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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 인터뷰

영화 ‘파랑주의보’로 스크린 데뷔한 송혜교

“사랑 연기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준 지나간 사랑에 감사해요”

기획ㆍ김유림 기자 / 글ㆍ이승재‘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 사진ㆍ홍중식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6. 01. 04

‘올인’ ‘풀하우스’ 등 드라마를 통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송혜교가 지난 12월 중순 개봉한 영화 ‘파랑주의보’로 영화계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에게 영화 촬영 소감과 사랑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영화 ‘파랑주의보’로 스크린 데뷔한 송혜교

송혜교(24)가 영화를 찍는다는 것은 일종의 ‘사건’이다. 인기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내는 수다스럽고 털털한 산부인과 원장의 딸로 나오면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이후 ‘올인’ ‘풀하우스’ 등의 드라마를 통해 최고의 인기와 지명도를 누리고 있지만 지금껏 영화 출연을 하지 않았기 때문. 그런 그가 드디어 12월 중순 개봉한 ‘파랑주의보’로 스크린과 인연을 맺었다. 일본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를 리메이크한 ‘파랑주의보’는 바닷가 풍광을 배경으로 10대들의 아름다운 첫사랑과 슬픈 이별을 담은 멜로물. 영화 개봉을 앞두고 만난 송혜교는 필요 이상 예쁜 척하거나 내숭을 떠는 그런 여배우가 아니었다. 그는 상대를 아주 편안하게 해주는 배우였으며, 무엇을 물어보더라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솔직하고 단도직입으로 대답해주었다.
-실물로 보니 텔레비전에서보다 훨씬 더 갸름한 얼굴이네요.
“TV가 원래 그렇잖아요. 요즘엔 와이드 TV가 많아 얼굴이 더 넓어 보여요. 그래서 와이드 TV가 없어질 때까지 출연 안 하려고요(웃음). 그렇지 않아도 제 키가 아담한데, 화면이 넓으면 작아 보이기까지 하니까요. 하하하.”
-입술이 참 탐스럽고 예뻐 보여요.
“어렸을 때는 엄마가 제 입술을 싫어하셨어요. 사진을 찍을 때면 입술에 힘 좀 주라고 하셨어요. 안 그러면 헤퍼(?) 보인다고요(웃음). 그래서인지 어려서 찍은 사진 보면 이렇게(입술을 예쁘게 오므리며) 찍은 것밖에 없어요. 그런데 연예계 활동하고 나서부터는 입술 미인으로도 뽑히고. 제가 드라마에서 바르고 나오는 립스틱이 잘 팔린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예전엔 입술이 콤플렉스였는데 사람들은 예쁘다고 하니까 ‘정말로 예쁜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엄마도 지금은 제 입술에 대해 한마디도 안 하세요(웃음).”
-이미 TV에선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어요. CF 퀸이기도 하고요. 근데 영화 데뷔는 너무 늦은 감이 있어요.
“2000년 드라마 ‘가을동화’를 찍고 나서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그 뒤 영화 시나리오가 아주 많이 들어왔죠. 하지만 ‘아직 미니시리즈 한 편밖에 안 찍었고 연기도 어설픈데 영화를 찍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그땐 사랑의 감정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나이였고요. 이 조그만 TV 안에서 연기하는 것도 버거운데 큰 스크린에서는 제 연기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날 거라고 생각했죠. 제가 해온 연기는 주로 사랑의 감정이 밑에 깔려 있잖아요. 하지만 사랑을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에서 사랑을 흉내내는 연기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살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이런저런 경험을 한 후에 사랑을 표현할 수 있게 되면 그때 영화를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게 바로 이번이었어요.”

