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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쌍둥이 아빠’ 조인직 기자의 육아일기 4

교육 효과 쑤~욱 올리는 비디오테이프 활용법

기획·강현숙 기자 / 글·조인직‘신동아 기자’ / 사진·지호영 기자

2007. 02. 16

아이들이 열광하는 비디오테이프. ‘보여줘도 된다,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는 등 의견이 분분하지만 잘만 활용하면 교육효과는 물론 육아 일손까지 덜 수 있다. 아이들의 비디오 시청에 관한 조인직 기자의 생생 육아 체험담을 들어본다.

교육 효과 쑤~욱 올리는 비디오테이프 활용법

아이가 울 때 비디오테이프에 나온 노래를 불러주면 금세 기분이 풀어지는 효과도 볼 수 있다.(오른쪽)


“뿡뿡이가 좋아요, 왜? 그냥 그냥 그냐~앙.”
“짜잔형이 좋아요, 왜? 그냥 그냥 그냐~앙.”
“뿡뿡! 짜잔! 뿡뿌웅!!!”
어느 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이 노래를 흥얼거리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학교 다닐 때 유행가가 마냥 좋아 부지불식간 따라 불렀던 때와 비슷하다. ‘방귀대장 뿡뿡이’라는 제목의 비디오에서 나오는 노래인데, EBS의 장수 프로그램을 비디오로 제작한 것으로 아이 키우는 엄마들 중에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 인기폭발이다. 노래의 리듬이 단순하고 부를수록 신이 날뿐더러 가사의 의미 역시 잘 생각해보면 무척 긍정적이고 이타적이다.
쌍둥이 딸과 함께 몇 달 새 반복적으로 같은 비디오를 보고, 옆에서 계속 주제가를 흘려듣다 보니 나도 모르게 생겨난 버릇이다.

역동적인 아이들에게 진정제 역할 하는 비디오 시청
교육 효과 쑤~욱 올리는 비디오테이프 활용법

아이 혼자 비디오를 보게 하는 것은 절대 금물! 엄마 아빠가 함께 비디오를 보며 설명해준다.(왼쪼) 방귀대장 뿡뿡이 가방을 메고 비디오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유정이.(오른쪽)


아내는 처음에는 아이들에게 비디오테이프를 보여주는 것을 반대했다. 백지 같은 아이들의 머릿속을 정형화된 영상물로 채워넣다 보면 자유로운 창의력과 상상력을 방해한다는, 흔히 말하는 TV 시청의 해로운 면모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아직 두 돌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 비디오 시청은 필요하지 않다는 것.
하지만 쌍둥이 딸이 걷고 뛰는 것도 모자라 점차 역동적인 호기심을 보이게 되자 진정제(?)가 필요했다. 프라이팬에서 지글지글 기름이 튀고 있는데 틈만 나면 가스레인지 불에 손을 뻗고, 인터넷을 하려고 컴퓨터 책상에 앉는 순간 곧바로 “나도 자판을 누르게 해주세요”라고 쳐다보거나, 화장실에서 물 내리는 소리만 들리면 귀신같이 문 앞으로 뛰어와 “빨리 문을 열어주세요”라고 보채며, 빨랫줄에 널린 빨래만 골라 바닥에 던지며 환호하는 아이들을 돌보다 보면 금세 기운이 빠지기 때문이다.

교육 효과 쑤~욱 올리는 비디오테이프 활용법

비디오를 보며 즐거워하고 있는 민정이. ‘뽀롱뽀롱 뽀로로’에 열중하고 있는 유정이. 민정이가 방귀대장 뿡뿡이 인형과 함께 대화(?)하고 있다. 조인직 기자와 아내 최지원씨는 비디오 시청에만 의존하지 않고 틈날 때면 쌍둥이 딸에게 책을 읽어준다.(왼쪽부터 차례로)


