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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체험 공개

서울대 법대생, 토익 만점 두 아들 둔 엄마 이현숙

‘인성과 체력 먼저 다진 뒤 스스로 공부하게 하는 교육’

기획·송화선 기자 / 글·이자화‘자유기고가’ / 사진·박해윤 기자, 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입력 2007.04.06 17:11:00

과학고를 자퇴한 뒤 토익에서 만점을 받고 혼자 수능을 준비해 고등학교 3학년생 나이로 올해 서울대 법대에 진학한 박새벽군, 만 12세 때 국내 최연소로 토익 만점을 받은 박성준군의 엄마 이현숙씨.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그를 만나 교육법에 대해 들었다.
서울대 법대생, 토익 만점 두 아들 둔 엄마 이현숙

이현숙씨(47)는 복이 많은 엄마다. 첫째 박새벽군(18)과 둘째 성준군(14) 형제가 누구나 부러워할 만큼 잘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형제는 형이 2005년에, 동생이 2006년에 토익 만점을 받았고, 형 새벽군은 과학고에 진학했다 자퇴한 뒤 혼자 수능시험을 준비해 올해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지난해 2월 만 12세 11개월의 나이로 최연소 토익 만점을 받은 성준군은 “영어를 본고장 사람보다 더 잘하고 싶다”며 유학을 떠나 현재 뉴질랜드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고 한다. 따로 어학코스를 밟지 않고 현지 학교에 입학했는데도 바로 수업에 적응하며 높은 성적을 거둬 담당 교사가 “어디서 영어를 배웠느냐”고 물었을 정도라고.
놀라운 것은 이들 형제에게 영어를 가르친 선생님이 바로 엄마 이씨라는 것. 자녀 영어교육과 입시문제로 고민하는 이 땅의 보통 엄마들에게 이씨는 부러움과 호기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이씨는 “아이들이 토익 만점을 받은 뒤부터 특별한 교육 노하우를 묻는 분이 많은데 보통 엄마들과 다른 것은 별로 없다”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특별히 뛰어난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씨는 “겸손하게 하는 얘기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토익 만점을 받는 것을 보면 어느 아이든지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얘기하는 건, 처음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칠 당시 두 아이 모두 ‘모범’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이 교육에 대해 얘기하기 위해 실은 자신이 두 아이의 친엄마가 아니라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이씨는 지난 2002년 1월, 아이들을 처음 만났다고 한다. 젊은 시절 사랑을 나누다 헤어진 남자친구를 20년 만에 우연히 다시 만났는데, 그가 이혼한 상태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던 것. 당시 새벽군은 중학교 1학년생, 성준군은 초등학교 4학년생이었다.
“지금은 남편이 된 그 사람과 함께 몇 번 아이들을 만났는데 그때마다 깜짝 놀라는 일이 계속됐어요. 새벽이는 새벽 2시까지 컴퓨터 게임을 하는데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상황이었고 성준이는 마치 밀림에서 막 나온 타잔처럼 사회에서 요구하는 규범을 전혀 지키지 않는 아이였죠. 수업시간에도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수업 종이 쳐도 자리에 앉지 않아 교실 밖으로 쫓겨나곤 했을 정도로요.”
이씨는 그해 여름 두 아이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하면서 먼저 이런 생활습관을 바로잡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와 자식으로서 신뢰가 쌓이지 않았기에 자신이 직접 아이들을 통제하기는 힘들었다고.
“그때 떠오른 게 조카 둘이 유학하고 있던 중국의 기숙학교였어요. 상하이에서 차로 4시간 떨어진 닝보라는 도시에 있는데, 수업시간에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아침 6시에 전교생이 일어나 다 함께 운동을 하도록 하는 등 생활관리가 엄격했죠. 남편은 영어권 나라가 아니라는 이유로 반대했지만, 아이들을 자주 만나려면 가까운 중국에 있는 게 좋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고집을 부려 2002년 2학기 때 아이들을 그 학교에 유학 보냈죠.”
아이들을 중국에 보낸 뒤 이씨는 2주에 한 번씩, 목요일에 중국에 갔다가 월요일에 돌아오며 아이들을 돌봤다고 한다. 한국 음식을 그리워할 아이들을 위해 밥솥, 쌀, 김치를 싸들고 가 밥을 지어 먹이며 보살폈는데 그 과정에서 아이들과 조금씩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다고.

서울대 법대생, 토익 만점 두 아들 둔 엄마 이현숙

직접 영어를 가르쳐 두 아들을 토익 만점자로 키운 이현숙씨 가족.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자신들을 만나러 오는 절 보면서 아이들이 ‘저 사람은 정말 우리를 좋아하나보다’라는 생각을 조금씩 하는 것 같았어요. 어느 날엔가 기숙사에 도착한 저를 보고 새벽이가 ‘엄마, 오늘은 좀 늦었네?’ 하며 안부를 묻더니, 제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자 성준이가 자기도 같이 돌아가겠다며 하염없이 울기 시작하더군요. 그때 이후로는 제가 한국에 돌아올 때마다 성준이가 우는 일이 반복됐어요. 그리고 한 학기가 끝난 뒤 아이들이 방학을 지내러 한국에 돌아왔을 때는 우리가 정말 가족이 돼 있었죠.”
가정에서 행복을 얻은 아이들은 중국에 다시 가고 싶어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유학 생활은 4개월 만에 끝이 났다고. 이씨가 두 아이를 직접 가르친 건 바로 그때부터였다.