”사랑의 완성이 이별일 수도 있지만 이왕이면 영원히 함께 할 수 있는 사랑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사랑의 감정은 이 영화 제목처럼 정말 ‘파랑(큰 파도)’일까요.
“전 사랑은 파랑이라고 생각해요. 예측할 수가 없잖아요. 서로의 마음을요. 서로가 똑같은 마음으로 사랑하기도 어렵고….”
-이 영화에선 결국 두 사람이 이별해요. 사랑은 이별로 완성된다고들 하는데….
“맞아요. 사랑은 이별로 완성되는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웬만하면 둘이 이뤄지는 게 좋죠. 지지고 볶고 싸워도 이왕 시작된 사랑이라면 옆에 항상 있는 게 더 좋을 것 같아요. 결혼으로 이뤄지는 거요.”

영화 ‘파랑주의보’로 스크린 데뷔한 송혜교

-얼마 전 경험한 (배우 이병헌과의) 아픈 사랑의 기억이 영화 출연을 결심하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지금 제 또래 배우 중에서 사랑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또래 연기자 중에 크고 아픈 경험을 해본 연기자는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정말 큰 사랑에서 아픔을 느꼈기 때문에 저는 그 아픔을 알죠. 그래서 아픈 사랑이고, 아픈 추억이지만 연기자로서 그런 느낌을 갖게 해준 것에 대해 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또래 연기자들이 갖지 못한 감정의 기억을 하나 갖게 된 거니까요. 연기자로선 좋지만 개인적으론 마음이 아파요.”
-몇 달 전 영화 ‘달콤한 인생’으로 이병헌씨를 만났어요. 이병헌씨는 “배우는 사랑을 할 때 감정을 더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다. 스캔들이나 팬들이 떠날 것이 두려워 사랑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바보 같은 짓이다”라고 하던데….
“맞아요. 가끔 제 엄마 역할로 나오신 연기자 선생님도 그런 말씀하셨어요. 사랑은 꾸준히 해야 한다고요.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다 만나봐야 사랑의 느낌을 알게 된다고요. 술도 많이 마셔보고, 여러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곳도 많이 가보라고 하셨어요.”
-겉으로 볼 땐 성격이 대담해 보이는데 의외로 신중한 면도 많을 것 같아요.
“예전엔 그냥 느낌이 좋으면 작품을 선택했어요. 모르면 용감하다고 하잖아요. 다행히 한 작품 한 작품 거듭하면서 연기자로서의 제 위치가 조금씩 올라갔어요. 그러다보니까 더 겁이 나고 더 뒤돌아보게 되고, 예전과 달리 더 신중해지더라고요. 꼭 작품이 아니라 제 생활에서도요. 옛날엔 한 번 생각했던 것도 요즘엔 서너 번 생각하게 돼요. 하지만 영화에 대해선 아직 잘 몰라서 그런지 크게 겁나고 두려운 건 없어요.”
-영화 연기는 어떤 점이 더 어려운가요.
“감독님이 최대한 몸을 안 움직이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작은 동작인데도 거슬린다면서요. 클로즈업으로 갔을 때 너무 많은 표정을 주지 말라고도 하셨어요. 제 이목구비가 작은 편이 아니니까 조금만 움직여도 그게 ‘오버’하는 것처럼 보인다고요. 첫 영화라 긴장되는데 표정은 절제해야 하고, 제스처도 줄여야 했기 때문에 처음 촬영할 때는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하는 찜찜한 생각도 들었어요. 하지만 촬영한 지 2주가 지나자 어느 정도 감이 왔고 그 뒤로는 좀 더 수월하게 찍을 수 있었죠.”
-혜교씨는 조금씩 성장하면서 절대 뒷걸음치지 않는 배우 같아요.
“저랑 같은 시기에 데뷔했는데 순식간에 확 뜬 또래 배우들도 많아요. 그중 지금까지 유지하는 분들도 계시고 그 뒤로 안 나오는 분들도 계신데, (확 뜨는) 그 순간엔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어요. 저는 제가 생각해도 정말 한 단계 한 단계씩 밟아온 것 같아요. 튼튼하게 기초를 쌓아왔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에 간혹 주춤할 때가 있어도 크게 흔들리진 않아요. 그런 면은 제가 생각해도 뿌듯해요(웃음).”
-감독이 혜교씨더러 ‘첫사랑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라고 했어요.
“(속삭이듯이) 모르겠어요. 저는 남자보다 여자들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제 팬들도 거의 여성분들이세요.”
-그건 혜교씨가 내숭을 떨지 않고 ‘여우짓’을 하지 않아서일 거예요.
“저도 여자니까 그런(내숭 떨) 자리가 있으면 내숭을 떨겠지만, 평상시엔 같이 연기하는 상대 배우들도 저보고 털털하다고 하니까, 털털한 게 맞을 거예요. 이번 작품에 함께 출연한 차태현씨의 경우 저더러 ‘내 오른팔로 들어오라’고까지 얘기했으니까요(웃음).”