혼자서 쌍둥이 딸의 주중 육아를 전담하다 지친 아내는 결국 비디오테이프의 달콤한 유혹에 빠지게 됐다. 아이들의 필이 제대로 꽂힌 몇몇 비디오테이프는 최소한 30~40분 정도는 아이들을 집중하게 만드는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비디오테이프를 트는 순간 아이들은 화면과 실제, 꿈과 현실이 구분되지 않는 세계에 몰입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신이 나면 화면 속 춤을 따라 추기도 한다. 하루에 많으면 2, 3번까지 비디오 시청 타임을 갖게 됐는데, 이렇다 보니 어떤 날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비디오테이프가 들어있는 장식장을 두들기며 “빨리 안 틀고 뭐 하냐”는 사인을 보내 난감하게 만들기도 한다.

대사가 별로 없고 단순한 리듬이 반복되는 비디오테이프가 효과적
아이들은 개성이나 취향이 다양한 것 같지만 막상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다른 집 엄마들이나 아이들 이모가 “써봤는데 좋다”고 권하는 비디오테이프를 틀어주면 대개 쌍둥이 딸도 관심을 보였다. 특히 대사가 별로 없고 틈만 나면 익숙한 리듬을 반복적으로 들려주며 주인공들이 다 함께 노래 부르고 춤추는 장면이 많이 나올수록 아이들은 열광한다.‘뽀로로’나 ‘텔레토비’처럼 머리가 크고 아랫배가 볼록하며 다리가 짧은, 아이들과 비슷한 모습의 귀여운 캐릭터가 나오는 비디오테이프도 아이들은 큰 흥미를 보인다. 혹시나 아이들에게 교육적인 효과가 있을까 기대하며 ‘세서미 스트리트’ 같은 영어교육 비디오테이프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이런 경우 아이들은 1분도 되지 않아 흥미를 잃었다.
쌍둥이 딸에게 비디오테이프를 보여주며 느낀 건 생각보다 프로그램이 유익하고 현실에서 응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가끔씩 듣다 보면 ‘즐겁게 공부하고 뜻을 품다 보면 (꿈이 이뤄진다)’ 등의 철학적인 대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언제나 즐겁게’ 같은 긍정적인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전달하기도 한다. 아이가 울 때 뿡뿡이 인형을 안겨주며 “뿡뿡이가 좋아요~ 짜잔형이 좋아요~” 하면서 비디오테이프에 나온 노래를 불러주면 금세 기분이 풀어지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비디오테이프에 소개된 노래에는 어른들의 대화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명사, 형용사들이 종종 나오므로 제대로 따라 부르려면 최소한 한 번 이상은 아이들과 함께 진지하게 시청하면서 자막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나 역시 처음에는 ‘뿡뿡이’의 등장인물인 ‘짜잔’ 형이 ‘짜장’ 형인 줄 알았다. 하지만 비디오를 찬찬히 보다 보니 ‘짜잔’‘짜잔’이라고 외치면서 등장하기 때문에 ‘짜잔’형이었다.
비디오테이프건 DVD건 아이들에게 보여줄 때 주의할 점은 방심은 금물이라는 것. 한 편이 끝나면 아이들이 아쉬움에 겨워 테이프 넣는 곳에 손가락을 쏙~ 집어넣을 때가 있다. 얼마 전 둘째 민정이 역시 테이프 넣는 곳에 손을 집어넣었다가 구멍에 손가락이 끼어 1mm 정도 살점이 떨어져나간 적이 있다. ‘아이들 다치는 건 눈 깜짝할 사이’라는 생각과 함께 ‘아기 보는 공(功) 없다’는 선배들의 푸념이 떠오른 아찔한 순간이었다.
조인직 기자는…
동아일보 정치부 경제부 등에서 7년여간 일했으며, 지난해 7월부터 시사월간지 ‘신동아’ 기자로 일하고 있다. 그는 2002년 10월 결혼해 2005년 5월 쌍둥이 딸인 유정·민정을 낳았다. 쌍둥이다 보니 손이 많이 가고 그만큼 육아에 적극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이제 ‘육아의 달인’이라는 애칭을 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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