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제르맹 드루에, 민투르나이의 마리우스, 1786, 캔버스에 유채, 271×365cm, 파리 루브르박물관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아무리 무섭고 어려운 일을 당하더라도 마음을 굳게 다잡고 정신을 모으면 헤쳐나갈 길이 생긴다는 뜻이지요.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곤경을 맞닥뜨리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이렇게 정신을 모아 슬기롭게 대처해나갈 힘을 기를 필요가 있습니다. 틈틈이 명상을 하거나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정신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지요.
고대 로마의 장군이자 정치가였던 마리우스는 매우 정신력이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지방의 농민 출신이었으나 군 지휘관과 최고 권력자의 자리인 집정관을 두루 거쳤으니 대단히 출세한 사람이라 하겠습니다.
정치가에게는 항상 반대파가 있기 마련이지요. 마리우스에게는 한때 동지였던 술라가 정적이었습니다. 그가 술라의 박해를 피해 민투르나이라는 곳의 한 농가로 피신했을 때의 일입니다. 그에게 내려진 사형선고를 실행하기 위해 암살자가 그곳까지 찾아왔습니다. 암살자는 쥐도 새도 모르게 그를 죽이려 어둠을 틈타 몰래몰래 다가갔지요. 그렇게 다가가던 암살자는 흠칫 놀라 뒷걸음질쳤습니다. 어둠 속에서 마리우스의 눈동자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프랑스 화가 드루에가 그린 ‘민투르나이의 마리우스’를 보면 자기를 죽이러 오는 사람 앞에서 겁을 내기는커녕 똑바로 쳐다보며 손을 뻗어 어서 오라고 하는 마리우스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암살자는 무기를 들었으나 오히려 두려워 망토로 눈을 가리고 있고 마리우스는 빈손이지만 담대한 눈빛으로 암살자를 쳐다봅니다.
이렇게 위대한 정신은 암살자마저 제 할 일을 포기하고 굴복하게 만듭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도움이 되는 능력은 어쩌면 지식이나 기술 같은 것이 아니라 이처럼 어떤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는 의연한 정신력이라 하겠습니다.
한 가지 더∼
드루에는 ‘민투르나이의 마리우스’를 고대의 부조처럼 그렸습니다. 부조란 평평하게 보인다는 점에서 그림과 유사하나 사람이나 사물을 조각처럼 돋워 새긴 것이라는 점에서 장르상 조각에 속합니다. 그러니까 뒷면은 보이지 않고 앞면만 보이는 조각이지요. 드루에의 그림은 배경을 어둡게 처리해 평평한 면처럼 보이게 하고 그로부터 사람이 돋워져 보이도록 해 부조같이 만들었습니다. 고대의 부조처럼 그리면 주인공이 도드라져 보여 더욱 영웅적으로 느껴지지요.
※ 이주헌씨는…
일반인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서양 미술을 알기 쉽게 풀어주는 칼럼니스트. 신문 기자와 미술 전문잡지 편집장을 지냈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 문화마을에서 아내와 함께 4남매를 키우며 집필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미술평론가 노성두씨와 함께 중세부터 현대까지 79점의 명화를 소개하는 ‘노성두 이주헌의 명화읽기’를 펴냈으며 ‘이주헌의 프랑스 미술 기행’ 개정판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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