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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책을 펴는 즐거움

갈매기의 꿈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

기획·김동희 기자 / 글·민지일‘문화에세이스트’ / 사진제공·현문미디어

2006. 08. 21

억압받지 않는 자유를 갈망하던 60~70년대 청년문화의 상징적 작품. 무엇보다 갈매기 조나단의 입을 빌어 기성의 틀을 벗어나 더 높은 곳을 향하면 보다 자유롭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북돋워주는 책이다. 10대 자녀가 있다면 여름방학 기간 함께 읽고 독후감을 나눠보면 어떨까.

1960년대는 기존 질서가 가파르게 무너지던 시기였다. 젊은이들은 외부로부터의 속박을 거부했다. 품위라는 전통의 옷도 벗어던졌다. 록 음악과 청바지, 덥수룩하게 기른 머리로 억압받지 않는 자유를 갈구했다. 그들은 “우리를 그냥 내버려둬 (Let it be)”라고 노래하며 앞 세대와 선을 그었다. 기성세대가 현실생활의 한계를 깨지 못하고 맴돌 때 새로운 청년문화의 주역들은 한계를 과감히 뛰어넘어 더 높이, 더 멀리 비상하기를 원했다.

20세기 중반 젊은이들은 그 이전 세대의 어느 것도 닮기를 원치 않았다. 그들은 68년 혁명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뚜렷이 각인시켰다. 프랑스에서 시작한 혁명의 바람은 유럽 대륙을 통과해 세계로 뻗어갔다. “우리는 모든 것을 원하며 그것도 지금 원한다(tutto e subito)”는 그들의 구호는 무섭게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은 이 같은 사회 분위기가 무르익은 70년에 나왔다. 그는 이 갈매기의 날갯짓에 얽힌 우화를 통해 단순히 쟁취하기 위한 자유가 아니라 그를 통해 삶과 존재의 의미를 찾고 발전시켜나가는, 참된 의미의 자유를 강조했다.


비상(飛翔)을 꿈꾸는 청년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시걸은 나는 것을 사랑했다. 그는 다른 갈매기들과 동떨어진 생각을 갖고 있었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단순한 비상(飛翔) 이상의 것에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해변을 떠나 먹이를 비축하고 되돌아오는 것 이상의 기술은 배우려고 하지 않았던 것이다. 모든 갈매기들에게 당면문제는 나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구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조나단은 그렇지 않았다. 먹이보다 나는 걸 훨씬 중요하게 생각해 부모마저 걱정할 지경이었다. 아버지는 조나단에게 “활공(滑空)으로 먹고살 수는 없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나는 것에 존재의 모든 의미를 건 갈매기에게 전통과 인습은 벽이 되지 못했다. 날개가 찢어지는 듯한 노력 끝에 조나단은 어떤 갈매기도 이루지 못한 수직 급강하와 초고속 비상에 성공한다. 문제는 선지자, 선각자란 언제나 그 사회의 이단자로 찍힐 수밖에 없다는 사실. 갈매기 사회는 조나단의 ‘갈매기답지 않은 비행’을 추궁하는 청문회를 열어 ‘무책임하고 무분별하게 갈매기족의 존엄과 전통을 거역한 죄를 물어 추방을 명령한다. 조나단은 울부짖듯 기성 질서와 인습의 불합리성을 역설하지만 역부족이다.

“동료 여러분, 무책임이라니요? 삶의 의미를 찾고 더 높은 목적을 추구하는 것보다 더 책임감이 강한 갈매기가 세상 어디에 존재한다는 말입니까? 수천 년 동안 우리는 물고기 머리밖에 찾아다니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삶을 영위할 이유를 갖고 있습니다. 배우고, 발견하고, 자유롭게 될 이유를 가지고 있단 말입니다! 내가 발견한 비행술을 여러분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십시오.” 그러나 그의 절규는 파도에 씻겨갈 따름이다.



고독과 슬픔을 삭이며 조나단은 더욱 영글어간다. 셜리번, 치앙 등 은둔자 갈매기를 만나 새로운 비행능력과 기술을 익히고 갈매기는 왜 날아야 하는지에 대한 설법도 듣는다. 그들은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경구와 함께 “자유란 원하는 대로 빨리 나는 것, 그곳이 어디든지 날아갈 수 있는 것”임을 일깨워준다. 특히 셜리번은 현생과 내세의 삶을 일컬어 “우리는 이 세계를 통해 다음 세계를 선택한다. 만일 이 세계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면 다음 세계도 이 세계와 똑같을 수밖에 없다”는 걸 얘기한다.

