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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지상중계

‘우리 아이를 성폭력의 유혹에서 구하는 법’

성교육 전문가 구성애씨 꼼꼼 조언

글·송화선 기자 /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입력 2006.06.15 11:41:00

최근 인터넷에서 음란 동영상을 접한 초등학생들이 호기심과 충동에 이끌려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몇 번의 클릭만으로 누구나 사이버 음란물에 접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을 성폭력의 유혹으로부터 보호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성교육 전문가 구성애씨가 SBS ‘김미화의 U’에 출연해 들려준 가정교육 지침을 지상 중계한다.
‘우리 아이를 성폭력의 유혹에서 구하는 법’

“자녀들에게 성폭력의 문제점에 대해 구체적으로 차근차근 이야기해주세요”

지난해 부산성폭력상담소가 발표한 ‘초등학생의 사이버 음란물 접촉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 학생 가운데 80.5%는 음란물을 본 경험이 있다. 놀랄 일은 아니다. 이 아이들 가운데 60%는 스스로 원해서 음란 사이트에 접속한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거나 메신저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 자신도 모르는 새 음란 동영상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문제는 원했든 원치 않았든 일단 음란물에 노출될 경우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는 데 있다. 모방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는 어린 시절의 특성상, 아이들은 아무 죄책감 없이 음란물을 한번 실습해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게 된다.
얼마 전 온라인 상담소 ‘푸른 아우성(www.9sungae.com)’에 접수된 중학교 1학년 남학생의 사례가 한 예다. 그 아이는 인터넷으로 음란 동영상을 보다가 학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일곱 살 여자어린이와 마주쳤다고 한다. 순간 조금 전 음란물에서 본 유아 성폭행 장면이 떠오른 남학생은 여자아이를 아파트 비상계단으로 끌고 가 동영상 장면 그대로 성폭행했다. 여자아이 부모 입장에서 볼 때 그 남학생의 행동은 끔찍한 범죄다. 하지만 정작 가해자는 자신이 그 행위로 경찰서에 가게 된다는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평소 학교 생활에 충실하고 친구 관계도 좋았던 그 남학생은 경찰서를 오가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순식간에 범죄자로 전락해버린 자신의 현실에 큰 충격을 받았고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다 결국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이것은 결코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지난해 아우성 상담소에 접수된 상담 사례 3만2천 건 가운데 78%가 가해자 어머니의 상담이었다는 점만 봐도 이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지난 2004년까지만 해도 상담의 주류는 ‘우리 딸이 당했어요’였다. 그런데 지난해 갑자기 상황이 역전되더니 상담의 주류가 가해자 아들에 대한 것이 돼버렸다. 이제는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 못지않게 어린 가해자가 생겨나지 않도록 교육하는 일이 중요해졌다는 증거다.

아이들에게 사이버 음란물의 피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그렇다면 어린이 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부모는 무엇을 해야 할까. 가장 좋은 예방법은 아이들이 음란물에 노출되기 전 자녀와 함께 그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자녀가 초등학교 5학년 이상이라면 반드시 “음란물은 네가 찾지 않아도 네 눈에 들어올 수 있으며, 매우 재미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미리 이야기해주어야 한다. “우연히 음란물을 접하게 되는 건 네 잘못이 아니지만, 네가 그것의 문제점을 모를 경우 음란물은 널 완전히 망쳐버릴 수도 있다”고 설명해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음란물을 접했을 때 보이는 반응은 크게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처음에는 이성의 몸을 보고 싶어하다가 그 다음엔 만져보고 싶어하고, 결국엔 성관계를 갖고 싶어한다. 실제로 많은 남자 어린이들이 음란물을 본 뒤 누나나 여동생과 육체적인 접촉을 시도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우리 아이는 그럴 리 없어’라며 무시한다는 사실이다. 물론 대부분의 아이들은 착하고 순진하다. 문제는 ‘착하고 순진한’ 아이들이 우연히 음란물을 접하게 될 경우, 그 충격은 부모들의 상상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부모가 가능한 한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그 상황에 대해 설명해놓았을 경우, 아이들이 받는 충격은 크게 줄어든다.
예를 들면, “넌 착하고 좋은 아이야. 하지만 나쁜 동영상을 보면 너도 모르는 사이에 네게 나쁜 충동이 생긴단다. 다른 사람의 몸을 보고 싶고, 만져보고 싶어지는 거지. 동영상 속에서 사람들이 그렇게 하거든. 그런데 그건 사실 성폭행이고 범죄행위야. 엄마는 네가 혹시라도 그런 실수를 할까봐 걱정돼”라고 말하는 것이다.

