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성동아 로고

명복을 빕니다

정다빈 세상 떠나던 날

“저 세상에서는 모든 아픔 잊고 편안하기를…”

기획·송화선 / 기자 글·김순희‘자유기고가’ / 사진·여성동아 사진파트

입력 2007.03.21 14:15:00

발랄하고 톡톡 튀는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았던 탤런트 정다빈이 지난 2월 초 스스로 목숨을 끊어 큰 충격을 줬다. 많은 이들의 애도 속에 세상을 떠난 정다빈의 마지막 길과 고인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 남자친구 이강희씨의 얘기, 동료 배우 김보성이 직접 쓴 추모시를 실었다.
정다빈 세상 떠나던 날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논스톱’ 등으로 큰 인기를 모았던 탤런트 정다빈(27·본명 정혜선)이 먼 길을 떠났다. 지난 2월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 원룸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 것. 그는 지난 2월13일 많은 이들의 눈물과 안타까움 속에 화장돼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유토피아 추모관에 안치됐다. 그의 영면과 함께 정다빈의 죽음을 둘러싸고 한동안 빚어졌던 의혹과 논란, 그리고 가족과 팬들의 깊은 슬픔도 함께 잠들었다.
정다빈의 죽음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2월10일 오전 8시 경. 그의 남자친구였던 이강희씨(22)가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고인이 숨져있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부터다. 신인연기자인 이씨는 한때 정다빈과 같은 소속사에 있었던 인연으로 6개월 가량 그와 교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다빈이 그의 집에 간 것은 2월10일 오전 3시경. 그는 강남구 청담동에서 친구들과 술을 마신 뒤 이씨에게 “데리러 와 달라”고 전화를 했다고 한다. 이씨는 “전날 밤 술이 취한 상태에서 함께 우리집으로 왔는데 아침에 자고 일어나보니 정다빈이 보이지 않아 집안을 뒤져보다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의 죽음이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준 것은 무엇보다 정다빈이 늘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사랑받았다는 점 때문. 지난 2000년 영화 ‘단적비연수’에서 최진실의 아역으로 출연하며 눈길을 끈 정다빈은 이후 MBC ‘논스톱 3’ ‘옥탑방 고양이’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모았다. 깎아놓은 듯한 얼굴의 ‘미녀 스타’는 아니었지만 친근한 외모, 옆집 친구와도 같은 포근함은 다른 연예인이 갖지 못한 정다빈만의 매력이었다. 그런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실에 많은 이들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유서가 없고, 바로 전날 함께 술자리를 가졌던 후배 탤런트들이 “언니가 자살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아무 눈치도 채지 못했다”고 말하면서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이 불거져 2월12일 부검이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사체를 살펴본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타살의 흔적이 없으며 정다빈은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정다빈 세상 떠나던 날

고 정다빈의 어머니 이재분씨가 딸의 분골을 안고 오열하고 있다.