아이 스스로 생활계획표 짜고 하루에 공부할 분량 정하게 해
“공부를 함께하기에 앞서 일단은 아이들과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했어요. 특히 성준이와는 같이 장을 보러 가고, 요리도 하고 책도 읽는 등 뭐든지 함께 했죠. 어린아이라 그런지 성준이는 금세 저를 정말 잘 따랐어요. 그러면서 스스로 자신의 나쁜 행동을 고치려고 노력하더군요. 새벽이도 아예 끊지는 못했지만 컴퓨터 사용시간을 줄이려고 애썼어요. 엄마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되니 조금씩 마음을 열고 달라지려 노력한 거예요.”
이씨는 이때 아이들에게 바른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테니스와 바이올린 등 예체능을 가르쳤다고 한다. 그리고 스스로 생활계획표를 짜도록 했다. 하루에 공부할 분량을 직접 정하도록 한 뒤,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만큼은 지키도록 한 것이다.
“계획을 어긴다고 해서 다그치거나 혼내지는 않았어요. 다만 왜 지키지 못했는지, 다음에는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상의해 아이가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도록 했죠. 계획을 세우고 지키는 것이 습관이 되면 아이의 생활이 규칙적으로 변할 뿐 아니라, 굳이 옆에서 공부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게 되거든요.”
이씨는 “아이에게 계획을 세울 때 욕심을 부리게 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하루에 단어 1백 개를 외우겠다고 말한 뒤 50개를 외우는 것보다, 1개를 외운다고 했으면 그걸 실천하는 게 훨씬 좋다는 것. 중요한 것은 계획을 세우고 지키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무렵부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죠. 벌써 새벽이가 중학교 2학년 때라 영어공부를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당시 아이들 성적은 새벽이가 반에서 5등 정도, 성준이는 수학·사회는 60점, 국어는 70점쯤 받는 수준이었어요.”
처음부터 직접 영어를 가르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동네 학원을 알아보며 어디가 제일 좋은지 살펴보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면서도 그날 배운 내용을 꼼꼼히 복습하게 하는 학원”을 찾을 수가 없었다고. 외국어 공부를 할 때는 함께 배울 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그는 아예 직접 영어학원을 차리기로 했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캐나다에서 영어연수를 하고 미국 브리감영 대학에서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제2 언어로서의 영어) 교사들에게 영문법 교수법을 강의한 경력이 있어 영어학원을 여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고 한다.
“대학을 졸업한 뒤 10개월쯤 영어 과외를 한 적도 있어요. 사실 대학 때까지만 해도 영어를 그리 잘하는 편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나 고민이 됐죠. 그래서 중학교 1·2·3학년 영어 참고서를 사다가 2주일 동안 차근차근 여러 번 읽었어요. 그러고 나서 아이들을 가르쳤더니 신기하게도 제가 가르친 아이들의 성적이 다 오르는 거예요. 영어만 가르쳤는데도 공부하는 방법을 알게 되니 전 과목 점수가 전반적으로 오르더군요.”

서울대 법대생, 토익 만점 두 아들 둔 엄마 이현숙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씨는 아이들에게도 문법을 먼저 가르쳤다고 한다. 영어라는 언어의 원리를 알게 하기 위해서였다고. 서점에서 가장 쉬워보이는 문법책을 골라 4개월이나 반복해 공부시켰다고 한다.
“2003년 9월부터 전단지를 돌려 모집한 중학생 4명과 새벽이, 성준이까지 6명으로 팀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영어수업을 시작했어요. 문법책에 나온 복잡한 명칭 때문에 어렵게 느껴질 뿐이지, 사실 영어는 생각보다 간단한 규칙으로 이뤄져 있거든요. 아이들이 기본 문법을 익힌 뒤에는 한국어로 여러 가지 문장을 만들어보며 아이들이 어휘력과 응용력을 늘려가도록 했죠. 예를 들면 ‘소녀가 영어로 뭐야? 그러면 구석에 있는 소녀는 뭘까? 구석에서 날 보고 있는 소녀는? 오늘 저녁에 나를 도와줄 소녀는 어떻게 말하면 되지?’ 하는 식으로 계속 질문을 이어간 거죠. 그러면 아이들은 ‘전치사, 구, 관계대명사, 명령문, 의문문’ 같은 어려운 이름은 까먹어도 그 문장 성분이 영어 문장 안에서 담당하는 역할은 자연스레 익히게 되거든요.”
아이들이 어느 정도 문법을 익힌 뒤에는 ‘링구아 b 토플’ ‘링구아 m 토플’ 등의 문제집을 통해 문법을 연습하게 했고, 테이프가 딸린 영어동화책을 골라 사흘에 한 권씩 읽게 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단어 실력에 따라 수준을 높여갈 수 있게 구성돼 있는 시사 ‘세계명작 스프링’ 시리즈를 주로 읽혔는데, ‘신데렐라’ ‘백설공주’ ‘피노키오’ 등 널리 알려진 동화를 통해 독해 실력을 기른 아이들은 곧 웬만한 글은 술술 읽어낼 정도의 실력을 쌓았다고 한다.

