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대나무다. 담양에 가서 도로 양옆으로 펼쳐진 대나무 숲을 보고 있으면 ‘왜 유난히 담양에만 이렇게 많은 대나무가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품게 된다. 그 이유는 담양이 대나무가 자라기 좋은 기후와 토질을 갖고 있기 때문. 예부터 담양의 죽제품은 재질이 단단하고 무거우며 표면이 매끄러워 전국 최고의 상품으로 알아줬다.
담양에서는 대나무와 관련된 다양한 볼거리를 구경하고 이색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대나무 숯을 만드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죽초액(대나무를 가열하면 열분해되면서 매캐한 연기가 나고 대나무 숯이 남는다. 열분해 과정에서 대나무가 방출하는 가스와 여러 가지 성분을 함유한 수증기를 채취해 얻은 액체를 고순도 정제한 것)을 넣은 천연비누, 대나무 그릇에 담아내는 정성 가득한 약 다식, 대나무로 살을 만드는 대나무 연, 대나무 그릇에 밀랍을 부어 만드는 꿀초 등을 볼 수 있는 것. 만개한 꽃과 초록빛을 머금은 나무가 외출길을 재촉하는 4월, 전남 담양을 찾아가보자.
대나무 추출물이 들어간 천연비누 만들기 체험
죽초액을 이용해 천연비누를 만들 수 있는 대나무바이오텍. 곰, 자동차 등 귀여운 모양틀에 비누액을 부어 만들기 때문에 아이들의 흥미를 끈다.
담양읍 용면 삼만리에 자리한 대나무바이오텍은 규모가 큰 대나무 숯 공장이다. 이곳에서는 자동화된 첨단 가마에서 하루에 10톤 정도의 대나무 숯을 만들어낸다. 숯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기는 죽초액은 농산물을 재배할 때 농약 대신 사용하거나 온천에 풀어 천연 입욕제로 쓴다.
대나무바이오텍 안에 자리하고 있는 대나무바이오연구소 2층에 가면 죽초액을 비롯, 대나무를 소재로 다양한 천연비누를 만들 수 있다. 체험실에 들어서면 고운 빛깔의 한지에 싸여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는 비누가 눈에 들어온다.
대나무바이오연구소에서 만드는 천연비누에는 특허를 받은 대나무 추출물이 들어간다. 권애영 연구원과 담양군청이 특허권을 갖고 있는 성분으로 피부를 곱게 만들고 주름을 예방하며 각질 제거 효과가 탁월하다고 알려져 있다.
천연비누 만들기는 올리브오일·팜유·야자유·포도씨유 등 100% 천연 고급 식물유를 섞는 것부터 시작된다. 종류가 다른 기름을 통에 한꺼번에 담고 약한 불로 가열한 뒤 기름이 분리되지 않도록 잘 저어준다. 기름이 골고루 섞이도록 크림 상태가 될 때까지 젓는 것이 포인트. 기름이 크림 상태가 되면 대나무 추출물과 숯·죽초액·죽로차(대나무 숲에서 키운 찻잎으로 만든 녹차) 등 원하는 첨가물을 넣고 틀에 부으면 체험이 끝난다. 틀에 담은 비누액은 숙성고에 넣어 보온 48시간, 냉동 5시간의 숙성시간을 거쳐야 비누 형태가 되며, 완성된 비누는 원하는 만큼 잘라 집으로 보내준다. 아이들은 곰, 복주머니, 자동차 등 다양한 모양틀에 비누액을 부어 만들기 때문에 무척 흥미 있어한다.
비누체험에 사용되는 재료는 모두 두 틀 기준이다. 한 틀이 비누 10장 분량이니 체험이 끝나면 20장 분량의 비누가 완성된다. 체험 비용은 무료이고, 비누를 구입할 경우 1장에 4천원이다. 비누는 필요에 따라 모두 찾아가도 되고, 하나도 안 가져가도 된다. 체험에 참가하려면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일요일은 휴무. 문의 061-383-9100 www.daesoot.co.kr
추월산 산야초로 만든 건강 다식 맛보기
추월산 약 다식 체험전시관에서는 추월산에서 채취한 산야초로 다식을 만들고 맛볼 수 있다.
천연비누 체험이 끝나면 추월산 기슭에 위치한 약 다식 체험전시관으로 이동한다. 대나무바이오텍에서 나와 추월산 방향으로 3분 정도 달리면 오른쪽으로 용면 두장리 버스정류장이 나오고 ‘추월산 약 다식체험전시관’이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정표를 따라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작은 삼거리가 나오는데,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들어가면 마을 가운데 붉은 벽돌로 지어진 ‘추월산 약 다식 체험전시관’이 나온다. 나지막한 지붕을 가진 고옥과 2층 양옥으로 이뤄져 있다.
약 다식 체험전시관의 주인장 이순자 할머니는 38년간 다식을 연구한 ‘다식 장인’으로 지난 98년 남도음식대축제에서 다식으로 대상을 수상했다. 전라남도의 5대 명산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추월산에서 다양한 약초와 열매를 채취해 다식의 재료를 만들어왔다고 한다.