정다빈은 세상을 떠나기 하루 전날 새벽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 홈피에 “복잡해서 죽을 것 같았다.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내가 나를 잃었다고 생각했었고 나는 뭔가 정체성을 잃어갔었다. 순간 전기에 감전되듯이 번쩍. 갑자기 평안해졌다. 주님이 오셨다. 형편없는 내게 사랑으로…”라는 글을 남긴 적이 있다.
그가 이렇게 괴로워한 이유는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소속사 계약 문제와 관련된 각종 소송 사건과 데뷔 시절부터 함께 활동해온 매니저의 구속 등이 한동안 그를 괴롭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다빈은 지난해 9월 말 급성 신우염으로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고, 어머니도 자궁암 진단을 받은 뒤 투병하고 있는 등 최근 들어 정신적·육체적으로 상당히 쇠약한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늘 웃었고, 주위에도 이 같은 어려움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빈소에는 수많은 연예계 동료와 지인들이 찾아와 그의 갑작스런 죽음을 안타까워했다. 정다빈과 드라마 ‘그 여름의 태풍’에서 호흡을 맞췄던 탤런트 이재황은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빈소가 채 마련되지도 않은 병원을 찾아 눈물을 흘렸고, 이후 그의 분골이 추모관에 안치될 때까지 매일 빈소를 찾아 정다빈의 곁을 지켰다. 그 외에도 영화 ‘그놈은 멋있었다’에 함께 출연했던 송승헌,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의 상대역 윤계상,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김래원, ‘논스톱 3’의 정태우·조인성·장나라·김정화 등 그와 한 작품에서 연기했던 많은 스타들이 정다빈의 가는 길에 함께 했다.
애틋한 추모의 글도 이어졌다. 지난 2월10일 정다빈의 빈소를 조문했던 소유진은 이튿날 자신의 미니홈피에 “늘 밝은 미소로 인사해주던 언니가 그냥 가버리다니 믿을 수가 없다. … 부디 천국에 가기를 빈다”는 글을 남겼다. 정다빈이 숨지기 불과 이틀 전 같이 식사를 했던 탤런트 황지현도 자신의 미니홈피에 추도글을 남겨 “아직도 언니가 내 이름을 부를 것 같아 가슴 아프다. 다섯 시간 넘게 통화하면서도 답답한 마음을 눈치 못 챈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고 털어놓았다.
베이비복스의 멤버였던 이희진도 “참 사랑스러운 그녀였는데.. 이제는 짐들 버리고 편히 쉬세요”라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가족과 지인들 눈물 속에 영원한 길 떠나
정다빈 세상 떠나던 날

고 정다빈의 빈소를 찾은 동료 연기자 이재황, 정태우, 소유진(왼쪽부터).


평소 “엄마는 가장 친한 친구이며,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고 말하곤 했던 효녀 딸의 갑작스런 죽음 앞에 어머니 이재분씨(50)는 오열을 멈추지 못했다. 이씨는 장례기간 내내 “불쌍한 내 딸 다빈이”를 애타게 부르며 여러 차례 실신했고, 환하게 미소 짓고 있는 영정 속 딸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제 그만 좀 웃고 제발 말 좀 하라”며 통곡했다.
지난 2005년 ‘그 여름의 태풍’ 촬영 당시 본지와 인터뷰를 가진 정다빈은 “어머니와 촬영 중간 중간 통화를 하는데 그때마다 어머니는 ‘밥 먹었냐’고 묻고 저는 ‘약 드셨냐’고 묻는다”며 “지금 나의 소원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모두 어머니가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는 것뿐”이라고 말하며 어머니에 대한 깊은 애정을 표현한 바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엄마’ 하고 부르는 거예요. 어머니가 없으면 불안해서 아무것도 못하거든요. 제가 원없이 효도할 수 있도록 어머니가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씨는 이처럼 살뜰하게 자신을 돌보던 딸이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듯 했다.
정다빈이 자살을 택한 이유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 있다. 하지만 그는 많은 이들의 눈물과 고통을 뒤로한 채 고인을 톱스타로 만들어준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원작 소설과 평소 좋아하던 책 ‘야베스의 기도’, 그리고 생전의 사진과 함께 영원한 잠에 들었다. 그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후 정다빈의 미니홈피에는 1백만 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찾아와 그를 추모했다.