영화 ‘파랑주의보’로 스크린 데뷔한 송혜교

이번이 영화 첫 출연인 송혜교는 영화배우로서의 이미지가 자리 잡힐 때까지 당분간 영화에만 출연할 생각이라고 한다.


-감독이 혜교씨 얼굴에는 의외로 사악한 이미지도 살짝 지나간다고 하던데요.
“하하하. 스태프들이 저에게 ‘사이코’ 역할도 한번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친절한 금자씨’의 이영애씨 같은 캐릭터요. 아주 싸늘하게 대사 하는 거 있죠? 그런 게 나한테 맞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차태현씨와는 처음으로 연기호흡을 맞추는데요.
“2002년 케이블 TV에서 가요 프로그램 MC를 함께 한 적 있어요. 워낙 편하신 분이죠. 이번에 차태현씨 첫 촬영이 거제도에서 있었는데 제 촬영은 없었지만 응원차 내려갔어요. 6시간 걸려서 촬영장에 오니까 제가 예뻐 보였나 봐요. 첫날부터 친하게 지냈어요.”
-차태현씨는 스캔들이 잘 안 나는 배우예요. 여배우 입장에선 편안한 상대죠.
“저랑은 약간 나려고 하는 것 같은데요?(웃음) 캐스팅이 거의 동시에 됐는데, 시나리오 읽어보니까 딱 (남자 주인공이) 태현 오빠더라고요. 태현 오빠도 ‘시나리오도 좋고 또 혜교 첫 영화니까 이슈도 되겠네’ 하면서 웃었다고 하더라고요.”
-혜교씨와 태현씨 중 누가 덕 보는 거고 누가 손해 보는 걸까요.
“누구나 인기는 왔다 갔다 하는 거 같아요. 태현 오빠는 상대 여배우를 살려주면서 자기도 함께 올라가는 배우인 것 같아요. 저 또한 주위 분들이 같은 스타일이라고 하고요. 자기만 돋보이려고 하는 배우들도 있거든요. 물론 배우인데 그런 욕심이 왜 없겠어요. 아무리 남자와 여자 배우가 함께 하는 거라도 상대보다 더 연기를 잘해 보이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감정이니까요. 이 작품에선 서로 받쳐주고 기분 맞춰주고 서로 더 배려했던 것 같아요.”
-이 영화에서 차태현씨와 뽀뽀를 하는데요.
“뽀뽀와 키스의 중간쯤 해요. 호호호.”
-얼굴에 참 여러 이미지가 있어요. 예쁜 건가요, 차가운 건가요, 도도한 건가요, 귀여운 건가요, 아니면 섹시한 건가요.
“사람들은 아직까지 저를 귀여운 이미지로 많이 생각하실 거예요. 하지만 전 ‘묘한 여자’란 소리를 듣고 싶어요. ‘쟤 뭔가 좀 묘하다’ 이런 얘기요. 아직까지 그런 얘기를 못 들어봤는데 그렇게 보이게끔 연기를 해야겠죠. ‘섹시하다’는 말은 요즘 너무 남발되는 것 같아요.”
-조선희 사진작가가 말하길 혜교씨는 키가 큰 편은 아니지만 몸매 비율이 절묘하다고 했어요.
“그거 키는 작지만 다리는 길다는 뜻이에요(웃음). 모르겠어요. 그동안 패션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주위에 옷 입혀주는 분들이 키는 작은데 선이 잘 나온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껏 최고의 남자배우들과 짝을 이뤄 연기했어요. 어떤 캐릭터가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드나요.
“전 ‘가을동화’의 태석(원빈) 같은 캐릭터가 좋아요. 한 여자밖에 모르고 그 여자한테 모든 걸 바치잖아요. 준서(송승헌)의 경우는 따뜻한 남자지만 두 여자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면서 약간 우유부단하잖아요. 전 그런 게 싫어요. 극 중 태석 같은 남자가 제 이상형이에요.”
-그동안 함께 연기한 상대 남자배우들의 느낌을 한마디로 평해주신다면.
“송승헌씨는 따뜻한 배우고요. 원빈씨와는 사실 별로 안 친했어요. 서로 낯을 너무 많이 가리는 스타일이라…. 하지만 아주 착한 사람이에요. 류승범씨는 한마디로 연기파란 말이 생각나요. 색깔이 너무 많아서 그분을 잘 모르겠어요. 감 잡기가 힘들어요(웃음). 정지훈씨(가수 비)는 노력하는 배우예요. 정말 열심히 해요.”
-이병헌씨는요?
“이병헌씨는 기본적으로 연기를 워낙 잘하시니까…. 음, 완벽한 배우?”