다식 재료로 사용되는 산야초는 꾸지뽕, 맹감나무 열매, 정금(산포도), 먹딸기씨, 복분자씨, 오갈피순, 오디씨, 갓씨 등 3백여 가지. 배합하는 재료의 색에 따라 다양한 빛깔을 띤 ‘약 다식’을 만들 수 있다. 다식에 들어가는 재료는 체험관 2층 입구에 마련된 씨앗전시대에서 구경할 수 있다.
체험관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약 다식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찹쌀 가루랑 산딸기 가루를 섞어서 꿀을 넣고 손으로 주물거려 덩어리지게 만들어봐. 덩어리가 지면 꼭꼭 치대서 반죽을 만들어야 혀. 다식판에 담을 때는 살짝 봉우리가 지도록 넣어야 혀. 그래야 나중에 모양도장을 찍을 수 있거든.” 할머니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 맞춰 아이들은 반죽을 만든 뒤 다식판에 꼭꼭 눌러 담는다. 도장을 찍어 모양을 내고 다식판을 열어 다식을 꺼내면 완성. 달콤한 꿀과 산딸기 가루가 아이들의 입맛을 자극했는지 아이들은 서로 제 것이라고 다투며 먹는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던 이순자 할머니는 “우리 손자가 아직 어린데 과자 대신 이것을 먹고 자라서인지 아주 건강해. 감기도 잘 걸리지 않는다니까. 병약한 사람들도 이것을 먹으면 건강해져. 그래서 ‘약 다식’인 거여”라고 한마디하신다.
약 다식 체험비는 1인 가족(3~4명) 체험 시 5만원이다. 사전 예약은 필수. 다식 만드는 법 외에도 식초, 장아찌, 효소, 김치 만들기 등을 배울 수 있다. 문의 061-382-2828
향기로운 꿀초 만들기 체험
대덕면 문학리 옥천골에 자리한 빈도림 꿀초 공방은 꿀을 이용해 초를 만드는 이색적인 곳이다. 담양읍내에서 곡성 방향 15번 국도를 따라가다 대덕으로 이어지는 897번 지방도와 맞닿은 삼거리에서 우회전한다. 대덕터널 위쪽으로 연결되는 길을 따라 올라간 뒤 화순온천 방향으로 좌회전하고 ‘법주사’ 표지판을 따라 다시 좌회전해 2km 정도 좁은 산길을 올라가면 독일식으로 지어진 단정한 집이 나온다. 이곳이 바로 독일인 빈도림씨(독일명 디르크 휜들링)와 한국인 부인 이영희씨가 운영하는 빈도림 꿀초 공방이다.
달콤한 꿀 냄새가 나는 꿀초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빈도림 꿀초 공방. 대나무 틀을 이용해 만들어 담양의 정취까지 느낄 수 있다.
빈도림씨 부부는 가마골 분통리의 한봉(우리나라 벌이 가을에 주로 채취한 토종꿀) 치는 곳에서 꿀을 먹게 됐다. 입 안에 남은 밀랍을 뱉으며 문득 밀랍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했다고 한다. 그러다 밀랍을 그냥 버린다는 말을 듣고는 밀랍을 활용한 천연 초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공방을 시작했다.
공방 안에서는 직접 꿀초를 만드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밀랍 500g, 심지 15cm, 심지 받침 등이 꿀초를 만들기 위한 준비물. 우선 심지 받침에 심지를 끼우고 도구로 받침을 조여 심지가 빠지지 않도록 한다. 이때 심지에 밀랍을 묻혀 살짝 단단하게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엄마 난 촛불 3개를 만들고 싶어요.” “난 2개를 만들래요.” 아이들은 저마다 신이 나서 초의 수를 얘기하며 초 만들기에 집중한다. 다음은 대나무 틀 안에 중탕으로 녹인 밀랍을 조금 부어 심지를 붙이는 작업. 심지가 자리를 잡으면 대나무 틀 가득히 밀랍을 붓고 굳기를 기다리면 된다. 밀랍이 굳은 뒤 심지 길이를 1cm 정도 남기고 잘라내면 초가 완성된다. 이렇게 만든 밀랍초는 초를 만들 때마다 색이 조금씩 다르다고 한다. 벌이 어떤 꽃가루를 먹었느냐에 따라 밀랍의 색이 달라지기 때문. 또 초를 태울 때 향기로운 꿀 냄새가 나서 기분까지 달콤해진다고.
밀랍초 체험료는 1인당 1만원대이며 소요시간은 2시간~2시간 30분이다. 오전 10시~오후 5시에 체험이 가능하고, 오후 3시까지는 공방에 도착해야 한다. 예약은 필수. 10명 이상이 방문하면 스파게티로 식사준비를 해준다. 1인당 4천원. 문의 061-383-8130 http://honeycand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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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여행 전문가 한은희씨는요…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체험 여행지를 소개하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다닌다. 이달에 찾은 담양에서는 대나무 숲을 구경하고 천연비누, 다식, 꿀초 등 자연 내음 물씬 풍기는 물건과 음식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푸른 녹음이 외출을 재촉하는 4월, 온 가족이 담양에서 특별한 체험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적극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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