이제 조나단은 생각하는 대로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영적 능력까지 갖췄다. 깨친 것이다. 깨친 자로서의 남은 의무란 자신이 알고 느끼고 깨닫게 된 높은 이상을 전하는 것. 과거 추방당해 고독과 슬픔 속에 홀로 비행술을 수련했던 벼랑에 도착한 조나단은 어린 갈매기 플레처 린드를 만나 진리와 그에 이르는 길을 하나씩 가르쳐나간다.

“우리들 갈매기들은 각자가 위대한 관념(idea)이고, 자유에 대한 무한의 관념이다.”

“정확한 비행은 우리의 진정한 본질을 표현하는 최소한의 전진이다. 우리를 소외시키는 모든 것을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이 우리가 연습하는 진정한 이유인 것이다.”

“너의 전신(全身)은 날개 끝에서 날개 끝까지다. 네가 알아볼 수 있는 형상은 그 자체 이외엔 아무것도 아니다. 생각의 고리를 끊어버려라. 육체의 고리 또한 끊어라.”

두려움을 이기는 열정과 의지, 진정한 삶을 향한 껍질 깨기
조나단 주변에는 갈매기 삶의 진정한 의미로서의 날기를 배우려는 제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어떤 갈매기는 세상의 어떤 새보다 더 잘 날기를 갈망하면서도 두려움이 워낙 커 날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조나단은 몇 가지 단순한 사실을 강조함으로써 날기를 향한 갈매기들의 열정과 의지를 일깨워준다.

“너는 진정한 너 자신이 될 자유를 가지고 있어. 그리고 너의 길을 방해하는 것은 아무도 없다고. 그것이 위대한 갈매기의 규정이야. 실제로 존재하는 규정이지. 거듭 말하지만 우리에겐 자유가 있어. 원하는 곳에 갈 자유가 있고, 우리가 살고 싶은 곳에서 살 자유가 있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하나의 새가 스스로 자유롭다고 인식하게 만드는 일이야. 그가 조금만 시간을 할애해 연습에 열중하면 그 자유로움을 입증할 수 있게 될 텐데. 그 일이 왜 그렇게 힘든 것일까? 나는 것은 갈매기의 권리이며 자유는 갈매기의 본질이야. 그 자유를 방해하는 것은 의식이나 미신 혹은 한계 등 그 어떤 형식이든 간에 파기해야 돼. 진정한 규정은 결국 자유로 인도하는 것밖에 없어.”

작가가 조나단 갈매기의 일생을 통해 일관되게 설파하는 이념은 자유다. 외부는 물론 자신으로부터도 억압받거나 방해받지 않으며 내면의 목소리에 따라 자신을 연마한다면 무한한 능력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작가는 강조한다. 기존 질서에 순응하기보다 진정한 삶을 향한 껍질 깨기를 주문하는 것이다. 외부로부터의 속박, 품위라는 전통의 옷을 벗고 자신을 찾아나선 60년대 청년문화의 정수를 보인 것이다. 기성의 틀, 한계의 틀에서 벗어난다면 인간도 ‘위대한 경지’에 이를 수 있음을, 더 높이 날고 더 멀리 볼 수 있음을 강조하면서 그런 염원을 조나단의 입을 빌어 세상에 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무지로부터 벗어나 발전을 꾀할 수 있다! 우리는 탁월하고 우수한 지적 수준을 소유했으며 재능 또한 풍부하다!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 자유에 충만한 삶을 배울 수 있다!” 현문미디어 펴냄. 류시화 옮김.

※ 글쓴이 리차드 바크는 1936년 미국 일리노이주 오크 파크에서 태어나 캘리포니아주 롱비치 주립대학을 중퇴하고 공군에 입대, 조종사가 됐다. 그 뒤 상업 비행기 조종사로 일하다 63년 처녀작 ‘Stranger to the Ground’를 펴냈다. 여러 출판사에서 출판을 거절당하고 서부 해안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비공식적으로 돌려 읽히던 ‘갈매기의 꿈’은 70년 정식 출간된 후 미국에서만 7백만 부가 팔려나가며 그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주었다. 지은 책으로 ‘환상’ ‘소울 메이트’ ‘천국을 나는 비행기’ ‘희망을 노래하는 시인’ 등이 있다.
※ 사진작가 러셀 먼슨은 어린 시절 비행기 사진에 매료된 이래 평생 비행과 관련된 사진을 찍어왔다. 자신이 소유한 파이퍼 슈퍼 컵 경비행기를 타고 ‘갈매기의 꿈’에 실린 갈매기 사진들을 찍은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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