‘우리 아이를 성폭력의 유혹에서 구하는 법’

성교육 전문가 구성애씨는 제2의 성폭력을 막으려면 철저한 가해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가 아직 음란 동영상을 보기 전이라면 아이는 이 말을 그냥 무심코 지나칠 것이다. 하지만 음란물을 본 뒤 엄마가 설명한 것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게 되면 아이는 엄마를 신뢰하게 되고, 자신의 충동과 욕구를 다스리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자녀가 남매일 경우에는 반드시 딸과 아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음란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생생한 예를 하나 만들어 들려주는 것도 좋다. “어느 집에서 오빠가 장난 삼아 여동생을 만졌는데, 그 여동생은 일생 동안 아주 힘들었다더라. 그런 건 놀이 삼아 하는 게 아니야”라고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아이들은 자신들의 ‘장난’이 불러올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이해하고, 그런 문제가 생길 여지를 만들지 않는다.

어린이 성폭력 가해자를 위한 ‘미사 5원칙’
“미사 5원칙의 핵심은 아이에게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는 안 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녀가 성폭력을 저질렀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해자가 어린이인 경우 무조건적인 처벌은 좋은 해결 방법이 되지 못한다. 가해 어린이를 학교와 사회로부터 격리시켜 오히려 성인 범죄자로 자라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폭력 사건이 벌어졌을 때 가해 어린이와 피해 어린이를 모두 건강하게 보호하려면 ‘미사(미안하다 사랑한다) 5원칙’을 따르는 것이 좋다.

1단계 먼저 사실을 인정하라
미사 5원칙의 1단계는 성폭력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대부분 사건 자체를 부정하려 한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6학년 남학생 여러 명이 2학년 여자 어린이 한 명을 몇 달에 걸쳐 성폭행한 사건이 있었는데, 뒤늦게 이 사실이 드러났을 때 가해 학생들의 부모가 보인 반응은 “증거 대봐라”였다. 그리고는 “너희는 아무것도 안 한 거다. 잊어버려라”라고 말하며 사건을 덮어버렸다. 그러나 이것은 가해자들에게 오히려 상처를 입혔다. 아이들은 여러 달에 걸쳐 스스로 저지른 행위를 절대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해자들은 우울증에 걸려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어느 날 갑자기 피해 학생의 부모가 찾아와 “우리 아이가 당신 아이에게 성폭력을 당했다”고 말할 경우 부모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따로 그 집에 찾아가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자녀에게 그 상황에 대해 먼저 묻는 것은 좋지 않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은 꾸중을 피하기 위해 얼마든지 논리적인 거짓말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을 파악한 뒤에는 피해 아이와 부모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우리 아이와 이야기해서 잘못을 뉘우치게 한 뒤 함께 사과하러 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달라”고 말해야 한다. 가해자 부모가 피해자 부모 앞에서 사건을 부정하거나 화를 낼 경우 피해자 부모는 합리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사건을 바로 경찰에 신고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가해 아이는 자신의 잘못조차 알지 못한 상태에서 경찰서에 ‘범죄자’로 끌려가는 충격을 겪게 된다.
‘우리 아이를 성폭력의 유혹에서 구하는 법’


2단계 아버지가 아이에게 사과하라
‘우리 아이를 성폭력의 유혹에서 구하는 법’

대부분의 경우 성폭력 가해자는 아들이므로 아버지가 아이와 함께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아버지가 “넌 정말 착하고 좋은 아인데, 어른들이 만든 잘못 때문에 네가 혼란을 겪게 됐다. 어른으로서 아버지가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자.
아버지가 먼저 진심으로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는 안정감을 얻고, 자신의 잘못을 솔직하게 털어놓게 된다. 아이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사건 해결의 출발점이다.

3단계 아이에게 무엇이 잘못인지 설명하라
대부분의 아이들은 성폭력 사건이 알려질 경우 자신의 ‘장난’ 혹은 ‘호기심’이 왜 이렇게 큰 문제를 일으키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므로 아이의 행동이 무엇 때문에 잘못된 것인지 구체적이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너보다 약한 사람에게 강제로 원하지 않는 일을 시킨 것은 잘못”이라고 말해준다. “남자다움이란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것”이라고 이야기해도 좋다. 두 번째로 “피해자의 상처는 일생 동안 계속 된다”고 설명해줘야 한다. 대부분의 어린이 가해자들은 자신의 호기심이 상대방에게 평생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네가 한 행동은 사회적으로 범죄이며 처벌받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려준다.