”러닝셔츠와 팬티만 입고 춤추는 ‘너는 내 운명‘ 황정민씨 보며 섹시하다는 생각 들었어요”
영화 ‘파랑주의보’로 스크린 데뷔한 송혜교

-미친 사랑이나 불륜 같은 ‘센’ 사랑 연기도 하고 싶지 않나요.
“물론 하고 싶어요. 제가 너무나 한국적 여성상에만 갇혀 있었기 때문이에요. 남자가 말하면 아무 말도 못하고 소극적이고 내성적인 역할을 많이 했었는데, 그런 역할은 하도 많이 해서 이제는 하면서도 큰 재미를 못 느끼겠더라고요. 올해로 데뷔한 지 10년 됐고 연기를 7,8년 했지만 2004년 류승범씨와 ‘햇빛 쏟아지다’란 작품을 하면서 연기가 무척 재밌게 느껴졌어요. 약간은 보이시한 역할이었거든요. 그전까지는 늘 남자 배우들에게 의존해서 끌려다녔지만, 그때는 저 스스로 연기를 끌고 간다는 책임감도 생겼고요.”
-좋아하는 영화배우가 있다면요.
“저는 황정민씨가 참 좋아요. 영화 ‘너는 내 운명’에서 보면 러닝셔츠와 팬티만 입고 춤추는 장면이 있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섹시해 보일 수가 없더라고요. 처음 느꼈어요. 그전에는 근육이 어느 정도 붙은 몸을 보고 섹시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영화를 보면서 그런 고정관념이 깨졌어요. ‘저런 몸도 섹시할 수가 있구나’ 하고요(웃음). 순박한 모습마저도 되게 섹시해 보였어요.”
-다음 작품도 영화인가요?
“저는 TV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영화배우로서의 이미지가 자리 잡힐 때까지는 당분간 영화만 할까 생각 중이에요.”
-표정이나 피부가 참 건강해 보여요.
“촬영하다 남들처럼 한번 쓰러져 실려가보는 게 소원이에요(웃음). 링거 맞고 누워 있는 거요. 하긴 요즘엔 나이가 좀 드니까 밤샘 촬영하면 조금 힘든 부분도 있는데 제가 기본적으로 엄청 건강해요. 걷기도 좋아하고요. 그래서 작품 끝나고 외국에 나가면 웬만한 거리는 다 걸어서 다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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