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빔툰’ ‘야야툰’ 등으로 잘 알려진 만화가 홍승우씨(38)와 서울대 어린이병원장을 지낸 소아비뇨기과 의사 최황 박사(61)가 만나 성교육 만화책 ‘보이툰’(동아일보사)을 펴냈다. 사람이 된 피노키오가 첫 몽정을 경험한 뒤 갖게 되는 성에 대한 고민과 호기심을 피터팬과 팅커벨을 비롯, 친근한 동화 속 등장인물의 도움을 받아 풀어가는 형식의 이 만화책에는 어른들도 잘 몰랐던 유용한 성지식이 담겨있다. 성기의 크기가 커지고 턱수염, 음모가 자라기 시작하는 사춘기 소년들의 몸의 변화에 대한 설명과 몽정 후 뒤처리 방법 같이 부모가 미처 가르쳐주지 못한 요긴한 정보, 여성의 몸, 임신과정 등 많은 소년들이 궁금해하지만 선뜻 물어보지 못했던 내용을 만화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갔다.
“요즘은 많은 가정에서 초등학생 딸이 초경을 시작하면 아빠가 꽃다발과 케이크를 준비해 축하해줍니다. 엄마들이 딸의 성교육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아빠들을 교육시킨 결과죠. 그런데 반대로 아들의 경우는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빠들이 아들의 성교육에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지요. 아들을 키우는 엄마는 남자의 성을 잘 모르는데다 아들에게 직접 물어보기도 뭐해 역시 어물쩍 넘기게 되고요.”(홍승우)
“여자아이들의 월경만큼 남자아이들에게도 몽정은 큰일”이라는 홍승우씨. 그러나 제대로 가르쳐주는 어른이 없기에 처음 몽정을 경험한 소년들은 당황한다고 말한다.
홍씨가 소년을 위한 성교육 만화 출판의뢰를 받은 건 2년 전이다. 지난 2003년, 부부의 성생활을 소재로 펴낸 그의 만화 ‘야야툰’을 본 출판사에서 ‘야야툰’의 아동 버전을 만들자고 제안을 한 것. 그 뒤 약 1년간 콘티를 짠 후, 지난해 여름부터 공동저자인 최황 박사를 만나며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갔다.
“요즘 아이들이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뭘 고민하는지 홍 작가가 인터넷을 뒤져가며 콘티를 짰는데 인터넷상에서는 실명이 거론되지 않으니까, 질문들이 아주 적나라했어요. 상당부분 자극적이어서 인쇄물로 옮길 경우 우려되는 부분이 많았지요. 그래서 수위를 어떻게 조절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최황)
최박사는 홍씨와 수차례 만나 ‘어디까지 보여주고 설명해줘야 하는가’에 고심을 거듭했다고 한다. 특히 성에 대한 가치관은 사람마다 달라 균형을 잡기가 어려웠다고.
“처음 콘티에 넣다가 나중엔 뺀 부분도 있어요. 대표적인 게 여성의 처녀막에 대한 부분이에요. 설명을 넣고 보니 오히려 처녀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 같아 보이더라고요. 옛날에는 중요했지만 지금은 무의미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고, 성인이 돼 알아도 된다고 생각해 박사님과 의논해서 뺏어요.”(홍승우)
이렇듯 두 사람이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 후, 탄생된 만화 ‘보이툰’은 몽정을 앞두고 있거나 막 몽정을 경험한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남자아이들을 위한 책이다.
신체변화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와 더불어 올바른 성의식 심어주고 싶어
홍승우(이하 홍) 제 사춘기 때는 남녀공학이 거의 없었고 성교육도 없었어요. 누군가 음란서적을 가지고 오면, 반 아이들이 돌려보는 음지문화가 꽃을 피웠는데 그러다 선생님께 들키면 책을 가지고 온 친구가 대걸레 자루로 맞았어요. 그래서 무조건 성에 대한 관심이 ‘나쁜 것’이라고만 생각했죠. 하지만 어른이 돼 남자아이를 둔 아빠 입장에서 보니 ‘그게 그렇게 맞을 일이었을까’ 싶어요. 사실 성에 대한 호기심을 나무랄 수는 없잖아요. 누구나 성적 욕구가 있지만 그걸 실천으로 옮기느냐, 아니냐의 차이뿐이죠. 그럼에도 그토록 맞아야 했으니 불행한 세대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황(이하 최) 그래도 홍 작가 세대에는 돌려볼 책이라도 있었지만, 우리 세대는 더 폐쇄적이었어요. 자신이 경험한 성적 변화가 뭔지도 모르고 숨기고 있다가, 우연히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중에 ‘나도 그랬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그나마 저는 부친이 의사여서 집에 의학서적들이 있었어요. 원서들이 있는 2층 다락에 혼자 올라가서 사춘기 발달과정이 그려진 책들을 몇 번씩 읽으며 호기심을 충족했어요.
홍 저와 달리 박사님은 의학적으로 접근을 하셨네요(웃음). 저희 때도 그랬지만, 박사님 세대라면 특히 그런 음란서적을 들고 오는 아이들은 문제아로 찍혔겠어요. 그런데 남학교의 경우, 반에 한두 명 정도는 유독 성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서 음란물을 구해오는 친구들이 있어요. 매 맞아 가면서도요.
최 그런 아이들의 경우 단편적인 성지식은 깊을지 몰라도, 오히려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전체적인 맥락을 모르는 상황에서 인터넷이나 음란매체 등을 통해 쾌락적인 성만을 접하고, 그게 전부인줄 알게 되거든요. 성에서 쾌락은 중요한 부분이지만, 그것만이 다는 아니잖아요.
홍 인터넷에 올라온 질문들을 보면 세 가지로 압축돼요. 여자친구를 사귀며 첫째는 ‘일을 저지를까요 말까요?’, 둘째는 ‘일을 저지를 것 같아요’, 셋째는 ‘벌써 일을 저질렀어요. 어떻게 할까요?’ 식으로 한 발 가도 되나요, 아니면 두 발 가도 되나요 하는 질문들이에요. 그래서 책을 만들면서 신체적인 변화 외에 성의식이나 이성교제와 관련된 부분을 비중 있게 다루게 됐죠.
최 그런 기준을 잡아주는 것이 이 책의 역할인 것 같아요. 물론 책에서 제시하는 것이 꼭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정답에 근접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미혼모가 늘고 있는데 미혼모가 있다면 미혼부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남자들은 별로 책임을 안 지려고 하죠. 돌발적인 상황에서 임신이 되고 95% 이상 여자 혼자서 책임을 떠맡게 돼요.
홍 그래서 여자의 선택보다는 남자의 선택에 역점을 뒀어요. 10대에 성관계를 가지고 임신을 하는 것이 잘못은 아니지만, 그 때문에 포기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했죠.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는 나이지만, 성관계를 갖기 전 한번쯤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한 생각을 해보라는 것이죠. 그간 음란물이 넘쳐나면서도 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주는 책은 없었는데 성에 대한 건전한 가치관이 자리 잡아야 결혼생활도 잘할 수 있잖아요. 저는 내년에 초등학교 3학년이 되는 아들에게 아빠가 만든 책을 성교육서로 줄 생각입니다.
최 손자가 세 살인데, 잘 보관했다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선물로 줘야겠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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