배우 김보성이 고(故) 정다빈에게 띄우는 시

‘예의바르고 착하디 착한 가녀린 소녀같은 다빈이…’
정다빈 세상 떠나던 날

고(故) 정다빈의 장례가 치러지는 동안 매일 빈소를 찾았고 장지까지 동행한 배우 김보성(41). 평소 ‘터프 가이’로 불리는 그는 정다빈을 떠나보내며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밝고 착한 후배’로 고인을 기억하는 김보성은 “다빈이가 이승과 이별하는 길이 쓸쓸하지 않도록 지켜주고 싶어서 빈소를 떠나지 못했다”며 “이제 저 세상에서 편히 쉬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저도 자식 키우는 부모잖아요. 다빈이 엄마의 서러운 눈물을 바라보는데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더라고요. 그토록 사랑했던 엄마를 두고 도대체 왜 먼저 갔을까 싶어요.”
김보성은 지난해 여름 영화배우 정운택의 생일파티 자리에서 정다빈을 처음 만났다.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이 되고 말았지만, 시종 밝고 쾌활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연예계 선후배에게 깍듯이 예의를 갖추던 그의 모습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고 한다.
“주변 사람들 모두 다빈이를 칭찬하더라고요. 세상에 둘도 없는 효녀라고 하고요. 다빈이가 암으로 투병중인 엄마와 남동생을 위해 헌신적인 삶을 산다는 것도 그때 알았죠. 그 얘기를 들으니 다빈이가 다시 보였어요. 다빈이는 늘 웃고 있었어요. 차라리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돌덩이가 무엇인지 탁 털어놓고 얘기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지 모르는데….”
다음은 김보성이 본지에 보낸 고(故) 정다빈에게 띄우는 추모시다.



정다빈 세상 떠나던 날

정다빈…

눈이 부시도록 해맑은 웃음.
아침 햇살처럼 밝은 목소리.
동심을 동화시키는 투명하고 착한 마음을 지닌 소녀가장.

무엇이
구정을 며칠 앞둔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하게 했을까.

딸의 영정 앞에 “불쌍한 내 새끼”를 애타게 부르며 목 놓아 우는 어머니의 울부짖음.
그 눈물에 보는 이의 억장이 무너지고
그제야 믿기지 않은 네 죽음이 내게 다가와
눈물범벅이 되네.

차라리 바위가 될 것을.
차라리 태양이 되었으면 하고 중천에서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의 굴레 속에
모든 걸 해탈하여 용서하고 사랑하고 있을지도…

무엇이, 왜, 어떻게, 라는 해답은
남아 있는 우리들이 풀어야할 숙제들이지만
어쨌건 이젠…

예의바르고 착하디 착한 가녀린 소녀같은 다빈이를
이생에선 다시 볼 수가 없네…

다빈아.
편히 쉬거라…

효녀 중에 효녀가
천하에 불효를 하며 갈 때 마음은 오죽하겠나.

하지만 눈물이 피눈물이 되어 흘러도
천사가 되어
또 다른 연예인들의 마음에 파수꾼이 되어주지 않으련…

미안하다…
부탁한다…

그러면 남아 있는 우리들도 이제는 진정한 태양이 되어
활 활 타올라 빛을 나누어 주고
재가 되어
돌덩이 바위가 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보겠네.

착한 다빈이니까 ‘우리’ 손잡아 줄 수 있겠지?

편히 쉬거라.
다빈아…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고(故) 정다빈의 남자친구 이강희는…
정다빈 세상 떠나던 날

지난 2월12일 고 정다빈의 빈소를 찾은 이강희씨.