“쉬운 문법책 통해 기초 쌓은 뒤 영어책 읽으며 실력 다지게 하세요”
“그 무렵 함께 공부를 하던 아이 가운데 한 명이 ‘토익브리지’라는 시험을 봤는데 180점 만점에 166점을 받았다며 자랑스러워하더라고요. 알고 보니 토익브리지는 3개월에 한 번씩 치르는 어린이용 토익으로, 전국 1등을 하면 70만원의 장학금이 주어지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부랴부랴 시험 준비를 해서 2003년 6월에 처음으로 그 시험을 보게 했어요. 영어공부를 시작한 지 1년도 채 안 된 때였는데, 새벽이는 176점, 성준이는 170점을 받더군요. 1등은 못했지만 아이들이 영어에 대해 자신감을 느끼기엔 충분한 점수였죠.”
상금에 욕심이 난 성준군은 그해 12월 마침내 180점 만점을 받아 전국 1등을 차지했다고 한다. 그때가 토익브리지가 시작된 지 6년째였는데, 외국에서 산 경험이 없는 아이가 만점을 받은 건 성준군이 처음이었다고. 함께 시험을 치른 새벽군은 한 문제를 틀려 2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이 결과에 자신을 얻은 아이들은 이후 토익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꾸준히 영어책을 읽고, 2004년 11월부터 학원에 있던 원어민 강사에게 영어 토론수업을 들었을 뿐, 토익만을 위한 준비는 따로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2005년 1월 처음 치른 토익에서 새벽군은 940점, 성준군은 770점을 받았다고.
“그때 겨우 중학교 1학년생이던 성준이는 시험시간이 너무 기니까 문제를 풀다 지쳐 끝 무렵엔 아예 엎드려 잠을 잤대요. 아마 다 풀었다면 더 높은 점수를 받았겠죠. 아이들이 이렇게 좋은 성적을 거둔 건 기초가 튼튼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문제 푸는 요령은 따로 배우지 않았지만, 풍부한 독서를 통해 영어 실력을 철저히 쌓은 덕에 몇 년씩 토익만 공부한 어른보다 더 나은 실력을 얻은 거죠.”
영어 읽기의 효과를 확신한 이씨는 그때부터 성준군에게 더 많은 책을 읽게 했다고 한다. 일주일에 5권씩 영어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라고 했는데, 나중에는 책읽기에 재미를 붙여 성준군 스스로 하루에 한 권꼴로 읽을 정도가 됐다고.
“새벽이는 그때 과학고에 들어가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따로 지도할 게 없었어요. 사실 영어공부를 시작하기 전인 중학교 1학년 때 새벽이 성적은 전교 80등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영어 성적이 오르면서 다른 과목 실력도 골고루 높아져 3학년 마지막 시험 때 전교 1등을 하면서 과학고에 합격한 거예요. 문제는 그 다음이었죠. 아이가 한 학기를 보낸 뒤 ‘수학을 풀다 보면 왜 내가 이걸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고민을 토로하더라고요. 자기는 문과 적성인 것 같다고요.”
이씨는 아들의 뜻을 따라 학교를 자퇴하도록 했고, 새벽군은 그해 10월 토익을 치러 만점을 얻으며 어머니의 믿음에 보답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혼자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공부한 끝에 수능시험을 치러 올해 서울대 법대에 합격했다. 형이 공부하는 동안 성준군 또한 멈춰 있지 않았다. 2006년 2월, 영어공부를 시작한 지 2년 5개월 만에 최연소 토익 만점 기록을 세운 것.
“아이들이 고맙다고 말할 때 가장 보람 있다”고 말하는 이씨는 최근 그의 이러한 교육 비법을 담은 책 ‘영어 초등 5학년부터 해도 절대 늦지 않다’를 펴냈다.
“공부는 아이가 하는 겁니다. 엄마가 욕심을 내 무리하게 시키면 아이는 공부를 무서워하게 되죠. 그 순간 아이의 발전은 끝이 나요. 아이가 뭘 모른다고 해도 화내지 말고 기다려주세요. 천천히, 대신 완벽하게 할 수 있도록 믿고 지켜보면 아이는 엄마의 기대보다 훨씬 뛰어난 모습으로 보답할 겁니다.”

여성동아 2007년 4월 5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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