4단계 부모가 아이와 함께 가서 사과하라
아이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뒤에는 부모가 아이와 함께 피해자의 집을 방문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것은 두 가지 효과를 발휘한다. 가해자는 피해자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함으로써 사건을 극복할 수 있게 되고, 피해자는 성폭력이 자신의 잘못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음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이 단계는 가해자와 피해자 두 아이를 모두 다시 밝아지게 만든다.

5단계 집에 돌아와 사랑한다고 말하라
사과 후 집에 돌아오면 아이를 꼭 껴안고 “오늘 정말 잘했다. 실수는 했지만, 잘못을 인정하는 용기를 보여줬다. 네가 좋은 아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사랑한다”고 말해주자. ‘미사 5원칙’의 핵심은 아이에게 ‘실수를 인정하고, 다시는 안 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단계에 이르면 이미 아이는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있다. 이때 부모의 사랑이 변함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대부분의 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다시는 안 그럴게요”라고 말한다. 이후 부모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자녀가 성폭력 가해자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대부분의 부모는 놀라고 당황한다. ‘우리 아이가 그럴 리 없다’고 부인하거나 ‘남자아이가 한창 때 다 그렇지’라며 가볍게 넘어가려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때로는 ‘그 여자아이가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라며 피해자에게 잘못을 떠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은 모두 자녀를 망치는 지름길이다. 어린 시절의 사건을 통해 자녀가 평생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값진 교훈을 얻을 수 있게 하려면 부모는 현명하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아는 아이들은 결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어린이 성폭력 예방 위해 꼭 알아두어야 할 것들

최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구성애씨는 순진한 어린이들을 성폭력에서 보호하려면 평소 철저한 가정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엄마에게 물어보고요”라고 말하게 하라
최근 드러난 어린이 성폭력 사건을 보면, 성폭행범들이 사용하는 가장 흔한 유인 방법은 거짓말이다. 같이 놀자고 하거나, 먹을 것을 사주겠다고 유혹하거나, 때로는 길을 알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아이에게 이러한 접근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 뒤 그런 상황이 닥칠 경우 무조건 “엄마에게 물어보고요”라고 답하라고 일러두자. 아이들은 근본이 착하기 때문에 낯선 사람의 부탁에도 쉽게 ‘싫어요’라고 말하지 못한다. 낯선 사람을 의심하라고 가르치기보다는, 모든 것을 엄마에게 물어보라고 가르치는 것이 현명하다.

▼ 방과 후에는 친구들과 함께 다니게 하라
어린이 성폭력 사건의 60%는 낮 12시부터 밤 9시 사이에 발생한다. 아이들이 학교를 마친 뒤 바깥 활동을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이때 아이를 일일이 통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므로, 대신 친구들 사이의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절대 혼자 다니지 않도록 하고, 한 명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 경우 다른 친구가 바로 어른에게 알리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최근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5학년 여자어린이 두 명이 함께 놀고 있는데 성폭행범이 한 명만 따로 불러 뜀틀 뒤에서 성폭행한 사건이 벌어졌다. 평소 부모들이 네트워크의 중요성에 대해 가르쳤다면, 그 아이는 절대 혼자 따라가지 않았을 것이고, 남은 아이도 속수무책으로 기다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이들 스스로가 ‘내 친구는 내가 지킨다’는 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 예뻐하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를 알려주라
아이들은 자신을 예뻐하는 어른을 경계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성범죄가 ‘예쁘다’는 칭찬으로 시작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므로 평소 아이에게 “속옷 입은 부분을 보거나 만지는 것, 혹은 자신의 속옷 입은 부분을 보여주는 것은 너를 예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구체적으로 알려줘야 한다. 가장 좋은 설명은 “그건 널 예뻐하는 게 아니라 네 몸을 갖고 장난치는 거야”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들은 쉽게 알아듣는다. 누군가 그런 식으로 자신을 대할 경우 “장난치지 마세요. 난 장난감이 아니에요”라고 말하도록 일러두자.

▼ 무슨 일이든 엄마에게 꼭 말하도록 하라
대부분의 성폭행범들은 성폭력을 저지른 뒤 아이들에게 ‘절대 엄마에게 이야기 하지 않기’ 약속을 하라고 강요한다. 아이들이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점을 악용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리 “어떤 사람이 ‘절대 엄마한테 말하지 않기’ 약속을 하자고 하면, 그 앞에서는 약속하더라도 꼭 엄마한테 이야기해야 해”라고 말해두어야 한다. 좀 더 자란 아이라면 “성폭력은 절대 네 잘못이 아니야. 무슨 일이 있든 꼭 엄마한테 얘기해야 해”라고 말하자. 아이가 즉시 어른에게 사건을 이야기해야만 성폭력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여성동아 2006년 6월 5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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