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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체험 공개

‘부모 아이 모두 스트레스 없는 영어공부법’

‘아리랑 TV’어린이 퀴즈대회 우승자 박준성군과 엄마가 들려주는~

글·송화선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2006. 09. 12

최근 영어 전문채널 ‘아리랑 TV’가 주최한 어린이 영어 퀴즈쇼 ‘슈퍼 키즈’ 전국 대회에서 우승한 박준성군. 영어를 잘하는 최고의 비결은 자신감이라고 말하는 그와 엄마를 만나 ‘즐겁게 영어와 친해지는 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부모 아이 모두 스트레스 없는 영어공부법’

지난 8월10일 ‘아리랑 TV’ 어린이 영어 퀴즈쇼 ‘슈퍼 키즈’ 녹화장으로 향하던 박준성군(11)은 아버지 박영호씨(55)에게 “아빠, 나 오늘 1등할 거야. 자신 있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정말 전국 2백50명의 어린이가 참가한 퀴즈대회에서 1등을 했다. 평소 아들이 영어를 곧잘 한다고는 생각했지만 ‘설마 우승까지야…’ 하고 생각했던 박씨는 아들이 퀴즈를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며 “자신감을 가지니 안되는 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기자를 만난 날도 그랬다. 준성군의 첫인상은 잘 웃고, 이야기 잘하는, 자신감 넘치는 소년이었다.
‘슈퍼 키즈’는 영어 전문채널 아리랑TV에서 방송하는 어린이 퀴즈 프로그램. 미국인 진행자가 “What is the currency of England?(영국의 통화는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하면 “The answer is the pound”라고 답하는 식이다. 다양한 영역의 상식을 묻는 이런 형태의 퀴즈뿐 아니라 힌트 듣고 단어 알아맞히기, 주어진 알파벳으로 단어 조합하기, 영어 끝말잇기 등 다양한 형태의 문제가 출제된다. 영어 실력과 기초상식을 동시에 갖춰야만 우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셈.
준성군이 ‘슈퍼 키즈’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지난 5월이었다고 한다. KBS 인기 프로그램 ‘도전! 골든벨’처럼 전국의 초등학교를 돌며 퀴즈 대회를 여는 형식으로 진행되던 이 프로그램이 준성군이 다니는 신용산초등학교를 찾아온 것. 준성군은 당시 30명의 출연자 가운데 한 명으로 선발됐지만 1회전에서 탈락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를 눈여겨봤던 PD가 여름 특집으로 전국 대회를 개최하면서 직접 전화를 걸어 참가를 권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출연자를 뽑을 때 영어로 면접을 하거든요. 지난 5월 방송 때 영어도 잘하고 자신감도 있어 보이던 아이가 일찍 탈락한 게 안타까웠던 모양이에요.”
준성군의 아버지 박씨는 “어쩌면 그때 면접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게 이번 우승으로까지 이어진 것 같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퀴즈쇼 우승만이 아니다. 어쩌면 준성군의 영어 실력을 키워준 것도 8할은 자신감인지 모른다.

“재미있게 공부하는 게 영어 잘하는 비결, 외국인과 대화 나누고 게임 CD롬으로 놀며 영어 익혀요”
준성군은 아버지가 마흔 넷, 어머니 배성옥씨(51)는 마흔일 때 낳은 늦둥이 외아들. 부부는 결혼 뒤 10년이 넘도록 아이가 생기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온갖 정성을 다한 끝에 간신히 얻은 아이가 준성군이다. 그 덕분에 준성군은 태어났을 때부터 부모의 남다른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고. 피아노 학원을 운영하던 어머니는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레슨을 그만두었고, 건설 회사에 다니던 아버지도 준성군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발 벗고 나섰다고 한다.
“저랑 남편 모두 고향이 부산이거든요. 사투리가 심해서 영어를 잘 못해요(웃음). 준성이가 8개월 될 때 서울로 올라왔지만, 지금도 억양은 완전 부산식이죠. 준성이를 낳고부터 이 아이만큼은 영어를 잘하게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머니 배씨는 준성군이 돌이 됐을 때부터 아이에게 영어 테이프를 들려주었다고 한다. 우리말을 배우며 자연스레 영어도 익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잠이 들면 클래식 음악으로 바꾸었다가, 놀기 시작하면 다시 영어 테이프를 틀었다. 우리말과 영어를 동시에 들으며 언어 감각을 익힌 준성군은 국어를 알아듣듯, 자연스레 영어를 듣는 귀도 열렸다고.

‘부모 아이 모두 스트레스 없는 영어공부법’

‘아리랑 TV’ 어린이 퀴즈쇼 ‘슈퍼 키즈’에서 우승한 박준성군.


