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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②

깊은 물속 세계를 자유롭게 상상한 ‘금빛 물고기’

2006. 10. 12

깊은 물속 세계를 자유롭게 상상한 ‘금빛 물고기’

파울 클레, 금빛 물고기, 1925~26년, 캔버스에 유채, 50×69cm, 함부르크 쿤스트할레


“그림에서는 비록 비스듬하게 세워진 집이라도 무너져버리는 일이 없으며, 나무가 반드시 꽃을 피워야 하는 법도 없고, 사람이 꼭 숨을 쉬어야 할 이유도 없습니다.” 클레의 말입니다.
클레에게 그림의 세계는 우리의 상상이 무한히 펼쳐지는 세계였습니다. 그래서 클레는 저 먼 우주와 깊은 물속, 공상의 세계까지 마음 내키는 대로 표현했습니다. 이상하게 생긴 금붕어가 사는 물속도 그렇게 그렸지요.
보통 그림을 그릴 때는 바탕보다 어둡고 진한 선으로 윤곽을 묘사하지요. 클레는 반대로 금붕어뿐 아니라 다른 물고기와 수풀들도 모조리 바탕보다 밝은 선으로 그렸습니다. 그렇게 하니까 그림의 선들이 모두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어두운 바탕에 밝은 선으로 그린 그림은 현실의 나라를 그린 것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저 금붕어는 살아있는 금붕어가 아니라 금붕어의 영혼일까요? 왠지 으스스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군요.
클레는 평생 주제와 소재, 표현 양식, 재료에 무수한 변화를 주었습니다. 클레가 그린 그림들을 보노라면 과연 이게 한 화가가 다 그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지요.

한 가지 더∼ 클레의 그림을 보노라면 때로 멋진 음악처럼 느껴집니다. 선과 색이 조화가 잘 돼 있기 때문이지요. 음악의 가락은 그림의 선과, 음악의 화음은 그림의 색채와 성격이 비슷합니다. 클레의 선과 색이 다른 화가들의 선과 색보다 더 음악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클레가 바이올리니스트 출신인데다 일부러 그림에 음악적인 맛을 더하려고 했기 때문입니다.

이주헌씨는…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 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칼럼니스트. 신문 기자와 미술 전문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 문화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4남매를 키우며 집필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미술평론가 노성두씨와 함께 중세부터 현대까지 79점의 명화를 소개하는 ‘노성두 이주헌의 명화읽기’를 펴낸 데 이어 ‘이주헌의 프랑스 미술 기행’의 개정판 ‘이주헌의 프랑스 미술관 순례’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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