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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별책 부록│초·중등생 학습법 大백과

‘아이의 상상력 키워주는 클래식 음악교육’

피아니스트 이경숙 연세대 교수

입력 2006.06.27 18:09:00

‘아이의 상상력 키워주는 클래식 음악교육’

1987년부터 최근까지 베토벤, 프로코피예프, 모차르트 등 작곡가별 전곡 시리즈를 계속 연주해 한국 음악계에 이정표를 남긴 이경숙 연세대 교수(61).
누구를 막론하고 피아노를 조금 칠 줄 알고, 피아노곡을 비롯한 다양한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 것이 여러모로 삶에 이롭다고 말하는 그는 “많은 아이들을 지켜본 결과 어려서부터 음악을 많이 접한 아이들이 두뇌회전이 빠르고 상상력도 풍부하다”며 무엇보다 많이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 역시 성악을 한 어머니 덕분에 집안에 늘 음악이 흘러 자연스럽게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게 됐다고.
“어려서 음악을 참 많이 들었어요. 어머니가 노래하시면 듣고 따라 부르고, 피아노 건반을 두드려 같은 음을 찾곤 했는데 그것이 음감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나중에 악보를 보고 이해할 때도 훨씬 수월했고요.”
어떤 악기든 악보를 읽는 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배울 수 있지만 어릴 때가 아니면 절대음감을 정착시키기 어렵다. 어릴 때 다양한 음악을 들으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 절대음감을 얻는 것은 꼭 음악을 전공하지 않아도 청각을 발달시킨다는 점에서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교수는 아이들이 쉽게 음을 익히고 흥얼대며 콧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곡들을 자주 들으면 좋다고 말했다.

부모의 과도한 욕심이 아이의 예술성 짓눌러
“‘소녀의 기도’ ‘은파’ 같은 곡들은 피아노를 칠 줄 모르는 사람들도 많이 좋아해요. 예전에 한창 피아노를 배울 때 남의 집에 가서 그 집에 피아노가 있으면 이런 것 한 곡 연주하지 않으면 못 나왔어요(웃음). ‘소녀의 기도’ 한 번 쳐주고 빵도 얻어먹고, ‘은파’ 한 번 치고 도시락 얻어먹은 적도 있는 걸요(웃음).”
그는 이 외에도 ‘강아지 왈츠’ ‘무도회의 권유’ ‘즉흥 환상곡’ ‘‘비창’의 2악장’ 등이 아이들도 부담 없이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곡들이라고 추천했다. 모차르트의 ‘터키 행진곡’도 아이들이 흥겨워하며 들을 수 있고, 어디서든 쉽게 접할 수 있어 클래식에 대한 흥미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고. 그러다 아이가 악기에 관심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한다. 특히 피아노는 어릴 때 자세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손가락, 손목, 어깨 등에 힘이 들어가 나중에 이를 바로잡기 힘들기 때문에 조기 교육이 중요하다고.
그러나 이 교수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비롯한 음악을 배우도록 할 때 그것을 전공하거나 전문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음악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삶의 질은 분명 다르고, 음악을 취미로 즐기는 것만으로도 삶이 충분히 아름다워질 수 있는데 일단 음악을 시작하면 그걸로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오히려 아이들로 하여금 음악과 멀어지게 한다는 것.
“실력이 월등히 느는 시기는 저마다 다 다르지만 재능 여부는 대개 초등학교 3~4학년 무렵이면 파악할 수 있어요. 아이에게서 자질이 보이면 그에 맞는 교육환경을 만들어줘야 하지만 그것을 전공으로 하느냐 마느냐는 차후의 문제죠. 아이가 계속 피아노를 공부하다 전공을 하고 싶다거나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다고 하면 그렇게 하도록 해야 하죠. 그 결정을 내릴 때는 부모가 아이에게서 손을 떼야 해요. 부모가 계속 아이의 손발을 붙들고 있으면 아이를 망칠 수 있거든요.”
이 교수는 “한국인의 음악성은 세계 정상급”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세계 어느 무대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두뇌와 감수성, 테크닉을 갖고 있다는 것. 그런데 부모의 과도한 교육열이 족쇄가 돼 아이를 어느 수준 이상 성장하지 못하도록 옭아맨다고 지적했다.
“한국인의 연주 실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에요. 테크닉은 좋은데 감정 표현이 부족하다는 것도 다 옛말이죠. 많은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 연주가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콩쿠르는 테크닉만으로 통하지 않거든요. 다만 부모의 과도한 욕심,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조바심이 문제예요. 16, 17세에 국제 대회에서 입상해야 성공한다는 부모의 강박관념이 아이들의 음악성을 짓누르거든요. 음악성은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데 부모의 과도한 욕심에 아이들이 위축돼서 자신의 감정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하니까 연주가 기계적으로 들리게 되죠.”
그는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이던 아이들이 어느 순간 더 이상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것을 보면 십중팔구 환경적인 영향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번 콩쿠르에서 입상하지 못하면 안 된다”는 부모의 바람이 아이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해 콩쿠르에서 한 번 떨어지면 좌절해버리고 만다고.

연주가의 길 걷고 있는 두 딸에게 늘 “서두르지 마라” 당부
“피아노에 대한 열정이 활활 타오르다가 시련이 한번 닥치면 금세 꺼져버려요. 콩쿠르에 출전해 입상을 못하면 그게 끝인 줄 알고 포기해버리는데 참 안타깝죠. 그게 다가 아닌데, 거기가 바로 시작인데 주저앉아버리니까요.”
이 교수가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자연스럽게 음악의 길로 들어섰듯 그의 두 딸도 현재 연주가로서 실력을 닦고 있다. 첫째 딸은 결혼 후 미국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둘째는 이 교수의 뒤를 이어 피아노를 공부하고 있다. 이 교수는 두 딸이 어렸을 때 피아노를 직접 가르쳤지만 음악인으로 성장하기를 강요한 적은 없다고 한다.
“아이들을 굉장히 편하게 키웠어요. 처음엔 아무래도 집안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피아노를 쳤겠지만 성격이 뚜렷하고 개성이 강해서 시킨다고 하고, 하지 말란다고 안 할 아이들이 아니에요(웃음). 본인들이 전공을 하고 싶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죠.”
이 교수는 요즘도 딸들에게 “서두르지 마라” “성공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자주 한다고 한다. 그는 음악을 전공하더라도 음악이 아닌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즐기고 배우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피아노를 전공하는 둘째 규연씨도 어려서부터 책을 굉장히 좋아했다고.
“누군가 예술이 뭐냐고 물으면 전 생활이라고 말해요.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고, 대화하고…. 이런 와중에 영감이 떠오를 수 있어요. 악보 들여다보며 피아노를 치는 것만으로 피아니스트가 될 수 있다면 그건 계산 문제 푸는 것과 다를 게 없잖아요.”
음악을 알면 삶이 풍요로워지고, 음악을 전공하더라도 다른 여러 가지 분야에 두루 관심이 있을 때 음악가로서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이 교수.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피아니스트가 되게 하려면 언제부터 피아노를 가르치고, 어떤 음악을 들려주면 좋을지 궁금해하는데 아이에게 피아노를 전공하게 해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로 키우지 않아도 순수하고 동화 같은 음악을 들으면서 자랄 때 생활이 더 알차고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것, 음악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여성동아 2006년 6월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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