“영어공부를 강요한 적은 없어요. 아이가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 어린이용 회화 테이프를 틀어준 것처럼 생활 속에서 영어를 접하게 해주려 했죠. 글을 익힐 나이가 됐을 때는 한글과 알파벳을 동시에 가르쳤어요.”
엄마로부터 영어 알파벳을 배운 준성군이 본격적으로 영어공부를 시작한 건 여섯 살 때. 배씨는 시작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그를 원어민 강사가 있는 영어학원에 보냈다고 한다. 준성군은 당시의 느낌에 대해 “선생님도 재미있고, 배울 것도 많아서 학원 가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학원에서 우리말은 한 마디도 못하게 했거든요. 처음에는 선생님 말을 잘 못 알아들어서 불편했는데, 계속 무슨 뜻인지 가르쳐주고, 동작을 크게 하면서 아이들을 웃기니까 점점 익숙해지더라고요.”
특히 준성군은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질문 많고, 대답 크게 잘하기로 유명했다고 한다. 수업시간 중에 영어 프리젠테이션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 주제를 ‘김밥 싸는 방법’으로 정한 뒤 김밥 재료들을 모두 준비해 친구들 앞에서 직접 김밥을 싸며 방법을 설명하고 같이 나눠 먹기도 했다고.
준성군의 어머니 배씨는 아이가 원어민 강사와 함께 ‘노는 것’에 재미를 붙이자 일곱 살 때 그를 미국에 있는 언니집에 데리고 갔다. 준성군은 4개월 동안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이모집에 머무르며 근처 유치원을 다니면서 영어 실력이 크게 향상됐다.
“유치원 전체에 동양인은 준성이 한명 뿐이었어요. 그런데도 기죽지 않고 할 말 다 하며 지내더라고요(웃음). 유치원 간 첫날 집에 와서는 ‘엄마, 오늘 점심시간에 햄버거를 주기에 내가 한 개 더 달라고 해서 많이 먹었다’ 그러는 거예요. 그래서 ‘뭐라고 했어’ 그랬더니 ‘그냥, one more, please 했지. 햄버거 가리키면서, 그러니까 알아듣던데’ 하면서 좋아했어요. 미국에서 돌아올 무렵이 되니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하는지 다 알겠어’라고 하데요. 집에 오면 제가 영어를 잘 못하니까 그 감각을 다 잃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됐어요. 오자마자 집 근처 교회 영어 예배에 데리고 갔죠. 처음에는 낯선 말이 많아서 어려워하더니 한 6개월 지나니까 그것도 전부 알아듣겠다고 하더라고요.”
이때까지 준성군은 단어를 외우거나 시간을 정해 영어를 공부한 적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처음 듣는 단어가 나오면 ‘무슨 뜻이야?’ 하고 묻고는 외워두는 식으로 어휘력을 늘렸다고. 배씨는 모르는 것을 편하게 묻고, 한 번 익히면 여기저기서 계속 사용해보는 버릇이 영어 실력을 높여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무렵부터 준성군의 영어 실력을 높여준 건 영어 CD롬이다. 배씨는 아이가 컴퓨터 게임에 흥미를 보이자 CD롬을 사주기 시작했는데, 준성군은 미국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배우는 음악, 수학, 문법 등 기초 교과목을 담고 있는 ‘Jump Start’ 시리즈를 좋아해 반복해서 봤다고.
“‘Spy Fox’ 시리즈도 굉장히 좋아해요. CD롬마다 하나의 사건이 발생하고 그걸 폭스 요원이 풀어나가는 ‘롤 플레잉’ 게임인데, 영어와 게임을 한꺼번에 할 수 있어서 좋죠. 예를 들면 한 악당이 전 세계의 우유를 가로채려는 음모를 벌이거든요. 폭스 요원이 비행기 안에서 스튜어디스가 가져다준 도시락을 통해 본부의 지령을 받고 문제해결에 나서는 거예요. 본부에 들어가려면 도시락 속에 있는 쪽지가 들려주는 번호를 눌러야 하고, 또 본부에 가서 여러 가지 장비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그 가운데 사건 해결에 필요한 걸 챙겨야 하죠. 내용이 다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듣기 훈련이 되고, 자연스레 미국 문화와 풍습을 익힐 수 있는 점도 좋은 것 같아요.”
이렇게 일상생활과 놀이를 통해 영어와 생활 상식을 익힌 덕분에 준성군은 ‘슈퍼 키즈’에서 어렵지 않게 문제를 풀 수 있었다고 한다. 최근 국제중학교 입학을 위해 토플 공부를 시작한 그는 학원에서 ‘중학생 수준의 어휘력’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미국 사람들이랑 얘기하고 노는 건 재미있었는데, 토플 공부는 사실 좀 어려워요. 지금까지는 그냥 잘했는데 갑자기 왜 단어를 외우라고 하는지 엄마한테 몇 번씩 물어보곤 했죠(웃음). 그래도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훌륭한 과학자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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