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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유인경의 Happy Talk

행복을 선택하라 - 유머러스하게 긍정적으로!

일러스트·송재호

2006. 11. 17

우리는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한다. 행복해지려고 기를 쓰고, 행복하지 않다는 이유로 어렵게 들어간 직장이나 힘들게 맺은 인연을 포기하기도 한다. 과연 행복이란 뭘까. 행복은 외부적 조건이나 환경에 좌우되는 걸까. 암 등 치명적인 병에 걸리고도 밝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뇌종양을 극복한 린 콜먼이란 미국 여성은 “인생은 자신의 선택이다. 분노와 좌절 대신 다른 즐거움을 찾기로 했다”고 말한다. 우리의 삶은 일, 사랑, 건강, 가족 등이 어우러진 패키지 상품이다. 내가 갖춘 상품 중에 몇 개가 불량하다고 억울해하고 불행해할 것이 아니라 남은 상품이라도 감사하고 그걸 잘 활용하며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인 것 같다.

행복을 선택하라 - 유머러스하게 긍정적으로!

대한민국 헌법에도 나와있는 행복추구권은 모든 이들의 권리이자 요망사항이고 평생의 화두이기도 하다. 다들 행복해지려고 갖은 노력을 다하고 행복하지 않다는 이유로 어렵게 들어간 직장도 그만두고 죽도록 사랑해서 결혼해놓고도 이혼한다.
그런데 정작 이처럼 우리가 매달리는 행복의 정체는 뭘까. 돈과 명예? 근사한 몸매와 멋진 사랑? 물론 각자 인생관과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바라는 것을 얻거나 이루었을 때, 건강하고 경제력이 있고 주위의 사랑을 받을 때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그럼 행복의 반대인 불행은 어떤 모습일까. 암에 걸리거나 재산을 몽땅 잃어버리거나 사랑하는 이에게 배신당한 것이 불행일까? 또 불행은 마냥 지옥 같고 죽음만큼 고통스러운 걸까. 또 행복과 불행은 그렇게 어떤 외부적인 조건과 환경에 좌우되는 걸까.

행복과 불행은 선택하기 나름, 좌절 대신 즐거움 찾기
얼마 전 한 모임에서 소주회사 사장을 만났다. 신영복 교수의 글씨 ‘처음처럼’을 소주 이름으로 정해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매출도 급증시킨 주인공이다. 영광과 승리의 주인공답게 아주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는데 그는 자신을 ‘암스트롱’이라고 소개했다.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최초로 달 착륙에 성공한 우주인 암스트롱을 뜻하는가 했는데 전혀 뜻밖의 말을 했다.
“제가 3년 전에 대장암 수술을 받았어요. 발견 당시 대장암 2기였는데 다행히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죠. 암 치료를 하며 우리 몸에 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공부했습니다. 백수로 있다가 이 회사에 입사 제의를 받고 제대로 일할 수 있을까 은근히 걱정했는데 물 공부를 열심히 한 덕분에 이번에 알칼리수로 소주를 만들어서 성공했지요. 제 친구도 위암을 극복했는데 얼마 전에 둘이 만나 ‘우리는 암을 이겨낼 만큼 강한(strong) 암스트롱’이라면서 실컷 웃고 술도 마셨습니다.”
술 회사를 다니며 술을 자주 마셔 대장암에 걸린 것을 원망하는 대신 암을 이겨낸 스스로를 대견해하고 또 할 일이 주어진 것에 감사하는 그가 참 멋져 보였다.
내 친구는 자신을 ‘무궁화’ ‘빈궁마마’라고 부른다. 꽃과 왕비로 착각하는 공주병 환자가 아니다. 자궁에 커다란 종양이 생겨 자궁 적출수술을 받았는데 자궁은 없지만 그래도 꽃은 꽃이라며 무궁화라고 하고, 같은 의미로 집안의 왕비이니 빈궁마마라고 부르라고 한다.
“아유, 생리를 안 하니까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 수십 년간 왜 그렇게 피 흘리고 살았나 몰라. 자궁이 없으니 임신 걱정도 없어 좋은데 왜 남편은 나를 멀리 할까? 호호호.”
분명 속상할 텐데 그 친구는 같은 상황도 유머러스하게 긍정적으로 표현했다.

행복을 선택하라 - 유머러스하게 긍정적으로!