말이 없기는 세상을 등진 정다빈이나 그의 살아 생전 모습을 마지막으로 지켜본 정다빈의 남자친구 이강희씨(22)나 마찬가지였다. 사건 당일인 지난 2월10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두해 참고인 조사를 마친 이씨는 이틀 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던 오전 2시40분경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된 정다빈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모습을 감췄다.
그는 서울 한 대학 연극과에 재학 중인 학생. 2004년 대학에 입학했지만 교통사고를 당해 휴학한 후 지난해 다시 복학했다고 한다. 올해 2학년이 되는 그는 친구들 사이에서 평소 조용하고 말이 없기로 소문나 있었다.
이씨의 대학 입학 동기인 A씨(22)는 “그의 여자친구가 정다빈인 줄 몰랐다”며 “아마도 유명 연예인인 여자친구를 보호하기 위해 둘 사이를 숨기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지난 해 12월 쯤 대학 동기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서로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있냐’고 물어 봤어요. 그에게도 ‘여자친구가 있느냐’고 물었는데 머뭇머뭇하더니 마지못해 ‘으~응’하며 대답하더라고요. ‘상대가 누구냐’고 물어도 속 시원히 가르쳐주지 않았고요. 여자 친구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이니까 말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A씨는 또한 이씨에 대해 “마음이 여린 친구예요. 남에게 신세지거나 친구들에게 부담 주는 것을 싫어하고요. 누군가 밥을 사면 꼭 보답하는 성격이죠. 친구들과 만나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보다 주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편이에요. 지난 해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연예계에 데뷔한 뒤 연기자로 성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어요”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월10일 오전 1시경 이씨는 고등학교와 대학 입학 동기인 B씨(여·22)와 인터넷 채팅을 하다가 “나를 좀 데려가 달라”는 정다빈의 전화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이씨의 친구 가운데 유일하게 이씨와 정다빈이 사귀는 것을 알았던 사람. 두 사람이 만나는 자리에 동석한 적도 있다고 한다.
지난 2월16일 서울 대학로에서 만난 B씨는 “정다빈의 자살 소식을 듣자마자 믿기지 않아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경찰서에 있다고 하더라고요. 정다빈을 데리러 가기 직전까지 저와 채팅을 했는데, 그러고 나서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그 친구 집에서 정다빈이 자살을 하다니 놀랄 수밖에요. 믿을 수가 없었죠. 전화를 받은 친구의 목소리도 몹시 떨리고 있었어요.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할 만큼요. 뭐라고 해 줄 말이 없더라고요. 너무 긴장하지 말고 경찰 조사 잘 받으라는 말만 했죠.”
B씨에 따르면 두 사람이 만난 것은 6개월 전. 잠시 같은 소속사에 몸담고 있을 당시 알게 된 두 사람은 지난해 여름 사랑에 빠졌다고 한다.
“제가 본 두 사람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연인들의 모습이었어요. 먼저 간 다빈씨도 마음 아프지만 어린 나이에 견디기 힘든 일을 당한 제 친구 또한 안 됐어요.”
사고 이후 꺼져있던 이씨의 전화기는 지난 2월13일 발인 이후 만 하루 동안 다시 켜져 있었다.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고, 문자를 통해 인터뷰 의사를 전했지만 역시 답이 없었다. 그의 전화기가 켜져 있는 동안 잠시 통화를 했다는 B씨는 “경찰서에서 부모와 함께 재조사를 받고 나오던 친구에게 ‘견디기 힘들면 정신과에 가서 치료를 받으라’고 권하면서 ‘필요하면 내가 병원에 따라가 줄게’라고 말했더니 ‘부모님과 함께 있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이씨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는 지난 2월1일 “나는 한 사람만 사랑할 줄 아는 심장을 가졌습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눈을 갖고 싶습니다. 세상을 따뜻하게 감쌀 줄 아는 마음을 갖고 싶습니다. 세상을 사랑스럽게 만질 줄 아는 손을 갖고 싶습니다”라는 이씨의 글이 올라와 있다. 여자친구 정다빈을 향한 마음으로 보인다. 그 여자친구를, 그것도 자신의 집에서 떠나보낸 그는 지금도 휴대전화를 꺼둔 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성동아 2007년 3월 519호
좋아요

Print Edition

How to be a woman

생각하는 여자가 읽는 매거진!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이번호목차이번 호 구입하기

독자알림

더보기

Follow up on SNS

여성동아 에디터가 핫뉴스, 최신 트렌드와 이벤트를
실시간으로 전해 드립니다.

  • 여성동아 페이스북
  • 여성동아 인스타그램
  • 여성동아 유튜브
  • 여성동아 네이버포스트
  • 여성동아 네이버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