔 줄 알지만 그 역시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면서 폐업 세일을 할 정도로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한다.
“첫 도전은 완벽한 실패였어요. 시장의 흐름을 무시한 채 저 자신의 패션 감각만 너무 믿은 결과였죠. 폐업 세일을 하고 다시 일어서기까지 1년 정도 걸렸어요. 그 때 대중의 기호를 무시하면 절대 옷 장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웠어요.”
가격 대비 품질을 높이고 VIP제도 도입해 매출 증대
이런 아픈 경험은 인터넷 의류쇼핑몰의 성공에 큰 밑거름이 된 동시에 그가 대중의 기호와 자신의 감각을 접목시키는 디자인에 대해 연구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김준희는 영화에서 대중과 자신의 패션 감각을 접목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낸다고 한다.
“물론 패션쇼에 가거나 패션잡지도 즐겨봐요.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죠. 하지만 대중은 너무 앞서가는 디자인에는 거부감을 보여요. 그래서 저는 영화를 즐겨 봐요. 현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물을 특히 관심 있게 보는데 이런 장르의 영화에서는 실생활에서 입을 수 있는 옷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유심히 봐뒀다가 포인트를 주는 디자인을 더해 의류를 제작해요.”
현재 에바주니에서 판매하는 옷의 40%는 김준희가 직접 원단을 구해 디자이너들과 함께 자체 제작한 옷이고 나머지 60%는 동대문, 수입상가 등에서 그가 ‘괜찮다’고 판단한 의류를 구입해온 것이다.
“100% 자체 의상을 판매하면 무조건 좋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럴 경우 위험부담도 커요. 제작비가 만만치 않거든요. 옷을 보는 안목만 있다면 의류를 구입해야 쇼핑몰 운영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죠.”
김준희는 인터넷 쇼핑몰 운영에 있어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제작 의류가 됐든 구입해서 판매하는 의류가 됐든 마진이 낮더라도 양질의 원단만을 고집해 균등하게 품질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또한 1만5천~1백50만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갖추고 있지만 평균은 3만~9만원의 가격으로 맞춰 소비자들의 주머니 부담을 줄이도록 했다.
“인터넷 쇼핑몰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같은 제품이 1천~2천원 차이만 나도 다른 쇼핑몰로 달려갈 수 있어요. 저가의 가격 경쟁력은 인터넷 쇼핑몰 운영에 필수예요. 저는 여기에 품질 경쟁력을 더한 거죠. 단순히 가격만 낮다고 소비자들이 찾는 건 아니거든요. 가격이 낮으면서 소재와 디자인이 좋은 제품이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오면 금세 블로그나 미니 홈피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이 몰리게 되죠.”
김준희는 인터넷 쇼핑몰을 준비하는 예비 창업자라면 사전에 미니 홈피나 블로그를 잘 꾸미고 이를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그 역시 에바주니를 시작할 때 별다른 사전 홍보를 하지 않았음에도 처음부터 관심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미니 홈피 덕이 컸다고.
“처음 인터넷 쇼핑몰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제 미니 홈피에 ‘에바주니를 오픈해요. 많이 찾아주세요’라고 쓴 거였어요. 세 번 정도 올렸는데 꽤 많은 손님들이 홈피를 보고 알게 됐다면서 방문해 주셨어요.”
그는 또한 홈페이지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한다. 시즌별로 에바주니의 홈페이지 색이나 글자체를 바꿔주는 등 리뉴얼을 적절히 해 고객들에게 언제나 신선함을 주도록 노력했고,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고객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고.
“홈페이지는 될 수 있으면 남다르게 꾸미려고 공을 많이 들였어요. 제가 제작한 옷의 모델로 직접 나서서 에바주니의 옷이 ‘김준희가 실제 즐겨 입는 옷’이란 느낌을 강하게 전달하려고 했고요. 더불어 인터넷 쇼핑몰은 입소문이 중요하니까, 홈피에 고객들이 올리는 글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특히 불만사항을 철저히 체크해서 제가 직접 사과의 내용을 담은 이메일을 보내기도 해요.”
김준희만의 노하우는 또 있다. 백화점을 벤치마킹하는 것. 그중 하나가 중소형 인터넷 쇼핑몰로는 드물게 VIP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VIP 등급은 세 등급으로 나뉘는데, 플래티늄 등급은 월 5백만 원 이상 구매고객으로 5% 할인 혜택과 콘서트 초대티켓을 제공한다. 골드 등급은 월 3백만원 이상을 구매하는 고객으로 3% 할인, 실버 등급은 월 1백만원 이상 구매고객으로 1%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고. VIP제도의 도입으로 효과를 봤을까. 그는 이 제도가 매출 증대에 효과적이었다고 말한다.
“아직 플래티늄과 골드 등급 회원은 적은 편이고 실버 고객이 대부분이에요. 하지만 월 1백만원 이상 구매를 하는 고객이 있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죠.”
임신 후 아이옷에도 관심 생겨 ‘에바키즈’ 론칭할 계획
또 백화점처럼 일주일 이내 구입한 상품에 한해 환불이나 반품을 해주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당장은 수익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여도 장기적으로 보면 고객과 인터넷 쇼핑몰 사이에 신뢰감이 형성 돼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 이런 철저한 사업 전략이 에바주니를 매출 10억원의 중소기업체로 키우는 원동력이 됐을 터다.
이렇듯 사업의 성공으로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김준희는 요즘 개인적으로도 경사가 겹쳤다. 첫아이를 임신한 것. 아이를 가진 직후 사파이어 반지가 자신의 품에 들어 있는 태몽을 꿨다는 김준희는 아이를 가진 후 사업이 더 잘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었다고 한다.
“보석은 재물과 명예를 상징한데요. 확실히 우리 아이가 복덩이네요. 아이가 생기면서 사업도 더 잘되거든요.”
현재 임신 4개월로 입덧이 심한 그를 위해 남편 지누는 기꺼이 가족 요리사를 자청하고 나섰다고 한다. 김치찌개, 고등어조림에 갈비찜까지 뚝딱뚝딱 만들어준다고. 사업의 성공과 가정의 행복,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어 보이건만 김준희는 이제 시작이라고 야무지게 말한다.
“아이를 가진 뒤로 저도 모르게 자꾸 아이들을 위한 옷에 눈이 가요. 그러면서 아이에게 제가 직접 만든 옷을 입히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아동복 브랜드 ‘에바키즈’를 출시할 계획까지 세우게 됐고요. 당분간 출산할 때까지 일을 좀 줄여야겠지만 앞으로 아동복 브랜드 에바키즈를 비롯해 인테리어, 의류 소품 전문 브랜드도 론칭할 계획이에요. 그래서 ‘에바주니’가 그 이름처럼 국내를 영원히 대표하는 인터넷 쇼핑몰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게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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