지난 10월19일 서울 시청에서는 한 화장품회사가 주관하는 핑크리본 행사가 열렸다. 유방암 의식 향상 캠페인으로 파리의 에펠탑, 도쿄의 도쿄타워 등 각국의 대표적인 건축물을 핑크빛 불로 장식하고 가슴엔 핑크리본을 다는 행사다. 여성들이 가장 많이 앓는 암으로 첫손에 꼽히는 유방암을 일찍 발견하면 90% 이상 생존할 수 있기에 스스로 만져 유방의 이상을 발견하고 정기적인 병원 검진을 하라고 촉구하는 캠페인이다. 이 행사에는 ‘비너스’라는 아름답고 섹시한 이름의 합창단이 노래를 불렀다. 이들은 유방암 환우들로 유방암 수술을 받고 극복한 여성들이다. 유방암으로 모성과 여성의 상징인 유방을 절제, 육체적 아픔은 물론 정신적 충격도 컸을 텐데 이를 극복하고 다른 여성을 돕기 위해 합창단을 조직했다. 이들은 동병상련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봉사활동도 한다. 핑크빛 드레스 차림으로 노래하는 이들의 모습은 그 어떤 미스코리아나 슈퍼모델보다 더 고와 보였다.
지난 2월엔 ‘오프라 윈프리’ 토크쇼에도 양쪽 유방을 모두 절제하고 뇌종양 4기에 수술을 받아 빡빡 민 머리에 수술자국이 선명한 린 콜먼이란 여성이 출연했다. 패션디자이너 도나 카란이 함께 출연해 “린이야말로 내 디자인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뮤즈”라고 찬양했다. 절벽처럼 밋밋한 가슴, 마치 호치키스로 박은 듯한 수술자국이 남은 머리의 여자가 뮤즈라니? 진정한 뮤즈처럼 당당하고 평화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그녀에게 오프라가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평화로울 수 있는가”를 물었다.
“인생은 자신의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암에 걸렸다고 분노하고 좌절만 할 것인가, 극복하려고 애쓰고 다른 즐거움을 찾을 것인가는 남이 결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거죠. 난 좌절이 아니라 극복을 선택했어요. 얼마 전엔 제 머리의 수술자국을 보고 눈이며 코를 뚫어 피어싱을 한 젊은이들이 ‘그거 어디서 박았어요?’라고 묻기에 저를 수술해준 의사선생님을 알려드렸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쓴 신영복 선생도 그렇다. 억울하게 20년 2개월을 교도소, 한여름의 무더위에는 바로 곁의 사람이 원수처럼 여겨지고 한겨울엔 바람이 칼처럼 느껴지는 지옥 같은 곳에서 보냈지만 그는 감옥을 그토록 깊은 성찰과 사색과 용서의 공간으로 변모시켰고 이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얼마 전 인터뷰를 하면서 “사람들이 선생님을 너무 맑고 투명한 구도자로만 보는 게 부담스럽지 않나요?”라고 물었더니 “네, (타인의 시선과 기대 때문에) 바깥세상이 더 감옥 같습니다”라고 농담을 했다.

갖지 못한 것에 불행해하지 말고 가진 것에 감사하며 살기
내 삶을 되돌아봤을 때 엄마가 치매로 정신을 놓으시고, 남편은 사업이 망하고, 딸아이는 어려서 손이 많이 가고, 회사와 방송 등 일은 징그럽게 많았던 10년 전쯤이 가장 힘들고 불행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 무렵에 나는 엄마와 더 많은 추억을 만들었고, 남편을 불쌍히 여기게 됐으며, 회사에서 지칠 땐 딸에게 위안을 받았고 또 사회에서 인정받고 돈을 벌 수 있는 직장과 일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인생수업을 했고 가장 바쁘게 살았다.
우리의 삶은 일, 사랑, 건강, 가족 등이 어우러진 패키지 상품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완벽히 갖춘 이들은 없다. 직업적으로 성취감을 이룬 이들은 건강에 이상이 있거나 가족문제가 있고, 돈이 없으면 사랑이 뜨겁기도 하다. 내가 갖춘 상품 중에 몇 개가 불량하다고 억울해하고 불행해할 것이 아니라 남은 상품이라도 감사하고 그걸 잘 활용하며 사는 것이 행복하게 사는 방법인 것 같다.
‘세기의 미녀’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8번이나 결혼했어도 결국 혼자 쓸쓸하게 치질과 디스크 등으로 고생하며 늙어가고, 뻔뻔스러울 만큼 당당한 마돈나도 남편과 싸우곤 울면서 매달렸다는 외신기사를 읽으며 위안을 얻는다. 난 치질에 걸리지도 않았고, 남편과 싸워도 울며 매달리지는 않으니까….
유인경씨는…
행복을 선택하라 - 유머러스하게 긍정적으로!
경향신문에서 발행하는 시사주간지 ‘뉴스메이커’ 편집위원. MBC 모닝쇼 ‘생방송 오늘 아침’에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출연하고 있다. 방송 출연 때문에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통장에 출연료가 쌓이는 기쁨이 쏠쏠하다며 장난스럽게 웃는다. 최근 직장여성을 위한 커리어 관리법 책을 쓰고 있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한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성들이 직장에서 겪는 갈등과 어려움은 여전한 듯해 후배 직장 여성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쓰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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